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Bab 1461 - Bab 1470

1478 Bab

제1461화

“누구시죠? 왜 여기 계시는 거죠?” 사장이 약간 당황한 듯 물었다. 그녀는 서철용과 일면식이 없을뿐더러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서철용이라고 합니다. 당신과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요.” 냉담하고 단호한 서철용의 어조에 사장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서철용의 의도는 알지 못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험한 기운만큼은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하여 함부로 그의 화를 돋우지 않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의 목적을 알아내려고 애썼다.서철용은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는 사장에게 왜 배은란에게 약을 먹였는지, 왜 그녀를 해치려 했는지 따져 물었다.사장은 처음에는 부인하려 했지만, 서철용의 눈빛이 너무나 날카로워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누군가 그렇게 하도록 시켰고,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해명했다.“다른 사람이라고요?” 서철용은 코웃음을 쳤다. “어제 문 앞에서 서민용의 번호를 따가려던 그 여자 말인가요?” 그는 사장을 노려보며 물었다. 진작부터 그 여자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서민용을 바라볼 때 눈에서 묘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배은란을 향할 때는 심한 적개심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서민용은 수상한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걸 어떻게 아세요?” 사장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철용을 바라보았다. 사장에게 그런 짓을 시킨 사람은 확실히 그 여자였다. 그녀는 이 술집의 단골손님이라 사장과의 관계도 꽤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서철용이 어제 이곳에 왔었던 걸 기억해내지 못했다. 서철용 정도 외모의 남자라면 잊어버렸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그 여자 오늘 또 와요?” 서철용은 사장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네. 매일 옵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 여자가 저한테 시킨 거예요. 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서철용의 눈치를 살피는 그녀의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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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그는 사장과 여자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감히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서철용은 그들을 쳐다보며 입꼬리를 차갑게 끌어올렸다.“당신들 내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서철용은 덤덤히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에는 자신감과 비웃음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어제 바에서 배은란을 구한 사람이 바로 나였거든.”여자와 사장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은란을 구한 이가 서철용이었을 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직접 찾아와서 따져 물을 줄이야.“당신... 뭘 하려는 거예요?”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철용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사장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서철용의 어조는 냉담하고 단호했다. 사장은 서철용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여자 앞으로 걸어가 한번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팔을 들어 올려 따귀를 후려쳤다. 여자는 반응할 틈도 없이 가격을 당하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그녀의 뺨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고, 눈에는 충격과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장을 노려보았다.“당신... 당신이 감히 날 때려?” 여자는 분노에 차올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공포와 불안감이 가득 차 있었다. 사장은 그녀의 분노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경멸과 혐오감이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 여자가 바로 모든 일의 원흉이다. 사장을 시켜 배은란에게 약을 먹이도록 한 사람 또한 이 여자다. 지금, 그녀는 반드시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당신... 당신들 두고 봐.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여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는 몸을 돌려 옥상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떠날 기회를 줄 리 없는 서철용이었다. 그는 곧바로 여자의 옷을 낚아채 옥상 난간 옆으로 끌고 갔다.“당신 뭐 하려는 거예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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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학창 시절의 서철용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지만, 배은란은 결코 알지 못했다...회상 끝....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새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배은란의 헌신적인 간호 덕분에 서민용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했다.아침, 배은란은 여느 때처럼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서민용의 몸을 닦아주었다.얼굴을 다 닦아주었는데도 서민용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민용 씨?” 배은란은 왠지 모르게 불안함이 엄습했다.서민용은 하루 24시간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몸이 불편해 잠은 거의 자지 못했다. 하여 매일 아침 배은란이 오면 그는 눈을 뜨고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가 늘어놓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듣곤 했었다.하지만 오늘은... 배은란이 조심스럽게 그의 눈가를 건드려 보았다.