공유

제518화

작가: 라오
토요일 저녁.

반우희는 단정하게 차려입고 길가에서 부승원의 차에 올랐다.

부승원은 반우희의 A라인 치마와 흰 셔츠를 힐끗 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반우희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부 변호사님, 이거 정장 맞죠?”

“응.”

반우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부승원이 차를 출발시키자 반우희는 거울을 열어 머리와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이번 달 월급이 들어오면 새 셔츠를 하나 꼭 사야겠다.

최근 온몸에 고르게 살이 많이 쪘다. 가슴까지 살이 붙어버려 셔츠가 조금 작게 느껴졌다.

에휴.

지난 몇 년간 안시연이 준 4천만과 부승희 씨가 준 금괴가 없었다면 지금쯤 정말 바쁘게 일하면서도 돈을 제대로 벌지 못했을 것이다.

승주와 다른 두 아이의 학비 그리고 그녀의 학위 취득 비용까지 모두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부 변호사님, 안시연 언니 다시 돌아올까요?”

반우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모르지.”

‘조금 후면 알게 될 거야.’

반우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승희 씨도 오랫동안 못 봤네요.”

“승희는 새해에 돌아왔었어.”

“정말이에요?”

“그런데 친구가 너무 많아서 너를 챙길 시간이 없었어.”

반우희는 침묵했다.

“...”

정말 짜증이 난다.

레스토랑 주차장에 도착하자 부승원이 갑자기 반우희에게 경고했다.

“잠시 후 사람을 만나면 좀 자제해.”

반우희의 호기심이 더 커졌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다른 몇 명의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고 반우희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뒤를 따랐다.

방의 문을 열기 전 묘한 긴장감이 스쳤다.

스크린을 지나가자 앞사람들이 키가 커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 변호사님, 오랜만이에요.”

응???

반우희는 즉시 눈이 반짝였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다만 기억 속의 온화함에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이 더해져 있었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부승원이 말했다.

“제 예상이 맞았네요.”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경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19화

    안시연은 테이블을 돌며 차례로 술을 권했지만, 얼굴에 변화가 없었다.정인과 부승원 측 사람들은 노련한 이들이라 처음엔 안시연을 그저 젊고 예쁜 여자로만 보며 가볍게 여겼다. 그러나 몇 잔의 술을 주고받은 후 그들은 진지하게 대응하며 적당히 웃어넘기기 시작했다.안시연도 그들이 처음부터 사용권을 팔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럼에도 이 사용권은 반드시 따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안시연의 목표는 정인의 지분 참여를 끌어내 쌍방이 협력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었다.하지만 이 자리에 오기 전부터 상대방이 이미 자신의 의중을 꿰뚫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욱 불리해질 뿐이었다.이것이 바로 상대가 부승원임을 알면서도 안시연이 이 자리에 나온 이유였다.최소한 벽처럼 완고한 상대는 아닐 거로 생각했다.담소 중 안시연은 술기운을 빌려 조심스럽게 하소연을 시작했다.새롭게 맡은 자리에서 몹시 어려운 상황을 물려받았다는 얘기는 듣는 이 누구에게도 연민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었다.더구나 그녀처럼 눈에 띄는 미녀가 공격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니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분위기는 저절로 부드러워졌다.하지만 이내 그들은 다시 주도권을 잡으며 안시연의 배경을 파헤치기 시작했다.안시연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집을 나서기 전 양지원이 해준 말이 생각났다.즐거우면 일하고 싫어지면 다 팔아버리고 땅을 다시 사서 새로 시작하라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자존심이 상할 뿐 아니라 돌아가면 선생님들에게 엄청난 놀림을 받을 게 뻔했다.‘아니. 그건 싫어. 그만두면 안되.’안시연은 포기하려는 마음을 떨쳐내고 다시 의욕을 다잡으며 협상에 집중했다.그때 중간에 반우희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언니, 저쪽이 땅을 안 팔 생각인가 봐요. 게다가 언니 땅에 묘지를 짓겠다고 하네요!]안시연은 어이없었다.“...”곧 반우희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연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20화

