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역사 / 마황의 귀환 / 챕터 1 - 챕터 10

마황의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30 챕터

제1화

천마봉 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열중하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하늘에는 해와 달이 함께 떠 있고 따스한 햇살과 음산한 달빛이 동시에 대지를 내리쬐고 있었다. 남자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하늘로 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햇빛과 달빛이 한곳에 모이며 남자의 손바닥에 흡수되었고 이내 하늘이 어두워졌다.그리고 곧 스산한 바람이 휘휘 불면서 수많은 악귀들이 울부짖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바람이 불며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니 남자의 남다른 이목구비가 나타났다.하늘의 두 줄기 빛이 남자의 체내에 흡수되자 햇빛과 달빛이 서서히 어두워졌고, 그에 반해 남자의 기세는 점차 강해지면서 그의 주위로 검은색 기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남자가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가는 걸 느끼고 있을 때 짙은 검은색의 기체가 남자를 완전히 뒤덮었고, 남자는 길게 숨을 내쉬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쿠궁!그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천마봉 주변에 있는 네 개의 산봉우리가 불시에 폭발했다. 그 충격으로 천마봉은 끊임없이 뒤흔들렸고 해와 달의 정수를 흡수한 남자는 두 눈을 번쩍 뜨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바로 이때 하늘을 가를 듯한 소리와 함께 일곱 개의 빛줄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 앞에 나타났다. 이내 빛들이 사라지고 일곱 명의 엄청난 기세를 내뿜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남자는 본능적으로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면서 눈앞의 일곱 사람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너희들은 줄곧 우리와 같은 마도 수행자를 경멸했지.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천마봉에 온 것이지?”“마황 문일범.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정녕 모르는 것이냐?”흰 수염의 노인이 수염을 쓸면서 경멸 어린 시선으로 문일범을 바라보았고 문일범은 살짝 흠칫하며 조심스럽게 그를 떠보았다.“검황 늙은이, 나는 당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모르는 척하지 마. 눈치가 있다면 당장 구유비록을 내놔.”여도사 한 명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큰 소리로 거만하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문일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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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달이 먹구름에 가려져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 한 차례 전투라도 있었는지 고요한 숲속에 시체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광경은 실로 참혹해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탓에 주변에 있던 야수들이 그곳에 몰려들어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다.“으음...”야수들이 시체를 씹어먹는 소리가 나는 와중에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 속에서 소년의 신음이 들려왔다.야수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약속이라도 한 듯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다가 그곳으로 서서히 다가갔다.펑!한 차례 굉음이 나면서 두 구의 시체가 양쪽으로 치워졌고 시체 더미 사이에서 사람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에 먼지투성이였고 야수들은 깜짝 놀라 서둘러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상대가 살아있는 인간임을 확인한 야수들은 다시금 탐욕스러운 눈빛을 번뜩이며 서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그러나 소년은 위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이게... 지금의 나라고?”소년은 두 손을 들어 살펴보았다. 그의 눈빛이 조금 몽롱했다.으르렁!이때 갑자기 늑대 한 마리가 울부짖으면서 소년을 향해 달려들었다.그 소리에 소년은 머리를 홱 돌리며 피투성이인 얼굴로 살벌하게 늑대를 노려보았다. 소년의 두 눈에서 보이는 살기가 마치 예리한 검날처럼 늑대를 위협했다.척.소년을 덮치려고 했던 늑대는 돌연 멈춰서더니 몸을 벌벌 떨면서 겁을 먹은 것처럼 뒤로 물러났다. 다른 야수들 또한 살짝 놀라더니 악마와도 같은 소년의 눈빛을 살펴보며 물러났다.비록 소년은 아주 허약해 보였지만 야수들은 본능적으로 그 소년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걸 직감했다.주위가 조용해지자 소년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소년의 이름은 문기범으로 올해 열다섯 살이었고 귀운산장 홍씨 가문의 하인이었다. 