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파산 후 데릴사위 남편이 내 주인님이 되었다: Chapter 1 - Chapter 10

30 Chapters

제1화

하지원은 나를 침대에서 3일 밤낮을 들볶았다.그는 천한 데릴사위였는데 나는 평소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발밑에 짓밟았다.하지만 그랬던 나는 지금 초라해졌고 그는 잘나갔다. 복수라도 하듯 그는 나에게 끝없는 힘을 보여줬다....내 남편은 데릴사위였다.원래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의 동생이었는데 동창 모임에서 남편은 내가 취한 틈을 타서 나랑 잤다.이 일은 모든 사람에게 다 알려져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나를 하지원에게 시집보냈지만 그 전제는 우리 집 데릴사위로 들어오라는 것이었다.하지원은 그의 아버지와 전처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가 이혼하고 재혼한 이후로 그를 별로 반기지 않았다.우리 집안은 형편이 너무 좋았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아끼는 공주님이었는데 하지원이 우리 집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건 당연히 아버지가 원하던 바였다.이렇게 해서 우리 둘은 결혼했다.하지만 하지원의 동생을 좋아했던 나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마음속의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나는 사사건건 그를 겨냥하여 밤에 바닥에서 자게 하며 여태껏 그를 침대에 오르도록 한 적이 없다.밥을 먹을 때도 나와 오빠는 곳곳에서 그를 조롱하고 억압하고, 그가 음식을 집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친구들과 모임을 마치고 나오니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원은 자상하게 우산을 갖다 주었지만 이마저도 나는 그를 한바탕 꾸짖었다.어쨌든 그를 욕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하지원은 참 이상했다. 나와 내 가족이 아무리 괴롭혀도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언제나 온화한 모습만 우리에게 보여줬다.하지원은 꽤 잘생긴 편이었다. 단지 학창시절의 그는 너무 내성적이고 성적도 늘 꼴찌였으며 유급까지 해 학교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그런 존재였다.하지만 그의 동생은 형과 달리 다정하고 잘생기고 성적도 좋아 학교에선 인기남이었다.나와 하지원의 동생이 방금 피워낸 사랑의 불꽃을 이렇게 끊어버린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은 또 한껏 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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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나는 손가락을 꼬며 쑥스럽게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하지원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곧 나를 향해 웃으며 물었다.“내가 왜 너희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성공할 리 없다는 걸 예상했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안 온 거로 해.”그랬다. 우리가 예전에 그렇게 대했으니 하지원이 우리 집에 복수하지 않은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어떻게 우리 집을 도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가.내가 얼마나 뻔뻔하면 하지원에게 그에게 부탁하러 올 수 있겠는가.생각하면 할수록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던 내가 도망치려 하자 하지원이 나를 불렀다.“말해봐. 뭐로 부탁할 거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도와줄 수도 있어.”나는 멍하니 서서 머리를 굴려봤지만 무엇을 걸고 부탁할 수 있을지 생각나지 않았다.‘몸으로?’만약 그가 정말 나에게 충동이 있다면 결혼 3년 내내 수없이 많은 밤을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는데 그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하지만 지난 3년 동안 하지원은 나에게 한 번도 다가오지 않았다.나는 고개를 떨구고 쑥스럽게 말했다.“내가 오늘 안 온 거로 해.”하지만 하지원이 갑자기 내게로 다가왔다. 키가 큰 하지원이 내 앞에 서니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였다.그는 몸을 살짝 숙여 내 귓가에 대고 낮게 웃었다.“이렇게 입고 왔으면서 왜 고상한 척하는 거야?”나는 순간적으로 온몸의 피가 굳는 듯했는데 수치스러운 마음에 당장 이곳을 탈출하고 싶었다.하지만 하지원은 갑자기 내 허리를 잡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결혼 3년 차, 난 3년 동안 바닥에서 잤어. 네 몸을 만져본 적이 오래됐는데... 몸으로 나에게 부탁하는 건 어때?”나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고 그에게 물었다.“너... 뭐라고 한 거야?”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이 마치 바다처럼 느껴져 내 마음이 이유 없이 일렁이었다.하지원은 아무 말 없이 눈을 내리깔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내 드레스의 어깨끈을 걸어 살며시 아래로 내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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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어라? 