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Bab 61 - Bab 70

1664 Bab

제61화 그의 무서움을 과소평가하다

“내가 잘못했어요. 안 따라 갈래요.”“차 세워요. 얼른 차 세워…….”점점 가까워지는 정문을 쳐다보던 권하윤은 조급해진 마음에 말에도 두서가 없었다.민도준과 같이 민씨 저택 안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생각도 하기 싫었다.아마 천지개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그녀의 간청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민도준은 핸들을 돌리며 웃음 띈 음성으로 말했다.“나랑 헤어지기 섭섭한 거 아냐? 설마 나를 속인 거야?”제 발등을 찍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권하윤은 오늘 제대로 체감하는 중이다.순진한 그녀를 탓할 밖에. 두세 마디 말로 민도준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정문과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도 민도준은 차를 세울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사장님이 오늘 작심하고 그녀를 데려왔다는 걸 깨달은 권하윤은 더 이상 매달리길 포기했다.마지막 코너를 도는 순간 결심한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공간을 통해 뒤 좌석으로 넘어갔다.입고 있던 스커트가 올라가며 다리와 속옷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운전석으로부터 희롱 섞인 눈빛이 쏟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하윤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네 발로 기듯이 넘어갔다.뒤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밖에서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사장님, 오셨습니까?”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틈새에 웅크린 하윤은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다행히 창에 선팅이 되어있는데다 제때 숨은 까닭에 정문 앞의 경비 요원은 차 뒤 공간에 엎드린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인사하며 문을 연 경비원이 허리를 굽힌 채 민도준이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거대한 민씨 저택은 본채과 별채로 되어 있었다. 또 사방을 에워싼 넓은 숲에는 여러 양식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저택 안으로 들어선 검은색 부가티는 몇 바퀴를 돌고서야 야외 주차장에 멈춰 섰다.주차장에 있던 경비 요원이 앞으로 나와 차문을 열었다.“사장님, 오셨습니까?”차에서 내린 민도준이 새카만 차창을 힐끔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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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제수씨하고 아직도 사이 좋아?

차가 멈추자, 민승현이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아주 조급한 표정이었다.경비 요원이 나오며 인사했다.“오셨습니까? 세차를 하시겠습니까?”민승현의 이름을 들은 권하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할 수 있는 건 겨우 숨을 죽인 채 민승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민승현이 권하윤이 숨어있는 차를 가리키며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둘째 형이 왔습니까?”“네, 방금 들어가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민승현은 더 당황스러웠다.바로 30분 전에 직접 할아버지로부터 즉시 본가에 다녀가라는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께서 그를 찾으시는 바람에 이미 좌불안석이었는데, 둘째 형도 와 있다니.민승현이 본채에 도착했을 때, 안은 매우 조용했다.다리를 꼬고 앉은 민도준이 건들거리는 자세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착 가라앉은 표정의 민 노인은 손에 든 염주를 쥐고 있었다. 민승현이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다.“할아버님, 둘째 형.”“승현이 왔냐?”민 노인이 덤덤하게 인사를 건넸다.“예, 할아버지께서 찾으셨잖아요?”민도준을 한번 쳐다본 민 노인이 민승현에게 말했다.“승현아, 네가 회사에 들어간 지도 꽤 됐지? 또 최근엔 약혼도 했고. 이제 혼자 독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내 너를 당분간 둘째에게서 좀 많이 배우게 할 생각이다. 너의 미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게야.”“네?”민승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민도준한테서?!!’사업을 배울 수 있느냐는 차치하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속으론 아연실색하면서도 감히 거절 못한 채 헛웃음만 나왔다.“회사에서 아직 처리 다 못한 일들이 좀 있습니다. 처리 다한 뒤에…….”민 노인의 눈빛이 지나가자 민승현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네 둘째 형이 최근 동림 입찰 건으로 애쓰고 있다. 명문대를 졸업한 네가 마침 네 형을 돕는 게 좋겠다.”민 노인의 집중된 시선을 받으며 압박감을 느낀 민승현은 감히 거절하지 못한 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예, 할아버지.”“그럼 얘기 끝난 건가요? 끝났으면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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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민승현의 눈앞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민승현은 민도준이 차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꼼짝도 않는 것을 보고는 그저 차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마침 교대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와 민도준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차문이 열리자 밤바람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차 안으로 들어왔다.운전석 뒤 빈 공간에 움츠리고 있던 권하윤은 온몸의 솜털이 다 일어나는 것 같았다.민승현은 그녀에게서 10센치도 안되는 거리에 서있었다. 그가 몸을 조금이라도 낮춘다면 그의 형의 차에 숨어있는 그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권하윤이 긴장한 것과 달리, 민도준은 담배를 물고서 느릿느릿 걸어왔다.그리고 차에 바로 오르지 않고 편한 대로 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그가 차를 타지 않자 민승현도 꼼짝없이 차문을 열어주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서 있었다.저녁 바람에 실린 차 안으로 밀려 들어온 담배 냄새가 권하윤의 가련한 심장을 칭칭 감았다.여러 차례 놀라서인지 공포심에 마비된 것 같았다.담배 반 개비를 태우는 시간이 권하윤에게는 한 세기의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민도준이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너 먼저 가. 난 뒤에 찾을 물건이 있어서.”아무런 의심 없이 민승현은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그가 오늘 운전한 차는 오픈 스포츠카였다.색상과 내부 장식 모두 강민정이 골라 준 것으로 족히 몇 달은 기다렸다.차를 뽑는 날, 강민정은 발을 삐어서 가지 못하게 되었다.당시 권하윤은 여전히 일에 열심이고 그와의 관계도 지금처럼 나쁘지 않아서 그녀를 데리고 차를 찾으러 갔다.그런데 강민정이 난데없이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차에 좌석은 두 개밖에 없는데다 강민정의 ‘다리 부상’이 낫지 않아서, 결국 권하윤은 혼자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강민정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당시 권하윤은 민승현에 대해 별다른 감정은 없었다. 게다가 강민정은 그의 사촌 여동생이었기에 불결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지금 민승현이 그의 약혼녀가 몇 걸음 내, 바로 그의 눈앞에서 자신의 형과 시시덕거릴 줄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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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민도준의 뺨을 때리다

