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471 - 챕터 1480

1491 챕터

제1471화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해준다며. 네가 그때 그랬잖아... 내가 울면, 이경빈처럼 펑펑 울면 용서 준다고 했잖아. 유진아, 나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평생 울면서 사죄할게. 진심으로 내가 한 짓을 뉘우칠게.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나 한 번만 용서해줘...”강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아래로 쏟아냈다.임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프게 욱신거리고 또 그로 인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강지혁의 눈물을 이런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강지혁의 눈물은 그의 볼을 타고 내려와 이내 임유진의 손을 뜨겁게 데웠다.임유진은 그에게 잡히지 않은 다른 한쪽 손을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막상 그의 눈물 젖은 볼과 닿으려는 순간 일전 느꼈던 울렁거림이 밀려왔다.그녀는 서둘러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강지혁을 밀친 다음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변기를 붙잡고 미친 듯이 토하기 시작했다.입덧 시기가 지난 후 한 번도 속이 울렁거리거나 토하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 이 순간 참지 못할 정도로 위가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유진아! 너 괜찮아?!”강지혁은 임유진이 토하는 모습에 순간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아 얼른 화장실로 달려와 그녀의 등을 쓸어주었다.하지만 그의 손이 닿는 순간, 임유진의 상태는 더 심해졌고 토도 더 세게 하기 시작했다.“나한테... 나한테 손대지 마.”임유진은 힘겹게 숨을 내쉬며 강지혁의 팔을 잡아 멀리 뿌리쳤다.그렇게 10초 정도 지났을까, 역시 강지혁의 손길이 문제였던지 임유진은 천천히 토를 멈추고 진정하기 시작했다.임유진은 티슈로 입가를 정리한 후 창백해진 얼굴을 들어 강지혁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강지혁을 향한 배신감과 원망의 감정이 들어있었다.임유진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며 그녀가 뭔가를 얘기하려던 그때, 강지혁은 마치 본능적으로 뭔가를 알아차린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안 돼... 말하지 마!’하지만 그의 간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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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의사와 간호사가 나간 후 임유진은 너무 가깝지도 않고 또 너무 멀지도 않은 곳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강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지금의 그는 꼭 두려움과 절망에 잠식되어 버린 사람 같았다.임유진은 몇 번이나 입을 달싹이다 드디어 입 밖으로 말을 내뱉었다.“아이들을 출산하고 나면 따로 나가서 살고 싶어.”강지혁은 그 말에 고개를 홱 들더니 초조해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집을 나가겠다고...?”“응.”임유진이 답했다.“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고 또 어떤 얼굴로 너를 봐야 하는지를 모르겠어. 그러니까 내가 나가는 게 나한테도 너한테도 좋을 거야.”사실 임유진도 변명거리라면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었다.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게 됐을 때 강지혁은 아직 그녀와 알게 되기도 전이었기에 그에게 있어 그녀는 그저 어찌 되든 상관없는 사람이었다든지 또는 강지혁은 원래부터 성정이 냉랭하고 조금은 잔인한 사람이라 동정심 같은 건 없었다든지 또 강지혁은 그저 방관자일 뿐 실질적으로 진세령의 죄를 덮는 데 참여한 건 아니라던지... 변명거리라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 무엇하나 그녀 스스로를 설득시키지 못했다.임유진은 어릴 때부터 죄를 단죄하는 것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꿈꿨다. 그녀는 정의에 예민한 사람이었고 늘 법을 자신의 무기로 싸워왔다.그런데 하필이면 그녀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가 억울하게 당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봤다.지옥 같던 3년의 옥살이는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놨을 만큼의 큰 사건이었다. 그 일로 인해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거의 평생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치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납득할 수 없어! 너한테도 좋고 나한테도 좋을 거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강지혁이 빠르게 다가와 병상 바로 옆에 서며 말했다.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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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강지혁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나는 것만큼은 허락할 수 없었다.