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시정이가 만나고 있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평소 털털한 시정이 그 사람과 통화할 때는 갑자기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는 걸 보면, 그 남자가 꽤 특별한 사람일 것 같았다.“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나 오늘 좀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서 쉴게.”도준의 차 안에서 있었던 일로 몸이 불편해진 상태라, 당장이라도 샤워를 하고 싶었다. 나는 그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나는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늘 하루에만도 많은 일이 벌어졌고, 온몸이 피곤해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그렇게 며칠 동안 나는 시정의 집에서 지냈다. 요즘 시정은 회사 일로 바쁘고, 나 역시 아직 할 일이 없어서 시정의 임시 가사 도우미 역할을 했다. 집안 청소를 하고 간단히 요리도 해주면서, 시정이 나를 재워주는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있었다. 시정이가 이미 나를 받아줬으니, 나도 바쁜 그녀를 위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했다.어느 날 청소기를 돌리며 열심히 집안을 정리하고 있던 중,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살짝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뜻밖에도 JS그룹의 합격 통보였다.합격 소식을 듣는 순간, 믿기지 않아 한동안 멍해졌다.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이 없길래 불합격한 줄 알았다. 나는 며칠만 더 기다려보고 다른 회사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드디어 합격 통보를 받게 된 거다.전화를 끊은 후에도 기쁨이 가라앉지 않아 나는 거실에서 혼자 환호성을 질렀다. 통화한 사람이 내일 회사로 출근하라고 말했기에, 나는 마음이 들뜨면서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좋은 기분 덕에 청소할 힘도 솟아났다. 나는 한나절 만에 시정의 집을 구석구석 반짝이게 청소하고, 그녀가 며칠 동안 쌓아 둔 빨랫감도 모두 세탁했다.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시정은 깨끗해진 집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윤슬아, 너 복권이라도 당첨됐어? 오늘 왜 이렇게 부지런 떨면서 집안일을 다 한 거야?”시정은 거실을 한 바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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