이분은 옛날 도씨 가문 아가씨, 하 대표님의 아리따운 부인이 아니세요? 왜요? 술 마시러 왔어요? 어... 술 마시러 왔으면 술만 마시면 되지 왜 여기 작업복 입고 있어요?”남자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나는 술 카트의 손잡이를 꽉 잡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휴, 이미 마주쳤고 다들 나를 모욕하려고 작정했으니 도망갈 수 없어. 차라리 억지웃음이나 팔아 팁을 많이 받지 뭐.’지금은 매일 빚 독촉이 심해 아빠는 매일 살고 싶지 않다고 하고, 엄마는 매일 눈물로 지새우며 오빠는 매일 배달 일을 하는데 나의 허무맹랑한 자존심과 교만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술 카트를 밀면서 어색하지만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들에게 웃으며 말했다.“참 우연이네요. 이렇게 오신 김에 동생 사업을 좀 도와주세요. 즐겁게 드셨다면, 팁이라도 주시면 감사하죠.”“쯧쯧....”장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낄낄거렸다.처음에 그는 항상 나와 오빠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아첨했고 누나, 형이라 부르며 아첨했는데 지금 우리 집이 초라해지자 자신이 뭐라도 된 듯 거들먹거렸다. 그런 그의 간사한 표정을 보며 나는 따귀를 한 대 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제멋대로 할 때가 아니었고 돈을 버는 것이 더 중요했다.나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장현수는 갑자기 몸을 숙여 내게 다가와 기뻐하며 말했다.“아, 이게 누구야? 예전에 안하무인이었던 도씨 가문 아가씨 아니야? 며칠 못 봤더니 왜 이렇게 초라해졌지? 쯧쯧...”갑자기 룸 안에 또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렸다.이호민도 나를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방금 장사를 좀 돌봐달라고 했는데 이런 곳에서 하는 장사면 설마 몸 장사? 하하, 정말 몸 장사라면 먼저 옷을 다 벗고 우리가 검품하도록 해야지. 만약 물건이 너무 썩어 있으면 우리가 손해 보잖아? 하하하...”나는 술병을 꽉 움켜쥐고 하지원을 바라보았다.하지원은 묵묵히 담배를 피워 물며 그들의 욕설을 듣지 못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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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입가를 실룩이며 미친 거 아니냐고 욕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잘나가서 더는 모든 사람이 속일 수 있었던 예전의 그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나는 욕설을 참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 대표님, 농담하지 마.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볼게.”“이호민은 되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거야?”하지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춰 냉랭한 어조로 물었다.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이호민은 되는데 넌 안 된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금 이호민에게 20억을 가져오면 하룻밤 놀아준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가 20억을 준다는데 왜 나랑은 하룻밤을 놀아주지 못한다는 거야?”나는 자기도 모르게 하지원을 흘겨보았다.방금 이호민이 내놓은 2천만 원이 전 재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2천만 원도 그의 목숨이나 다름없기에 일부러 20억을 들먹여 이호민을 자극한 것인데 이 남자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니.하지원은 내 앞으로 다가와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너희 집은 지금 돈이 많이 부족하잖아? 네가 하룻밤만 같이 있어 주면 20억은 네 거야. 어때?”나는 몰래 옆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사실 그가 이러는 목적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원은 단지 돈으로 나를 모욕하려는 것이다.가슴이 뻐근해지는 것을 애써 참으며 나는 그에게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우리 집은 지금 돈이 많이 부족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돈을 벌지는 않을 거야.”말을 마친 나는 급히 방을 뛰쳐나갔는데 눈물로 시야가 흐려졌다.사람의 정서는 정말 이상하다.예전에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저를 아무리 모욕해도 나는 슬프지 않았다.하지만 하지원의 수모는 달랐다. 그의 수모에 나는 쉽게 가슴이 찡하고 아팠다.나는 단숨에 1층 로비로 다려갔는데 배달복을 입은 오빠가 장현수, 이호민 등에게 둘러싸여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오빠는 돈뭉치를 위해 그들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가 지켜온 자존심과 교만이 와르르 무너졌다.