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아빠도 손에 두리안을 들고 병실 밖에서 들어왔다.내가 깨어나자 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 나의 이마에 딱밤을 가볍게 날렸다.“우리 착한 딸, 이렇게 큰일을 당하고도 나와 엄마에게 말하지도 않았어? 걱정했잖아.”엄마도 눈물을 닦은 후 아빠를 흘겨보며 나무랐다.“은아가 방금 깨어났으니 그런 말 하지 마.”아빠도 얼굴을 붉혔다. 그는 등을 돌려 눈물을 훔친 후 다시 돌아서서 두리안을 테이블에 놓았다.“나도 딸을 걱정해서 그런 거야. 장준영이 이렇게 나쁜 놈인 걸 알았으면 그때 은아가 날 미워해도 시집보내지 말아야 했어.”나는 손을 내밀어 아빠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아빠, 괜찮아요. 다 지나갔어요. 장준영이 죽었고 이젠 다 끝났으니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거예요.”아빠는 그제야 미간을 펴고 두리안을 꺼내 내 입에 넣어줬다.“은아야, 아빠가 두리안 사 왔어. 봐, 올해 두리안은 살도 많고 달콤한 게 네가 좋아하는 그 맛이야.”두리안을 본 나는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시큰거렸다.코를 훌쩍거리며 맛있는 두리안을 먹고 있었지만 나는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팠다.아빠는 황급히 티슈를 꺼내 나의 눈물을 닦아줬다.“바보 딸아, 천천히 먹어. 이건 다 네 거야. 나와 네 엄마는 두리안을 먹지도 않아.”나는 웃었다.이때 문밖에서 갑자기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엄마는 아빠를 툭 쳤다.“얼른 가봐. 손자가 배고프다고 우는데 당신은 왜 여기 있어?”“알았어!”간호사 손에서 아이를 받아 안은 엄마는 아이를 내 앞에 놓고 조용히 달랬다.전생에 나는 아이를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장준영에게 살해되었다.지금 눈앞의 뽀송뽀송한 아이를 보며 나는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울지도 않고 이이야야 기뻐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내가 엄마인 것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엄마가 부드럽게 말했다.“아이가 아직 이름이 없어. 네가 하나 지어줘.”나는 아이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엄마, 앞으로 얘는 나 혼자만
최신 업데이트 : 2024-12-1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