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기 전엔 못 놔줘: Bab 1661 - Bab 1670

1834 Bab

제1661화

박민정은 홀로 홀 대각에 앉아 있다가 어딘가 불편한 기운이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이 감각... 낯설지 않았다.순간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최현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동서, 벌써 가려고?”“네. 몸이 좀 안 좋아서 먼저 가볼게요.”최현아는 주변을 둘러보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내가 바래다줄까? 어차피 나도 딱히 할 일 없는데.”“아니에요, 괜찮아요.”박민정이 정중히 거절하자 최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물었다.“그런데 남준 씨는? 어디 갔어?”“일이 있어서 나갔어요.”그 말을 듣자 최현아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졌다.“그래? 그럼 다행이네. 내가 데려다줄게, 길을 잃으면 곤란하잖아.”“괜찮아요. 길은 기억하고 있어요.”설령 잊는다 해도 하인들에게 물으면 될 일이었다.박민정은 가볍게 웃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런데 걸음을 옮길수록 몸이 이상했는데 발이 휘청이고 머리가 묘하게 어지러웠다.최현아는 그녀의 상태를 눈치채고도 모르는 척 다가왔다. 이대로 그녀를 그냥 보낼 리 없었으니까.“괜히 사양하지 마.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최현아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가 따라오든 말든 지금은 어서 이곳을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하지만 점점 시야가 흐릿해졌다.혹시 몸에 다시 문제가 생긴 걸까? 머릿속이 어지럽고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박민정은 힘겹게 입을 뗐다.“...구급... 구급차를 불러줘요...”그러나 그녀가 완전히 쓰러지기 직전, 최현아가 그녀를 붙잡았는데 그녀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구급차? 정말 순진하기도 하지.”최현아는 비웃듯 말하며 박민정을 외딴 곳으로 끌고 갔다. 곧 어둠 속에서 몇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최현아가 지시한 대로 움직였다.박민정은 서쪽에 있는 빈집으로 실려 갔다.최현아는 남자들을 향해 싸늘하게 경고했다.“오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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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2화

방 안에서는 이미 유성혁이 상의를 벗은 채 박민정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그때, 최현아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여보!”“뭐야?” 유성혁은 갑작스러운 방해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유남준이 돌아왔어요. 이쪽으로 오고 있으니까 얼른 옷부터 입어요!” 최현아가 다급하게 외쳤다.유성혁은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어떡하지? 어떡하지? 유남준이 내가 박민정과 함께 있는 걸 알게 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얼른 옷 다 입고 숨어요. 여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요.” 최현아가 단호하게 말하자 유성혁은 허겁지겁 옷을 걸쳐 입으며 당부했다.“꼭 나랑 관련 없는 일처럼 해줘. 아직 아무것도 못 했다고!”“알았어.” 최현아는 그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를 방에서 밀어내고 나서야 최현아는 박민정 쪽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동서.” 그녀는 살며시 불렀다.박민정은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최현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유남준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기를.그녀는 박민정의 몸을 가볍게 감싸 이불을 덮어준 후, 소파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다.잠시 후, 약효가 다소 풀렸는지 박민정은 흐릿한 눈빛으로 천천히 눈을 떴는데 머리가 심하게 어지러웠다.그때였다.쿵!문이 거칠게 열리며 유남준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민정이는 어디 있어요?”최현아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앞을 막아섰다.“남준 씨! 갑자기 웬일이에요? 마침 남준 씨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요.”유남준의 얼굴은 싸늘하기만 했다.“민정이는요?”“아마 술을 잘 못 마셔서 그런가 봐요. 지금 쉬고 있어요. 원래 남준 씨 방으로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최현아가 태연한 척 대답했다.분명 박민정은 오늘 칵테일을 한 모금 정도 마셨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그냥 음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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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3화

