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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Author: 진헤이
결국, 그들의 싸움에서 박연준이 이겼다.

그렇게 해서 그는 이유영 곁에 남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박연준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과연 이기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사랑에는 승패가 존재하지 않는다.

“네 마음속에서 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야?”

“그래.”

박연준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이유영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특히 진영숙에 대한 그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박연준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박연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 그를 두고 이유영이 다시 돌아서려던 순간 박연준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유영아, 네가 오랫동안 쌓여온 게 많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렇게까지 함부로 대하면 안 돼.”

그녀는 강이한의 어머니다. 그리고 강이한은 이유영을 위해 어떤 일까지 했던가?

진영숙의 말처럼 지금 진영숙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흥!”

이해할 수 없는 강이한의 말에 이유영은 실소를 터뜨렸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박연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 그 사람들은 날 함부로 대해도 됐다는 거야?”

“하지만 모든 걸 잃은 사람이야.”

“그건 당연한 결과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박연준의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울렸고 이유영은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는 말, 오늘만 몇 번째인가? 하지만 박연준이 몇 번을 강조하던 이유영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쌓인 원한이었다. 결혼생활 3년 동안 진영숙 곁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삼켜야 했는지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그 억울함 속에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

이미 갈대로 간 지금 이 상황에서 다시 감정을 억누르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이유영이 과거에 참고 견딘 만큼 그녀는 지금 냉정하고 차갑기만 했다.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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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79화

    진영숙은 울먹이며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강이한의 숙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도와준다니 믿기지 않았다.“정말, 도와줄 거야?”정말 도와줄까?예전에 강이한과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그녀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박연준이 정말 도와줄 수 있을까?박연준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왜 날 도와주는 건데?”진영숙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처럼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다.강이한이 서주에서 모든 것을 박연준에게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서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강이한이 실종되기 전 서주가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각 가문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도무지 상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고 그 혼란의 중심에는 강이한이 있었다.하지만 서주를 장악하려던 강이한이 갑자기 사라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리고 모든 것이 어떻게 박연준에게 넘어간 걸까?“그냥 기다리세요. 곧 소식이 올 겁니다.”박연준은 진영숙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남겼다.진영숙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기다려본 사람만이 안다.기약 없이 떠나버린 사람을 찾고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소식을 기다리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일이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보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그 기다림의 끝에 남은 것은 늘 절망뿐이었다.하지만 지금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칠 동안 미친 듯이 강이한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끊임없이 실패했다.그렇다면 이제 박연준을 믿어야 할까?그를, 정말 믿을 수 있을까?청하시에 있을 때, 박연준은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자신을 돕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이유영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한 뒤, 바로 백산 별장으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0화

    “그 여자가 파리에 있는 동안은 조심해. 지혁이를 네 곁에 두는 게 좋겠어.”지혁은 정씨 가문의 정예 경호원 중 한 명이자 실력도 출중한 사람이었다. 그가 곁에 있다면 적어도 해치려는 사람이 함부로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이유영은 짧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신경 써야 할 때는 신경 써야 해. 진영숙은 착한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기엔 그래.”“알겠어요.”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다면 이유영은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관없었다.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소미도 조금은 안도한 듯했다.“루이스는 어디 있어요?”이유영은 생각에 잠긴 채 물었다.지난번에 루이스가 서주로 갔다고 들었는데, 서주에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서주에 머무르고 있는 걸까?더군다나 아버지조차 서주 일에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굳이 루이스가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임소미가 대답했다.“서주에 있어.”“네.”그는 여전히 서주에 있었다.서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더 묻지 않았고 사실 그녀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집에 남자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 덕분에 여자는 그만큼 신경 써야 할 일이 줄어들었으니까.예전에는 모든 책임이 그녀에게만 쏠린 듯한 무게감이 짓눌려 정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여진우가 돌아온 이후로 이유영은 훨씬 편안해졌다....아이는 이유영과 함께 있을 때 언제나 행복해 보였고 그녀는 아이의 밝은 미소를 보며 위로를 얻곤 했다.“월이야, 엄마랑 같이 유치원 가는 거 어때?”강이한이 일을 벌이면서 정씨 가문은 경계를 강화했지만 결국 이유영은 강이한에게 끌려갔고 그 일이 있고 난 후, 임소미는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집에만 두고 싶어 했다.그렇다고 아이를 언제까지고 집 안에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밖이 위험하다고 해서 평생을 감춰 키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어차피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했다.“좋아요!”아이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유영은 살짝 미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1화

