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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차가운 눈밭에 남겨진 그녀: Chapter 21 - Chapter 23

23 Chapters

제21화

나의 머리를 찾은 그날부터 나의 영혼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대한 나의 집념이 곧 사라지고 나도 사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정경호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진성준이 거슬려서 이런 범죄를 저지른 거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채은을 위한 것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정씨 가문의 입양아들인 그는 항상 여동생을 챙겼다. 여동생을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대가든 다 치를 수 있었다. 심지어 아끼던 후배까지 죽이더라도.그날 이후로 진성준은 더는 출근하지 않았다.나의 머리를 안고 줄곧 집에만 붙어있었다. 예전처럼 집을 깨끗하게 청소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다.그리고 대신 비계도 먹어주었고 내가 영원히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먹었다.나에게 웨딩드레스도 사주었는데 남은 거라곤 머리뿐이라 면사포만 쓸 수 있었다.진성준은 내가 예쁘다고 했다. 그것도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이다.그리고 프러포즈는 남자가 해야 하는 거라면서 내가 했던 프러포즈도 거절했다.마지막에는 나와 평생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다.나의 머리가 썩어가면서 방안에 악취가 점점 심해졌다. 나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그만해, 오빠. 제발 그만해. 그냥 날 편히 보내주고 오빠도 오빠 인생을 살아.’어둠 속에서 그는 내 말을 듣기라도 한 듯 가볍게 중얼거렸다.“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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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마지막으로 진성준을 만난 건 황산이 가득 담긴 욕조 옆이었다.그는 나의 머리를 안고 예쁜 면사포를 씌워주었다. 그리고 옆에는 정채은과 정경호가 묶여있었다.“진성준, 복수하려면 나한테 해. 채은이랑 상관이 없어.”“정경호, 너도 두려워할 때가 있구나.”진성준은 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얼굴에 묻지도 않은 먼지를 닦아주었다. 그러고는 이미 썩어 문드러진 내 머리에 키스를 하고 웃으며 말했다.“우리 착한 별이, 오빠가 널 괴롭힌 이 사람들을 해결하고 집에 가자.”‘안 돼. 진성준, 미쳤어? 이건 범죄야.’“진성준, 너 미쳤어? 감옥에 갇힌 죄인을 빼낸 것도 모자라 납치까지? 경찰이 곧 알게 될 거라고. 네 앞날을... 이대로 망칠 작정이야?”“앞날? 나한테 무슨 앞날이 있어?”진성준이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왜 의사가 됐는지 알아? 별이 12살 때 고열 때문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내가 별이를 업고 집집이 문 두드리면서 도와달라고 했었거든. 근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그래서 그때 의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거야. 아무한테도 빌지 않으려고. 다시는 우리 별이 저녁에 외롭게 하지 않으려고.”“그리고 해외로 갈 기회가 있었는데 왜 가지 않았는지 알아? 그때 별이 아직 학생이라 더 좋은 기회를 얻어서 별이도 데리고 갈 생각이었어. 난 이번 생에 무슨 일이든지 다 별이를 위해서 했고 별이한테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려고 했어. 근데...”진성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목소리도 점점 부드러워졌다.“그동안 열심히 돈 벌어서 대학교에도 보냈어. 별이한테 가장 좋은 삶을 주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만신창이가 되었더라고. 근데 괜찮아. 이젠 거의 다 끝나가. 내가 별이한테 빚진 건 다 갚아줄 거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별이한테 빚진 거 다 갚아야 해.”진성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경호를 황산 욕조에 던져버렸다. 그렇게 한때 친했던 친구가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걸 싸늘하게 지켜보기만 했다.겁에 질린 정채은이 계속 발버둥 쳤다.“이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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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성준 오빠, 이러지 마. 나 필요 없어. 난 어릴 적부터 오빠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길 바랐어. 나 같은 사람 때문에 앞길 망치지 마. 자기 앞길을 망치면서 무서운 사람이 되는 거 바라지 않는다고, 난.’“강샛별, 넌 나한테 짐이 아니라 가족이야. 이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 오빠가 못나서 널 지켜주지 못했어. 근데 이젠 무서워하지 마. 오빠도 곧 네 옆에 갈게. 오빠가 말했었지? 평생 별이 옆에 있어 주고 지켜주겠다고.”수술칼이 그의 살을 갈랐을 때 나는 비명을 질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말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진성준이 배를 가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엄청난 고통에 진성준은 더는 움직이지 못했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이렇게 아픈 거였구나.”그는 웃으면서 마취제를 주사하고는 계속하여 배를 갈랐다.피범벅이 된 진성준은 마치 악마와도 같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고통에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다시 이어갔다.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오빠, 제발 그만해. 제발. 나 이젠 다 알았어. 오빠 원망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귀신의 눈물이 진성준의 얼굴에 떨어졌다.“별아, 이거 환각이야? 널 본 것 같아. 지금 내 모습 보기 좀 그렇지? 별아, 오빠가 이런 모습이라고 싫어하는 건 아니지?”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손짓했다.“아니야, 나한테는 오빠밖에 없어. 평생 오빠만 좋아할 거야.”“오빠도 별이만 좋아해.”진성준은 힘겹게 손을 내밀어 내 머리를 어루만지려 했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질 않았다. 그는 다시 손을 내려놓고 썩어 문드러진 내 머리를 쳐다보았다.“별아, 오빠가 미안해.”“제발 살아줘, 응?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바보, 이미 늦었어.”진성준은 나의 머리를 안고 황산 욕조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정채은의 신장을 황산 욕조에 던져버린 다음 나의 머리에 다정하게 키스했다.“오빠는 이미 늦었어. 오빠 인생에는 우리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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