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이씨 일가에서 우리 집에 찾아와 아윤의 양육권을 쟁탈하려고 했다.그때 나의 부모님은 겨우 걸음을 내디디면서도 식칼과 방망이를 들고 상대에게 겁주었다.반백 살이 넘은 두 분은 더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우리 엄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쏘아붙였다.“하리는 살아서도 우리 딸이고 죽어서도 우리 딸이야. 너희 집안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여기까지 말한 엄마는 눈물이 차올라 목이 확 멨다.“당신들이 우리 딸 목숨을 앗아갔어. 그 어린 애한테 어쩜 그토록 모질게 대할 수 있어?”엄마 입에서 우리 딸이란 말을 또 한 번 듣고 있자니 나는 너무 슬퍼서 몸을 겨눌 수가 없었다.아빠는 슬픔에 젖은 엄마를 부축하고 흐릿한 눈길로 하늘을 바라봤다.“하리야, 보이니? 엄마, 아빠는 단 한 번도 너를 원망한 적 없단다. 우린 그저 네가 잘살기만 바랐어.”“바보 같은 녀석, 애초에 그렇게 단호하게 떠나가더니 끝내 목숨까지 잃고 이게 뭐야 대체.”엄마는 아윤의 손을 꼭 잡고 나의 영정사진을 쉴 새 없이 닦았다.잠들기 전, 엄마는 나를 옆에 살포시 내려놓았다.“하리야, 다음 생에도 우리 딸 해줄래? 그땐 우리가 꼭 널 구원해줄게. 우리 가족 즐겁고 행복하게만 지내는 거야.”내가 죽은 1년 뒤, 아윤이가 또 나를 보러 왔다.키도 훨씬 컸고 전보다 많이 씩씩해진 모습이었다.노란 해바라기가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고 아윤이는 그렇게 내 옆에 잠자코 앉아 있었다.떠나갈 때 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나의 영혼 깊은 곳까지 꿰뚫고 들어올 것처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그러고는 활짝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엄마, 나 엄마 보여요.”눈 부신 햇살 아래 아이는 머리를 살짝 들고 더없이 찬란한 미소를 지었다.내 영혼도 그 순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이 세상에 더는 미련을 둘만 한 게 없다는 뜻이었다.그랬다. 이제 그만 떠날 때가 되었다.마지막 잔혼이 사라지기 전, 아윤이가 나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엄마, 안녕, 잘 가요. 다음 생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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