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됐어.”안다혜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사람 그런 자리 안 좋아해.”안다혜는 진심이었다.윤해준은 워낙 도도한 사람이라 그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다. 안소현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그녀는 당연히 안다혜가 결혼했다는 소문을 들었다.하지만 혼인 신고도 조용히 한 걸 보면 안다혜의 남편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인 게 분명했다.“아쉽네.”안소현은 아쉬운 듯 농담했다.“네 형부가 네 결혼 소식을 듣고 인사하고 싶어 하던데.”“엄마는 결혼은 안씨 가문의 규칙이라고 하셨잖아요.”안다혜는 김미진을 보고 차분하게 말했다.“그리고 내 남편이 누구든 상관없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안씨 가문 때문에 그 사람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김미진은 인상을 쓰며 차갑게 말했다.“네 언니도 널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네가 싫으면 어쩔 수 없고. 나중에 보면 되지.”안다혜는 무표정했다.그녀는 확실히 안씨 가문 일 때문에 윤해준이 불편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그녀를 엄격하게 키웠고 몸이 약한 언니 대신 안씨 가문의 책임을 짊어지도록 교육했다. 그래서 그녀는 인생에서 두 번 크게 반항했다. 한 번은 서진우를 만났을 때였고 또 한 번은 윤해준과 결혼했을 때였다.그녀는 안씨 가문의 책임을 질 수 있었다.하지만 윤해준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생각에 잠긴 채 회의실을 나섰다. 이때 서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비웃으며 말했다.“다혜야, 내가 준 물건 어딨어? 설마 갖고 있으려는 건 아니겠지? 너 진짜 웃기네.”안다혜는 그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그 싸구려 선물들을 떠올리자 예전에 자신이 그런 싸구려 선물들을 소중히 여겼던 것이 한심했다. 정말 과거로 돌아가 연애 감성에 취한 자신을 확 깨우고 싶다.그녀는 차갑게 말했다.“물건은 돌려줄 수 있어. 근데 할 얘기 있으니까 직접 만나서 얘기해.”서진우는 비웃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것은 결국 자신을 보고 싶다는 뜻이 아니겠는가.하지만 그는 빨리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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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안다혜는 리스트에 적힌 내용을 따라 천천히 입을 열었다.“2022년 11월 8일, 고열에 시달리는 남자 친구 간호, 간호비 시세 12만원. 11월 23일, 남자 친구에게 급한 서류 전달, 왕복 세 번, 거리 12km, 총 6만 원.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남자 친구에게 3년 동안 직접 만든 도시락과 영양탕 제공. 총 1660만 원...”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머릿속에는 그 황당했던 3년이 스쳐 지나갔다.값어치 없는 남자를 위해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었다.심지어 그를 위해 요리와 국 끓이는 법을 배웠고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과 국을 배달했었다.결국, 두 사람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옛날이야기를 꺼내며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서진우는 처음엔 조용히 듣고 있다가 안다혜가 하나하나 낱낱이 계산을 끝내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얼굴이 굳어졌다.‘안다혜가 언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했었던가? 더군다나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과거 일을 들추는 건 자신이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았는지 깨닫고 마음을 돌리길 바라는 속셈인가? 이 여자, 정말 꿍꿍이속이 깊군!’“그만!”서진우는 차갑게 안다혜의 말을 끊었다.“다혜야, 이렇게 계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이 모든 게 네가 좋다고 한 일 아니었어? 결국 네가 내놓기 싫은 건 내가 전에 사준 선물들이겠지! 헤어졌는데도 내 선물들을 갖고 싶어 하다니, 너는 역시 뼛속까지 속물이야!”“맞아요. 안다혜 씨. 이 모든 건 진우를 기쁘게 하려고 그쪽이 자진해서 한 일이잖아요.”심서아는 마치 사랑에 휘둘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을 보듯 안쓰럽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진해서?”안다혜는 ‘자진해서'라는 네 글자를 곱씹으며 비웃듯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진우가 나에게 선물한 것들도 자진해서 준 거죠. 제가 먼저 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그 선물들은 서진우가 자신을 달래기 위해 준 것에 불과했다.그녀는 확실히 눈앞의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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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서진우는 이를 악물고 안다혜를 노려봤다.옆에 있던 심서아의 얼굴에서도 핏기가 가셨다.