    부승원 앞에서는 쉽게 인사말을 건넬 수 있었지만, 연정훈 앞에 서니 그 말이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귀국 전에 안시연은 언젠가 연정훈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번 상상해 보았다.그런데 아무리 예행연습을 해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막상 실전에서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연정훈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안시연을 깊숙이 응시했다.안시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 대표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연정훈은 순간 어이없었다.“...”연정훈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른 것입니다.”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말했다.“지나가는 길에 뵙게 된 것도 저희에게는 기회입니다.”그러고는 카드를 비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사장님께 가서 제가 보관해 둔 술을 가져와 주시겠어요?”“네. 알겠습니다.”비서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양쪽 사람들은 정중히 연정훈에게 앉아 달라고 요청했고 안시연은 자리에서 가방을 들어 그에게 상석을 양보하려 했다.그러나 연정훈은 냉정한 표정으로 바깥쪽 의자를 당겨 편안하게 앉으며 마치 이 자리를 자기 주도 아래에 두고 행동했다.사실 연정훈이 입장한 순간부터 이 방의 분위기는 이미 그의 지배 아래에 놓여 있었다.그가 앉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조정했고 출입문 맞은편 자리가 상석처럼 변했다.하지만 연정훈의 왼쪽 자리는 안시연 측 사람들에 의해 깔끔하게 비워졌다.안시연은 상황을 파악하고 비서가 술을 가져오는 동안 자리로 다가가 연정훈에게 술을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한 잔을 채웠다.“연 대표님, 이 잔은 감사의 마음으로 올리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안시연은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말을 이어갔다. 연정훈뿐만 아니라 반우희와 부승원도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안시연이 연정훈을 정말 처음 보는 줄 알 정도였다.연정훈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21화

    용도?여기에 추모 공원을 짓는다고?양시연은 속으로 툴툴거렸다.‘이렇게 큰 공간에 왕릉이라도 지으려는 거야?’그러나 양시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정인 그룹이 봐 둔 곳이라면 풍수지리적으로 아주 좋은 것이겠죠. 덕분에 좋은 곳을 알게 되어서 감사해요.”“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시연 씨.”“...”이 사람은 대체 누구인데 자신이 성을 바꾼 사실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옆자리에서 덤덤하게 음식을 먹고 있는 부승원을 보는 순간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부! 승! 원!’‘정말 겉보기랑 다르게 가십에 빠른 변호사라니까!’양시연은 고개를 돌려 연정훈에게 말했다.“실례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정인 그룹은 이 땅을 어떻게 사용하실 생각인가요?”“아직 생각해 둔 바가 없어요.”‘생각해 두지 않았으면서 따로 용도가 있다고 말하다니.’차라리 ‘상업 기밀’이라고 말했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테지만 이건 분명 태클이 분명했다.하지만 양시연은 당황하지 않았다.최악의 상황이 오면 발을 빼면 되었다.그러니 두려울 게 없었다.양시연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정인 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연 대표님은 협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연정훈은 덤덤하게 양시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협력이요?”“네.”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기로 둘째라면 섭섭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정인 그룹 사람은 아무리 두루뭉술하게 말해도 바로 알아차렸다.느닷없이 나타난 연정훈은 양시연과 모르는 사이 같아 보여도 행동에서 보면 양시연을 노리고 온 게 분명했다.그리고 늘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만 보이던 연정훈이 오늘엔... 시계를 차지 않았다.급하게 달려왔다는 의미였다.어느 높은 자리의 사람이 말을 이었다.“양시연 씨가 말하는 협력은 어떤 의미인가요?”양시연이 입을 열려는데 연정훈이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더니 옆에 놓인 담배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양시연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담배를 뜯어 다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22화

    “스케줄 확인하고 말씀드리죠.”연정훈은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이에 부승원은 몰래 헛웃음을 내쉬었다.다른 사람들은 이게 연정훈의 평소 스타일이기에 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양시연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협력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괜찮았다. 양시연은 과거 자신이 말도 없이 떠난 것에 원한을 품은 연정훈이, 공과 사를 가리지 못하고 복수를 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시간을 확인한 양시연이 살짝 떠보듯 물었다.“연 대표님 아직 식사 전이죠?”그리고 그 예상이 맞은 듯 연정훈은 차가운 얼굴을 살짝 끄덕였다.“여기 시그니처 메뉴 한번 드셔보실래요?”양시연은 웨이터를 불러 다시 음식을 주문했다.그러나 주문할 때 과거 연정훈이 좋아하던 음식을 주문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많은 고민 끝에 양시연은 그 메뉴를 주문했다.협력 파트너의 입맛을 굳이 모른 척할 필요는 없었으며 연정훈은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다른 협력사 관계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메뉴판을 돌려주며 양시연은 웨이터에 재차 강조했다.“고등어는 꼭 찜으로 해주세요.”다시 자리에 앉은 양시연은 또 태연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양시연은 연정훈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뒤 또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했다.그러자 연정훈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갔다.양시연이 무슨 질문을 해도 연정훈은 짧은 단어로 답했다.아무렴 상관이 없다는 양시연의 태도에 연정훈은 점점 더 굳어갔다.그러자 식사 자리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다.겨우 식사를 마치고 양시연은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여러 고위 임원에게 드렸다.그러나 마침 연정훈의 차례에 준비해 둔 선물이 동이 나버렸다.연정훈은 차량 뒷좌석에 앉아 ‘없어도 그만’이라는 표정을 지었다.양시연이 미소를 지은 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연 대표님,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선물이라는 단어는 아예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차 안의 사람이 대답이 없자 양시연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종료하고 손을 휘휘 저었으며 차량 뒤쪽으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23화

