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윌슨의 입을 열어버리는 소수빈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우리 조직에 들어와요!”소수빈은 차 문을 닫고 윌슨 가족을 병원에 보낸 후 택이에게 말했다.“저는 그만큼 똑똑하지 않아서요.”택이는 그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까지 서유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자신도 그렇게 똑똑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는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며 머리를 한번 흔들더니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전용기를 준비시켰다. 그러고는 소수빈을 데리고 N 국으로 향했다.줄곧 Y 국 상황을 주시하던 지현우의 비서는 윌슨이 그들의 행방을 털어놓은 것을 전해 듣고 다급하게 지현우의 서재로 찾아갔다.“대표님, 이승하 쪽 사람들이 Y 국 별장을 알아내고 윌슨 씨 가족을 협박해 대표님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그래?”지현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얼굴이었다.“오라고 하지 뭐.”그는 여유 있게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지금 당장 뒷마당에 헬기 준비시켜.”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지현우는 미리 준비해둔 녹음 펜과 USB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서재에서 나와 다급하게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연이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를 기다리는 서유를 발견했다.지현우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약속한 한 달이 지났어요. 이제 나 보내줘요.”지현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알겠어요.”서유는 원래 그가 거절하면 미리 준비해온 말로 그를 설득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는 너무나도 흔쾌히 허락했다.그녀는 급작스러운 그의 태도 변화에 오히려 더 의심만 들었다.지현우가 지금 어떤 표정인지 보고 싶었지만 눈이 안 보이니 답답할 따름이었다.“금방 출발할 거니까 방으로 가서 떠날 준비하고 와요.”“설마 같이 가게요?”지현우는 제일 마지막 계단에 서서 허리를 살짝 숙인 채 서유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눈도 안 보
택이와 소수빈은 빠르게 사라진 헬기를 보고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택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사람들에게 헬기를 쫓으라고 명령한 뒤 소수빈과 일부 부하들을 데리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집 안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부하 중 한 명이 서유의 침실에서 녹음 펜 하나와 USB 하나 그리고 [승하 씨에게]라는 메모지를 발견했다.“여기 서유 씨가 대표님께 남기신 것 같은 물건이 놓여있습니다!”택이는 침실로 올라가 바로 녹음 펜 안의 음성 먼저 들었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옆에 있는 소수빈을 바라보았다.“이거 혹시...”그러자 소수빈이 굳은 얼굴로 답했다.“서유 씨 목소리입니다.”그는 택이의 손에 들린 USB를 바로 컴퓨터에 꽂았다.두 사람은 USB 안에 있던 영상을 확인하자마자 마음이 무거워졌다.소수빈은 두 물건을 손에 꽉 쥐고 말했다.“택이 씨는 지현우를 계속 추적해주세요. 저는 일단 돌아가 대표님의 의사를 묻겠습니다.”택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계속 지현우를 쫓았다.소수빈은 빠르게 서울시에 도착한 후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앞에 다다른 그는 손에 든 물건을 꽉 쥐며 혹시 이걸 보고 이승하가 충격을 받는 건 아닐까 하고 잠깐 고민했다.하지만 이제는 그 무엇도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용기를 내어 병실 문을 열었다.이승하는 병상에 누워 있다가 소수빈의 얼굴이 보이자 희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찾았어?”소수빈은 여전히 모든 신경이 서유를 향해 있는 그를 보며 마음이 무거워져 손에 힘을 더 꽉 쥐었다.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직이요...”이승하는 그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데 왜 벌써 돌아와?”소수빈은 손에 든 물건을 이승하에게 건넸다.“계속 서유 씨를 찾을지 말지 대표님의 의사를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이승하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혹시 서유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서유한테 무슨