    이유영도 가볍게 웃었다.이런 분위기의 모임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해 주었다.그녀는 문득 이곳이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이 아니라 엄마들의 산후 우울증을 해소해 주는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가요?”“그렇다니까요. 첫째 하나 키울 때는 정말 수월했는데, 둘째를 낳고 같이 놀아보니까... 결국 아이가 나를 가지고 놀더라고요.”“하하하! 맞아요.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기들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돼요. 그 아이들은 어른들 자포자기할 때까지 괴롭힌다고요.”자포자기할 때까지? 둘째를 키우는 게 정말 그렇게까지 힘든 일일까?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많은 둘째 엄마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니는 것을 알아차렸다.첫째만 키울 때도 이미 충분히 바빴을 텐데 둘째까지 생기면 더욱 정신없어지겠지.외출할 때도 분명 급하게 나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말씀 듣고 보니 저는 둘째는 절대 안 낳을 것 같아요.”이유영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몇몇 엄마들은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갔다.겉으로는 웃고 떠들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무게가 자리 잡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이유영도 마찬가지였다.사실 그녀는 둘째를 낳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둘째를 낳을 기회조차 없었다.솔직히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월이는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수업이 끝난 후, 차 안에서 아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내일은 일찍 데려다주세요. 오늘은 10분이나 늦었어요.”이유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요즘 아이들은 시간 개념이 이렇게 빨리 발달하는 걸까?그녀는 월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그녀의 목소리에는 흐뭇함과 애정이 묻어 있었다.처음에는 혹시 아이가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아이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났을 때만 적극적으로 참여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2화

    임소미는 이제 정말 그런 일들에 더 이상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배은망덕한 것은 아니었다.단지 그런 일들을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누군가의 고통과 절망을 온전히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용서’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임소미는 조용히 생각했다.만약 이유영이 그 일을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는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더 깊은 고통이 될 것이고 용서니 화해니 하는 문제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이유영은 바보가 아니었다.그녀는 이미 뭔가를 감지하고 있었다.서주에서 벌어진 일이 얼마나 거대한 사건이었는데 그걸 전혀 의심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의혹을 품고 의심해도 그녀의 생각이 그쪽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점심 식사 후, 이유영은 곧장 스튜디오로 향했다.로열 글로벌 산하의 회사라 할지라도, 그리고 그 사업이 아버지와 오빠의 것이라 해도 그녀는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 엄격하고 철저했다.스튜디오에는 여진우가 직접 선별한 직원들이 몇 명 있었는데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이제 그녀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작업 환경, 그리고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윙윙.”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문자 메시지 알림에 이유영이 화면을 확인하자 친구 추가 요청이었다.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다른 사람이 친구 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대로 승인했다.승낙하는 순간, 상대방이 몇 장의 영수증을 보내왔다.영수증을 보고서야 예전에 부딪혔던 사람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차 수리가 끝난 모양이었다.“계좌 번호 알려주세요.”이유영은 간단하게 몇 글자를 입력해 보냈고 곧바로 답장이 왔다.“더블루 리버스로 보내주세요.”더블루 리버스?이유영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요즘 시대에 계좌 이체가 훨씬 편하지 않은가? 굳이 배송으로 돈을 보내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계좌 이체로 하는 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3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서재욱의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유영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그러면 기다리세요!”서재욱은 짧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전화를 끊고 이유영은 책상 위의 도면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뒤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 키를 집어 들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손목시계를 보니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공항까지 차로 40분은 걸릴 텐데 서재욱을 마중 나갔다가는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는 운전석에 앉기 전, 임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은 기다리지 마세요.”“일이 너무 바쁜 거 아니야? 이제 겨우 회복했는데 눈을 너무 피곤하게 하면 안 돼.”이유영이 저녁을 먹으러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하자 임소미는 당연히 그녀가 야근하는 줄로만 알았다.본인 회사에서 왜 저렇게까지 바쁘게 일하는 걸까?이유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야근하는 게 아니에요. 친구가 청하시에 왔어요. 저녁에 같이 식사할 것 같아요.”“그래. 일찍 돌아오고 술은 마시지 마.”임소미는 당부하듯 덧붙였다.솔직히 임소미는 여전히 이유영이 걱정되었다. 아마도 예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며 불안감이 커진 탓에 이제는 거의 트라우마처럼 그녀를 걱정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알겠어요.”전화를 끊고 나서야 이유영은 운전에 집중했다.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40분 후, 공항에 도착했다.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서재욱은 회색 코트에 감청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고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이미 이유영을 발견했는지 캐리어를 끌며 자연스럽게 다가왔다.이유영은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캐리어를 받으려 하자 서재욱은 부드러운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피하며 말했다.“어떻게 여성분께 그런 일을 시킬 수 있겠습니까?”그는 언제 어디서든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사람이었고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녀가 먼저 짐을 드는 일은 절대 없었다.이유영은 미소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4화

