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진이 여기에 왔다고? 그것도 과속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여보세요, 박인주 씨? 아직 듣고 계세요?]간호사는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한번 물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멍하니 있던 정신을 차렸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감정을 정리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해요. 저희는 이미 헤어진 사이예요. 또한 오늘은 제 결혼식이라 시간을 낼 수 없어요. 다른 가족이나 지인을 찾아보시는 게 좋겠네요.”그렇게 말한 뒤, 나는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진이 여기까지 온 건 아마도 나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진에게는 나 말고도 기대고 의지할 사람이 많았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인생에 발을 들여놓을 이유는 없었다.결혼식장은 하객들로 북적였고, 가족과 친구들이 대연회장을 가득 메웠다. 나는 길게 늘어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행진 길을 걸었다.할아버지는 늘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라셨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오자, 그의 눈에는 물기가 어렸다.이에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 오늘은 좋은 날이에요. 왜 우세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할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해진 걸 보니 나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고 싶어,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결혼한다고 해서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집이랑도 가까워서 자주 올 거예요.”할아버지는 내 손등을 토닥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 우리 둘 다 울지 말자. 이 길이 길게 느껴질 줄 알았지만, 막상 걸으니 순식간이었다. 나는 마침내 백시언 앞에 섰고, 그는 내 손을 단단히 잡았다.그때, 할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시언아, 이제부터 우리 인주 잘 부탁해. 너희 둘,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평생 함께해야 해.”그는 애써 담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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