임유진이 강씨 저택에 돌아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그를 싫어하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뭐가 됐든 그는 그녀를 자신의 감시망 안에서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녀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으니까.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그녀의 대답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병실을 나가버렸다.그리고 잠시 후 요 며칠 그녀를 돌봐줬던 간호사가 들어와 그녀에게 말을 전했다.“대표님께서 더는 병실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시라고 하셨습니다.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세요.”임유진은 그 말에 아무런 대꾸 없이 천천히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그리고 두 손을 복부에 살포시 올려놓으며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아이를 무사히 출산하려면 감정의 기복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하지만 그렇게 눈을 감은지 10분 정도나 지났지만 마음이 진정되기는커녕 점점 더 복잡해지기만 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과거의 고통 같은 건 전부 다 깨끗이 지워버리고 강지혁이 그녀의 고통에 일조한 것을 마치 몰랐던 일인 것처럼 세뇌하며 살아야 하나?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까?그때 문득 그녀의 머릿속으로 일전 강지혁이 했던 만약 조금만 더 일찍 그녀를 만났으면 그런 고통은 겪게 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그때는 그저 연인의 과거를 안타까워하는 말인 줄 알았다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완전히 다른 의도로 한 말이었다.아마 강지혁은 조금 더 일찍 그녀를 만났으면, 조금 더 일찍 그녀를 사랑했으면 그녀가 그런 고통을 겪도록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고 온 힘을 다해 그런 일이 없게 그녀를 지켜줬을 것이다.왜, 왜 그와 그녀는 이렇게도 늦게서야 서로를 만나게 된 걸까? 왜 그녀가 감옥에 가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까?임유진의 닫힌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와 이내 그녀의 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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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임유진이 저택에만 있던 며칠간, 밖에서는 한차례 폭풍이 일었다.진씨 가문의 자금원은 완전히 끊겼고 그로 인해 은행 대출조차 갚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은행은 당연하게도 법원에 진씨 가문의 산업들을 동결할 것에 대한 신청서를 제출했다.물론 진씨 가문의 재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산업이 막힌 그다음 날 진세령은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말았다.진세령은 진작 은퇴를 했지만 아직도 그녀를 지지하고 있는 팬들은 존재했다. 그날 진세령은 팬 미팅을 위해 아침부터 샵으로 가 정성스럽게 꾸미고 억대의 목걸이까지 착용했다.또한 단지 팬들과 근황 얘기나 하는 자리인데도 굳이 기자들까지 불렀다.사실 그녀는 팬 미팅 자리를 빌려 기사를 타 진씨 가문에 경제적인 위기 같은 건 없다고 알릴 참이었다. 하지만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경찰들이 와 그녀를 체포했다.진세령은 한순간에 자기 팬들과 기자들 앞에서 경찰에 의해 수갑이 채워진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수갑을 채울 때 그녀를 살인 용의자로 체포한다는 얘기까지 했었다.그 때문에 팬들은 너도나도 상황 파악이 안 된 얼굴로 벙쪄 있기만 했다.살인 용의자라니, 그들의 영원한 여신인 진세령이 살인 용의자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물론 당황한 건 진세령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경찰이 하필 팬 미팅하는 날 오래된 일로 들이닥칠 줄은 몰랐으니까.이로써 진씨 가문의 몰락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더 이상 그 어떤 것으로도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어졌다.그녀가 잡혀간 후 기자들에 의해 진세령이 살인 용의자라는 얘기는 일파만파 전해졌고 인터넷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스캔들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네티즌들은 살인 용의자라는 말에 3년 전 진애령의 교통사고 사건을 수면으로 끄집어내며 진세령은 그 사건의 용의자로 잡혀간 것이라고 추측했다.그리고 그 추측에 인터넷은 또다시 들끓었다.그도 그럴 것이 당시 진애령이 차 사고로 죽었을 때 진세령이 통곡하며 속상해했던 사진과 기사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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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뭐라고? 너도 딸인데 설마 어머님과 아버님이 너희 언니만 챙기려고 했을까! 