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서철용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배은란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수시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예상했던 것처럼, 실망과 절망만 반복되었다.배은란은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서철용 관계의 주도권은 줄곧 서철용에게 있었다는 것을.감정적으로는 그녀가 우위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그녀는 약자의 입장이었다.서철용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지금, 그녀는 그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조차 알지 못했다.배은란은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로 휴대폰 연락처를 뒤적였다.연락처 목록이 거의 바닥을 보일 때까지, 서철용을 알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지 못했다.포기하려던 찰나, 연락처 맨 밑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발견했다.장소월이었다.최면에 걸려 있던 동안, 서철용과 함께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여자였다.배은란은 늘 그 시절의 기억을 애써 밀어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떠올려야 했다.기억 속 장소월이라는 여자는 서철용과 예사로운 관계가 아닌 듯했다.그녀라면 서철용의 소식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배은란은 빨리 원하는 답을 얻고 싶은 마음에 시간조차 잊은 채 전화를 걸었다.한참을 기다려도 통화연결음만 들려올 뿐이었다.하지만 얼마 후,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장소월의 목소리는 흐릿하고 몽롱한 것이 갓 잠에서 깬 듯했다.배은란은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은 새벽 2시라는 것을.“장소월 씨, 저 배은란이에요.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정말 미안해요. 혹시 최근에 철용 씨와 연락하신 적 있으신가요?”배은란은 진심으로 자책하며 사과했다.그녀의 휴식을 방해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지만, 그녀가 혹여 화가 나 서철용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을까 봐 그 두려운 마음이 더 컸다.장소월의 목소리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배은란 씨? 저희 아는 사이인가요?”배은란은 잠시 당황했다. 그녀가 자신을 잊어버렸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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