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하나가 구현의 발 옆에 떨어졌는데, 서예가 좋아하는 단풍잎이었다. 그는 허리를 굽혀 단풍잎을 주웠다. “문 대표님.” 누군가가 구현을 불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 선생님이 치료실로 오라고 하셨어요.” 구현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미 다양한 치료에 대해 무감각해진 그는 더 이상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배테랑 전문가가 구현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소리로 구현에게 속삭였다. 구현의 귓가에 규칙적으로 울리는 똑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구현은 왠지 모르게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서 천천히 눈이 감겼다. 구현에게 어렴풋이 서예의 모습이 보였다. 아주 오래전 서예는 소녀의 얼굴에 아직 젖살이 있었고, 청순하고 귀여웠으며, 까맣고 윤기 나는 머리를 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구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구현 씨, 내가 스무 살이 되면 우리 결혼할까?” “구현 씨, 사랑해.” “구현 씨, 우리 헤어져.” “우리 이혼하자.” “아파. 나 배가 아파.” ... 똑딱거리는 소리가 사라지며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구현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순간 눈을 번쩍 떴다. 몸은 사시나무 떨듯 움츠러들어 있었고 주먹을 얼마나 꽉 쥐었는지 손가락 마디마디는 하얗게 변했다. 차가운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니 온통 눈물로 가득했다. 구현은 다시 눈을 감았다. “서예야, 잘못했어. 제발 돌아와, 서예야, 내가 잘못했어.” 억누를 수 없는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참 동안, 구현은 눈을 감은 채 일어나 앉아 있었는데, 어느새 얼굴빛은 사색이 되었다.베테랑 전문가가 구현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 “축하합니다. 퇴원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구현은 손이 계속 떨려서 하마터면 물을 쏟을 뻔했다. “고맙습니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기승연이 요양원 입구에 서서 구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 대표님, 먼저 호텔에 가서 좀 쉬시겠어요? 이모님이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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