    양시연은 진작 번호를 바꿨다. 반우희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건 양시연이 따로 반우희의 번호를 옮겨 저장했기 때문이었다.양시연이 방금 자리에서 건넨 명함의 번호는 개인 번호가 아니었으며 반우희가 가지고 있는 번호가 진짜였다.부승원은 바로 눈치를 챘었고 양시연이 건넨 명함에 개인 번호를 옮겨 적었다.반우희는 그 옆을 총총 맴돌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일인지 초조해했다.“시연 언니가 그랬는데 이건 개인 번호라 다른 사람한테 넘기면 안 된다고 했어요.”“내가 뺏은 거지. 네가 준 게 아니잖아.”부승원이 말을 고쳤다.“...”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저녁이었다.부승원은 우산을 쓰지 않고 쿠키와 명함을 챙겨 연정훈의 차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세워 둔 양시연의 차도 출발을 했다.부승원이 창가를 똑똑 두드리자 창이 내려가고 예상했던 그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부승원은 그 쿠키 박스를 안으로 던지고 명함을 표창처럼 얼굴에 꽂았다.“...”그러자 연정훈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부승원은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쿠키는 시연 씨가 직접 구운 거고 명함에 적힌 번호는 개인 번호야.”연정훈이 인상을 찌푸려 옆에 떨어진 박스를 쳐다봤다.“멍하니 있지 말고 차에서 내려 나한테 절이라도 할래?”“...”...양시연은 술을 적지 않게 마셨다. 1년 동안 술을 많이 접했지만 주량은 늘지 않아 조금 알딸딸한 상태였다.뒷좌석에 편히 기대앉은 양시연은 연정훈에게서 풍기던 그 옅은 향이 떠올랐다.레몬 페퍼먼트 향.과거 양시연이 즐겨 쓰던 향이었다.술자리에서는 파트너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연정훈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기억이 났다.이건 또 이것대로 꽤 난감했다.과거 사랑했던 사이인데 연정훈은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쯧.‘내일 다시 만나면 표정을 조금 풀까?’그런데 그때 기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누군가 우리의 뒤를 밟고 있습니다.”양시연이 바로 허리를 세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24화

    양지원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숨을 제대로 고르기도 전에 자신과 양석진의 상태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양석진을 한쪽으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러나 양석진은 양지원의 허리를 꽉 잡아 계속해서 입술을 탐하고 모든 숨을 빼앗으려 했다.“...”양지원은 참지 못하고 달뜬 숨을 뱉었고 노크 소리가 이어지자 발끝까지 짜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양석진의 가슴을 밀어내며 말할 기회를 찾았다.“시연이에요. 시연이가 돌아왔다고요!”그러나 양석진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너무 급해진 양지원이 조금 소리를 높여 말했다.“오빠!”쳇.양석진은 드디어 하던 행동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며 팔로 몸을 지탱해 양지원을 바라봤다.양지원은 너무 당황하고 부끄러워 그 품에서 빠르게 벗어났다.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돌아봤으나 양석진은 여전히 무덤덤해 보였다.“시연이가 노크하고 있잖아요.”양석진은 아무 말이 없었다.그러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등을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 양지원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양지원은 벌거벗은 몸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시연이랑 몇 번 만나지 못했으니 시연이가 많이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이따가 시연이랑 대화 많이 해요.”“알겠어.”양석진은 양지원을 등지고 셔츠를 껴입었다.노크 소리는 어느새 멈췄고 방안에는 옷을 입는 사부작사부작 소리만 들려왔다.느짓느짓 움직이는 양석진에 양지원은 이마를 부여잡았다.‘정말 미쳤지.’하지만 두 사람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그리고 맞춘 것처럼 한 사람은 침대에 그대로 누워있고 다른 한 사람은 양시연을 맞으러 나갔다.문밖에서.양시연은 기다리다 못해 층계 난간에 몸을 기대 거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양지원이 기르고 있는 닥스훈트를 약 올렸다.“소시지.”작게 별명을 부르니 닥스훈트가 고개를 돌렸다.“...”강아지에게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읽은 양시연은 웃음이 터졌다.그리고 그때 등 뒤의 문이 열렸다.양시연은 바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25화