서민용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민용 씨, 빨리 일어나 봐. 나 놀리는 거 아니지? 이런 장난 재미없어.”배은란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감히 서민용의 얼굴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그의 피부엔 여전히 따뜻한 체온이 감돌고 있었고, 숨소리도 고르게 나고 있었다.불러도 깨지 않다는 것 외에는, 잠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몇 번을 시도해도 서민용이 미동도 하지 않자 배은란은 덜컥 겁이 나 주치의에게 연락했다.주치의의 제안에 따라, 배은란은 서민용을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다.병실 안은 각종 기계들로 가득했고, 네다섯 명의 전문의들이 침대 주위에 모여 있었다.배은란은 문 앞에 서서 망가진 목각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의사들에 의해 제멋대로 주물러지는 서민용을 지켜보았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배은란은 마음이 저릿해지고 눈가도 따끔거렸다.한때는 누구보다 밝고 명랑한 사람이었는데...의식이 깨어있다면, 이 수치스러운 상황에 얼마나 괴로워할까?어쩌면, 죽음만이 편안해지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녀는 정말이지 그가 없이는 이 세상을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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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그 후... 배은란은 그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과거가 눈앞에서 재현되자 배은란은 절망감에 휩싸여버렸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그녀의 얼굴에 쏟아졌다. 배은란은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은 뒤에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렸다.“민용 씨!”그녀는 서민용을 찾아가려고 벌떡 일어났다.몸을 일으켜보니 서민용이 두 눈을 감은 채 바로 옆 침대에 누워 있었다. 환자복까지 입고 있으니 더욱 허약하고 초췌해 보였다.배은란의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바닥으로 입을 힘껏 틀어막았지만, 신음 소리는 손가락 틈새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한참을 울고 나서야 간신히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민용 씨, 또 날 버리려는 거야? 혹시 내가 요즘 뭐 잘못한 거 있어? 그랬다면 미안해. 정말 조심했는데...”“민용 씨, 혹시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재미없어서 그래? 하지만... 난 정말 당신 없이는 안 돼. 제발 이러지 마. 응?”“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 용서해 주면 안 돼? 당신 깨어나면,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고는 붉어진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배은란 씨, 지금 뭐하시는...”의사가 회진을 돌다가 병실 밖으로 나온 그녀를 보고 걱정스럽게 말했다.배은란은 생명의 동아줄이라도 된 듯 그의 팔을 붙잡았다. “서철용은 어디에 있어요? 선생님은 알고 계시죠? 그 사람이 민용 씨를 돌보라고 시킨 거잖아요.”의사는 동정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서 선생님과는 이미 연락이 끊겼습니다. 저희도 그분의 소식을 들은 지 오래되었습니다.”배은란의 눈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그럴 리 없어요. 선생님은 분명 알고 있을 거예요. 민용 씨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뿐이에요. 제발 말해 주세요. 무엇을 원하시든 다 드릴게요.”의사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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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서철용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배은란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수시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예상했던 것처럼, 실망과 절망만 반복되었다.배은란은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서철용 관계의 주도권은 줄곧 서철용에게 있었다는 것을.감정적으로는 그녀가 우위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그녀는 약자의 입장이었다.서철용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지금, 그녀는 그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조차 알지 못했다.배은란은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로 휴대폰 연락처를 뒤적였다.연락처 목록이 거의 바닥을 보일 때까지, 서철용을 알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지 못했다.포기하려던 찰나, 연락처 맨 밑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발견했다.장소월이었다.최면에 걸려 있던 동안, 서철용과 함께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여자였다.배은란은 늘 그 시절의 기억을 애써 밀어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떠올려야 했다.기억 속 장소월이라는 여자는 서철용과 예사로운 관계가 아닌 듯했다.그녀라면 서철용의 소식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배은란은 빨리 원하는 답을 얻고 싶은 마음에 시간조차 잊은 채 전화를 걸었다.한참을 기다려도 통화연결음만 들려올 뿐이었다.하지만 얼마 후,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장소월의 목소리는 흐릿하고 몽롱한 것이 갓 잠에서 깬 듯했다.배은란은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은 새벽 2시라는 것을.“장소월 씨, 저 배은란이에요.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정말 미안해요. 혹시 최근에 철용 씨와 연락하신 적 있으신가요?”배은란은 진심으로 자책하며 사과했다.그녀의 휴식을 방해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지만, 그녀가 혹여 화가 나 서철용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을까 봐 그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장소월의 목소리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배은란 씨? 저희 아는 사이인가요?”배은란은 잠시 당황했다. 그녀가 자신을 잊어버렸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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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서 대표님은 자리에 안 계십니다. 급한 일이 있으시면 전화로 연락해 보십시오.” 