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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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잔뜩 긴장한 채 고개를 돌렸다가 하지원이 목욕 수건을 두르고 안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를 가진 그는 신체 비율이 매우 좋았는데 피부가 검지도 않고 허약한 흰색도 아니어서 건강하고 에너지 넘쳐 보였다.나는 예전에 그가 내 앞에서 노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동창 모임 때 나도 혼란스러워서 잘 몰랐는데 그의 몸매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내가 그의 몸을 보며 넋을 잃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난감해져 눈길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하지원은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빠르게 앞으로 다가왔다.나는 긴장해서 뒤로 몸을 움츠린 채 더듬거리며 그에게 물었다.“...언제 돌아왔어? 배고파? 아니면 내가... 내가 먹을 거 만들어 줄게.”“음식을 만들어?”하지원은 가볍게 웃으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넌 먹는 것만 알잖아. 어떤 음식을 만들 줄 아는 거야?”이 말은 들은 나는 말문이 막혔다.그의 눈에 나는 아마 아무것도 모르는 부잣집 아가씨일 것이다.하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나는 춤을 출 줄 아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 자신도 말할 수 없다.하지원이 갑자기 내 앞에 다가오자 따뜻한 기운이 내 귓가에 뿜어져 나와 내 신경을 건드렸다.“사실 요리 말고도 날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어.”그의 그윽한 눈동자에는 욕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다.나는 그의 애인으로서 지금 마땅히 그의 비위를 맞추고 그를 기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하지만 내 손발은 내 두뇌가 하는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중요한 건 너무 대조적이어서 나는 여전히 그의 애인이라는 신분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고민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나에게 키스해 왔다.사납고 독한 키스를 퍼붓자 나는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거부했다.그는 나를 놓아주고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내가 하석진이라면 거부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하석진은 그의 동생이었다.그런데 이게 하석진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그랬다. 예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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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는 갑자기 손에 든 담배를 눌러 끄고 나를 안으며 미친 듯이 입을 맞추었다.얼떨결에 옷이 다 벗겨진 내 몸은 푹신한 침대로 던져졌다...심한 고통이 전해졌을 때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마음속에는 의심이 번쩍였다.‘어떻게 된 거지?’동창 모임 때 이미 잤었는데 왜 아직도...많은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나의 의식은 점점 멀어져갔다.하지원이 얼마나 나를 괴롭혔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끝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다음 날 정오였고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시큰시큰한 몸을 일으켜나 앉았는데 갑자기 침대 위에 핏자국이 한 줄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라? 어떻게 된 거지?’‘내 첫날 밤은 진작에 하지원에게 주지 않았던가? 왜 아직도 피가 나지?’무언가 떠올린 눈살을 찌푸렸다.그때 하지원이 마침 욕실에서 나왔다.나는 어색하게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의 의심을 물었다.“동창 모임 하던 날 밤에 우리가 관계했어?”“아니.”하지원은 시원스럽게 대답했지만 나는 한 번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럼 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어?”하지원은 나를 흘끗 쳐다보고는 시큰둥하게 말했다.“너와 내가 알몸으로 껴안고 있는데 설명이 잘 될 것 같아?”“하지만 나랑 가족에게 분명히 말할 수 있었잖아. 만약 네가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도 분명히 너를 우리 집에 들이지 않았을 거야. 그러면 너도...”“왜? 후회해?”하지원이 갑자기 내 앞에 다가와 물었는데 까만 눈동자에 냉기가 서렸다.나는 입술을 감빨며 생각했다.“후회하지 않아? 데릴사위가 되어 우리 집은 물론이고 내게 업신여김을 당했고 여신과도 헤어졌잖아.’하지원은 갑자기 손에 있는 수건을 나에게 건네주었다.내가 얼떨떨해 있을 때 그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머리 닦아 줘.”“그래...”나는 급히 수건을 받아 반쯤 무릎을 꿇고 수건으로 그의 머리를 가볍게 비볐다.저도 모르게 옛날이 생각 떠올랐다.예전에 나는 머리를 감고 나면 말리는 게 귀찮아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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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내 가장 친한 친구 조단비였다.