3초, 권하윤은 얼어붙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머리가 텅 비며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화끈거리는 손바닥의 감촉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분명 그녀가 정말로 민도준의 따귀를 때린 것이다.지금 이 순간, 하윤은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 그녀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나, 난 고의가 아니었어요. 차 안이 너무 좁아서, 정말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에요…….”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어두운 차 안에서도 혀끝으로 입술 끝을 쓸어 올리는 민도준이 보였다. 그 눈동자는 바닥을 볼 수 없을 만큼 깊었다.탕!차문을 닫는 소리에 하윤이 깜짝 놀랐다.“제대로 앉아요.”말이 떨어지자 마자 민도준이 가속페달을 밟았다.……“오빠 왔어요?”민승현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강민정이 아주 친밀하게 그의 팔을 잡았다.“할아버지가 뭐 때문에 찾으신 거예요?”심신이 지친 민승현이 손을 휘휘 저었다.“말도 마.”그가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해 주자 강민정 역시 당혹스러웠다.“그래서 할아버지는 오빠더러 도준 오빠를 설득하라는 거야? 아니면 도준 오빠를 감시하라는 거야?”“쉿.”민승현이 급하게 말을 끊었다.하지만 이미 집에 돌아왔고 더 이상 꺼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났다.소파에 주저앉은 그는 초조하고 불안했다.“누가 알겠어, 정말 짜증나 죽겠어.”“됐어.” 그의 옆에 붙어 앉은 강민정이 이해심이 많은 듯이 권유했다.“오빠는 예전에 할아버지가 오빠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 했잖아. 지금 기회가 온 거야. 오빠가 도준 오빠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집안에서 오빠의 입지는 확실히 달라질 거야.”“형을 설득해? 농담하는 거지?”민승현은 희망은 1도 품지 않은 채 의기소침하게 말했다.“민도준이야. 형이 뭘 하고, 안 하고에 내가 어떻게 끼어들어?”전혀 얽매임 없던 민도준의 얼굴을 생각하던 강민정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그럼, 나도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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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밤새 울게 해 줄게

