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관은 내심 아쉬움이 남아있다. 9살에 엄마가 떠난 뒤 엄마랑 같이 의학을 배우는 기회가 없고 같이 시합도 하는 기회도 없었다. 엄마의 의술을 이렇게 가까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엄마의 의술은 그 보물 상자와 같다. 신비로우면서 정교하다. 지금 그녀의 수준은 고작 엄마의 레벨 3 정도 밖에 안된다.하서관의 맑은 눈동자에서는 확신의 눈빛이 보였다. “다음에 또 오게 되면 안 봐줄 거예요.”이문수 원장님은 애정의 눈빛으로 하서관을 바라봤다.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는 그녀의 의술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용기와 끈기도 있다.하서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원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랑 육선우는 그저 친구 사이입니다. 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희 남편이 들으면 저도 원장님 못 도와줘요.”이문수 원장님은 갑자기 목덜미가 싸늘해졌다. 그녀의 말에 놀랐다.“원장님, 저 먼저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하서관이 걸어 나가자 이문수 원장이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 “서관아, 요 며칠 핸드폰 수시로 확인해. 수술 방안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해. 그리고 연구소에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처리할게.”하서관은 뒤를 돌지 않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원장님, 주 주임님 너무 나무라지 마요. 주임님 잘못은 아니에요.”말이 끝나고 하서관의 그림자가 사라졌다.……유란원.육한정이 운전을 하고 집으로 갈 때 육영도 마침 있었다. 육영은 효도를 잘하고, 프랑스 세인트리아 연구소의 원장, 오랜만에 해성으로 돌아와 당연히 육 어르신이 곁을 오래 지킨다.“한정아, 너 왔으니까 온 김에 같이 밥 먹자.” 육 어르신은 자상하게 웃었다육한정은 서류를 챙기러 왔다. 서류를 챙기고 할머니의 기대의 눈빛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네.”어르신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한 쪽은 딸, 다른 한쪽은 손자. 다 자기의 혈육이고 둘이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 세 사람은 식당에 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영아, 선우는? 오늘 왜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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