그는 근심, 걱정 없는 삶을 살고 있었는데 사흘 전 흑영산 산적들이 홍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와 호위무사들은 도련님과 아가씨가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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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퍽!문기범은 호위무사의 겁에 질린 눈빛을 무시하고 그의 정수리를 내리친 뒤 공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검은색의 기류가 그의 손에서 흘러나오더니 벌레처럼 꿈틀대며 호위무사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검은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가자 호위무사의 안색이 달라졌다.공포에 잠식되었던 그의 표정은 고통 때문에 일그러졌고 출혈 과다로 창백해졌던 안색은 서서히 검게 변했다. 잠시 뒤, 호위무사는 검은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그 탓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의 형체를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그 광경에 문기범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보기 드물게 흥분한 기색을 살짝 드러냈다.천마대화결은 다른 이의 힘을 자신의 공력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힘들게 수련한 원력을 쉽게 빼앗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체내에 흡수되더라도 몸이 배척할지도 몰랐다. 특히 앞으로의 수련을 위한 기반이 되는 것만큼 반드시 신중히 다뤄야 했다.그래서 문기범은 우선 타인의 원력을 마화하여야 그것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었다.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힌 문기범은 손에 힘을 주었다. 검은 기류들은 호위무사의 몸에서 그의 몸으로 흘러들었고 그에 따라 호위무사의 검은 몸이 빠르게 말라갔다.반 시진 뒤, 문기범은 손을 거두어들이고 가부좌를 틀더니 새로 얻은 체내의 원력을 정제하기 시작했다.호위무사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쿵 소리를 냈고 그의 몸은 이내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마치 천 년 된 시체가 지하 깊숙한 곳에서 밖으로 꺼내졌다가 풍화된 것처럼 호위무사의 몸은 모래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구유마제가 창조한 천마대화결은 다른 이들의 공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력까지 빨아들일 수 있었다.강력한 검은 기류가 거센 물줄기처럼 문기범의 체내에서 난폭하게 날뛰었다. 문기범은 황급히 감정을 추스르며 공법을 사용하여 그 힘을 자신의 근맥으로 유도하였고, 그것은 끊임없이 근맥의 장벽을 밀어붙이며 서서히 근맥을 넓혀 갔다.취기경 고수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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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문기범은 깜짝 놀라며 가슴팍을 꽉 부여잡았다. 그는 통증 때문에 바닥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하면서 혼잣말했다.“어떻게 된 거지? 주화입마에 빠지려는 건가?”그런 생각이 들자 문기범은 문득 두려워졌다. 천마대화결 초기에 주화입마에 빠지게 된다면 그동안 쏟았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마 평생 수련할 수 없게 되어 영원히 폐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그러나 그 통증은 이내 사라졌고 문기범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길게 숨을 내쉬었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그는 가슴을 어루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가 다시 걸음을 내디뎠을 때 또 한 번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다.“이건 주화입마가 아니라... 심마야!”이유를 짐작하게 된 문기범은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마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수련하면서 심마를 방치한다면 결국 주화입마에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문기범은 빠르게 심마의 근원을 찾아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문기범은 조금 불편함을 느꼈다.마황인 문일범이 몸을 차지하기 전까지 문기범은 홍씨 가문의 충실한 하인이었다. 홍씨 가문 아가씨는 그에게 매우 잘해주었고 문기범은 평생토록 홍씨 가문에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맹세했었다. 그리고 문기범은 죽기 전 홍씨 가문을 수호하지 못한 것에 한이 맺혀서 그러한 집념을 품은 채로 눈을 감게 되었다.바로 이때 마황의 원념과 문기범의 집념이 하나가 되었다. 마황은 문기범의 영혼과 몸을 차지하여 부활할 수 있었지만 대신 문기범의 집념이 마황에게 일종의 계약처럼 작용하여 그를 속박했다.간단히 말하자면 마황은 문기범 덕분에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으니 문기범을 대신하여 홍씨 가문을 평생 지켜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심마가 마황을 괴롭힐 것이다.“젠장, 이 자식의 집념은 왜 이래? 왜 하필 다른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거야?”