레스토랑에 구경꾼들이 점점 몰려들자 서진우는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카카오페이!”안다혜는 태연하게 휴대폰을 꺼내 서진우가 QR 코드를 스캔하도록 했다.돈이 들어오자 안다혜는 입꼬리를 올리고 나지막이 웃었다.“고마워, 전 남친.”‘괜찮네. 3년 사이에 2200만은 벌었으니까.’서진우는 험악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고 심서아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황급히 뒤따라 나갔다.깔끔한 레스토랑에서 윤해준의 시선은 저 멀리 안다혜에게 머물렀고 옆에 있던 사업 파트너는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곧이어, 그의 흥미로운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다혜에게 향했다.“여자 친구예요?”“아니요.”윤해준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창한 프랑스어로 말했다.“제 아내입니다.”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남자는 놀랍다는 듯 윤해준을 바라보았지만 윤해준의 눈 속에 떠올랐던 부드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이성적이고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스미스 씨, 방금 제시한 조건은 저의 최종 제안입니다. 동의하지 않으시면 우리의 협상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습니다.”...안다혜는 윤해준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다.서진우가 떠난 후, 안다혜는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다.그때 윤해준의 비서가 그녀에게 다가와 정중하게 말했다. “안다혜, 저는 윤해준 씨의 비서입니다. 대표님께서 곧 미팅이 끝나시니 차에서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윤해준도 여기에 있다고?’안다혜는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녀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윤해준의 차에 올라탔다.차 안은 적당한 온도였고 안다혜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깨어나는 순간, 그녀는 강한 소유욕과 과도한 부드러움이 뒤섞인 시선을 느꼈다.눈을 뜨자 윤해준의 따뜻하고 깊은 눈빛과 마주쳤다.“깼어?”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였다.윤해준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피곤해? 안 피곤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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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윤해준이 멈칫하더니 눈동자에 웃음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안다혜의 허리를 감싸안은 윤해준이 허리를 숙이더니 느긋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정아. 나는 누군가를 쫓아다닌 적이 없어. 미색에 현혹됐다고 해도 좋고 이런데 무뎌서 이제 알아챘다고 해도 좋은데 우리 한번 제대로 만나보는 건 어때?”다정은 안다혜의 애칭이었고 어릴 적에 가족들이 즐겨 부르던 이름이었는데 윤해준의 입에서 다시 듣게 될 줄은 몰랐다.‘오빠가 어떻게 알았지?’안다혜는 가슴이 철렁해 윤해준을 빤히 올려다보며 빨간 입술을 뻐끔거렸지만 거절할 수가 없어 눈꺼풀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이렇게 말했다.“그래요.”...한편.레스토랑에서 나온 서진우가 어두운 표정으로 심서아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든 상태라 안다혜가 추궁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람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왔다.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어 화가 잔뜩 치밀어오른 서진우가 안다혜에게 선물을 가져다준 진이한을 찾아내 화풀이했다.“미쳤어? 그 돈 아껴서 뭐 하려고 짝퉁을 선물한 거야?”진이한이 코를 매만지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형님,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랑 같은 세상에 사는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비싼 선물을 해서 뭐하게요? 안다혜는 어디 내놓기도 민망한 그런 여자라고요.”서진우는 너무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웃음이 나왔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도 나는 짝퉁은 안 사줘. 너 때문에 내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나도 안다혜가 그렇게 따지는 사람인 줄 몰랐죠. 형님도 애초에 그 돈을 주지 말았어야 했어요. 3년 인건비가 2200만 원이라니, 돈에 미친 거 아니에요?”이 말에 서진우는 안다혜가 말한 비용이 생각나 기분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그동안 그렇게나 많은 돈을 썼다고?’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X 같은 년. 남자면 보면 다 퍼주지 못해 할짝대는 게 안다혜잖아. 서아랑은 비교할 게 못 되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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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안다혜는 표정이 덤덤했지만 뿜어내는 아우라만큼은 매우 놀라웠고 전혀 대학생 같지 않았다. 