지현우는 헬기를 어느 한 산골 마을에 세운 후 거기에 세워져 있는 다른 한 대의 헬기로 갈아탔다. 그 뒤로 몇 번을 더 갈아탄 뒤에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R 국에 도착했다.서유는 그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느 한 별장에 도착한 후 품에 있던 연이를 조지에게 넘기며 말했다.“연이 좀 봐주세요. 현우 씨와 할 얘기가 있어요.”조지는 서유가 화를 낼 걸 알았기에 별말 없이 연이를 건네받고 방으로 들어갔다.서유는 두 사람이 떠난 뒤 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희미한 눈으로 지현우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입을 열었다.“당신은 분명히 한 달 뒤에 날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죠?”지현우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며 태연하게 말했다.“처음부터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약속 따위 안 지킨다고.”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천천히 한 모금을 빨아드렸다.서유는 분노를 최대한 억누르며 얘기했다.“지현우 씨, 나는 김초희가 아니라 서유예요. 나도 내 인생이 있다고요. 대체 언니 행세까지 시키며 나를 옆에 두려는 이유가 뭐죠? 언니를 향한 사랑을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내가 목적인가? 나를 망가트리려고?”지현우는 이렇게까지 또박또박 말을 하는 서유를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그동안 그녀는 김초희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며 얌전히 말을 잘 들었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감정이 깃들지 않는 한낱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유는 마치 누가 영혼이라도 불어넣어 준 것처럼 생기있고 활력이 넘쳤다.그는 서유를 빤히 바라보며 연기를 내뿜었다.“초희한테 복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이에 서유는 코웃음을 쳤다.“아니요. 이건 언니를 향한 복수가 아니에요. 나한테 하는 복수라면 모를까.”“마음대로 생각해요. 어차피 내 눈에 당신은 초희일 뿐이니까.”서유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가끔은 이 얼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게 망가트리고 심장도 도려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요.
서유는 아이의 그 작은 행동에 이미 재가 되어버린 마음속에서 일말의 따뜻함을 느꼈다.그녀는 연이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고통을 억누르고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이모 이제 안 울게. 같이 방으로 들어갈까?”“네.”연이는 서둘러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방으로 걸어갔다.너무 세게 운 탓인지 아니면 그간의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든 탓인지 서유는 방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아파 나는 것을 느꼈다.이건 태기보다는 생리통에 가까웠다.서유가 이런 의심을 할 때 다리를 따라 뜨거운 액체가 흘렀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버렸다.그동안 조지는 그녀에게 몸을 건강하게 되돌려 놔야 한다며 기력 보충제와 여러 가지 영양제를 많이 주었다.가끔 속이 메슥거려 토하는 증상도 있었기에 한 번도 임신을 의심해보지 않았지만... 설마... 설마 이 모든 것이 다 거짓말일 줄이야!조지만큼은 굳게 믿었는데, 그가 준 약을 얌전히 다 받아먹은 것도 그를 믿어서였는데 결과적으로 조지 역시 한통속이었다.서유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리더니 실성한 것처럼 방문을 열고 나가 외쳤다.“조지, 왜 날 속였어요! 나 임신 아닌데 왜 임신했다고 속였냐고요! 내가 당신만큼은 믿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래요?”서유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주먹으로 땅을 몇 번이고 내리쳤다. 어쩔 수 없이 잡은 희망이 애초부터 없던 것임을 알게 됐을 때의 고통은 아마 다른 그 어떤 고통보다 더 아플 것이다.조지는 그녀의 외침에 서둘러 방에서 나와 피가 묻은 그녀의 치마를 보며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그는 자괴감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서유가 그 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지현우뿐만 아니라 당신도 증오해요!”서유는 조지 앞에서 무표정인 적은 있어도 이토록 분노를 표출한 적은 없었다.조지는 서둘러 사과하며 그저 당신을 살게 하려고 그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유는 이제 그들이 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다 닦은 후 벽을 짚고