문기범은 황당한 동시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마황인 문일범이, 성역 팔황 중 최강자인 그가 보잘것없는 가문에 발목 잡혀야 한다니.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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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문기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홍은진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홍은진도 아마 그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문기범이 괜히 싸움에 휘말려 죽는 걸 바라지 않았기에 그가 호위무사들 사이에 몸을 숨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었다.“다들 뭘 넋 놓고 있어? 어서 저 자식을 끌고 와. 괜히 우리까지 창피해지잖아.”홍은진이 다시 한번 호위무사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그러나 호위무사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서늘한 검이 문기범의 목에 닿았다.“잠깐!”손경진은 차갑게 웃으면서 홍은진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홍은진의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말했다.“하하하... 아가씨는 여전히 선하시군요. 미쳐버린 하인까지 구하시려고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홍은진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화가 난 얼굴로 호통을 쳤다.“손경진, 미친 사람도 봐주지 않을 생각인 거야?”“하하하... 제 뜻은 변하지 않습니다. 죄 없는 자들이 이 일에 연루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어서 회룡장을 내놓으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문기범 이 자식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손경진이 그렇게 얘기하자마자 검으로 문기범의 목을 겨누고 있던 산적이 문기범의 얼굴에 검을 가져다 대면서 비열하게 웃었다.홍은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는 듯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괴로운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그 광경을 본 문기범은 홍은진의 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홍은진은 비록 적에게 무술을 넘겨 그를 살려줄 생각은 없었으나 하인을 위해 잠깐이라도 망설인 것만으로도 문기범은 그녀에게 감동을 받았다.그러나 지금부터 살아남으려면 문기범은 반드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문기범은 고개를 돌려 검을 든 산적을 힐끗 보았다. 뚱뚱한 편이고 키는 그와 비슷했으며 실력은 축기 7기 정도인 듯했다.‘해결할 수 있겠어.’문기범은 두 주먹을 꽉 쥐면서 체내의 원력을 왼팔에 집중하며 눈빛을 번뜩였다.“아가씨, 이렇게 고집스러우신 줄은 몰랐습니다. 결국 문기범이 아가씨를 위해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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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문기범은 한 손에 홍재호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홍은진을 잡고서 미친 듯이 달렸다. 등 뒤에서는 홍씨 가문의 호위무사와 산적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 저들을 버릴 수는 없어.”홍은진은 문기범에게 이끌려 수백 미터를 달린 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말했다.그러나 문기범은 홍은진의 말 따위 무시하고 계속하여 앞으로 달렸다.“이거 놔!”홍은진은 문기범이 명령을 듣지 않자 그의 손을 뿌리쳤고 문기범도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는 반드시 돌아가야 해. 난 홍씨 가문의 호위무사들이 우리 때문에 희생하는 걸 지켜볼 수 없어.”“돌아가면요? 그 산적들을 전부 때려눕힐 수는 있어요?”문기범이 덤덤히 말했다.홍은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휴,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손경진 그 늙은이는 취기 6중의 실력자야. 나는 취기 3중이고 호위대장은 취기 4중이지. 우리 둘이 연합한다고 해도 그 늙은이의 상대가 되지는 못해.”“돌아가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거네요. 그러면 그냥 가요.”문기범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홍재호를 안고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그런데 바로 이때 홍재호가 버둥거렸다.“일개 하인 따위가 감히 주인님에게 그딴 식으로 얘기해? 어서 우리 누님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시켜 널 혼쭐내줄 거야.”문기범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발버둥 치는 홍재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홍은진을 바라보았다. 홍은진도 살짝 화가 난 얼굴이었다. 문기범은 그제야 지금의 그가 홍씨 가문의 하인이고 조금 전 그가 한 말이 불경스러운 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진짜 문기범이 아니기 때문이다.게다가 홍씨 가문은 거의 멸문 직전인데 뭘 믿고 거들먹거린단 말인가?심마가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면 마황인 그는 그들의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저를 혼쭐내주겠다고요? 