    “맞아요. 껍데기만 남기는 건 매우 위험하죠.”특히 서재욱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다.그와 얽힌 일들은 이미 너무 많았고 김연우는 그의 가장 가까운 특별 보좌관인 만큼 만약 그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서재욱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그러니 상대가 스스로 떠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면 서로에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차에 오르려던 순간, 서재욱이 그녀가 운전석으로 가려는 걸 보고 조용히 말했다.“제가 운전할게요.”분명 그녀의 눈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였다.사실 공항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리 회복이 잘 되었다고 해도 장시간 운전하는 건 여전히 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유영은 그의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어요.”그녀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고 서재욱은 그녀가 능숙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한 번 더 물었다.“정말 다 보이는 거 맞아요?”“당연하죠.”이유영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서재욱은 그제야 살짝 안심한 듯했다.운전하면서 이유영이 서재욱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저녁은 뭐 먹고 싶어요?”“사주시려고요?”서재욱은 농담조로 되물었다.“이 시간에 만났는데, 당연히 같이 식사해야죠.”이유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재욱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파리 타워 레스토랑 음식이 괜찮다고 들었어요. 거기로 가죠.”“좋아요.”파리 타워 레스토랑이라면 그녀도 알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파리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했고 분위기가 낭만적이어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인증사진을 남기는 곳이기도 했다....한편, 박연준은 계속해서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진영숙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감정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심지어 그녀 자신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5화

    “끼익.”칼과 포크가 접시에서 미끄러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나며 순간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듯했다.이유영은 멍한 눈으로 서재욱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뭐라고요? 못 들었어요.”사실은 들렸지만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다시 물어본 것이다.공항에서 김연우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할 때, 이유영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이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지금 서재욱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서재욱은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아마, 그 이전이었을 겁니다.”“그 이전요?”이유영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설마 김연우가 임신한 걸 알게 된 시점이,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기 전이라는 건가?망했다.그렇다면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뻔했다.이유영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서 설명해야겠어요!”이건 반드시 설명해야 했다. 그녀는 서재욱과 김연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임신한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이제 와서 모두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때 제대로 알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하자 죄책감이 들었다.그러나 서재욱은 단호하게 말했다.“설명할 수 없어요.”“왜요?”“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졌어요.”“...”‘사라졌다고? 잠적했다고?’이건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이유영은 목이 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앞에 놓인 물을 몇 모금 마셨지만 가슴속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다시 물었다.“그때 김연우 씨가 임신한 걸 몰랐어요?”서재욱은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대답했다.“연우가 회사를 그만둔 지 일주일 뒤에 알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찾을 수가 없었어요.”이제 모든 게 이해되었다.김연우가 임신했을 때,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리고 그 일은 순식간에 커졌다.김연우는 청하시로 돌아간 후, 바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결국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화

    “우리 이혼해요.”격렬한 사랑이 끝난 뒤, 유영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달뜬 목소리로 덤덤히 말했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상기된 볼을 살짝 가렸다. 그녀의 두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표정은 처량했다.남자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다.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욕구를 방출시킨 남자, 그 어디에도 유영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10년을 사랑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다.단추를 잠그던 강이한의 손이 움찔하더니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갑자기?”“네.”유영의 말투는 단호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손 이리 줘봐.”탁!유영은 매몰차게 그 손길을 뿌리쳤다.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저리 치워요. 당신 도움은 이제 필요 없어. 더러워.”이 남자와 같은 지붕 아래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불쾌했다.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신경질적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지금 나한테 더럽다고 한 건가?유영은 바닥을 더듬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로 몸에 남은 그의 흔적을 씻어냈다.할 수만 있다면 그의 손길이 닿았던 피부를 모두 도려내고 싶었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벽을 더듬으며 옷장으로 향했다. 시력을 잃게 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암흑 같은 이 세상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유영은 손끝에 닿은 느낌을 따라 옷 한 벌을 꺼내 입고는 호적 등본을 챙기고 그에게 말했다.“지금 법원으로 가요.”“이유영.”강이한이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는 벌떡 일어나서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이런 모습으로 나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그녀는 가진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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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5화

