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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1화

그러다 한쪽 이익이 침범을 당하면 사이는 바로 틀어지게 된다. 지금처럼 남자가 멍청하게 하나로 프로젝트의 총괄 담당자를 욕보인 이상 위쪽에서 조사하기 시작하면 병원을 폐쇄해야 할지도 모른다. 폐쇄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장은 당장 해임될 수도 있다.여자와 그 남편도 너무 멍청했다. 아직도 누가 최종 보스인지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자는 북안도의 대통령이 온다고 해도 최고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일반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저 남자가 지내는 데 불편한 게 없이 극진히 모실 수밖에 없었다.원장은 보디가드처럼 날마다 단련하는 것도 아니니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발차기 몇 번에 숨을 헐떡이더니 바로 뒤에 선 보디가드에게 말했다.“거기 서서 뭐 해? 얼른 안 튀어와?”보디가드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귀한 손님이었던 두 사람이 더 귀한 손님을 욕보인 게 틀림없었다. 이제 더는 눈치 볼 거 없이 있는 힘껏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3, 4명의 보디가드가 부부를 에워싸고 매질하기 시작했다. 과정에 뚱보와 뚱보가 데려온 졸병들은 내보낸 상태였다. 임서현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윤혜인이 주훈에게 아이들은 일단 데리고 나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렇게 폭력적인 장면을 아이가 보는 건 적절치 않았다.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맞는 게 맞았다.원장이 보디가드에게 멈추라고 하지 않은 건 이준혁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이준혁은 두 사람이 정신을 차릴 만큼 맞았다고 생각했는지 휠체어의 손잡이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데리고 나가세요.”“네. 네. 알겠습니다.”원장이 연신 대답했다.“지금 바로 끌어내겠습니다. 불편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세요.”남자는 너무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어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원장이 남자에게 굽신거리는 모습과 대표님이라는 호칭에서 금세 알아챘다.‘대표님...’남자는 서울 갑부 이씨 가문의 사람이었고 등급을 보아하니 이씨 가문을 이끄는 사람 같았다. 그제야 남자는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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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남자가 멍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망했다는 걸 직감한 것 같았다.북안도에서 조사가 끝나면 서울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한편, 밖에서 기다리던 뚱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우쭐대고 있었다.“봤지? 아빠랑 엄마가 저 절름발이 혼쭐을 내줄 거야. 그리고 나를 욕한 저 여자도 무사하진 못할걸?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만들어서 룸살롱에 팔아버릴 거야.”임서현이 콧방귀를 뀌었다.“꿈 깨. 예쁜 누나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뚱보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너야말로 딱 기다려. 아빠, 엄마 못 하는 게 없어. 안에 두 명 혼내주고 나오면 바로 밥버러지 너희 아빠랑 네 차례야. 감히 나한테 대들어?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임서현은 나이가 어렸기에 뚱보가 이렇게 말하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예쁜 누나와 잘생긴 삼촌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뚱보가 더 만만하게 볼 것 같아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매섭게 쏘아붙였다.“어떡하지? 나는 너 하나도 안 무서운데.”“너... 내가 너 죽일 거야.”뚱보는 당장이라도 임서현을 덮치려고 했지만 뒤에 서 있던 보디가드에게 잡히고 말았다. 만약 보디가드가 뚱보와 꼬맹이를 감시하지 않았다면 뚱보는 진작 꼬맹이와 손잡고 임서현을 매질했을 것이다.“젠장. 아빠, 엄마 나오면 넌 죽었어.”뚱보는 평소 보고 들은 게 부모님이 한 나쁜 짓이었다. 문제는 부모가 돼서 아이를 앞에 두고 말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쩍하면 아들에게 돈만 있으면 권력과 유착해 북안도를 마음껏 휘젓고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뚱보도 믿는 구석이 있어 점점 안하무인이 되어갔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성격이 되고 말았다.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맞고 나온 남자가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늘 이런 봉변을 당한 것도 다 아들이 시발점이었다. 아들이 밖에서 사고만 치지 않았다면 이런 대단한 사람을 욕보일 일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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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뚱보는 갑자기 날아든 따귀에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빠에게 맞아본 건 처음이었다.