스커트 허리부분에 달린 가느다란 끈으로 그녀의 발목을 침대 발치의 기둥에 묶고는 단단히 매듭을 지었다.도망갈 곳이 없었다.발버둥도 칠 수 없었다.목 옆을 짚고 있는 벌꿀 빛의 팔은 혈관이 팽창해 있었다어깨와 목의 근육들이 팽팽히 당겨졌다 또 느슨해지기를 반복했다.넓은 등이 조명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래에서 새어 나오는 흐느끼는 듯한 신음 소리는 가릴 수 없었다.열기를 담은 손가락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귓가에 웃음기 섞인 음성이 들렸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하윤을 절망스럽게 할 뿐이었다.“조급해하지 마. 밤새도록 울 시간은 충분해.”……쾅-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렸다.가느다란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더니, 소리가 점점 더 빨라지며 유리창을 타고 흘러 내렸다.하윤은 천둥소리에 잠이 깼다.눈꺼풀이 무거운 듯 눈이 떠지지 않았다. 마치 가위에 눌린 듯 혼몽한 상태였다.몇 번이나 노력하고서야 그녀는 천근만근처럼 여겨지는 눈꺼풀을 끌어올렸다.낯설면서도 익숙한 방은 이곳에서 있었던 하윤의 기억을 모두 깨웠다.어젯밤의 기억, 그리고 예전의 기억도.지난번 약에 취한 그녀를 민도준이 해독시켜 줬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별장.어슴푸레한 창 밖을 보고 아직 새벽인 줄 알았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가 넘어 있었다.알림 표시줄에 문자 두 건이 떠 있었다.첫 번째 문자는 문태훈이 보낸 것이었다. [일주일이면 일주일, 권하윤 씨가 약속을 꼭 지키기를 바랍니다.]두 번째 문자의 이름을 보는 순간 하윤은 온몸이 더 쑤시는 듯했다. [점심에 블랙썬으로 도시락 배달!]하윤의 눈 흰자위가 순식간에 위로 치솟았다.‘밤새도록 죽을 만큼 시달렸는데 또 노비처럼 도시락까지 배달하라고? 하, 수레 끄는 노새도 이렇게 힘들진 않을 거야.’원망은 원망이고, 결국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그녀다.게다가 그 그림이 200억 가치가 되는지 그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만약 안 된다면 민도준이 금주 아빠 지원으로 그녀에게 빌려 주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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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책상 밑의 야릇한 상황

다행히 민도준에게 온다는 사실을 강아련에게 말한 민승현은 권하윤의 설명에 납득했다.“그래도 전화라도 하고 왔어야지.”민도준 쪽을 바라보며 하윤은 치솟는 화를 참고 말했다.“당신과 형님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을까 봐 음식을 준비해 온 거예요. 만약 일에 방해가 된다면 지금 바로 갈게요.”“잠깐.”민도준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그가 입을 떼자 민승현은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방만한 포즈로 소파에 기대어 있던 민도준이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이왕 제수씨가 가져 왔으니 그냥 계세요.”두 쌍의 눈이 서로 부딪혔다. 화가 치미는 한 쌍과 흥미진진한 눈빛의 한 쌍이.“하하하, 형님이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두 사람 사이의 어두운 분위기를 눈치 채지 못한 민승현이 민도준을 향해서 아부하듯이 웃었다. 그리고 하윤을 향해 돌아서서는 다시 큰 소리로 지시했다.“너 아직도 거기서 뭐해. 빨리 음식 차리지 않고.”하윤이 가져온 도시락에는 탕 하나에 요리 4개가 담겨 있었다. 포장을 열자마자 오전 내내 굶었던 민승현은 즉시 입에서 침이 흐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채소 위주의 요리들을 본 그의 얼굴이 또 다시 찌푸려졌다.그가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들일 뿐만 아니라 아예 먹지도 않는 것도 두 가지나 있었다.“아니 도대체 음식을 어떻게 고른 거야? 내가…….”“맛이 괜찮네요.”민도준의 한 마디는 민승현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는 더 이상 평도 못하고 목을 움츠린 채 도시락을 들었다.아직 점심을 먹지 않은 하윤은 민도준만 있는 줄 알고 자신의 것과 2 인분을 주문해 온 터였다.민승현이 의심할까 봐 자신의 몫이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한쪽 소파에 앉아서 사무실이라고 하는 곳을 살폈다.이 방의 인테리어는 블랙썬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늘어난 사무용 데스크와 컴퓨터로 겨우 사무 공간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콜록콜록…….”밥을 먹다 고추에 사레가 들린 민승현이 계속된 기침에 입을 가리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권하윤! 휴지 줘!”식탁이 없어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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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연극 구경하기