    “끼익.”칼과 포크가 접시에서 미끄러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나며 순간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듯했다.이유영은 멍한 눈으로 서재욱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뭐라고요? 못 들었어요.”사실은 들렸지만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다시 물어본 것이다.공항에서 김연우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할 때, 이유영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이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지금 서재욱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서재욱은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아마, 그 이전이었을 겁니다.”“그 이전요?”이유영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설마 김연우가 임신한 걸 알게 된 시점이,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기 전이라는 건가?망했다.그렇다면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뻔했다.이유영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서 설명해야겠어요!”이건 반드시 설명해야 했다. 그녀는 서재욱과 김연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임신한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이제 와서 모두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때 제대로 알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하자 죄책감이 들었다.그러나 서재욱은 단호하게 말했다.“설명할 수 없어요.”“왜요?”“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졌어요.”“...”‘사라졌다고? 잠적했다고?’이건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이유영은 목이 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앞에 놓인 물을 몇 모금 마셨지만 가슴속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다시 물었다.“그때 김연우 씨가 임신한 걸 몰랐어요?”서재욱은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대답했다.“연우가 회사를 그만둔 지 일주일 뒤에 알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찾을 수가 없었어요.”이제 모든 게 이해되었다.김연우가 임신했을 때,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리고 그 일은 순식간에 커졌다.김연우는 청하시로 돌아간 후, 바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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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껍데기만 남기는 건 매우 위험하죠.”특히 서재욱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다.그와 얽힌 일들은 이미 너무 많았고 김연우는 그의 가장 가까운 특별 보좌관인 만큼 만약 그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서재욱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그러니 상대가 스스로 떠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면 서로에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차에 오르려던 순간, 서재욱이 그녀가 운전석으로 가려는 걸 보고 조용히 말했다.“제가 운전할게요.”분명 그녀의 눈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였다.사실 공항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리 회복이 잘 되었다고 해도 장시간 운전하는 건 여전히 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유영은 그의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어요.”그녀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고 서재욱은 그녀가 능숙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한 번 더 물었다.“정말 다 보이는 거 맞아요?”“당연하죠.”이유영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서재욱은 그제야 살짝 안심한 듯했다.운전하면서 이유영이 서재욱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저녁은 뭐 먹고 싶어요?”“사주시려고요?”서재욱은 농담조로 되물었다.“이 시간에 만났는데, 당연히 같이 식사해야죠.”이유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재욱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파리 타워 레스토랑 음식이 괜찮다고 들었어요. 거기로 가죠.”“좋아요.”파리 타워 레스토랑이라면 그녀도 알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파리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했고 분위기가 낭만적이어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인증사진을 남기는 곳이기도 했다....한편, 박연준은 계속해서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진영숙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감정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심지어 그녀 자신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3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서재욱의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유영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그러면 기다리세요!”서재욱은 짧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전화를 끊고 이유영은 책상 위의 도면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뒤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 키를 집어 들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손목시계를 보니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공항까지 차로 40분은 걸릴 텐데 서재욱을 마중 나갔다가는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는 운전석에 앉기 전, 임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은 기다리지 마세요.”“일이 너무 바쁜 거 아니야? 이제 겨우 회복했는데 눈을 너무 피곤하게 하면 안 돼.”이유영이 저녁을 먹으러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하자 임소미는 당연히 그녀가 야근하는 줄로만 알았다.본인 회사에서 왜 저렇게까지 바쁘게 일하는 걸까?이유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야근하는 게 아니에요. 친구가 청하시에 왔어요. 저녁에 같이 식사할 것 같아요.”“그래. 일찍 돌아오고 술은 마시지 마.”임소미는 당부하듯 덧붙였다.솔직히 임소미는 여전히 이유영이 걱정되었다. 아마도 예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며 불안감이 커진 탓에 이제는 거의 트라우마처럼 그녀를 걱정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알겠어요.”전화를 끊고 나서야 이유영은 운전에 집중했다.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40분 후, 공항에 도착했다.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서재욱은 회색 코트에 감청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고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이미 이유영을 발견했는지 캐리어를 끌며 자연스럽게 다가왔다.이유영은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캐리어를 받으려 하자 서재욱은 부드러운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피하며 말했다.“어떻게 여성분께 그런 일을 시킬 수 있겠습니까?”그는 언제 어디서든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사람이었고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녀가 먼저 짐을 드는 일은 절대 없었다.이유영은 미소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2화