전화가 연결되자 흥분한 조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나야, 나 귀국했어.”“정말?”절친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자 내 마음속의 연일 드리웠던 그늘이 갑자기 사라졌다.절친은 3년 전에 출국했는데 그녀가 출국한 이후로 나는 아무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고 나와 함께 쇼핑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절친이 정말 보고 싶었다.“비행기에서 내렸으니 먼저 돌아가서 쉬었다가 저녁에 만나자.”“그래, 알았어.”나는 흥분해서 대답했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야 갑자기 반응이 왔다.그렇다. 나는 지금 자유롭지 않으니 저녁에 외출하려면 하지원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그리고 지금 하지원은 그렇게 까칠해졌으니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하니 내 마음은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됐어. 저녁이 되면 다시 보지 뭐.’잠자는 시간은 항상 매우 빨리 지나가는 듯 자고 일어나니 6시가 넘었다.아줌마에게 물어봐서야 나는 하지원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지금 절친이 술집 주소를 보내줬고 술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나는 원래 이렇게 나가려고 했지만 하지원이 외출하기 전에 나에게 준 경고가 생각났다.그 남자는 지금 내 주인이니 정말 조금도 미움을 살 수 없었다.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그에게 언제 돌아올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휴대폰을 꺼내 한참 동안 뒤적거리다가 거의 바닥까지 뒤져서야 그의 번호를 찾아냈다.돌이켜보면 내가 먼저 그에게 연락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그와의 채팅 화면엔 거의 아무것도 없었는데 인증 요청을 통과했다는 공식 알림 한 줄이 전부였다.그의 이 번호가 아직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발송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하지원은 거의 순간적으로 답장을 보냈다. 비록 물음표 하나였지만 나는 이 물음표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너무 빠른 속도로 상대방이 진짜 하지원인지 의심스러웠다.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또 한 문자 한 통을 보냈다.[하지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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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방금 나에게 애틋한 문자를 한 사람이 그가 아닌 것 같았다.“아니야. 저녁에 돌아올지 안 올지 물어보고 싶어서. 내가 식자재 좀 준비해서 밥을 해볼까 생각 중이었거든.”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그가 밤에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지원 오빠...”내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어리둥절해졌다.‘그 사람의 여신인가? 그렇다면 지금 여신이랑 있는 걸까?’“밥 차려줄 필요 없어. 난 이미 먹었으니 너도 밤에 날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오... 그래...”내가 멍하니 응대하고 있을 때 하지원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그는 지금 여신과 함께 있으니 오늘 밤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나는 분명히 기뻐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피어올랐다.번잡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는 섹시한 롱스커트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하지원에겐 사랑하는 여신이 있고 나는 지금 그의 애인일 뿐이다.어느 날 나한테 싫증이 나거나 아니면 갑자기 복수하는 게 재미없다고 느끼면 날 차버릴 것이다.그러니까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을 나는 가질 수 없었다.자신의 자리를 확정하고 나니 나는 마음도 후련해졌다.저녁 7시가 넘었으니 클럽이 아직 가장 번화한 때가 아니다.나는 들어가자마자 절친이 나를 향해 반갑게 손짓하는 것을 보았다.절친은 3년 전 모습 그대로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며 무심하게 웃었다.절친은 종종 그녀가 여장부 외모여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하며 나는 여신 얼굴인데 몸매도 좋아서 남자들한테 사랑받는다고 했다.그녀는 줄곧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나와 하지원이 결혼할 때 그녀는 화가 나서 가슴을 치며 나처럼 좋은 여자를 하지원이 빼앗아갔다고 했다.하지만 하지원은 이제 내가 바라볼 수 없는 비즈니스계의 거물로 성장했고 나는 땅에 떨어진 진흙이 되어 버렸다.“휴!”