여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뚱보에게 달려가며 남자를 노려봤다.“미쳤어요? 왜 애를 때리고 그래요?”“고작 이걸로 때렸다는 거야?”남자가 충혈된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내가 어떻게 오늘의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당신이 낳은 모자란 새끼 때문에 다 망했다고.”여자가 뚱보를 마음 아파했다.“내가 낳은 거라니요. 그러면 당신 아들이 아니라는 소리예요?”“내 아들?”남자가 갑자기 서늘하게 웃기 시작했다.“그래. 내 아들이 아니지.”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헛소리에요? 어떻게 갑자기 당신 아들이 아닌데요?”“나 무정자증이라 친구 찾아서 낳은 거야.”남자가 놀랄만한 사실을 알려줬다. 아이를 갖는 게 목적이기도 했고 여자를 옆에 묶어두고 싶기도 했다. 그땐 여자의 가문에 돈이 꽤 많았지만 남자는 별 볼 일 없는 백수였다. 출세하기 위해 외동딸인 여자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면 앞으로 많은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자가 조금 못생겨도 참았다. 얼굴까지 예쁘면 절대 남자 차례가 올 리가 없었다.일단 먼저 여자에게 접근하고는 친구에게 부탁해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게 하고 임신하면 아이를 빌미로 결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자가 못생겨도 너무 못생겨서 부탁을 들어주려는 친구가 없어 큰돈을 들여서 일을 성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남자는 하고 싶은 사업을 마음껏 하면서 오늘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늘 자랑으로 여겼던 사업이 한순간 망하고 말았다.남자가 저지른 일은 북안도에서는 사형까지 갈 것 같지 않았지만 서울에서 저지른 살인 사건까지 들춰낸다면 사형에 처할 수도 있었다.인생이 쫑났다는 생각에 남자는 이성을 잃고 벨트를 풀어 손에 들고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빌어먹을 새끼. 길러준 은혜도 모르고. 내가 오늘 너 죽이고 만다.”여자가 뚱보를 감싸자 남자는 여자와 뚱보를 같이 패기 시작했다. 순간 병원 앞은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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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정원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뒤따라온 건 지울 수 없는 어색함이었다.윤혜인은 기세등등해서 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꼬시고 싶다고, 두 사람 다 싱글인데 좋아한다고 뭐가 문제냐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아까는 정말 뭐에 홀린 것 같았다. 이준혁의 체면을 가리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할 말 못 할 말 한꺼번에 다 내뱉었지만 그 말이 휩쓸고 간 자리가 너무 어색했다. 윤혜인은 혹시나 이준혁이 난감해질까 봐 먼저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아까는 급해서 헛소리했는데 신경 쓰지 마요. 필요하면 내가 해명...”윤혜인은 정유미가 생각났다.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이준혁이 정유미가 한 말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정유미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하진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윤혜인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필요하면 내가 해명할게요.”윤혜인의 해명을 다 듣고 나서야 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괜찮아 난 신경 안 써.”이준혁이 신경 쓰지 않는다니 윤혜인도 뭐라 더 말하기 그랬다. 윤혜인은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 그가 아까 몰래 일어서는 연습을 하려던 모습이 생각나 코끝이 찡했고 심장이 저릿했다. 이런 고통은 겪어도 겪어도 적응하기 어려웠다.‘다리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어떤 것부터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에겐 관심할 자격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두 사람 곁에는 이미 각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지금 관심하면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일지도 모른다. 윤혜인은 다른 사람과 애매모호한 관계를 가지는 게 싫었다.“푹 쉬고 빨리 나아요.”윤혜인은 그래도 이 말만은 참을 수가 없어 말하고 나서 얼른 몸을 돌렸다.“혜인아.”이준혁이 윤혜인을 불러세웠다.“아이는 잘 지내?”이준혁이 물었다.윤혜인이 고개를 돌리더니 약간은 울먹이며 말했다.“아이는 아주 잘 지내요. 아주 귀여워요. 준혁 씨 나으면 같이 놀아줘요.”“그래. 아이들 꼭 잘 챙겨야 해.”두 아이는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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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윤혜인은 정유미가 생각나 티 나지 않게 슬쩍 물었다.“유미 씨는 왜 안 보여요?”이준혁이 휠체어에 앉아 앞을 주시하며 말했다.“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갔어. 여기 남아있으면 뭐 하게?”