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에서 주인공으로
10년 동안 만나온 남자친구랑 드디어 부부로 되던 날이었다.
결혼식 당일, 남자친구의 첫사랑이 찾아와 나 대신 신부 자리에 앉겠다고 했었다.
나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의 결혼반지를 끼꼬서 그녀는 세상 아련한 모습으로 나의 남자를 넘봤었다.
“이현 언니, 저 많이 아파요.”
“언니는 앞으로 평생 오빠 곁에서 행복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제발 결혼식만은 저한테 양보해주세요.”
그 소리를 들은 남자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편을 들었었다.
“소이현, 욕심 좀 그만부려! 나랑 혼인신고도 하고 내 아이까지 품고 있잖아! 그 많은 걸 얻고서 결혼식 하나쯤은 양보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적나라한 하객들의 손가락짓까지 신부인 난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어버렸었다.
하지만 난 눈물 하나 흘리지 않고 덤덤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었다.
아이를 지우겠다고 산부인과에 예약을 하고나서 난 남친의 첫사랑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결혼식도 10년 동안 쓰다 남은 쓰레기도 너한테 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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