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친구들이 남긴 댓글 대부분이 장난스러웠다.그럴 만도 하지. 누가 모르겠는가? 내가 강하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나 자신을 잃을 정도로 사랑했다는 걸.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제 막 결실을 맺으려던 순간, 내가 그를 떠나기로 했다는 사실을.나는 하진을 3년 동안 쫓아다녔고, 마침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고, 스물일곱 번째 생일에는 하진의 청혼까지 받았다.나는 이제야 비로소 오랜 세월 동안의 노력이 보답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진은 내게 차디찬 현실을 안겨주었다. 하진은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질 거라고 했다. 나는 대범한 사람이 아니지만, 너무 비굴하게 사랑한 탓에, 하진은 내가 내 약혼자를 다른 사람에게 내줄 수 있을 만큼 관대한 사람이라고 착각했다.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을 때, 갑자기 울린 벨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깨트렸다.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 발신자는 백시언이었다.생각해 보면, 나와 시언은 소꿉친구였다. 어린 시절, 늘 그의 뒤를 따라다녔고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시언 딸랑구라고 불렀다.시언은 성격이 냉담해서 늘 낯가림이 심한 고고한 존재라고 평가받았지만, 나만큼은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시언은 말수가 적었고, 내가 쓸데없는 이야기로 떠들어도 한결같이 들어주었다.수능이 끝난 후, 시언은 B시로 갔고 나는 H시로 향했다. 그리고 그 후, 나는 하진을 만났다.하진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사랑했고, 그를 쫓아다니느라 몇 년 동안 고향인 J시로 돌아간 적도 없었다. 그래서 시언의 전화를 받았을 때, 다소 의외였다.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그 말이 사실이야?]“뭐라고?”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고는 벽에 걸린 사진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하진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래, 사실이야.”그는 가볍게 웃었는데,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