    양석진은 양지원과의 사이에 한 점 부끄럼이 없었다.두 사람은 피가 섞이지 않았고 그저 같은 성을 가졌을 뿐이었다.하지만 서로 서 있는 위치에 함부로 사실을 공개할 수가 없었다.무엇보다 양시연이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다행히 몇 년 전 사실을 공개하고 양시연은 양지원과 많이 가까워졌다.비록 양석진을 아빠라고 부르지는 못했으나 늘 양석진을 존경하고 따랐다.양시연의 시선에서 자신을 향한 호감이 느껴졌다.부녀는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았고 양시연은 괜히 양석진의 쉬는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이렇게 말했다.“일이 바빠도 꼭 몸 챙기세요.”“알겠어.”“참, 며칠 전 보낸 쿠키는 받으셨어요?”양석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너희 엄마보다 솜씨가 좋더구나.”평소 손에 물 한 방울대지 않던 양지원을 떠올리며 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요즘엔 전복죽도 끓이세요.”“정말?”“네!”양석진이 말했다.“네가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양시연이 입을 삐죽였다.홍조가 많이 올라온 양시연을 보며 양석진이 말했다.“방으로 돌아가거라. 사람을 시켜 꿀물을 보낼 테니.”“네...”양시연은 여전히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양석진과 시선을 마주한 채로 뒷걸음질하다가 바로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방으로 돌아가는 양시연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양석진은 이런 양시연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양석진은 양시연에게 꿀물을 보내고 양지원에게는 밤 케이크를 챙겨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남겨진 양지원은 속옷을 찾지 못해 일단 파자마를 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쳤다.양석진이 돌아오자 양지원은 눈에 띄게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가 한참 마음을 가라앉히고 테이블 가까이 다가갔다.“왜 시연이랑 더 얘기하지 않고요?”“술을 많이 마셔서 이만 돌아가 쉬라고 했어.”“많이 마셨어요?”양지원은 조금 걱정이 되었다.“보기엔 멀쩡해.”양석진은 케이크를 양지원 가까이 놔주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다리를 꼰 양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526화

    양지원은 작은 케이크를 비웠다. 야밤에 센치해지긴 했지만 관리를 멈출 생각은 없었다.양석진이 아무 말 없자 양지원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불장난은 하룻밤에 한 번이면 충분했다.아이 때문에 이미 깨진 분위기를 모른 척 이어가는 것도 말이 아니었다.그러고 보니 양지원은 지금 양석진과 이러고 있는 게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2년 전, 오성호는 화서시에서 목숨을 잃고 타의로 양지원과의 부부 관계를 끝냈다. 양지원은 오늘 마침 세운을 지나갈 일이 있었고 온 김에 양석진을 만난다는 게 방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사실 양지원이 매번 국내로 돌아올 때마다 양석진은 정확하게 양지원이 묵고 있는 곳을 찾아왔다.전날 밤에 오면 이튿날 아침 떠나는 식이었다.그리고 밤엔 과거의 사랑을 이어갔다.왜 양석진이 아직도 양시연과 서먹서먹한지 생각해 보니 시간만 나면 양지원을 찾아오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었다.쯧.양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먹은 케이크를 정리했다.양석진은 가만히 지켜보다가 양지원이 등을 돌리자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톡톡 두드렸다.양지원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어 뒤쪽의 소파를 보라는 시늉을 했다.소파에는 양석진의 코트가 놓여 있었다.양지원은 코트를 가져다 달라는 의미인 줄 알고 고분고분 그곳으로 향했다.외투를 들어 올리니 마침 무언가가 주머니에서 뚝 떨어졌다.고개를 숙여 그 물체를 확인하는 순간 양지원은 얼굴이 불덩이가 되었다.검은색 속옷!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더니!기억을 되짚어보니 아까 안겨 침대에 이동하는 동안 양지원은 속옷을 벗었었다. 그때의 양석진은 옷을 모두 갖추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넣은 게 분명했다.“...”양지원은 고개를 돌려 양석진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양석진!’‘나이가 몇인데 유치하게!’양지원은 이를 꽉 깨물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등 뒤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양석진은 양지원의 허리를 살

