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문용석을 돌보고 있는 사람은 예전에 그의 밑에서 일했던 비서였다. 이제 40대 후반을 넘긴 그는 충성심이 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어릴 때부터 문지원을 보며 자란 사람이었다.문용석이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문지원이 일부러 그를 찾아 다시 고용해서 아버지를 돌보게 했다.그는 지금 문용석 뒤에 서서 조용히 말했다.“회장님, 표정 관리 좀 하십시오.”‘표정 관리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지금 당장 딸이 낯선 남자에게 넘어갈 판인데 말이야.’문용석은 분노로 얼굴이 비틀릴 지경이었다.‘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아직도 한창 젊고 예쁜 나이여서 몇 년은 더 함께 지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은 도대체 뭘까?’하지만 역시 과거 문정 그룹을 일으킨 사람답게 마음속으로는 온갖 생각이 뒤섞여 있어도 겉으로는 철저하게 태연한 척했다.“흠, 왔으면 됐다만... 회사 직원까지 여기 데려올 건 뭐야?”문지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지석훈을 힐끔 쳐다보며 아버지가 일부러 그런 건지 의심했다.“아빠, 이 사람은 회사 직원이 아니라...”“됐어. 돌아왔으면 그만이지 뭘 그리 말이 많아?”문용석은 딸의 말을 도중에 끊었고 그것마저도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밥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사람 시켜 준비시킬게.”문지원은 당연히 아직 안 먹었다고 대답했다.그녀가 회사를 맡은 이후 아버지와 함께 식사할 시간이 거의 없었으니 모처럼 함께 식사할 기회였으니 놓칠 수 없었다.지석훈은 집을 방문하면서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왔다.하지만 문용석은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선물뿐 아니라 지석훈 그 자체를 완벽하게 투명 인간 취급하고 있었다.문용석의 눈엔 오직 문지원만 있었다.그녀의 손을 잡으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번 일은 잘 해결된 거야? 누가 또 너 괴롭히면 바로 아빠한테 말해. 내가 가서 혼쭐을 내줄 테니!”“아빠, 저도 이제 애 아니에요.”문지원은 아버지의 과도한 사랑이 고맙기도 하면서 난감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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