“너희들 봐줄 시간 없어.”유남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박민정을 안아 들고 곧장 밖으로 나섰다.두 아이는 따라가려 했지만 가정부가 막아섰다.“도련님들,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세요. 대표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고요.”박윤우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싫어요! 엄마랑 같이 갈 거예요! 걱정돼서 못 기다리겠어요!”하지만 박예찬은 침착하게 동생의 손을 잡아끌었다.“이제 너무 늦었어. 그냥 집에서 소식 기다리자. 우린 괜히 짐만 될 거야.”형의 말에 박윤우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유남준은 박민정을 차에 태우고는 운전사에게 병원으로 가라고 지시했다.가는 길, 박민정은 그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더니 문득 톡톡 두드렸다.“우와, 단단하네.”그러곤 이유도 없이 침을 삼켰다.유남준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그녀의 작은 손길이 닿는 순간, 온몸의 혈류가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그는 단숨에 박민정의 손을 붙잡았다.“장난치지 마.”그러나 박민정은 자신의 행동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손이 막히자 이번에는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비볐다.유남준의 몸이 마치 수많은 개미가 기어오르는 듯한 감각에 휩싸였고 그의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민정아, 너 오늘 왜 이래?”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그냥 몸을 제어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병원. 네 상태를 검사해 봐야겠어.” 그러자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병원 안 갈래요. 나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요.”그녀는 유남준의 품에 기댄 채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숨결이 그의 얼굴을 스쳤다.그는 순간적으로 그녀를 제압하듯 품 안에 가두었다.“그만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박민정은 천진하게 물었다.“뭘 못 참는데요?”그녀의 손이 다시 자유로워지자마자 이번에는 더욱 거침없이 움직였다.유남준은 결국 더 이상 자제하지 못하고 운전사에게 말했다.“차 세워.”운전사는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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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4화

유남준은 혹시라도 회사 사람들과 연락이 끊겨 업무에 지장을 줄까 봐 핸드폰을 꺼두는 일이 거의 없었다.“할머니, 얼른 사람을 보내서 엄마를 찾아주세요.” 박윤우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말했다.“알았어, 알았어.”고영란은 즉시 사람들을 불러 밤새 유남준과 박민정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이 모습을 본 유남우도 나서며 말했다.“저도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볼게요.”“그래, 부탁하마.” 고영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박윤우와 박예찬이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한편, 호텔 안.박민정은 침대에 누워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온몸이 마치 차에 치인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조금 전 벌어진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거리고 땅속으로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때, 욕실의 물소리가 갑자기 멈췄고 유남준의 발소리가 점점 다가왔다.박민정은 재빨리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유남준은 그녀 앞에 다가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그는 지금 밖에서 자신을 찾느라 난리가 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유씨 가문의 움직임은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과 박민정이 호텔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호텔 밖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유남준이 문 앞에 다가가자마자 여러 사람이 연달아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핸드폰을 들어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입니까?”프런트에서 대답이 오기도 전에 익숙한 실루엣이 무리 속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유남우는 한눈에 호텔 스위트룸 앞에 서 있는 유남준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걸어왔다.“형, 괜찮아?”유남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일이야?”“윤우랑 예찬이가 형이랑 형수가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어머니랑 사람들을 데리고 왔어.” 유남우는 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방 안쪽으로 시선을 보냈다.방 안에는 아무렇게나 흩어진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고 더 볼 것도 없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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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5화

이 소식은 당연히 최현아와 유성혁의 귀에도 들어갔다.유성혁은 초조하게 방 안을 서성였다. “당신, 유남준이 혹시 뭔가 눈치챈 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왜 갑자기 박민정과 함께 사라진 거지?”최현아는 그의 두려움을 눈치채고는 능숙하게 부추겼다.“여보, 당신과 박민정의 일이 언젠가는 유남준에게 들킬 거예요. 그게 오늘이든 내일이든 결과는 똑같지 않아요?”“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유성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최현아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에요.”“무슨 방법인데?”“유남준을 무너뜨리는 거죠.”“그게 가능해?” 유성혁은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예전에 유남준이 눈이 보이지 않았을 때조차 자신은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 지금은 권력을 손에 쥐고 건강까지 회복한 유남준을 상대로 감히 함부로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최현아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여보,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우리 같은 집안에서는 먼저 치지 않으면 상대가 먼저 덤벼드는 법이에요.”“우리 지훈이는 결국 박예찬의 밑에서 일해야 하는 운명이에요. 박예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우린 목숨도 장담 못 한다고요.”최현아는 부드럽게 속삭이며 유혹했다. “이제 아버님도 돌아왔으니 우린 혼자가 아니에요. 유남준을 직접 건드릴 수 없다면 그 네 아이를 노리면 되잖아요?”“어떻게든 그 네 아이를 없애야 해요. 그러면 앞으로 유씨 가문은 지훈이 하나만의 것이 되는 거죠.”이 말을 들은 유성혁은 충격을 받아 말문이 막혔다.“장난치지 마. 네 아이를 건드리다 들키면 난 목숨도 없어.”최현아는 그런 그를 보며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당신이 오늘 한 일, 유남준이 알게 되면 결과는 똑같아요. 죽음뿐이라고요. 얼른 선택해요.”그 말을 남기고 최현아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유성혁은 혼자 거실에 남겨져 혼란에 빠졌다.무슨 뜻이지?그가 한 일이 유남준에게 들키면 죽는다고?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그는 완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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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6화