너한테도 일정 부분을 물려주려고 했겠지!”“하, 일정 부분? 언니한테 다 주고 나머지를 나한테 준다는 건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진세령이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만약 언니가 살아 있었다면 과연 너희 부모님이 지금처럼 나를 좋아했을까? 후계자도 아닌 나를 반겼겠냐고?”그녀의 말에 소민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진세령의 말이 맞았다. 당시 진세령과 연애한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의 부모님이 그녀를 반겼던 건 그녀가 장차 진씨 가문을 이어갈 후계자였기 때문이었다.“그럼 유진이는 왜 건드린 건데? 걔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차라리 다른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지 유진이는 왜 건드렸어?”소민준이 물었다.그는 당시 진세령이 다 알면서도 마치 임유진이 진범인양 그녀에게 온갖 못된 짓을 한 것을 생각하면 머리털이 쭈뼛서며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질투가 많은 여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무서운 짓까지 하는 여자일 줄은 몰랐다.“네 여자친구였으니까. 걔를 제거해야 내가 네 옆에 설 수 있었으니까.”진세령이 비릿하게 웃으며 소민준을 빤히 바라보았다.“궁금했어. 임유진이라는 여자가 너한테 어떠한 존재인지. 네가 임유진을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내치더라고? 하하하.”진세령은 한바탕 웃더니 다시 웃음을 거두어들이고 정색했다.“민준아, 너는 그때 너희 집안을 위해서 여자친구인 임유진을 망설임 없이 내쳤어. 그럼 과연 지금은 어떨까? 임유진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칠 거야? 아니면 나를 위해 네 모든 걸 걸고 날 도와줄 거야?”이 말을 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일말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진세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물어보지 않아도 훤했다.하지만 그 간단한 말을 소민준은 입을 꾹 닫은 채 끝끝내 해주지 않았다.진세령은 계속되는 그의 침묵에 쓴 웃음을 지었다.“넌 어쩜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달라진 게 없어?”진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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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강지혁이 또 널 감금한 거야?”강현수가 물었다.그리고 임유진은 그의 질문에 어안이 벙벙해졌다.감금이라니?강현수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다시 말을 건넸다.“요 며칠 강씨 저택을 지키는 경호원 수가 3배 가까이 늘었어. 보안상 문제라고는 하는데 진짜 이유가 뭔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 너랑 할 얘기가 있어서 다섯 번이나 찾아갔는데 그 다섯 번 다 강지혁 때문에 막혔어. 그리고 너한테 전화를 걸어도 전파가 차단당한 건지 연락이 되지 않았고.”임유진은 그 말에 흠칫했다.저택의 경호원 수가 는 건 그녀의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 인원이 많아진 것이었다.그리고 이제 와 생각해보니 며칠 전 쇼핑하러 쇼핑 거리에 갔을 때도 이상했다.아무리 평일이라도 그 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그날따라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경호원들도 5명 가까이 따라붙었으니까.그날 바로 의심하지 못했던 건 쇼핑하느라 많이 피곤했기 때문이었다.‘그러고 보니 저택 안에 CCTV 개수도 는 것 같은데. 설마... 내가 도망갈까 봐 더 많이 설치한 건가? 그래서 그런 식으로 경호원들과 도우미들이 내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한 건가...?’강현수는 고민에 빠진 임유진을 보며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강지혁과는 지금 어떤 상태야? 강지혁이 혹시 너한테...”그는 그날 그렇게 돌아간 후 임유진이 계속 걱정되었다. 강지혁과 혹여 싸운 건 아닌지, 그로 인해 몸이 상한 건 아닌지, 궁금한 것들투성이였다.그래서 몇 번이나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강지혁은 그녀와 연락이 닿을 만한 수단을 전부 다 차단해놨고 얼굴도 보지 못하게 했다.이게 감금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현수 씨가 걱정할 만한 일은 없었어요.”임유진이 고개를 저었다.“그냥... 곧 출산 예정일이라, 그래서 경호원을 더 늘린 것뿐이에요.”“정말이야?”강현수가 임유진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네.”임유진이 답했다.하지만 답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 역시 완전히 확신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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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강지혁은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의 바로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평생 내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어. 그치 유진아?”