권하윤이 자리에 돌아와 앉자마자 밖에서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오빠, 도준 오빠, 바쁘시죠?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문밖에서 들리는 애교를 띤 여자 목소리에 민승현이 순간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민정인 것 같아요.”마침 물티슈로 손을 닦고 있던 민도준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하윤을 쳐다보았다.“오늘 정말 번잡하네.”민승현이 억지웃음을 웃었다.“하하, 방금 민정이가 근처에 있는데 먹을 것들 좀 갖다 주겠다고 해서, 올 필요 없다고 했는데. 지금 바로 돌아가라고 할게요.”문밖에서 손에 보온 도시락 몇 개를 들고 서있는 강민정은 스커트가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볼에 흘러내려와 있었다.“오빠.”그녀의 민망한 모습을 본 민승현은 문을 열고 가라고 하려는 원래 생각을 잊어버린 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된 거야, 왜 온몸이 다 젖어 있어?”강민정이 보온 도시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오빠가 도준 오빠와 밥을 못 먹고 있다고 해서, 제가 몇 가지 음식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너무 급하게 나오다 우산을 못 챙겼어요.”“너는 어째 항상 이렇게 잘 빠트리니?”나무라는 듯하지는 애정이 가득한 말투였다.민승현은 젖은 옷을 입고 돌아가야 할 강민정이 안타까우면서도 또 마음대로 남아있게 할 수도 없었다.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쳐다봤다.“형, 봐, 민정이 옷이 다 젖었어. 이렇게 돌아가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잠시 들어와서 옷 좀 말리고 가라고 하자.”강민정은 보온 도시락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민도준이 거절할까 봐 겁이 났다.그런데 뜻밖에도 민도준이 생각지도 못한 친절을 베풀었다.“그래, 밖에 비가 많이 오는데 감기에 걸리면 안 되지. 들어와.”말을 하면서 민도준의 시선이 있는 듯 없는 듯 앉아있는 하윤을 스쳐 지나갔다.그가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윤은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떤 반응도 하고 싶지 않았다.실내의 상황을 보지 못한 강민정은 자신의 계략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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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내 동생이 그렇게 좋아?

“아.”강민정은 자신의 옷이 그대로 다 비치는 걸 인제 발견한 것처럼 가슴을 감싼 채 울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옷이 왜 이렇지. 방금 도시락 안 젖게 하는 것만 생각하고 옷이 젖는 것 생각도 못했어. 아이 정말, 창피해서…….”“괜찮아, 형과 내 어디 남이야? 모두 한 가족인데 뭐. 괜찮아.”민승현은 민정을 달래면서 또 권하윤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말이 너무 듣기 싫었던 거였다.“너는 생각이 왜 그 모양이야? 민정인 내 사촌 여동생이고, 자연히 형의 사촌 여동생이기도 한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아, 당신이 말하지 않았으면 정말 잊고 있을 뻔했어요. 맞아요. 민정 씨는 당신의 사촌, 여동생이죠.”뒤의 세 글자를 하윤이 또박또박 말하자 두 사람의 표정이 모두 굳었다.“권하윤! 너 이상한 소리하지 마!” 하윤이 비웃으며 말했다.“나와 여기서 싸우는 시간에 얼른 당신 사촌 여동생을 집에 데려다 주는 게 여기서 말리는 것보다 빠르지 않겠어요?”하윤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단지 민도준의 지시가 없어 가겠다고 말하지 못할 뿐이었다.그가 말하지 못할 거란 것을 알고 있는 하윤이 연극을 보는 듯한 민도준을 향해 돌아섰다. 미소 띤 얼굴 아래 이를 갈면서 말이다.“도준 오빠?”강민정 역시 민도준을 쳐다봤다. 정말 어렵게 그에게 접근할 기회를 찾았는데 권하윤의 말 몇 마디에 놓치게 생겼다.입술을 깨문 채 민도준을 쳐다보는 그녀는 남아 있어라고 그가 말해 주길 간절히 바랬다.애석하게도 민도준은 그녀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눈에 흥미로운 빛을 담고 자신을 죽이지 못해 분해하는 권하윤의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나도 피곤해. 오늘은 여기까지.”민승현은 한숨을 돌렸지만 강민정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민승현을 따라 밖으로 몇 걸음 걷다가 권하윤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언니는 같이 안 가요?”민승현이 뒤의 상황을 알아채고 짜증을 냈다.“너 왜 아직 버티고 있어? 형이 바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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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그녀에게 물을 먹여주다

