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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지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이승하를 비웃었다.

“도대체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 겁니까? 이 여자 때문에 지금 원수인 날 놓아주려 하는 건가요?”

차가운 이승하의 얼굴에는 표정 하나 없었고 그가 복잡한 마음을 감춘 채 싸늘하게 지현우를 쳐다보았다.

“내가 서유를 사랑하든 말든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죠. 다만 한 여자 때문에 이렇게 마음을 너그럽게 먹는다면 결국 나중에는 그 여자 때문에 당신이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승하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지현우는 무심하게 한마디 툭 내뱉었다.

한발 또 한발 물러섰던 이승하는 그가 서유를 헐뜯는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싸늘한 목소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가 내려놓았던 총을 번쩍 들어 지현우의 허벅지를 겨누고 빠른 속도로 방아쇠를 당겼다.

바로 그때, 멀리 있던 연이가 위험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 갑자기 큰 소리로 울었다.

“엄마도 없는데 현우 삼촌까지 없으면 안 돼요. 우리 삼촌 죽이지 말아요.”

아이의 나른한 목소리에 지현우는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뜻밖에도 이승하가 방아쇠를 당기자 그가 무의식적으로 총을 피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총알은 지현우의 다리 옆을 스쳐 지나가더니 곧장 그의 뒤편에 있는 유리창을 뚫고 지나갔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엄청난 소리에 놀란 연이는 크게 울음을 터뜨렸고 울부짖는 아이의 소리에 지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포동포동하고 작은 얼굴에 수정같이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아이가 조지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얼어붙었던 지현우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꼬맹이가 참 이상했다. 아무리 못되게 굴고 욕하고 때려도 여전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고 그의 옆에 찰싹 붙어있었다. 오늘은 위험에 처한 그를 보호하려고 했고 그 때문에 목 놓아 울고 있다. 두 사람은 전혀 아무 사이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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