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윤이의 열이 점점 더 올랐다. 아이는 내 팔을 껴안고 이제 곧 기절할 것만 같았다.“엄마, 아빠는 왜 우릴 버린 걸까요?”“아윤이도 싫고 엄마도 싫은 걸까요?”이 문제에 대해서는 설사 내가 살아있다고 해도 대답해줄 수가 없다.그저 딸아이에게 이 말만 해주고 싶었다. 이건 아윤의 잘못이 아니라고, 아빠가 매정한 건 엄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이다.그 인간은 신나은을 사랑하기에 친자식도 아닌 신서빈을 예뻐해 주고 있다.아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낳은 아이가 싫었을 뿐이다.아윤이는 점점 힘이 빠져 배를 어루만지면서 몸을 움츠렸다.그렇게 고통스러우면서도 끝까지 내 시체 옆에서 꼭 함께해주었다.점심의 햇살이 창문을 뚫고 방안을 내비쳤다. 아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선명하게 보였다.아이는 이미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내 손을 꼭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엄마, 나 너무 배고파요. 너무 괴로워요.”“엄마, 얼른 좀 일어나봐요. 아윤이 엄마 너무 보고 싶단 말이에요.”온몸이 불덩이처럼 타오른 나머지 아이는 걸음을 휘청거리며 맨발로 겨우 화장실까지 걸어갔다.이어서 찬물로 몸을 씻기 시작했다.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순간, 아이는 화들짝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잠시 몸부림치더니 주방으로 달려가 식탁 위에 놓인 시금치를 마구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내가 까먹고 냉장고에 넣어두지 못한 시금치는 사흘이 지나니 잎이 다 노래지고 말았다.평상시에 그토록 입이 짧던 아윤이는 다 시들어진 채소도 이젠 마다하지 않았다.아이는 채소를 들고 소파 쪽으로 다가와 내 앞에서 보란 듯이 집어삼키기 시작했다.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고통스러운데 주먹만 한 얼굴은 여느 때보다 강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엄마, 봐요. 아윤이 스스로 잘 챙기고 있어요. 엄마 깨날 때까지 꼭 기다릴 거예요.”나는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듯 아팠다.이게 어디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는 걸까? 그냥 살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집어삼키는 꼴이었다.다만 이 어린아이가 또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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