최신 챕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4화

    오성호가 죽자 양혁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모든 걸 혼자 감당할 거로 생각했다.누군가 그에게 ‘네가 악몽 꿀까 봐 걱정돼’, ‘슬플까 봐 걱정돼’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자신 안에서 일어난 미세한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날 밤 변여름은 마치 작은 수호신처럼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켰다.그는 처음으로 마음속 어딘가에 기대어도 된다는 감정을 느꼈고 양혁수는 변여름을 품에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를 들으며 전보다 훨씬 평온한 마음으로 잠들었다.해가 막 떠오르려는 새벽에 오성호는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양혁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가장 간단한 절차로 화장을 준비했다.며칠 전 한강시에서 오래된 집사가 찾아왔다. 겉으로는 인사차 왔다고 했지만 양혁수는 양지원이 그를 대신해 장례를 챙기도록 보낸 거로 생각했다.이틀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고 그는 유골함을 집에 임시로 안치한 뒤 며칠 후 한강시로 옮길 준비를 했다.설날이 다가오자 양지원이 전화를 걸어 어디서 보낼지 물었다.십 대 후반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는 북적이는 곳을 즐겼지만 요즘은 성격이 한층 차분해져 설날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꺼렸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한강시로 모셔 함께 명절을 보내거나 그가 경인으로 가는 편이 가장 편하고 좋았다.하지만 올해는 곁에 변여름이 있었다.그녀는 설날을 특별히 챙기지 않는 집안 출신이라 굳이 집에 갈 필요도 없었다.양혁수는 그녀를 어디로 데려갈지 결정하지 못했고 일단 양지원에게 말을 돌렸다.그는 변여름이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때 노지혜가 끼어들었다.“그쪽에서는 설날이 큰 행사예요. 진짜 사귀는 여자 친구라면 데려가야죠.”변여름이 알아본 바로는 그 말이 꼭 들어맞는 건 아니었다. 여자 친구들도 대부분 설날에는 자기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가는 게 귀찮았고 이번만큼은 양혁수가 자신을 데려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황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3화

    변여름의 한마디에 양혁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만이 가슴에 가득 찼다.그가 이를 악물자 변여름은 진심 어린 아쉬움이 스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70점은 너무 적어요. 내가 오빠한테 키스 몇 번 더 할 테니 80점으로 올려줄 수 있어요?”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끝내 시선을 들지 못한 채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변여름은 그의 등 뒤를 꼭 끌어안았다. 마치 끈적하게 달라붙는 상큼한 레몬 맛 엿처럼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양혁수는 도무지 그녀를 떼어낼 수 없어 결국 그녀를 끌어안은 채 조용히 들어 올렸다.변여름은 놀란 숨을 삼키며 그를 꼭 껴안았고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그의 얼굴에 바싹 닿아 있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쉰 뒤 변여름을 흘겨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지금은 59점이야.”‘푸. 80점을 바라다니.’변여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잽싸게 다가가 양혁수의 입술에 짧게 키스했다.“60점이면 좋아요. 80점까지는 욕심내지 않을게요.”양혁수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코웃음을 흘렸다.그녀를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변여름은 그의 옆모습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심장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늘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크고 작은 사고도 잦았다. 하지만 어떤 성취보다 지금 이 남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 더 벅차고 소중했다.그가 몇 점을 주든 그녀는 그저 기뻤다.양혁수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곁눈질로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다.그녀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품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목에 닿는 그녀의 힘은 마치 목줄 같았다. 양혁수는 속으로 생각했다.‘이제 이 골칫덩이를 정말 떼어낼 수 없겠어.’하지만 떼어내고 싶지도 않았다.그가 화서시에 온 이유는 오성호의 장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오성호가 바로 죽지 않아 그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 며칠은 우울했지만 그 뒤로는 일주일 넘게 변여름에게 꼼짝없이 붙잡혀 있었다.함께 먹고 함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2화

