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범은 동생들을 데리고 하예진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예진 씨, 저는 이씨 가문의 맏이, 정일범이라고 합니다. 촌수로 따지면 제가 큰외삼촌이 된다고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그리고 여기는 둘째, 셋째 동생들이에요. 윤정아, 너와는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일 거야.”정일범은 자기 동생들을 한 명씩 소개해 줬다.하지만 하예진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 그를 큰외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이은화와 만났을 때도 제대로 예의를 갖춰 부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여태껏 단 한 번도 이경혜와 하예진의 어머니가 그녀의 조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또한 지난번에 이은화가 성씨 가문에 가서 이경혜를 만났을 때도 너무 티가 나게 불쾌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애가 생길 리 있나.지금 그들 사이에는 오직 원한만 남아있다. 이때, 이윤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어른을 보고도 인사 한마디 안 하다니. 이래서 가정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티 나는가 봅니다.”그녀의 말에 하예진이 되물었다.“무슨 근거로 그쪽이 어른이에요? 이모도 제 앞에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당신이 뭐라고 제가 예의를 갖춰야 하죠? 더구나 진짜 이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 주제에 왜 끼어들어요?”몇 마디의 독설로 단번에 이윤정의 입을 닫게 했다.하예진에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었으나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다. “예진 씨, 이만 들어가서 이야기 나눕시다. 엄마가 아까부터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이윤미는 그런 이윤정을 못 본 척하더니 하예진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이씨 가문 저택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안내했다.정일범과 같이 온 동생들은 그들을 곧바로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다가 두 사람이 어느새 멀어진 걸 확인한 뒤에야 이윤정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정일범에게 말했다.“오빠, 언니는 날이 지날수록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그리고 저 하예진, 저 계집애는 고아에 이혼까지 당한 주
최신 업데이트 : 2024-12-3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