연이는 잠을 자다 말고 비몽사몽 한 상태로 눈을 떴다.깜깜한 방안에 서유가 없는 걸 발견한 아이는 크게 울어버렸다.그 소리에 조지와 지현우가 빠르게 달려왔다.조지는 문을 열고 불을 켠 다음 곧바로 연이를 안아 들고 달래주었다.지현우는 그 어디에도 서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그리고 문을 열었는데... 욕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고 얼굴이 창백한 여자가 욕조에 누워있었다.그 모습에 심장이 철렁한 그는 서둘러 조지를 불렀다.“조지, 당장 이쪽으로 와요!”그러고는 빠르게 서유를 안아 들고 땅에 내려놓은 다음 피가 철철 흐르는 손목을 꽉 눌렀다.조지는 욕실로 들어와 손목을 그은 서유를 보고 마찬가지로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침착하게 행동했다.그는 일단 도우미를 불러 자신의 약 보관함을 가져오게 한 다음 서둘러 지혈을 해주었다.조지의 빠른 대처에 서유는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침대로 옮겨주세요.”지현우는 조지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걸 보고 나서야 그녀를 안아 침대로 옮겼다.조지는 욕실에서 나와 지현우를 향해 말했다.“이제 만족해요?”지현우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복잡한 표정으로 창백한 서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그는 몇 분간 가만히 서 있더니 서서히 앞으로 다가가 서유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조지는 그 모습에 또다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여 설마 하는 마음에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체 당신은 초희 씨 심장을 원하는 겁니까 아니면 서유 씨를 원하는 겁니까?”지현우는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갑자기 뭡니까?”조지는 그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만약 그저 초희 씨 심장을 원하는 거라면 내가 그 심장 다른 몸에 넣어줄 테니 서유 씨는 이제 보내줘요. 하지만 만약 서유 씨를 원하는 거라면 제대로 아껴주세요.”지현우는 그 말에 서유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초희는 자기 심장이 이 여자 몸속에 있기를 바랐어요.
지현우는 비서에게 분부하고 나서 그들을 데리고 자리를 옮겨 산토리니 섬으로 갔다...그 후로 지현우는 서유의 자살을 막기 위해 침대 머리맡에 수갑을 채우고 그녀의 행동을 제한했다.또 서유가 혀를 깨물고 자살하지 않도록 하인에게 24시간 예의주시하라고 명령했다.그는 서유의 자살을 철저히 막은 다음 조지에게 그녀의 치료를 맡겼다.이번에는 서유의 눈약을 끊지 않고 오히려 더 신경을 써서 최고의 의료 장비를 운반해 그녀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서유는 지현우의 노력에도 죽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3개월 후 조지는 태블릿을 가져왔다.그는 스크린의 뉴스를 켜고 서유에게 건넸다.“보세요, 승하 씨는 JS 그룹 본사 재건 기자회견에 참석했어요. 죽지 않았다고요.”영상에서 값비싼 양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우아하고 존귀한 분위기를 자랑했다.신이 조각한 듯한 정교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향해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희미하고 매력적인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기자들이 묻자 그는 8년 전 서유가 처음 만난 이승하처럼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마치 예전으로, 아니 심지어 예전보다 더 차가운 것 같았다. 눈에서 비치는 한기는 극도로 차가웠다.서유는 영상 속의 그를 보고,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점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승하가... 정말 죽지 않았다고?이번에는 지현우가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지현우의 말을 믿지 않고 3개월 동안 기다렸다.지난 석 달 동안 그녀는 계속 자살을 시도했다. 조지가 그녀를 구하지 않고 연이가 옆에서 힘이 되어 주지 않았다면 서유는 이미...서유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점차 시야가 흐릿해졌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의 차갑고 고귀한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비록 손끝에 닿은 건 차가운 화면이었지만 죽은 재 같은 서유의 가슴에 일말의 희망이 타올랐다.‘그래, 사랑한다는 말을 다음 생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이번 생에 직접 말하자!’서유는 영상 속의