윤혜인이 멈칫했다.“잘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는 사람도 없고 환경도 낯선데 나갔다가 나쁜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떡해요?”“이하진 따라다니잖아.”이하진의 이름이 나오자 윤혜인의 심장이 덜컹했다.“하지만 하진이는 유미 씨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준혁 씨가 챙겨주는 게 낫지 않아요?”이준혁이 멈칫하더니 해명했다.“하진이가 성격이 대범해 보이긴 해도 정말 위험이 닥치면 절대 정유미 씨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정유미 씨?’윤혜인은 이 호칭에서 이준혁이 정유미에 대한 거리감을 확 느낄 수 있었다. 정유미 씨라는 호칭은 아예 정유미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멀어 보였다. 하지만 이준혁의 성격이 늘 그랬듯 차가웠기에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그래도 준혁 씨 따라서 온 사람인데 무슨 일이라도 나면 준혁 씨도 피곤해질 거 아니에요.”윤혜인이 타일렀다. 정유미가 남자를 바꿔가며 잠자리를 가지겠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비록 농담인 건 알고 있었지만 화가 난 상태에서 술집에 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북안도의 치안은 서울의 10퍼센트도 미치지 못했다.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렸다.“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다 생각이 있겠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윤혜인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둘이 사귀는 거 아니었어요?”이 말에 이준혁이 휠체어를 멈추더니 눈꺼풀을 들고는 까만 눈동자로 윤혜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준혁의 눈빛에 윤혜인의 얼굴이 뜨거워졌다.“속사포 질문을 한 게 결국에는 이걸 물어보고 싶은 거였어?”윤혜인의 심장이 덜컹했다.‘내가 오해했나?’윤혜인은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게 신기했다.“내가 뭘 또 속사포 질문을 했다고 그래요. 그냥 유미 씨를 별로 안 챙기는 것 같아서 물은 거지.”이준혁이 덤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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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이 말을 하고 나서 윤혜인은 남자가 대답할 틈조차 주지 않고 마치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더 있다가는 자신의 감정이 드러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특히 그가 방금 정유미와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말했을 때, 윤혜인은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뚜렷하게 느꼈다.너무 위험했다.‘간신히 그 자책감에서 벗어났는데... 정말 다시 빠져들고 싶지 않아.’...다음 날.윤혜인은 퇴원하여 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떠날 때, 그녀는 이준혁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자꾸만 피어오르는 감정을 차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윤혜인은 자신이 쉽게 흔들린 이유가 이준혁의 다리 때문이라고 여겼다.‘그래. 다리가 불편하니까 더 우울해 보였던 거야. 그래서 내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고 동정이나 연민을 느낀 거야.’그리고 윤혜인은 이 감정이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별장에 돌아온 후, 마음이 진정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휠체어에서 일어나려는 이준혁의 모습이 떠올랐다.그 장면은 마치 각인이라도 된 듯 윤혜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 순간 윤혜인은 자신이 얼마나 이준혁을 곁에서 격려해주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다.북안도의 날씨는 늘 예측할 수 없었다.갑자기 밖에 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윤혜인은 창밖의 눈발을 바라보며 따뜻한 실내에 있음에도 그 냉기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일종의 심리적인 효과였다.그녀는 아직 북안도의 날씨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자신조차 이곳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이준혁은 다리가 아픈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걱정되었다.타국인 북안도에서 통증을 홀로 견디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점점 선명해졌다.또다시 이 장면에 마음이 흔들린 윤혜인은 예전에 외할머니가 가르쳐주신 한 방법이 떠올랐다.바로 추운 날씨에 고통이 심해질 때 도움이 되는 간단한 방법이었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자세한 방법을 적은 후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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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대략적인 계획을 설명한 후, 곽경천은 윤혜인이 눈꺼풀이 축 처진 채로 피곤해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젯밤 잠을 못 잔 거야?”