이 자세는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어젯밤 한참을 시달린 하윤은 감히 더 이상 강하게 나가지 못했다.속에서 또 화가 치밀었지만 말하지 않고 가만히 참았다.“꽤 성깔이 있네요.”민도준은 기분이 좋은 듯 그녀와 따지지도 않았다. 단지 손에 힘이 좀 더 세어졌다.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편하게 움직였다.“또 나랑 하고 싶은 거예요?” 낮은 웃음소리가 다소 경박하게 들렸다.하윤이 그가 한 말에 반응하며 팔걸이를 짚고 일어섰다.몸을 조금 들어 올리자마자, 어깨가 눌러져 도로 주저앉았다.“뭐에요?”이 말은 분명 참을 수 없었다.오늘의 목적을 생각한 하윤이 다시 앉았다.테이블을 마주 보도록 앉아있던 의자를 반 바퀴 돌렸다.“밥 안 먹은 거 아니에요? 먹어요.”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어?’“남은 밥은 잘 안 먹어요.”“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에요.”민도준이 말하는 것은 강민정이 가져온 도시락이었다.보온통에 담겨 있어서 그런지 음식은 아직도 따뜻하다.몇 가지 음식이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꽃 모양의 당근을 보니 여간 신경을 쓴 게 아닌 것 같았다.한참을 바쁘게 만든 음식이 결국 하윤의 뱃속으로 들어간 것을 강민정이 알게 된다면 아마 화가 나 뒤로 넘어갈 것이다.여기까지 실랑이하던 하윤도 배가 고파서 앞의 남자를 무시한 채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음식 맛이 달짝지근하고 좀 느끼해서 몇 입 먹던 하윤이 물병으로 손을 뻗었다 중간에 컷 되었다.그녀의 가슴 앞을 가로지른 손이 생수 병 뚜껑을 비틀어 그녀 입술 앞까지 내밀었다.“마셔.”이런 친절에 적응이 안 된 하윤이 물병을 건네 받으려 했다. “내가 마실게요.”손목이 내려가고 물이 가슴으로 쏟아지며 커다란 물자국이 옷에 번졌다.“당신…….”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병 입구가 또 다시 그녀의 입술에 대어졌다.“자, 마셔.”거절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민도준이 웃으며 그녀에게 물을 먹여줬다.몇 모금 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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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민도준에게 돈을 빌리다

민도준이 씨익하고 웃었다.큰 손으로 하윤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한민혁에게 당신 데리고 옷을 사러 가라고 하지요.”이때의 그는 사나운 기운을 벗고 다정한 애인처럼 군다.그가 기분이 좋은 것을 본 하윤은 돈을 빌리는 얘기를 꺼낼까 생각했다.그가 손을 뗐을 때, 하윤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뼈마디가 굵은 그의 손목은 그녀의 작은 손으로는 제대로 잡을 수도 없었다.눈동자를 아래로 내려 뜨며 물었다. “왜? 잘못 알았어?”아무렇게 대답한 하윤은 내친 김에 그의 팔을 끌어안고서 고개 들어 간절히 바라보았다.“한민혁에게 나하고 같이 가라고 하면, 그럼 당신은요?”‘이 여자가 또 내 기분을 맞추려고 하네.’하윤이 그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가 또 그에게 부탁할 게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소파에 앉아 다리를 치켜들었다.“나는 아직 일이 남았어요.”“아.”그의 옆에 앉은 하윤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머릿속 주판알이 그대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민도준이 그녀의 코를 잡고 흔들었다.“뭘 궁리하는 거예요?”“어?”하윤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아무 생각 안했는데요.”민도준이 피식 웃었다.“꼬리도 제대로 숨길 줄 모르면서 무슨 여우가 된다고, 응?”하윤은 좀 민망했다. 하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 이상 지금 말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입을 열기가 어려울 것이다.그녀는 어투를 고르며 말했다.“사장님, 요즘 사업은 어때요?”이것은 쓸데없는 말이었다.민도준은 경성의 거의 모든 지하 사업들을 장악하고 있었다. 민씨 집안도 어느 정도는 그를 두려워할 정도였다.장사가 잘 되느냐고 묻는 것은 해가 밝으냐고 묻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마침 그녀의 머리카락을 꼬고 있던 민도준이 그녀의 말을 듣더니 손을 멈추고 놀리듯이 웃었다.“돈이 필요해요?”그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데, 그 부드러운 음성에 하윤은 그만 목이 메어왔다.잠자코 등을 곧게 펴고 앉았다. 표정도 진지해졌다.“만약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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