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손은비가 맞은 걸 가장 통쾌하게 여긴 건 바로 홍은진이었다. 이 점은 방성훈도 눈치챘을 터, 문기범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기범은 더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악연이 생긴 이상 상대방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손씨 가문은 칠세가와 관련된 가문이로군요.” “어, 어떻게 알았어?” 홍은진의 손이 덜컥 떨리며 불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그녀는 문기범이 장난이라고 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문기범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진지했다. “아까 그 여자가 외쳤어요. 어하칠세가의 위력을 똑똑히 보여주겠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무의식중에 어하칠세가를 건드리게 된 거야?” 순간 홍은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사고가 멈춘 듯 굳어버렸다. 방성훈 역시 눈알이 툭 튀어나올 듯하며 심장 박동이 멈춘 것 같았다. 그 순간, 온 세상이 멸망이라도 한 듯 고요해졌다. “문기범, 어서 손은비 씨에게 사과하러 가자.” 홍은진은 다급하게 문기범의 소매를 잡고 채씨 가문 저택 쪽으로 가려 했지만 문기범은 마치 땅에 박힌 말뚝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 가봤자 죽으러 가는 겁니다.” 문기범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이 말에 홍은진은 멍하니 주저앉으며 무력감에 빠졌다. 문기범의 말이 비록 가혹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사실이었다. 어하칠세가를 건드린 것을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그들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범 형님,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죠?” 갑자기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홍재호가 어느새 문기범 앞에 서서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의외로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건 문기범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평소 남을 얕보기 일쑤였던 이 말썽꾸러기가 이렇게 순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줄이야. “이제 저를 개 같은 놈이라 부르지 않는군요?” 문기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 “기범 형님은 저희 남매 생명의 은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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