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생각하면 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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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때, 뒤에서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랫동안 이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순간 나는 마음이 가볍게 떨리며 많은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소년은 새하얀 셔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나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소년은 원고지를 들고 나에게 가장 골치 아픈 수학 문제를 설명해 주었다.소년은 나의 생리 주기를 알고는 내가 먹고 싶어 하는 차가운 요구르트를 데워 주었다.마지막, 하지원과 결혼해야 한다고 하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즐거웠던, 달콤했던, 아쉬웠던 지난날들이 한 줄기 연기처럼 천천히 사라졌다.내 마음도 따라서 완전히 평온해졌다.내가 돌아섰을 때 하석진이 보였다.하씨 가문의 유전자는 정말 좋았는데 하지원이나 하석진이나 모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잘생겼다.한 명은 차갑고 예리하며 한 명은 온화하고 우아하다.3년 만에 만난 하석진은 전보다 차분해졌고 금테 안경 아래로 보이는 두 눈은 빙설이라도 녹일 정도로 부드러웠다.“오랜만이야.”그가 다가와 웃으며 나를 향해 인사했다.나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랜만이네.”예전에 나와 하석진은 늘 할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둘이 마주 보고 있어도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분위기는 나와 하석진 사이에서 점점 어색해졌다.알고 보니, 어떤 감정들은 한 번 지나가면 정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었다.서로가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조단비는 나와 하석진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피식 웃으며 하석진에게 말했다.“안나는 이제 자유의 몸이니 기회를 잘 잡아.”갑자기 나를 쳐다보는 하석진의 눈빛은 너무 그윽해서 나는 자기도 모르게 당황스러웠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는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갈게.”“안나!”하석진이 황급히 내 손을 잡아당겼다.“너 지금... 이렇게 날 보는 게 싫어?”“아니야.”나는 지금 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내가 지금 하지원의 애인이라는 건 둘째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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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예전에 하지원 앞에서 이렇게 패기 없고 조심스러웠던 적이 없었는데 이젠 형편이 달라지니 사람마저 초라해지는 듯했다.전화가 연결되자 하지원이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는데 들릴락 말락 한 웃음소리가 꽤 사람을 오싹하게 했다.나는 마음을 다잡고 먼저 입을 열었다.“미안해. 방금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전화를 받으려다가 네가 끊더라고.”“그래?”하지원이 나지막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지금 뭐 하는 거야?”나는 얼떨결에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잔다니까. 아니, 네 전화 때문에 깼어. 침대에 누워 너랑 전화하고 있어.”나는 거울에 비친 안색을 바꾸지 않는 내 얼굴을 보면서 내 거짓말 능력에 감탄했다.하지원은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는데 그 웃음소리는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졌다.사실로 증명되었듯이 하지원처럼 일 년 내내 웃지 않는 사람은 여전히 웃는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았고 너무 어색했다.“그럼 내가 너의 좋은 꿈을 방해했구나?”하지원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지만 무덤덤하게 들려 화가 난 건지 아닌지 감정을 알 수 없었다.“아니, 악몽을 꿨는데 다행히 전화 때문에 잠에서 깼어. 그 악몽은 정말 무서웠는데 말이야.”“허허...”하지원이 또 웃었는데 나는 그가 웃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섰고 진짜 무서웠다.하지만 순간. 그는 웃음을 멈추고 정색해서 내게 물었다.“너 지금 어디야? ”‘헉!’이 말을 듣고 나는 어쩐지 그의 두 눈이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나는 화장실 문으로 바삐 걸어가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분명 한 사람도 없는데 아무래도 켕기는 게 있어 그러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그는 지금 여신과 함께 있느라 술집에 올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는 클럽 같은 곳에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클럽에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지운 뒤 표정을 바로 잡고 웃으며 대답했다.“집이야. 잠을 집에서 안 자면 어디서 자겠어?”“허허...”‘또 웃고 있어!’정말이지 그가 이렇게 몇 번 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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