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나의 이름
어느덧 결혼 30주년을 맞이한 우리 부부는 그해 서로 등 돌리게 되었다.
그날 임시로 출장이 잡혔던 남편은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난 이미 식어버린 음식을 바라보다가 마음마저 식어버리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 결혼기념일에 난 남편의 호텔 체크인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출장 나왔으면 당연히 호텔에서 묵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남편은 무엇인가 숨김이 있었고 난 호텔 내부를 영상으로 보여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제 발이 저린 남편은 이내 답장하지 않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들 역시 내 편이 아니었다.
“엄마, 제발 좀 그만해요. 밤낮없이 일하러 다니는 아빠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모든 사람의 눈에서 난 행복하고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자상한 남편을 둔 아내로서 어엿하게 자란 아들을 둔 엄마로서 난 응당 행복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보게 된 순간 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남편도 아들도 내가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줄 착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혼하고 싶어.’
힘들게 살아온 지난 30년의 막을 이쯤에서 내리고 싶었다.
[나 원 참, 노망났어? 그딴 소리 좀 하지도 마.]
남편은 나를 붙잡기 위해서 어두운 밤을 뚫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었다.
그러던 도중에 그만 차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말았다.
남편은 그로 인해 나한테 아내 자격이 없다는 둥 엄마 자격이 없다는 둥 갖은 쓴소리를 퍼부었다.
눈이 돌아간 버린 아들을 바라보면서 병상에 누워 병약한 척 하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난 마음속으로 쓰고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아픈 척, 가여운 척, 억울한 척... 그깟 연기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럼, 어디 한번 끝까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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