    양혁수는 목을 가다듬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얼굴을 지었다.“...조금?”‘응?’변여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이내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실험실의 연구자처럼 엄정한 표정을 지었다.“조금이면 몇 퍼센트쯤 되는 건가요?”양혁수는 잠시 생각했다.변여름은 계속해서 추궁했다.“만점이 백 점이면 조금은 몇 점쯤 될까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고 방금의 말이 너무 경솔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너무 높게 말하면 선을 넘을 것 같고 너무 낮게 말하면...’양혁수는 변여름의 얼굴에 스친 심각한 표정을 보고 그 생각을 떨쳐냈다. 너무 낮게 말했다간 변여름이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그는 조심스럽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점수를 입에 올렸다.“60점.”‘60점밖에?’변여름은 입술을 꾹 깨물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양혁수는 순간 멈칫했다.‘너무 낮았나?’그가 서둘러 말을 수습하려던 찰나 변여름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잠시 이를 악문 채 감정을 눌러 담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 60점은 좀 적어요. 다시 말해줄 수 있어요?”‘네?’그녀는 가볍게 말했지만 양혁수는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섬뜩하게 느껴졌다.머릿속이 지끈거리는 동시에 그는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변여름은 예전에 연기를 참 잘했는데 요즘은 점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에든베타에 있을 때부터 그를 부려 먹더니 이제는 그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휘두르려 드는 것이다.‘하하. 말도 안 돼.’지금 그녀는 감히 그의 머리 위에서 놀아보겠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고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60점이면 많아.”그는 눈빛을 바꾸며 마지못해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50점 정도인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변여름은 한 발짝 다가와 그의 발끝에 그녀의 발끝을 겹쳤다.양혁수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1화

    키스는 쉽지만 그것이 끝나자마자 머리가 아파졌다.입술을 떼자 양혁수는 웃고 있는 변여름의 눈과 마주쳤고 그 순간 그는 망했다고 느꼈다. 그녀에게 완전히 휘둘릴 것 같았다.역시 변여름은 그에게 물었다.“오빠, 이번에는 오빠가 먼저 키스한 거죠?”“...”“사실 처음이 아니잖아요. 에든베타에서도 오빠가 갑자기 나를 안고 키스했잖아요.”“...”“왜 일어나요?”‘왜? 너를 피하려고.’양혁수는 도망치고 싶었다.변여름은 그를 따라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양손을 느긋하게 등 뒤로 모은 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오빠, 인정 안 할 거예요?”양혁수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핥고는 억지로 말했다.“네가 몇 번이나 키스했는데 내가 따지기라도 했어?”변여름이 말했다.“따져요. 난 인정할게요.”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그녀를 쳐다보고 입술을 깨물었다가 갑자기 틈을 찾아 옆으로 빠져나가려 했다.변여름은 재빨리 움직여 그의 품에 안기며 꽉 껴안았다.양혁수는 그녀의 턱에 부딪혔다. 세게 부딪힌 것은 아니었지만 아픔보다는 놀란 듯 심장이 쿵쾅거렸다.그는 침을 삼키고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었다.“오빠, 그러면 안 돼요. 내가 키스하게 했잖아요...”양혁수의 얼굴이 빨개졌고 오랫동안 바른 사람으로 살아온 그에게 악당 역할은 서툴렀다.갑자기 키스해 놓고 인정하지 않으려니 좀 어색했다.양혁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폼을 잡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인정 안 한다고 했어?”변여름은 1초 만에 고개를 들었다.“응?”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키스 한 번에 이렇게 큰 진전이 있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양혁수는 전에 변여름을 꼬마 변태라고 부르며 지능이 뛰어나다고 했지만 지금 보니 그 말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았다. 몇 번이나 자신에게 이득을 보게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에게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변여름은 그에게 물었다.“오빠, 진짜 인정할 거예요?”양혁수는 마음속으로 변여름이 어디까지 나아가려는지 알 수 없어 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00화