이훈은 안다혜도 안씨라는 생각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설마 안씨 가문과 아는 사이는 아니겠지? 아가씨는 아무 말씀 없으셨는데?’이훈은 이내 머릿속에 드는 의문을 훌훌 털어버리더니 차갑게 웃었다.“우리 태안 그룹은 안다혜처럼 월급만 축내는 사람 필요 없어요.”안다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료를 챙겨 회사를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 안다혜가 해고되었다는 공지가 떴고 이를 확인한 프로젝트팀 팀장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다른 사람이 안다혜의 신분을 모를 수는 있어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안다혜가 바로 안씨 가문 공주님이었기 때문이다.‘이훈 이 새끼 미친 거 아니야?’팀장이 이를 악물고 이훈을 찾아갔다.“이훈 씨, 안다혜가 누군지 알아요? 도대체 왜 해고한 거예요? 태안 그룹에서 쫓겨나고 싶어요?”“별 볼 일 없는 일반 대학생인데요 뭐.”이훈이 웃음을 터트렸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러세요? 해고하면 하는 거지. 안씨라고 다 같은 안씨인 줄 아세요?”팀장이 한마디 덧붙이려는데 이훈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시니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 여대생이랑 무슨 특별한 관계인 줄 알겠어요.”팀장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웃음이 터져 나왔고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힘 빼며 설명해 주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공주님이 성질을 부려도 팀장이 망하는 건 아니었다.팀장이 떠나고 이훈이 서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우 씨, 안다혜는 이미 태안 그룹을 떠났습니다.”...안다혜는 해고당하자마자 김미진의 전화를 받고 저택으로 불려 갔다. 김미진은 안다혜의 편을 드는 대신 차갑게 쏘아붙였다.“밑에서부터 배우라고 보냈더니 해고를 당해? 안다혜. 정말 실망이야.”김미진의 눈빛은 아무런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안다혜는 김미진의 공정한 태도에 놀라진 않았지만 마음이 시린 건 어쩔 수 없었다.옆에 있던 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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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저녁에 민초연이 다음날 태안으로 입고 갈 드레스를 골라달라며 안다혜를 불러냈다. 그렇게 쇼핑하던 두 사람은 심서아, 그리고 서우진과 마주치게 되었다.심서아는 안다혜를 보자마자 가볍게 웃었다.“다혜 씨 컨디션 괜찮은가 보네요? 회사 잘리고도 쇼핑할 생각하는 거 보면?”옆에 있던 민초연이 귀신이라도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뭐라고? 안씨 그룹 작은 아가씨가 태안 그룹에서 잘렸다고?’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서우진을 힐끔 쳐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꾸민 짓이야?”“비천한 신분일수록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해.”서우진이 역겹다는 듯 말했다.“안다혜. 나는 너 괴롭힐 생각 없었는데 네가 자꾸 질척이니까 어쩔 수 없었어.”민초연은 안다혜의 친한 친구였기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 눈을 흘겼다.“미친 거 아니야?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오지랖은. 그런다고 다혜가 너 신경 쓸 거 같아?”“아니라고?”서진우가 차갑게 웃었다.“레스토랑까지 따라와서 우연히 마주친 척하더니 일부러 사람들 보는 앞에서 난동이나 부리고. 하필 직장을 찾아도 태안 그룹이야. 태안 그룹에 입사했다는 핑계로 내 관심을 끌려는 거 아니야? 안다혜. 넌 정말 보면 볼수록 가관이다. 싫다는 사람한테 그렇게 들러붙고...”서진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다혜가 서진우를 걷어차서 쓰러트리더니 서진우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뚜드려 팼다. 몸을 한껏 숙인 안다혜는 서진우의 멱살을 잡고는 차갑게 비웃었다.“나 정말 오래 참았다.”옆에 있던 민초연이 헤벌쭉 웃었다.“역시 우리 다혜 격투 기술은 여전하다니까.”얌전한 척하다 보니 안다혜는 산타와 태권도를 배웠다는 사실을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수틀리면 바로 주먹부터 나가는 게 안다혜의 개성에 더 맞았다.서진우가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얼굴에 멍이 들어 처참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안다혜.”서진우가 안다혜의 뺨을 후려치려는데 한 남자가 서진우의 팔목을 으스러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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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매혹적인 윤해준의 목소리에 안다혜의 심장도 따라서 철렁했다.“오빠...”안다혜가 눈을 깜빡이며 윤해준의 목을 휘감았다.“약속했잖아요. 내가 원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기로.”그날 다락방에서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 안다혜도 거절하지 못했다. 