안내 데스크에서 용건을 설명하자 돌아온 대답은 그러했다. 믿을 수 없는 말에 배은란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럼 언제 돌아오는데요? 여기서 기다릴게요!”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말했다.“죄송하지만, 그건 대표님의 사생활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저는 그 사람의...” 다급한 마음에 배은란은 자기도 모르게 ‘형수’라고 말할 뻔했다. 하지만 순간 회사 사람들이 그녀와 서철용 사이의 일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하여 입 밖으로 내뱉으려던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여기 잠깐 앉아 있어도 될까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직원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뜻한 차를 내어주었다. 배은란은 회사에서 계속 서철용을 기다렸지만, 퇴근 시간인 오후 5시가 되도록 그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직원이 다시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었다. 배은란은 고개를 들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오후 내내 폐를 끼쳤네요. 혹시 서철용 씨가 돌아오면 꼭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 여기 제 연락처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번호를 적고 지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퇴근 시간이라 교통 체증이 심했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택시 기사가 그녀에게 물었다. 배은란은 잠시 침묵하다가, 서씨 본가 주소를 불렀다. 택시는 천천히 출발했다. 배은란은 뒷좌석에 앉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비통함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서철용과 오랫동안 뒤섞여 지냈었다. 하지만 연락이 끊겨버리니 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곳이라곤 회사와 서씨 본가, 두 곳이 전부였다. 서철용이 본가에 드나드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저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서씨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배은란은 두려움에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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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배은란이 병원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이 되어있었다.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병실 문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 한참 동안 자리에 서서 감정을 추스른 후에야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었다. 설령 서민용이 지금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있다고 해도,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는 그와 만나고 싶지 않았다. “민용 씨, 나 왔어...” 그 순간, 텅 비어 있는 병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배은란의 눈동자에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민용 씨, 민용 씨!” 몇 초간 마음을 가다듬은 뒤에야 겨우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병실 밖으로 뛰쳐나가 의사를 찾았다. 하지만 사무실 안에도 아무도 없었다. 배은란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응급실 쪽으로 달려갔다. 응급실에는 빨간 등이 켜져 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으며, 복도는 무섭게 조용하기만 했다. 그 광경에 배은란은 눈앞이 아찔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서민용이 저 안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간호사 한 명이 복도를 지나갔다. 배은란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317호 병실 환자 저 안에 있나요?”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분 보호자시죠? 여기에 서명해 주세요.” 배은란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엄청난 공포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고, 구역질까지 날 것 같았다. “제가 그 사람 와이프입니다.” 그녀는 불편함을 애써 참으며 간호사가 건네주는 종이와 펜을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종이 위에 떨어졌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배은란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은 채 온몸이 떨릴 정도로 흐느꼈다. “환자분은 아직 치료 중이세요. 모든 가능성이 다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간호사는 너무나 슬퍼하는 그녀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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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선생님, 민용 씨 어떻게 됐나요?” 의사는 눈에 띄지 않게 멀리 서 있는 사람을 힐끗 쳐다봤다. 남자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제야 주치의는 배은란에게 말했다. “살려냈습니다. 다만 제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환자 본인에게 삶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수술은 그저 생명을 유지하기만 할 뿐입니다. 나머지는 환자 스스로에게 달렸습니다.”살았다는 말에 배은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의사에게 물었다. “그럼... 민용 씨는 얼마나 더 기다릴 수 있을까요? 만약 서철용 선생님을 찾을 수 있다면요.” 주치의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 질문 대한 제 답은 조금 전과 같습니다. 얼마나 기다릴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환자분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배은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주치의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가족분도 아셔야 합니다. 환자분은 지금 돌아가신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요.” “아니에요.” 