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병실에 가득 퍼진 소독수 냄새에 코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눈을 떠보니 그 남자가 침대 옆에 엎드리고 있었다.“당신 누구야?”남자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강효진, 깼어?”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당신 누구냐고.”그제야 당황하기 시작한 남자는 비틀거리면서 간호사를 찾으러 가려 했다. 나는 뛰쳐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리 내어 웃었다.“하하하...”나의 웃음소리에 고재원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섰다.“강효진, 또 날 속였어?”나는 우쭐거리며 아래턱을 들었고 겁먹은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지. 전에 너도 임준서인 척하며 날 속였잖아.”말문이 막혀버린 고재원은 손을 들어 나의 볼을 어루만지려 하다가 창백한 입술을 보고는 다시 손을 내렸다. 그런데 이내 생각을 바꾸고 허리를 숙여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했다.그러더니 뜻밖에도 옆에 있는 칼 한 자루를 들었다. 나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고재원, 날 죽이려고?”한참이 지났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손가락 사이로 힐끔 쳐다보았다.고재원이 사과를 깎고 있는 것이었다.‘고재원이 사과를 깎는다고?’나는 너무도 놀라 입을 쩍 벌렸다. 경악하는 나의 모습에 고재원은 실소를 터트렸다.“왜.”“고재원, 지금 사과를 깎고 있는 거야?”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병원 맞는데? 설마 내가 죽어서 천국에 왔나?’“먹기나 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고재원은 사과 하나를 나의 입에 넣어주었다. 나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그 사과를 받았다.‘역시 속이 사악한 사람이야.’나는 사과를 다 먹은 후 고재원에게 다가가 얘기를 나누었다.“나중에 날 어떻게 찾았어?”고재원의 얼굴과 목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알려줄 생각이 없었지만 나의 궁금증 가득한 눈빛에 그냥 알려주기로 했다.그는 미간을 어루만지면서 건들거리며 말했다.“그날 육한결의 사무실에서 청첩장이랑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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