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좀 잠을 설쳤어.”곽경천은 그녀가 이번 작전 때문에 걱정하는 줄 알고 위로하듯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오빠가 네 안전은 꼭 지킬 테니까.”“응. 나 걱정 안 해.”윤혜인이 말했다.“그런데 오빠... 혹시 이준혁 씨 다리에 관한 얘기 알고 있어? 다리 상태가... 어느 정도인 거야?”그러자 곽경천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직접 가서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사실 이준혁이 비밀로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그가 원하지 않는 이상 곽경천이 윤혜인에게 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게다가 곽경천은 내심 그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과거의 죄책감에 다시 빠져들어 더 힘들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만약 윤혜인이 직접 물어보고 이준혁이 대답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곽경천은 이준혁이 분명 윤혜인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잘 달래줄 거라고 믿었다.윤혜인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오빠, 난 자꾸... 내가 다가가면 그 사람에게 불행을 안겨줄 것 같아서 두려워.”곽경천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심리 전문가가 아니지만 윤혜인의 엉킨 감정이 끊지 못할 만큼 복잡하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곽경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혜인아, 때로는 불행의 반대가 행운일 수도 있어. 사람마다 선택하는 건 다 달라. 넌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무의미하게 살아갈 거야?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매 순간이 소중하고 기억될 시간을 보낼 거야?”“그러니까 우리 자신을 한쪽 시선에 가두지 말자. 마음이 편치 않으면 그 문제를 풀어가며 완전히 놓아줄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거야.”곽경천의 말에 윤혜인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늘 원지민의 말에 현혹되어 있었다.자신이 이준혁에게 불행을 안겨준 원흉이라고 생각해온 것이다.그러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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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윤혜인은 차에서 내려 이준혁이 일하는 회의장 밖에 도착했다.이미 소식을 들은 주훈이 미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혜인은 그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주 비서님, 우리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이번엔 솔직하게 답해줄 수 있나요?”주훈은 순간 멈칫하며 혹시 이준혁이 자신의 피의 대부분을 헌혈한 사실을 윤혜인이 알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그는 약간 망설였다.지난번에도 사실을 말하다가 이준혁에게 한 소리 듣고 근 반년 동안 탄페니아에 보내져서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감독해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급여나 처우는 그대로였지만 황토를 마주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고단한 생활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 하나 찾기 힘든 환경을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그곳의 여자들은 주훈을 보고 마치 신선이라도 만난 것처럼 여기며 하룻밤에도 서너 명이 그의 천막으로 찾아와 친해지려 하는 일들이 많았다.겁이 난 나머지 주훈은 급히 벽돌로 집을 짓고 문을 굳게 닫고 지냈다.물론 그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뿐이다.그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떠올리며 주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말씀하세요.”윤혜인은 물었다.“대표님의 다리 상태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어요.”주훈은 두어 초 동안 멍하니 있었다.윤혜인이 이준혁의 다리에 대해 질문한다는 건, 이준혁이 어떻게 다리를 다쳤는지 아직 모른다는 의미였다.‘그럼 이제 그 얘기로 해도 되는 거 아닌가?’곧 주훈은 무겁게 입을 떼며 말했다.“대표님은... 북안도의 전문가들 소견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평생 목발과 휠체어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거라네요.”“회복 불가능하다고요?”윤혜인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고 주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수술받으면 서서히 회복될 거라 하지 않았나? 심지어 퇴원하기 전에는 혼자 서 있는 모습까지 봤었는데?’그녀는 주훈의 팔을 꽉 쥐고 다급히 물었다.“그날 밤, 오빠 보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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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이준혁은 모든 과정을 매우 능숙하게 해냈다.