임유진은 그 말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그에게 해줬던 말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임유진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불러온 복부를 쓰다듬으며 숨을 한번 고른 후 말을 내뱉었다.“맞아.”그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강현수를 바라보았다.“나는... 혁이 곁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임유진의 입에서 ‘혁이’라는 호칭이 나온 순간 강지혁의 눈빛이 반짝거리며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일말의 흥분이 일었다.다시 혁이라고 불렀다는 건 용서해줄 마음이 생겼다는 증거가 아닐까?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을 이제는 내려놓겠다는 말이 아닐까?한편 임유진의 말에 강현수의 얼굴은 조금 가라앉았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다. 임유진이라면 강지혁의 곁에 있겠다고 할 것 같았다.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정말 그 진실을 다 알고서도 강지혁의 곁에 있을 수 있는지 직접 그녀의 말로 확인해보고 싶었다.“알겠어.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더 이상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을게.”강현수는 쓰게 웃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진료실을 나갔다.그리고 그가 나간 후 강지혁은 자신의 경호원과 임유진의 경호원에게 잠시 대기하라고 하며 밖으로 내보냈다.그렇게 널찍한 진료실 안에 오직 임유진과 강지혁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강지혁은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눈빛으로 임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나는...”임유진은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 다시 입을 닫았다.사실 그녀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확신할 수 없었다.임유진은 요 며칠 줄곧 마음속으로 갖가지 핑계를 대며 그때는 강지혁과 알게 되기 전이었으니 그가 그녀에게 냉정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되뇌었다.하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여전히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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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강지혁은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진료실에서 나오더니 임유진의 경호원인 황채린에게 뒤를 맡기고 의사도 다시 돌려보냈다.강현수 때문에 한참을 기절해 있었던 의사는 그의 말에 알겠다고 하며 황채린의 부축을 받고 진료실 쪽으로 향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고이준이 강지혁에게 물었다.“그래...”강지혁은 벽을 짚은 채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그는 여전히 무서워하고 있었다. 임유진이 정말 결혼한 걸 후회할까 봐, 이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도 앞으로는 시도 때도 없이 하게 될까 봐, 그리고 사실은 그를 그 정도로 사랑한 건 아닐까 봐... 그는 너무나도 두려웠다.강지혁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겁쟁이가 될 줄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김재호는?”강지혁이 이마에 난 땀을 손으로 닦으며 물었다.“아직 못 찾았습니다.”김재호는 강문철의 충직한 수행비서로 강문철의 장례식 이후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강현수가 임유진의 사건을 알게 된 일 때문에 사람들을 풀어 계속해서 김재호의 종적을 찾고 있지만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에 관한 아주 조금의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계속 찾아. 김재호가 S 시를 뜨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든 내 앞에 잡아 와.”강지혁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김재호는 그저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줄곧 강문철을 따라다니던 심복이었다. 그러니 분명 강문철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고 뭔가를 할 것이 분명했다.‘뭔가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종적을 감추지 않았겠지. 하루빨리 김재호를 잡아야 해.’“네, 알겠습니다.”고이준이 답했다.“그리고 보안을 조금 더 강화해. 유진이 옆에도 사람을 더 붙이고. 한시라도 눈을 떼지 않게 해.”“네!”만약 김재호가 정말 강문철의 지시를 받은 게 맞다면 그 지시내용은 아마 임유진을 제거하라는 지시일 것이 분명했다.강문철은 목숨이 끝날 때까지도 여전히 임유진을 탐탁지 않아 했으니까.그러니 강지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임유진을 지켜내야만 한다....병원에서 나온 임유진을 기다리고 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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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대표님은 그저 사모님을 더 잘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 뿐입니다.”