게다가 윤해준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다혜가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달랬다.윤해준이 웃으며 안다혜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차갑지만 매혹적인 말투로 말했다.“그래서, 싫어?”윤해준의 뜨거운 숨결이 안다혜의 귓가에 닿자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나른해졌고 마음은 깃털이 스쳐 지난 듯 간질거렸다. 몸에서 전해지는 이상한 반응에 안다혜는 이를 악물었다.‘도도하긴. 완전 꾼이야, 꾼.”얼마 지나지 않아 안다혜가 두 팔로 윤해준의 목을 휘감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가끔 너무 오글거리는 거 알아?”윤해준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안다혜의 입술에 키스했다. 소파와 윤해준 사이에 갇힌 안다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게다가 윤해준의 기술은 여간 대단한 게 아니었다. 한쪽으로 부드럽게 안다혜의 입술에 키스하며 한쪽으로 안다혜와 깍지를 꼭 끼자 안다혜는 이내 정신이 혼미해졌고 윤해준의 뜨거운 숨결만 느낄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저항을 포기한 안다혜는 끈적이는 소리와 함께 몸이 점점 나른해지는데 갑자기 다급한 벨 소리가 울렸다. 덕분에 화들짝 놀란 안다혜는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전화 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보니 민초연이 걸려 온 전화였다. 안다혜는 자기도 모르게 윤해준을 밀어냈지만 윤해준의 힘을 이길 재간은 없었다. 척추에 올려진 윤해준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며 더 깊은 곳을 탐색하려는데 민초연이 눈치 없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윤해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안다혜의 귓가에 갖다 대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끊어버려.”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벨 소리가 안다혜의 신경을 계속 자극했다. 윤해준의 키스가 쇄골에 전해지자 뜨거운 숨결이 안다혜의 한껏 예민해진 피부에 닿았고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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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더는 들어줄 수 없었던 안다혜가 민초연의 말을 잘라버렸다.“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끊어.”그러더니 민초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민초연이 한 말을 윤해준이 다 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안다혜는 더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윤해준도 동작을 멈추고 활짝 웃으며 안다혜를 바라봤다. 안다혜는 차가운 물이라도 한잔 마시며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윤해준을 밀어내고는 소파에 앉아 헝클어진 옷을 정리하더니 아무 일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췄다.윤해준은 그런 안다혜를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안다혜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안다혜와 눈높이를 맞췄다.“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안다혜는 심장이 당장이라도 툭 튀어나올 것 같아 흔들리는 눈빛으로 윤해준의 시선을 피하더니 결국 테이블에 놓인 잡지를 집어 들었다.“방이 좀 덥네요. 채... 책 좀 봐야겠어요. 자기 전에 책을 보는 게 몸에 그렇게 좋다더라고요.”윤해준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안다혜를 보며 얼굴에 웃음기가 번지기 시작했지만 더 다가가지 않고 느긋하게 옆에 놓인 소파에 앉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을 확인했다.조용해진 방안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안다혜가 윤해준을 몰래 훔쳐보는데 윤해준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며 열심히 일 처리했다. 조각 같은 옆모습이 불빛 아래 더 매혹적으로 다가와 안다혜는 민초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앞에 선 남자는 넓은 어깨에 탄탄한 허리, 그리고 긴 다리를 가졌는데 행동 하나하나에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돋보여 안다혜의 심장은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안다혜의 눈빛을 느낀 윤해준이 고개를 들었다가 안다혜의 당황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몸을 앞으로 기울여 바짝 다가갔다. 뜨거운 숨결이 얼굴에 닿자 잔잔한 연초 냄새가 풍겼다.“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키스하고 싶어지는데.”윤해준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도 매혹적이었고 어딘가 살짝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그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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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넓은 어깨와 얇은 허리 그리고 탄탄한 근육까지, 슈트를 입고 있어도 몸매가 얼마나 좋은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안다혜는 문득 민초연이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우리 오빠는 외모면 외모, 몸매면 몸매, 어느 하나 우월하지 않은 데가 없지.”