한눈에 보기에도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것이 분명했다.동작이 빨랐지만 윤혜인은 그의 한쪽 다리가 무력하게 늘어져 있는 걸 분명히 보았다.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며 윤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의 표정을 본 이준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혹시 주 비서가 뭔가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건가?”윤혜인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저도 눈이 있으니까...”하지만 이준혁은 완전히 믿지 못하는 듯했다.요즘 주훈이 점점 겉으로는 알아듣는 척하면서도 뒤로는 제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항상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결국엔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주훈이었다.이준혁은 윤혜인의 지금 모습만 봐도 주훈이 분명 무슨 말을 했구나 싶었다.‘탄페니아에서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나 보네? 아직 더 단련시켜야겠어.’윤혜인이 주훈에게서 아무 말도 들은 게 없다고 부정하자 이준혁도 굳이 그 말을 들춰내지는 않았다.대신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다리는 괜찮아. 보이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아.”이 말을 들은 윤혜인은 그가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를 감추고 있다고 느꼈다.그녀는 문득 자신이 미워졌다.‘준혁 씨는 자신의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늘 자존심 강하고 뛰어났던 사람인데...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거야.’정말이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견뎌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 모든 순간을 이준혁은 혼자서 견뎌냈다.윤혜인이 이준혁의 곁을 떠나고 그를 밀어내는 동안, 이준혁은 홀로 아픔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윤혜인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의해 조여드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순간 윤혜인은 모든 것을 잊고 이준혁을 껴안았다.뒤이어 그녀의 눈물이 이준혁의 양복을 적셨다.“준혁 씨... 많이 아팠죠?”‘많이 아팠죠?’라는 말은 이준혁의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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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윤혜인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들지 못했다.몸이 미세하게 떨렸고 뒤늦게 밀려오는 창피함이 그녀를 휘감았다.이준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문밖의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시간 맞춰서 갈 겁니다.”비서는 대답을 듣자마자 얼른 문을 닫아주고 나갔다.윤혜인은 바로 이준혁의 품에서 몸을 떼려 했지만 그는 재빠르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 주었다.그러자 당황한 윤혜인이 물었다.“그... 회의에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준혁은 태연히 대답했다.“1분 정도는 문제없어.”윤혜인의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고 얼굴은 조금 붉어져 있었다.조금 전의 용기도 사라지고 그녀의 말투는 조심스럽고 주저하는 듯했다.“일단 회의에 가세요. 우린 이따가 얘기해요.”하지만 이준혁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날렵하고 힘 있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며 물었다.“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거야?”이 질문 하나로 윤혜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내가 준혁 씨를 불쌍하게 여기면서 동정하고 있는 건가? 정말 그런 건가?’잠시 동안 윤혜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이준혁의 깊은 눈동자에는 점차 어두운 빛이 어렸다.“네 동정은 필요 없어.”이준혁이 말했다.그는 그녀가 자비로운 마음에 얽매이는 걸 원치 않았다.감정이란 단순한 감동이나 연민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만약 동정으로 얻게 되는 감정이라면, 이준혁은 차라리 윤혜인을 자유롭도록 놓아주고 자신이 홀로 평생 아픔을 감수하는 편을 택할 것이다.곧 이준혁은 윤혜인은 바닥에 내려놓고 그녀가 제대로 서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말했다.“이제 돌아가.”그런 다음 스위치를 눌러 휠체어를 움직여 윤혜인 앞에서 천천히 떠났다.윤혜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있었다.조금 전 왜 동정심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마음속으로는 이 감정이 동정이 아님을 알았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이준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녀에게 많은 고통이 함께 밀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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