고이준이 답했다.“보호요? 감시가 아니라?”임유진의 되물음에 고이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강지혁은 일전 그에게 김재호의 일에 관해서는 임유진에게 아무것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었다. 곧 출산을 앞둔 사람이 괜한 걱정을 하는 건 싫다면서 말이다.임유진은 고이준의 침묵에 더 추궁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볼록해진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임유진은 아까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에 도착해보니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한지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치료에 잘 협조한 덕에 한지영은 이제 일상생활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고 퇴원하는 날도 이제는 멀지 않아졌다.“유진아, 왔어?”한지영은 손을 휘휘 저으며 임유진을 반갑게 맞이했다.“빨리 이쪽으로 와서 앉아. 너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임산부란 말이야!”임유진은 자리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몸은 좀 어때? 선생님은 뭐라셔?”“다음 주면 퇴원할 수 있대.”한지영이 이를 활짝 드러내며 웃더니 허전한 머리를 쓱쓱 매만졌다.그녀는 수술 때문에 머리카락을 전부 다 잘라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은 마치 어린 남자아이처럼 머리가 다 잘려있었다.퇴원하고 나면 아마 가장 먼저 가발을 사야 할 것이다.“어제 유미 언니가 나 보러 왔어. 언니는 이미 퇴원했대.”“너랑 언니랑 두 사람 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언니는 착한 일을 한 보답을 받은 거고 나는 정말 운이 좋았지.”한지영은 새삼 자신이 살아난 것이 놀라웠다.“참, 그러고 보니 뉴스 봤어. 진애령을 죽인 게 진세령이었다면서? 내가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우리는 줄곧 허재명이 진범인 줄 알고 있었잖아. 진세령도 참 대단해?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지혁까지 속였지?”“속이지 못했어.”임유진의 말에 한지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응? 그게 무슨 말이야? 속이지 못했다니?”임유진은 주먹을 꽉 말아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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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임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영을 와락 끌어안았다.“미안해. 미안해 지영아. 울지 마...”“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한지영은 코를 한번 훌쩍이더니 이내 씩씩하게 말을 내뱉었다.“유진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과거의 고통에 얽매이지 않고 이제는 앞만 보며 나아갔으면 좋겠어. 진심이야.”임유진은 그녀의 웃음에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그 누구보다 마음이 아플 텐데도 한지영은 힘든 티 한번 내지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위로를 건네주었다.“응, 행복해질게. 꼭 그럴게. 그리고 너도 하루빨리 나아서 원래의 한지영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낳으면 맨날 너한테 봐달라고 부탁할 테니까.”임유진의 진심 반 장난 반이 담긴 말에 한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임유진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다.백연신은 이제 잊겠다고,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보내주겠다고, 그와의 기억은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겨주겠다고 말이다....날씨는 점점 차가워지고 이제 이틀 뒤면 설날을 맞이하게 된다.임유진은 부드럽게 복부를 쓸어내리며 벌써 강지혁을 못 본 지도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요 며칠 그녀는 줄곧 한지영과의 대화를 되뇌었다. 한지영은 그녀에게 과거의 고통에 얽매이지 말고 이제는 앞만 보며 살라고 했다.고통이라...만약 누군가가 강지혁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생각할 것도 없이 ‘그렇다’였다.강지혁을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 잔인한 진실이 눈앞에 놓였을 때 그렇게도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고 또 이렇게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임유진은 강지혁을 사랑하고 있다. 그녀가 감옥에 가는 걸 차가운 눈길로 그저 지켜보기만 한 남자를 그녀는 아직도 깊이 사랑하고 있다.임유진은 그때 강지혁에게 이런 약속을 했다. 그녀는 절대 그의 어머니처럼 그의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하지만 지금은...임유진은 휴대폰을 뒤척이며 사진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그녀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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