지현우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고, 서유는 연이를 끌어안고 졸음을 억지로 버티며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현우는 지난 3개월 동안 서유를 거의 보지 않았고, 보더라도 못 본 척하고 돌아섰다.오늘 별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서유와 연이가 보였지만 늘 그랬듯이 무시하려 했다.그가 걸음을 옮기려 하자 서유가 그를 불렀다.“저 몸 거의 다 나았으니까 내일 떠날 생각이에요. 연이 데리고 갈게요.”그녀는 지현우와 계속 시간을 낭비할 인내심이 없었고 차가운 얼굴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지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본인 아이도 아닌데 왜 데리고 가죠?”서유는 침착하게 대답했다.“연이는 언니 아이예요. 제가 이모니 당연히 보호자로서 데려갈 자격이 있죠.”지현우는 코웃음을 쳤다.“그 말은 난 양육할 자격이 없다?”서유가 차갑게 대답했다.“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이 잘 알겠죠.”지현우는 그녀가 예전처럼 날카롭고 말끝이 사나운 것을 보고 그녀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승하의 뉴스를 봤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서유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본 후 말했다.“당신이 급하게 빨리 만나고 싶어 해도 그 사람은 당신 만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울면서 나 찾아오지나 말아요.”서유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의 비꼬는 말을 무시하고 차갑게 대답했다.“연이 이제 여섯 살이에요. 학교 가야죠. 나랑 서울에 보내든지, 아니면 아이 아빠에게 보내요. 계속 여기 남아 당신 따라다니는 건 말도 안 돼요.”지현우는 그 말을 듣더니 짙은 눈썹을 찡그리고 서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트 손잡이에 두 손을 짚고 허리를 굽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잘 들어요. 여기 남아 연이를 돌보든지, 아니면 혼자 가든지. 너무 욕심부리지 마요!”그는 이미 김초희의 심장을 놓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초희의 아이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서유는 계속 지현우와 도리를 따지려 했지만 연이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이모 먼
서유는 오랫동안 침대 머리맡에 갇혀 두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몰랐고, 철든 연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연아, 삼촌은...”서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이는 몸부림치며 그녀의 몸에서 내려왔고, 두 팔을 벌려 지현우에게 안겼다.지현우는 거절하기는커녕 오히려 연이를 들어 올렸다.연이는 그의 품에 안겨서 통통한 작은 손을 들어 서유를 향해 휘둘렀다.“이모, 걱정하지 말고 가세요.”서유는 지현우의 품에 안겨 위층으로 올라가는 연이를 멍하니 보았다.그녀는 연이의 양육권을 쟁취하고 싶었지만 연이가 진심으로 지현우의 옆에 있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볼수록 그들이 닮은 것 같았다.문득, 연이가 지현우와 언니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서유는 그 생각에 깜짝 놀라 얼른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떨쳐버렸다.이번에 지현우는 확실히 약속을 지켰다. 서유를 놓아주고, 그녀를 위해 특별히 비행기까지 준비했다.서유는 연이와 아쉽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차를 타고 별장을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혼자 만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를 때, 서유의 마음은 서서히 흥분에 차기 시작했다.그녀가 반년 넘게 그리워하던 사람을 곧 볼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서울은 이미 겨울이었다. 서유가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하늘에는 첫눈이 내렸다.얇은 옷을 입은 그녀는 두 팔을 껴안고 JS 그룹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지현우는 그녀를 놓아줬지만 돈이나 그 어떤 전자장비도 주지 않은 채 귀국시켰다.서유는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았고,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그녀는 찬바람과 첫눈을 맞으며 JS 그룹 입구에 도착했다. 이승하를 찾으려 할 때 경비원이 가로막았다.“잠시만요. 예약하셨나요?”서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경비원에게 말했다.“이승하 씨를 만나러 왔어요. 말 좀 전해 주세요. 제가...”경비원은 예의 바르게 말을 끊었다.“죄송하지만, 매일 수없이 많은 여성분이 저희 대표님을 찾으러 오십니다. 만약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