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진료 마지막 환자를 보낸 후 진태하는 가운을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금방 갈게.”이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고 정혁수가 목청을 높였다.“형, 전 이미 식당에서 밥 먹고 있어요. 조카가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던데 모처럼 왔으니 맛있는 거나 사줘요.”휴대폰을 들고 걸어가 손잡이를 잡는 순간 진태하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조카?”“네, 그저께 밤에 클럽에서 만난 예쁜 여자요. 형을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어요?”정혁수는 밀지 말라고 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형한테 알려주려고 했는데 괜찮다네요. 일하는 데 방해될까 봐 밖에서 기다린다며, 어찌나 철이 들었는지.”“이제 제 차례가 왔으니 이만 끊어요. 얼른 조카 데리고 밥 먹으러 가요. 점심때 식당들이 대기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서둘러요.”그러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진태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살을 찌푸렸다.문을 열자 휴게실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오서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인스타를 다시 다운 받아서 한창 눈팅하던 중이었다. 오전에 파파라치가 임다정과 강지후의 연애 소식을 폭로하고 당사자가 직접 인정까지 하자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과거를 파헤치며 지지글을 올리기 시작했다.소꿉친구, 찰떡궁합, 천생연분...오서린은 목격담을 보고 나서야 작년 크리스마스에 강지후가 임다정과 함께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은 출장 간다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광고 촬영이 있다고 해서 당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임다정이 올린 로맨틱한 저녁 식사 사진 속 남자는 손목에 그녀가 선물한 아르마니 시계를 차고 있었다.오서린은 화가 나서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이때, 늘씬한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고 고개를 들자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를 발견했다.그는 오늘 검은색 셔츠를 입고 바지도 같은 계열의 색상을 매치했으며 단추는 목 끝까지 채웠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자체만으로 남성미를 물씬 풍겼다.진태하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