지금 보니 민초연의 말은 과장된 것 없이 다 사실이었다.“무슨 생각해?”윤해준이 아침을 식탁에 올리더니 맞은편에 앉았다. 그제야 정신 차린 안다혜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얼른 먹어.”윤해준이 따듯한 우유 한잔을 안다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식겠다.”우유를 건네받은 안다혜가 고개를 숙이고 한 모금 마셨지만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며 이따금 윤해준을 힐끔 쳐다봤다.‘이 남자 보면 볼수록 매력덩어린데.’안다혜는 우유를 마시며 따듯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걸 느꼈지만 사색은 여전히 다른 곳을 향했다.갑작스럽게 결혼한 것도 모자라 아침에 남자를 마주하고 앉아 점심을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에 서진우와 3년을 만났다 해도 서진우네 집에서 밤을 보낸 적은 없었다. 게다가 안다혜도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윤해준이 만든 계란후라이는 먹기 좋게 노릇노릇, 바싹바싹 잘 구워져 있었다. 빵을 한입 베어 물어 보니 폭신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은은한 보리 냄새가 풍겼다.“맛있어?”윤해준이 그런 안다혜를 부드럽게 바라봤다.“네. 맛있어요.”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맛있으면 앞으로 자주 해줄게.”윤해준이 이렇게 말하며 티슈를 한 장 뽑아 안다혜의 입가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닦아냈다. 안다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심장이 벌렁대기 시작했다.아침을 먹고 윤해준이 식탁을 정리하는 동안 안다혜가 소파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 경관을 바라봤다.“오늘은 뭐할 거야?”설거지를 마친 윤해준이 안다혜 옆으로 가서 앉았다.“잘 모르겠어요.”안다혜가 고개를 돌려 윤해준을 바라봤다.“오빠는요?”“나는 너 데리고 옷 사러 가고 싶은데. 새집에 들일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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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안다혜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최대한 진정하려 애썼다.“네. 이훈이라고 나를 태안 그룹에서 해고한 사람이에요.”윤해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훈을 쏘아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탈의실 문이 열리고 안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왔다.안다혜는 단번에 그 여자가 전에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동료 임유정임을 알아봤다. 예쁘게 화장한 임유정은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보여줬던 수수한 모습과는 아예 달랐다.임유정은 이훈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친근하게 팔짱을 꼈다.“자기야. 어때?”이훈이 께름칙한 눈빛으로 임유정을 아래위로 훑어봤다.“괜찮다. 섹시하고 좋네. 이걸로 하자.”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안다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임유정 씨가 왜 이훈이랑 같이 있는 거지?’임유정은 안다혜가 태안 그룹을 다닐 때 같은 프로젝트팀 소속이었지만 안다혜의 진짜 신분은 몰랐다.안다혜는 이훈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임유정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두 사람 무슨 사이일까? 설마 임유정 씨 승진하려고 이훈과 붙어먹은 건가?’여러 추측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자 안다혜는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윤해준이 옆에서 안다혜의 눈빛을 살피다가 안다혜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듯 말했다.“생각하지 마. 저런 사람 때문에 화내는 건 너무 아깝잖아.”“가자.”윤해준이 다시 입을 열자 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윤해준과 함께 쇼핑몰을 나섰다. 쇼핑몰에서 나온 안다혜가 차에 올랐지만 이훈이 횡령과 성추행을 자행한 증거를 김미진에게 전해준 후 김미진이 보인 애매한 태도가 생각나 기분이 잡쳤는지 안전벨트를 만지작거리며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쳐다봤다.“무슨 생각해?”그런 안다혜를 걱정하는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에 안다혜가 사색에서 빠져나왔다. 윤해준이 고개를 돌려 안다혜를 부드럽게 바라봤다. 창문으로 비쳐 든 가로등 불빛이 조각 같은 윤해준의 얼굴을 비추자 인상이 더 짙어 보였다.안다혜가 시선을 거두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회사 일 생각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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