저한테 혼쭐나고 싶으세요?”문기범은 홍재호를 흘겨보면서 말했다.“감히 네가 날 혼쭐낸다고?”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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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두 시진 뒤, 세 사람은 안개가 짙게 낀 숲에 도착했다.흰 안개에 휩싸인 숲을 본 순간 문기범의 눈빛이 번뜩였다.“이곳이 바로 안개숲이야. 일 년 내내 안개로 둘러싸인 곳이라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빠져나오기 힘들어.”홍은진은 망설이는 눈빛으로 눈앞의 숲을 바라보았다.“안개숲에 잠깐 몸을 숨길 수 있긴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영원히 이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몰라.”그러나 문기범은 그녀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관찰하다가 동쪽에 있는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본 순간 눈을 빛냈다.“저곳이 바로 흑영산인가요?”문기범은 그 산을 가리키면서 물었고 홍은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우리 아버지께서는 흑영산의 주인은 아버지와 엇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어. 지난 수십 년간 흑영산과 우리 홍씨 가문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흑영산의 산적들이 갑자기 우리 산장을 습격했어.”“하하하... 훌륭한 곳이네요.”문기범은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진심으로 칭찬했다.“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 중앙에는 기린이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라... 이 숲은 이미 그 자체로 대진을 이루고 있어!”문기범은 혼잣말했다.“다만 애석하게도 그걸 알아채서 이용한 사람이 없을 뿐.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왔으니 이곳은 제2의 천마산이 될 거야.”문기범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그는 이 산의 진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곳은 성역에서도 오직 성자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성지였다.“아가씨, 이곳에서 손경진 일당을 죽이는 건 어떤가요?”문기범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고 홍은진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지금 그들은 세 명뿐이고 상대방은 그들보다 수도 많은 데다가 실력도 더 강했다. 숨는 것도 어려운데 무슨 수로 그들을 죽인단 말인가?홍재호는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면서 문기범을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일개 하인이면서 큰소리만 칠 줄 알지!”“또 엉덩이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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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어... 어떻게...”“제가 어떻게 했는지는 일단 신경 쓰지 말고 지금부터 저를 따라 하세요. 이건 미혼진이라고 적의 이성을 교란하는 진법이에요. 음살을 이용하여 적을 섬멸하는 것이죠.”홍은진은 멍한 표정으로 문기범의 수인을 따라 했다. 그러나 문기범은 아주 빠르고 또 매끄럽게 수인을 맺었고 홍은진은 그 과정을 전부 지켜보았지만 기억하지 못해서 손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어휴, 왜 이렇게 멍청해요? 이건 가장 간단한 수인들이라고요.”문기범은 홍은진이 자신을 따라 하지 못하자 조금 짜증이 나서 말했다.“이 정도 수준이면 손경진 일당이 쫓아왔을 때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있어요. 정말 바보 같네요.”홍은진은 어렸을 때부터 쥐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기에 이런 취급을 처음 받아보았다. 게다가 하인에게서 욕을 듣게 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연습했다.옆에 있던 홍재호는 누이가 모욕을 당하자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문기범을 힘껏 밀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빌어먹을 놈, 우리 누님을 괴롭히지 마!”문기범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는 어린아이와 싸울 여력이 없었다.조금 전 진법을 펼쳤을 때 그는 자신의 원력으로는 진법을 펼칠 수만 있을 뿐 그것을 조종할 수 없다는 걸 발견했다.완벽한 음살진이었다면 조종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손경진 일당을 해치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얻은 영석은 겨우 천여 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곳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대진이라서 영석만으로도 진안을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면 문기범은 불완전한 진법조차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이때 진법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취기 3중인 홍은진뿐이었다.