그가 고개를 숙이며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박민정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박민정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흔들리며 그녀는 반사적으로 입을 손으로 가렸다. 덕분에 그의 입술은 그녀의 손등에 살짝 닿고 말았다.둘의 시선이 엉키며 공기마저 뜨겁게 달아올랐다.유남준이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치우려 하자 박민정은 급히 외쳤다.“안 돼요!”그녀의 반응에 유남준의 동작이 멈췄다.“저... 저 갑자기 기억이 난 것 같아요.”유남준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쥐었다.“정말?”“네! 어제, 아마도 음료에 술이 조금 섞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미안해요.” 박민정은 얼굴이 불타오를 듯이 새빨개졌으나 유남준은 오히려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당연한 거야. 너도 결국 참지 못한 거잖아.”“뭐라고요?” 박민정은 순간 주먹을 꼭 쥐었다. “내가 뭘 참지 못했다고요?”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 이제 그만. 일어나자. 예찬이랑 윤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박민정은 아이들이 밤새 자신을 찾아다니다 놀랐을 걸 생각하니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유남준은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좋아. 아침 먹고 바로 돌아가자.”그의 기분은 오늘따라 유난히 좋아 보였다. 돌아가는 길 내내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반면, 박민정은 그의 곁에 앉아 잔뜩 긴장한 채 앉아 있었다.두 사람이 부부라는 것, 이미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젯밤을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도대체 왜 참지 못한 거지?'유남준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 채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고 박민정은 깜짝 놀라며 손을 빼려 했다.“괜찮아요.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하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이건 걷는 문제랑 상관없어.”박민정은 그의 아내였다. 그는 그녀가 항상 그의 시야 안에 머물도록 곁에 두고 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유남준이 어제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어제, 최현아가 너한테 뭘 하지 않았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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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7화

“저는 남준 씨가 동서를 못마땅해하던 시절도 지켜봤어요. 그 삼 년 동안 동서는 정말 처참했죠. 아무도 동서를 사모님으로 대우하지 않았어요.” 최현아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빨리 변하다니. 나는 동서가 영영 남준 씨랑 화해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동서는 정말 너그럽네요.”유남우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으나 최현아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실 도련님께서 돌아오기 전에 전 이미 동서한테 사람을 잘못 알아봤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동서는 그때 이미 남준 씨를 좋아하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유남우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거니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요.”최현아는 입을 다물었다.유남우는 시선을 거두고 돌아서서 걸어갔고 최현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유남우는 유남준이 잘되는 꼴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두 형제가 어떻게 싸울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유남우는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는 홍주영이 조수석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그가 타자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도련님.”“응, 회사로 가자.”“네.”홍주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그녀는 확인하지 않았고 유남우는 그런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왜 메시지를 안 봐?”홍주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개인적인 메시지라 굳이 볼 필요 없어요.”그녀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건 하민재였다. 둘은 이제 화해하고 교제하기로 했는데 하민재는 예상외로 틈만 나면 연락을 해왔다.“괜찮아. 지금 업무 시간도 아닌데.” 유남우는 부드럽게 말했다.“네.”홍주영은 그제야 핸드폰을 들어 하민재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그는 오늘 오후에 그녀를 하씨 가문에 초대했다. 할머니가 그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홍주영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유남우에게 말했다. “도련님, 오늘 오후에 개인적인 일이 좀 있어요.”유남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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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화

