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슬이 강요하지 않았다면 나도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민우는 거침없이 이 말을 내뱉은 후, 예주를 강하게 눌러 눕혔다. “자기야, 네 약혼녀가 진짜로 왔어.” 예주는 두 손으로 민우의 가슴을 밀어내며 침대에서 일어났고, 침대 문 쪽을 가리켰다. “그럴 리가 없어. 방금 전에 돌려보냈는데, 어떻게...”민우는 말을 하면서 문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윤슬아, 네가 왜 여기 있어?” 민우는 나를 보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급하게 예주를 떼어내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내 쪽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욕망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당황한 나머지 벌거벗은 몸을 가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예주는 이불을 몸에 감고, 여유 있게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때 나는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앞의 사실에 화가 나고, 미운 마음이 들어 뭐든지 하고 싶었지만 뒤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민우는 몸에 타월만 두른 채로 급히 나를 쫓아왔고, 그의 눈빛은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윤슬아, 내 말 좀 들어봐...” “설명할 게 뭐가 있어? 방금 본 그대로잖아. 뭘 더 말하려는 건데?” 심장이 터질 듯 아팠지만 민우가 설명하려 하자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그러나 예주가 민우의 셔츠를 입고, 헝클어진 웨이브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나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은 더 없이 유혹적이었다. 예주는 내 앞에 서서 도발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유안이는 민우의 아이야.” 진유안, 세 살인 예주의 아이. 그 아이가 허민우의 아이라니... 내가 가지고 있었던 희망이 예주의 말 한마디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나는 잠시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민우가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예상은 빗나갔다.민우는 고개를 조금 숙이며, 눈빛은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안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었다. 내 마음은 칼에 베인 것처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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