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이때, 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 윤찬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순식간에 공기가 얼어붙고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서지현과 나석진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고는 동시에 핸드폰을 낚아챘다.그러나 나석진이 상처를 입은 탓에 핸드폰은 서지현의 손에 들어갔다. 안면인식이라는 것을 안 그녀가 핸드폰을 나석진의 눈앞에 갖다 대자 잠금이 풀렸다.서지현은 나석진에게서 멀리 떨어져 메시지를 들여다보았다. 나석진이 힘겹게 일어나 그녀를 제지하려 할 때, 그녀는 이미 모든 메시지를 전부 읽은 뒤였다.[형, 이제 깨어날 때도 되지 않았어요? 지현 전하가 얼마나 걱정하는데, 너무 오래 버티는 거 아니에요? 연기를 해도 다른 병원을 찾아요. 총알 빼내는 것쯤은 작은 수술인데, 사흘씩이나 못 깨어났다는 게 알려지면 저희 의술이 안 좋은 게 아니냐, 그런 얘기가 나온단 말이에요! 맞다, 이건 마취과 의사 때문이라고 했으니, 괜히 다르게 얘기하지 마요!]나석진이 굳어졌다. 서지현은 핸드폰을 흔들거리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나석진은 급히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아, 어깨 아파...”“어깨가 아파요, 등이 아파요?”“응?”“사흘씩이나 누워있었는데, 등에 굳은살은 안 생겼어요?”나석진이 억지로 웃으며 서지현을 쳐다보았다. 고양이 같던 서지현은 이제 날카로운 발톱을 자랑하는 호랑이가 되어있었다.이내 병실에 고함이 울려 퍼졌다.“나석진!”나석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진짜 망했다.“사흘 동안 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요? 당신이 못 깨어날까 봐 얼마나 자책했는데...당신이 못 깨어나면 나도 확 죽어버릴 거라고 했다고요! 그런데 연기였어요? 이게 재미있어요?”“아니, 내 얘기 들어봐, 내가 다 설명해줄게...”나석진은 울고만 싶었다. 그는 얼른 서지현의 손을 잡았다. 이제 서지현은 ‘설명 따위 필요 없다’며 그를 밀어낼 것이다. 그가 어깨를 맞은 척, 아픈 척 하면 어물쩍 넘어갈 수 있었다.“지현아, 내가 다 설명해줄게...”“그래요! 설명해봐요!”“...
최신 업데이트 : 2024-05-1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