배은란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 주치의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설득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늘 밤은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볼 겁니다. 일찍 쉬세요.”서민용이 중환자실에 있는데, 배은란이 어떻게 잠들 수 있겠는가? 그녀는 중환자실 복도에 앉아, 창문을 통해 침대에 누워있는 서민용을 바라보았다.분명 그녀가 줄곧 옆에서 보살펴주었음에도, 서민용은 너무나 야위어 마치 종잇장 같았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배은란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피어올랐다. 휴대폰을 꺼내 집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걸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에 깃들었던 희망이 죄책감으로 변해버렸다. “엄마, 어디에요? 아빠도 없고, 둘이 놀러 간 거예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배은란은 마음이 저릿해졌다. 아이들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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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중환자실 안.서민용은 생기를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서철용은 무균복으로 완전 무장한 채 옆문으로 들어왔다.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서민용을 보며, 그는 비웃듯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민용, 너 정말 잔인하구나.”“눈 좀 뜨고 봐봐. 배은란이 너 때문에 자신을 얼마나 망가뜨렸는지. 너 그 여자 사랑한다고 했잖아. 네 사랑하는 방식은 고작 이런 거야?”“내가 널 살리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배은란이 널 낫게 하려고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기나 해? 대체 무슨 낯으로 이 꼴로 누워있는 거야? 이 세상에 너보다 이기적인 사람은 없을 거야!”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의 호흡은 여전히 평온했고, 동공에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서철용의 시선이 천천히 모니터링 기기들을 지나 침대 머리맡의 심전도 기기에 닿았다.“너 다 듣고 있다는 거 알아.”“넌 지금 그 여자에게 짐이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잖아. 하지만... 네가 죽으면 그 여자는 너 따라 죽을 수도 있어. 그건 왜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내가 왜 그 여자 네 곁으로 보냈다고 생각해? 지난번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여자는 널 따라가겠다고 했어!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더라면, 아마 너보다 먼저 저세상에 가 있었을 거야!”서철용은 한 마디 한 마디 이를 악물고 뱉어냈다.시선은 심전도 기기에서 서민용의 얼굴로 다시 돌아갔다.잠시 서민용을 도와 그의 숨통을 끊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차라리 배은란에게 다시 최면을 걸어 평생 서민용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지금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서민용, 너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이렇게 죽어서 배은란에게 평생 기억되고 싶은 거야?”“똑똑히 말해 줄게. 너 죽으면, 나는 즉시 배은란에게 최면을 걸어 영원히 너라는 사람을 지워버릴 거야. 네 바람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아!”서민용은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서철용은 포기하지 않고 심전도 기기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래프의 선은 규칙적으로 오르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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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그녀가 기대했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배은란 씨, 저예요. 죄송해요. 혹시 주무시는 걸 깨운 건 아닌가요?” 장소월의 말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배은란은 발신자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서야 장소월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에요. 마침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혹시 철용 씨 소식 있나요?” 장소월은 왜 그녀가 이토록 애타게 서철용을 찾으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서 선생님은 최근 해외로 나가신 것 같아요. 저도 연락이 안 돼요. 혹시 급한 일이 있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어요.” 서철용이 해외로 나갔다는 말을 들은 순간, 배은란은 마음속에 거대한 절망감이 내려앉았다.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뿐이에요.” 그 말에 장소월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최대한 연락해 볼게요.” 배은란은 감사 인사를 전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저한테는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장소월이 물었다. “저희 혹시 예전에 아는 사이였나요? 저를 아시는 것 같은데, 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요.”배은란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장소월의 반응은 그녀가 최면에 걸렸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단지 서철용을 서민용으로 착각했을 뿐,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그녀는 지금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멀리서 두 번 정도 뵌 적이 있어요. 기억 못 하시는 것도 당연해요.” 장소월은 아, 하고 짧게 대답했다. 어딘가 조금 실망한 듯했다. 배은란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때 전 대표님과 사이가 안 좋아 보였는데, 지금은 화해하신 건가요? 소월 씨한테 잘 해주시나요?” 장소월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지금은 저한테 너무 잘 해줘요.”배은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두 분 행복하시길 바라요. 그리고 혹시 서철용 씨를 찾으시면 꼭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 장소월도 웃으며 말했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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