    집사가 창문을 여는 순간 계단에 앉아 있는 양혁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쯧쯧.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엉덩이가 안 차가운지 몰라.’아래층에서 변여름은 스스로 제안한 낭만을 즐기려 분위기를 내보려 했지만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후회했다.“오빠, 우리 들어가요.”양혁수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낭만은 벌써 끝난 거야?”변여름이 말했다.“...엉덩이 안 차가워요?”양혁수는 물론 알고 있었다. 앉자마자 속으로 거친 말이 먼저 떠올랐다.그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절대 앉지 않았겠지만 정원 풍경이 제법 괜찮아 기분이 좋아진 그는 곧장 들어가지 않고 차고에 들러 방석 두 개를 가져왔다. 그리고 하나를 변여름이게 건넸다.엉덩이는 보호했지만 변여름은 다시 양혁수 곁으로 바싹 다가앉았다.그는 아무 말 없이 핫초코를 마셨고 그녀 역시 말없이 그와 함께 따뜻한 시간을 나눴다.잠시 후 온몸이 데워진 양혁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 소리를 들은 변여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오빠, 기분 좀 나아졌어요?”양혁수는 그녀가 죽어가는 친아버지를 보고 마음이 복잡할까 봐 일부러 자신을 찾아온 것임을 알아챘다.‘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진심을 받을 수 있을까.’그는 속으로 꽤 흐뭇했지만 양지원을 제외하고도 어떻게 누군가가 그것도 여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그는 변여름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이렇게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거 힘들지 않아?”“힘들지 않아요.”변여름은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마치 오래 준비했던 듯 담담히 말했다.“내가 오빠 좋아하잖아요.”양혁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내가 뭐가 좋아?”변여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오빠가 양혁수여서요.”순간 양혁수의 마음은 멍해졌다.변여름은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오빠가 양혁수인 이상 전 계속 좋아할 거예요.”흔들리는 마음을 숨기려 그는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정원은 고요했고 언제부터인가 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9화

    변여름은 남자를 유혹할 때 감정을 자극하는 전략에 집중했다.그녀의 이해력과 용기를 보면 오토바이를 배우는 건 식은 죽 먹기였고 양혁수는 각 부분의 기능만 설명해 주면 그녀는 곧바로 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변여름은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설명을 다 들은 뒤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려워요. 오빠는 어떻게 이렇게 잘해요? 이것도 다 알고… 그래도 오빠가 태워줘요. 안 그러면 저, 넘어질까 봐 무서워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변여름이 순진하고 귀여운 척 연기할 때마다 마치 덩치 큰 남자가 억지로 애교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능숙하긴 한데 그런 애교는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변여름은 작은 가방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며 그의 주머니에서 털실 장갑을 꺼냈다.“난 오빠가 장갑 안 낄 줄 알았어요.”변여름은 한숨을 쉬며 끈 장갑을 목에 걸고 장갑을 낀 뒤 손뼉을 쳐가며 그 따뜻함을 느꼈다.양혁수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따뜻하게 옷을 챙겨 입은 걸 알아차렸다.목도리가 높게 올라와 작은 코를 가렸고 머리에는 털실 모자를 썼으며 짧은 울 코트와 스커트 세트에 검은색 이너와 롱부츠까지 갖춰 입은 모습은 멍청하지도 과하지도 않았다.순진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지닌 그녀를 보며 그는 듬직한 남자가 애교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귀엽다고 생각했다.“모자 벗고 헬멧 써.”그가 말하자 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자 끝에 달린 털 방울을 잡아당겼다.양혁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날리는 머리카락을 눌러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천천히 모자를 벗겼다.변여름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자 역시나 양혁수는 직접 그녀에게 헬멧을 씌워줬다.마스크 너머로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마스크를 위로 올렸다.그러자 양혁수는 다시 그녀의 마스크를 아래로 내려주며 말했다.“나중에 차 타고 가면 얼어 죽을 거야. 함부로 벗지 마.”‘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8화

    오성호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도 양혁수는 그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았다. 하물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죽음을 앞두고 짧게 마주한 이 순간엔 더욱 그랬다.묘지 이야기가 끝나자 부자 사이에는 말 한마디조차 스며들 수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오성호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려 그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는 지금 자신의 아이를 보고 있는 건지 단지 피를 나눈 존재를 바라보는 건지 아니면 양혁수를 통해 잊힌 과거를 떠올리며 전혀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른다.양혁수는 그것을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오성호가 양지원을 만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고 오성호는 한참 뒤 남아 있는 힘을 다 짜내 그에게 물었다.“네 엄마는...잘 지내니?”양혁수는 사실대로 말했다.“말씀하신 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성호가 웃자 산소마스크에 김이 서렸고 그는 눈을 감은 채 다시 조용해졌다.양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다른 부탁은 없어요?”오성호는 양혁수가 떠나려는 기척을 느끼고 다시 눈을 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날씨가 추워...빨리... 집에 가...”양혁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익숙했지만 지금 이 사람의 마지막 두 마디가 진심인지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진심이든 거짓이든 그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성호를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뒤 돌아섰다.서로 30년 넘게 부자로 살아왔지만 결국 남은 건 몇 마디 말뿐이었다.문을 닫으려던 순간 양혁수는 침대에 누운 이가 힘겹게 문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뒤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섰다.올 때와는 달리 밖으로 나서자 마치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달빛 아래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답답함이 뻥 뚫리는 듯했다.양혁수는 계단에 멈춰 서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7화