시간이 흐를수록 차 안에 앉아 있던 유남우는 여전히 홍주영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고 그는 무심코 넥타이를 당겼다.또다시 10분이 지나도록 메시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온 건 차가운 자동 응답음뿐이었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가슴 한구석이 더 답답해졌다. 그는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한쪽으로 던지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가 물었다.“어디로 모실까요?”“모르겠어. 그냥 아무 데나 가.”“네.”차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고 창밖으로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한편, 홍주영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씨 가문의 할머니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하민재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하민재는 벌써 그녀를 미래의 아내로 여기고 있었다.“어때요? 불편한 점은 있어요?”홍주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없어요. 할머니도 너무 좋으시고 아버님과 어머님도 따뜻하게 대해 주셨어요.”그때 하민재가 갑자기 등 뒤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자, 받아요.”“이게 뭐예요?”홍주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하민재는 그녀의 손에 상자를 쥐여 주었다.“열어봐요. 우리 부모님께서 주영 씨에게 주시는 첫 선물이에요.”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고풍스러운 장신구 세트가 들어 있었다.아니, 단순한 ‘고풍'이 아니라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전통 예물이었다.하민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리 부모님께서 주영 씨를 인정하신 거예요. 이건 우리 집안의 며느리만 받을 수 있는 거거든요.”홍주영은 너무 놀라 얼른 상자를 다시 그의 손에 돌려주었다.“이건 너무 귀한 거라 받을 수 없어요.”“왜 못 받아요? 어차피 우린 결혼할 사이인데.”‘결혼'이라는 단어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망설였다.“결혼하고 나서 받아도 늦지 않잖아요. 아직은 너무 일러요.”결혼 이야기가 나온 이상, 섣불리 받을 수 없었다. 만약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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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9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하민재가 아니라 유남우였다.홍주영은 순간 얼어붙었다.“도련님? 어떻게 오셨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유남우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애써 눌렀다.“별일 아니야. 네가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 받아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해서 와봤어.”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거짓말을 했다.홍주영은 황급히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제야 유남우가 여러 번 전화와 문자를 보냈다는 걸 확인했다.“죄송해요. 오늘 오후 바빠서 폰을 무음으로 해뒀거든요. 그래서 확인을 못 했어요.”유남우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테이블 위에 놓인 낯선 컵이 눈에 들어왔다.“누가 왔었어?”그가 아무렇지 않은 듯 묻자 홍주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오늘 남자 친구 가족을 만나고 왔어요.”‘남자 친구 가족...? 벌써 부모님을 만난 건가?’“언제 그렇게 됐어? 상대는 누구야?”유남우는 모르는 척 물었고 이 말에 홍주영은 주먹을 살며시 쥐었다.“...하민재 씨예요.”‘역시, 그놈이었군.’유남우는 얼굴에 떠오르는 감정을 애써 감췄다.“그때는 사귈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나?”“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많이 생겼어요.”홍주영은 손바닥을 꼭 쥐었다. 어쩐지 유남우 앞에서는 괜스레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잘못이라도 저지른 아이처럼.더 이상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녀는 얼른 주방으로 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건넸다.“도련님 오늘 저한테 왜 연락하신 거예요?”“별건 아니고, 전에 고 대표 건 홍 비서가 맡았지? 그 계약서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되더라. 나중에 혼자 찾았어.”“아... 찾으셨군요. 죄송해요. 앞으로는 업무에 지장 없도록 할게요.”유남우는 그녀가 내민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물맛이 입안 가득 퍼졌지만 왠지 씁쓸하게 느껴졌다.“괜찮아. 이제는 홍 비서 일도 중요하니까. 홍 비서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니 결혼을 생각할 때가 됐겠지.”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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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0화

“연애해 본 적 없다면서요?”하민재는 다소 의아했다.도대체 자신이 그 남자보다 부족한 게 뭐란 말인가?홍주영은 그의 말에 씁쓸하게 웃었다. “네, 연애는 해 본 적 없어요. 그냥... 짝사랑이었을 뿐이에요.” 하민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솔직한 여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럼 왜 고백하지 않았어요?” 그는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홍주영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그 사람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절 좋아하지 않거든요.”“그럼 둘이 이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거네요?”하민재가 다시 한번 확인하자 홍주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 가능성은 없어요.”“그렇다면 굳이 우리가 헤어질 필요도 없잖아요? 난 신경 안 써.”짝사랑이라면 아무 문제없었다.하민재는 자신만만했다. 연애 경험 없는 홍주영쯤이야 얼마든지 자신의 매력으로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홍주영이 더 말을 잇기도 전에 하민재가 가로막았다.“하지만은 무슨. 이제 이 얘긴 그만해요. 연애에 공평함 같은 게 어디 있어요? 난 주영 씨 마음속에 누군가 있는 걸 개의치 않으니까 주영 씨도 내 과거에 신경 쓰지 않으면 돼요.”하민재의 단호한 태도에 홍주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좋아요, 약속할게요.”“네.”그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 하민재의 할머니가 다가와 넌지시 물었다.“어떻게 됐어?”“뭐가요?”하민재가 되묻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랑 주영이 말이다. 주영이 같은 아이, 꼭 소중히 여겨야 한다. 부잣집 딸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할 것 없는 아이야.”하민재의 할머니는 함부로 연을 맺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홍주영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었다. 홍주영은 비록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능력만큼은 인정할 만했다.그녀는 가문 사업에는 별 관심 없는 손자가 이런 여자를 곁에 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하민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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