그러나 진법 수인은 상당히 복잡했고 지금 당장 그것을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결국 문기범은 어쩔 수 없이 뒤에서 홍은진을 안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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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들은 마치 실에 꿰인 구슬처럼 손에 붉은 실을 쥐고 흰 안개 속을 누볐다. 문기범이 가장 앞에서 걸었고 손경진이 뒤에서 문기범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의 옷을 꽉 잡고 있었다.안개가 너무 짙게 낀 탓에 꼭 붙어 있어도 서로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촉감에 의지하며 혹시라도 일행과 떨어지지 않게 바짝 붙어서 걸었다.안개숲 중심에 도착하여 더는 아무도 도망칠 수 없게 되었을 때 문기범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왜 그래?”손경진은 살짝 당황하며 불안해했다. 문기범의 옷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문기범은 씩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저는 여기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황천길은 알아서 걸으세요.”손경진은 그제야 뒤늦게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어 문기범을 자신의 곁으로 끌고 온 뒤 그를 공격했다.찌지직 소리와 함께 옷이 찢겼다. 그러나 옷에 감싸인 것은 문기범이 아니라 큰 바위였다.문기범은 언제 도망친 것일까?손경진은 경악한 표정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혹시라도 문기범이 허튼수작을 부릴까 봐 줄곧 그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결국 함정에 빠져버렸다.“어서 돌아가야 해.”손경진은 황급히 몸을 돌리며 초조하게 말했다.사람들은 그 말을 듣더니 서둘러 붉은 실을 잡고 돌아가려고 했다.그런데 바로 이때 안개 속에서 제일 마지막에 서 있던 사람이 외쳤다.“큰일입니다. 돌아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붉은 실이 끊어졌어요.”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었다. 다들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안개숲에 들어왔는데 붉은 실이 끊어졌으니 어떻게 무사히 돌아간단 말인가?손경진은 이를 악물면서 발을 굴렀다.“젠장, 망할 놈이 나를 농락했어. 여봐라, 홍씨 가문의 호위대장을 데려오거라.”“큰일입니다. 호위대장이 사라졌습니다.”“빌어먹을!”손경진은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고 바닥에 1미터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손경진은 평생 노련하고 주도면밀하게 살아온 자신이 머리에 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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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진귀진, 토귀토, 구유마살귀아속.”문기범이 수인을 맺는 순간, 대진을 조종하던 홍은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음살진의 통제권을 잃었고 조금 전까지 보이던 손경진 일당의 상황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홍은진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수인을 맺었지만 더는 대진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끄악...”돌연 안개숲의 곳곳에서 사람들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손경진 일당은 이 순간 완전히 어둠에 잠식되었지만 의식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들은 검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자신의 체내에서 빠져나오는 걸 느꼈다.검은 무언가가 하나씩 빠져나갈 때마다 그들은 살이 잘리는 듯한 고통 때문에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검은 것이 전부 빠져나간 뒤에야 비로소 비명이 그쳤다. 이때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그들의 몸은 천 년 된 미라처럼 변했고 바람이 불자 가루가 되어 허무하게 흩어졌다.문기범은 가부좌를 틀고 검은 안개 속에 앉아 있었다. 수천 개는 될 듯한 검은 것들이 마치 벌떼처럼 문기범을 향해 돌진했다.문기범은 평온한 표정으로 검은 것들을 전부 받아들였고 그의 안색 또한 손경진 일당처럼 서서히 까매졌다. 그러다 검은 것들이 전부 체내로 들어오자 문기범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파직.눈 깜짝할 사이 문기범은 축기 6기가 되었다.파직.또 한 번 소리가 들려왔다. 축기 7기를 뛰어넘은 것이다.곧이어 축기 8기, 축기 9기, 마지막엔 축기의 최고 단계까지 도달했다.천천히 눈을 뜬 문기범은 심호흡을 하며 두 주먹을 쥐더니 계속하여 실력을 끌어올렸다.이번에는 조금 전처럼 쉽지 않았다. 음살이 가져다준 마화된 원력이 거의 다 소모된 탓이었다. 그러나 오랜 경험의 소유자인 문기범은 원력이 고갈되었을 때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더 값지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문기범은 이를 악물고 계속하여 공법을 사용했다. 그는 음살이 가져온 원력을 전부 쥐어 짜낸 뒤 자신의 남은 원력으로 마지막 돌격을 했다.파직.굉음과 함께 문기범은 무언가 부서지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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