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누구세요?”“안나야...”이 부드러운 호칭을 듣자 내 마음은 또 긴장되었다.하석진이었다.하석진은 상처받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젠 내 전화도 받기 싫어진 거야?”“무슨 일로 날 찾았어?”사실 그동안 나와 하석진은 명확한 커플은 아니었다.서로에 대한 약속도 없이 알 수 없는 풋풋한 감정일 뿐이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에게 항상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어젯밤... 너 괜찮아?”내가 어젯밤에 냈던 비명과 통제되지 않는 신음을 그는 다 듣고 무슨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아... 성인 남녀 간의 정상적인 일이잖아.”하석진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한동안 그의 나지막한 숨소리만 들렸다.예전에 나는 그와 서로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 감정이 우리 둘에게 족쇄와 짐이 되었다.나는 전화를 끊고 싶었다.“다른 일 없으면...”“안나야, 나와서 한번 만나자.”갑자기 입을 연 그의 말투에 슬픔이 더해졌다.나는 참기 어려웠지만 하지원의 경고를 떠올리며 거절했다.“미안해. 오늘 밤 몸이 안 좋아서 일찍 쉬고 싶어.”“허...”그는 쓴웃음을 지었다.“나랑 한 번 만나주는 것도 안 되는 거야? 우리 사이가 정말 불가능하더라도 분명히 말해야 하지 않겠어?”맞는 말이었다. 이 일은 확실히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그래야 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하지만 하지원의 경고는...“안나야, 나와서 한번 만나자. 네가 나를 따로 만나기 싫은 것을 알고 단비도 불렀어.옛 동창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모여도 되지 않을까?”말투가 비굴하고 슬퍼서 내 마음이 미안하고 괴로웠다.“그래, 주소 줘.”주소는 찻집이었다.내가 갔을 때 조단비와 하석진은 이미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안나야, 서서 뭐 해. 이리 와.”하석진이 나를 보고 얼른 다가와서 끌어당겼다.나는 그의 손을 피해 조단비의 옆에 앉았다.그는 한참 동안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는데 그 표정으로 나는 미안함과 허
Last Updated : 2024-12-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