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야, 미안해. 난 네가 이렇게 난감해하는 줄 몰랐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네 말대로 앞으로는 절대 널 따라다니지 않을게. 그리고 예전에 있었던 일들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아줌마, 아저씨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할게. 날 용서해 줘.”난 굴욕감을 참으며 깊게 허리를 숙였다.“맹세할게요. 앞으로는 절대 유신우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진짜 내가 잘못한 듯했다.유신우와 평생 함께하겠다던 내 다짐은, 그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결국엔 나 혼자만의 일이었고,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나는 입술을 힘껏 짓씹었다. 피비린내가 입안에서 퍼져 나갔다.‘유신우, 이게 네가 원하는 거지?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툭툭 떨어져서 흔적을 남겼다.“신우야,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아줌마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말했다.“수진아, 일어나. 넌 아무 잘못 없어.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엄마랑 같이 집에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가자.”엄마는 울먹거리면서 날 일으켜 세웠다. 엄마의 따뜻한 손가락이 내 볼을 잔뜩 적신 눈물을 닦았다.“우리 아가, 울지 마. 엄마 마음 아파.”“여보, 수진이가 옳은 일 한 거야. 수진이 때문에 신우가 부담이 컸나 봐. 그러니까 수진이가 사과해야 지. 수진아, 잘못한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절대 그러면 안 돼. 알겠지? 우리 집안 사람이라면 잘못을 반성할 줄 알고 자기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지.”아빠는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나와 엄마를 품에 안고 토닥토닥 달래주었다.난 아빠의 눈동자가 빨간 걸 보았다.“아빠, 엄마. 우리 아줌마 도와서 정리 좀 해요. 방 안이 어지럽혀졌네요. 전부 제 탓이에요.”난 꿋꿋하게 눈물을 닦으면서 웃음을 쥐어 짜냈다.“그래, 같이 정리하자.”엄마는 안쓰러운 얼굴로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난 주방으로 가서 쓰레기통을 가져왔고, 아빠는 부서진 그릇 파편들을 주워서 안에 넣었으며 엄마는 키친 타월로 바닥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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