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민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불안함이었다. 이곳은 더 이상 그녀에게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연정아가 총살당하던 순간과, 자신이 연승혁을 총으로 쏘던 순간이 계속 떠올랐다.‘구은우가 저세상에서 내가 이런 방식으로 복수한 걸 알면, 분명 나를 비웃겠지. 얼마나 비참하냐고.’공지민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웃음은 금세 눈물로 변하며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녀는 계단 위에 앉아 멀리 펼쳐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오래전, 그녀는 구은우를 위해 작은 나무를 심었다.그 나무 곁에는 구은우가 그녀에게 건넸던 소중한 물건들이 함께 묻혀 있었다.그녀는 너무 아파서, 너무 두려워서, 오랜 세월 동안 그곳을 찾지 못했다.그 나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한적한 곳에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아름다운 꽃들로 둘러싸여 있어 언제나 고요하고 평화로웠다.오늘은 문득, 그곳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천천히 걸음을 옮겨 도착한 그곳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던 그곳의 무덤은 누군가에 의해 파헤쳐져 있었다.그 안에는 썩은 야생개의 사체가 놓여 있었고, 피와 구더기가 들끓는 끔찍한 냄새가 퍼져 나왔다.공지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내가 잘못 본 거겠지.’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가까이 다가가 확인했다. 그러나 관 안의 것은 분명히 썩은 야생개의 사체였다.‘이 무덤은 나만 아는 곳인데... 그리고 이곳에 온 적도 거의 없는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그녀는 무덤 위에 놓인 작은 종이쪽지를 발견했다.돌로 눌려 있던 쪽지는 누군가가 그녀를 기다리며 일부러 남겨둔 것이 분명했다.쪽지를 집어 든 순간, 공지민의 온몸이 얼어붙었다.쪽지에 쓰인 필체는 그녀가 잘 아는 글씨, 바로 연승혁의 글씨였다.[지민아, 선물은 마음에 들어?]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며, 손에 쥔 쪽지를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고, 피가 흘렀다.‘연승혁이... 죽지 않았다고?’공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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