    “나 혼자 가면 돼.”양혁수가 말했다.변여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끈 달린 장갑을 꺼내 들며 말했다.“알아요. 그냥 장갑 가져다주려고요.”양혁수는 장갑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고 침잠했던 기분이 조금씩 풀렸다.“나가서 끼면 돼.”“분명히 거짓말이에요.”변여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으나 끝내 그를 다그치지 않고 장갑을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겼다.그녀는 그를 배웅하며 갑자기 물었다.“주차장에 오토바이 있던데 내가 타도 돼요?”“오토바이 탈 줄 알아?”변여름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하지만 배울 수 있어요.”“배울 필요 없어.”양혁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헝클이며 말했다.“추운 날 오토바이 타면 귀 얼어서 떨어질지도 몰라.”변여름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나중에 오빠가 가르쳐줘요.”“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양혁수는 계단을 내려갔다.차에 타기 전 창밖 너머로 변여름이 손을 흔들며 목에 무언가를 거는 시늉을 하자 양혁수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오성호가 입원한 곳은 조용한 곳에 자리한 개인 병원이었고 밤 9시가 넘자 주변은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았다.저택에서 병원까지는 잠깐이었지만 병원 밖에서 병실까지는 20분이나 걸렸다.양혁수는 정원을 지나 사람 하나 없는 긴 복도를 걸었고 부드러운 조명이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개인 정원에 도착했다. 그 사이 그는 오성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그러나 병상에 누워 있는 오성호의 모습을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의 얼굴은 검게 그을린 데다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양쪽 볼은 부어 있었으며 눈은 천장의 형광등을 멍하니 응시한 채 공허했다.소리를 들은 오성호는 낡은 자루처럼 거칠게 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여 문 쪽을 바라보았다.양혁수가 들어서는 걸 보자 그의 눈에 희미한 빛이 스쳤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곧 사그라졌고 낯선 이를 보는 듯한 평온만이 남았다.“왔구나...”그가 입을 열었지만 그 목소리는 듣는 이를 거슬리게 할 만큼 거칠고 불쾌한 소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96화

    변여름은 스웨터와 목도리 장갑 한 켤레를 챙겨 왔다.양혁수가 스웨터를 걸쳐보니 몸에 맞았고 목도리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하지만 그는 끈 장갑을 들어 올리며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여름아, 이런 장갑은 아이들이 잃어버릴까 봐 쓰는 거잖아.”변여름은 말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장갑 끈을 그의 목에 걸어주었다.“오빠, 평생 오빠를 위해 장갑을 떠줄 거지만 내가 뜬 장갑은 소중하니까 잃어버리면 안 돼요.”“...”양혁수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착용은 할 수 있겠지만 끈만큼은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털실 장갑은 별로 따뜻하지 않아. 보온성은 가죽 장갑이 훨씬 낫지.”그가 넌지시 말하자 변여름이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끈을 가죽끈으로 바꿔줄게요.”양혁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됐어. 됐어.’두 사람은 한참을 고집스럽게 맞서다가 결국 다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기분이 좋았던 그는 결국 변여름의 달콤한 설득에 넘어가 담요 뜨는 법까지 배우게 되었지만 이내 장난스럽게 시범을 보여달라며 매우 긴 부분은 늘 여름이 대신 떠주곤 했다.“곧 설날이네요.”조용하던 틈에 변여름이 말을 꺼내자 양혁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변여름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오빠, 저희 화서시에 가요.”양혁수의 손이 멈췄다....양혁수는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오성호에게 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다른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부성애가 필요할 나이였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양지원이 준 사랑이 넘쳐흘렀기에 ‘아버지’라는 감정의 빈칸조차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혈연이란 참으로 기묘하고도 무서운 것이었다. 오성호가 아무리 끔찍한 사람일지라도 그는 분명 양혁수의 친아버지였다.그리고 생사의 경계 앞에서 누구도 완전히 무심할 수는 없었다.결국 양지원은 오성호를 죽이지 못했다. 대신 화서시에 가둬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했다.양혁수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오성호를 찾아가지 않았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