    임소미는 이제 정말 그런 일들에 더 이상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배은망덕한 것은 아니었다.단지 그런 일들을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누군가의 고통과 절망을 온전히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용서’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임소미는 조용히 생각했다.만약 이유영이 그 일을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는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더 깊은 고통이 될 것이고 용서니 화해니 하는 문제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이유영은 바보가 아니었다.그녀는 이미 뭔가를 감지하고 있었다.서주에서 벌어진 일이 얼마나 거대한 사건이었는데 그걸 전혀 의심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의혹을 품고 의심해도 그녀의 생각이 그쪽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점심 식사 후, 이유영은 곧장 스튜디오로 향했다.로열 글로벌 산하의 회사라 할지라도, 그리고 그 사업이 아버지와 오빠의 것이라 해도 그녀는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 엄격하고 철저했다.스튜디오에는 여진우가 직접 선별한 직원들이 몇 명 있었는데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이제 그녀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작업 환경, 그리고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윙윙.”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문자 메시지 알림에 이유영이 화면을 확인하자 친구 추가 요청이었다.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다른 사람이 친구 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대로 승인했다.승낙하는 순간, 상대방이 몇 장의 영수증을 보내왔다.영수증을 보고서야 예전에 부딪혔던 사람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차 수리가 끝난 모양이었다.“계좌 번호 알려주세요.”이유영은 간단하게 몇 글자를 입력해 보냈고 곧바로 답장이 왔다.“더블루 리버스로 보내주세요.”더블루 리버스?이유영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요즘 시대에 계좌 이체가 훨씬 편하지 않은가? 굳이 배송으로 돈을 보내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계좌 이체로 하는 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1화

    이유영도 가볍게 웃었다.이런 분위기의 모임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해 주었다.그녀는 문득 이곳이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이 아니라 엄마들의 산후 우울증을 해소해 주는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가요?”“그렇다니까요. 첫째 하나 키울 때는 정말 수월했는데, 둘째를 낳고 같이 놀아보니까... 결국 아이가 나를 가지고 놀더라고요.”“하하하! 맞아요.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기들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돼요. 그 아이들은 어른들 자포자기할 때까지 괴롭힌다고요.”자포자기할 때까지? 둘째를 키우는 게 정말 그렇게까지 힘든 일일까?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많은 둘째 엄마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니는 것을 알아차렸다.첫째만 키울 때도 이미 충분히 바빴을 텐데 둘째까지 생기면 더욱 정신없어지겠지.외출할 때도 분명 급하게 나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말씀 듣고 보니 저는 둘째는 절대 안 낳을 것 같아요.”이유영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몇몇 엄마들은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갔다.겉으로는 웃고 떠들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무게가 자리 잡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이유영도 마찬가지였다.사실 그녀는 둘째를 낳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둘째를 낳을 기회조차 없었다.솔직히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월이는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수업이 끝난 후, 차 안에서 아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내일은 일찍 데려다주세요. 오늘은 10분이나 늦었어요.”이유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요즘 아이들은 시간 개념이 이렇게 빨리 발달하는 걸까?그녀는 월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그녀의 목소리에는 흐뭇함과 애정이 묻어 있었다.처음에는 혹시 아이가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아이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났을 때만 적극적으로 참여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0화

    “그 여자가 파리에 있는 동안은 조심해. 지혁이를 네 곁에 두는 게 좋겠어.”지혁은 정씨 가문의 정예 경호원 중 한 명이자 실력도 출중한 사람이었다. 그가 곁에 있다면 적어도 해치려는 사람이 함부로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이유영은 짧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신경 써야 할 때는 신경 써야 해. 진영숙은 착한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기엔 그래.”“알겠어요.”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다면 이유영은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관없었다.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소미도 조금은 안도한 듯했다.“루이스는 어디 있어요?”이유영은 생각에 잠긴 채 물었다.지난번에 루이스가 서주로 갔다고 들었는데, 서주에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서주에 머무르고 있는 걸까?더군다나 아버지조차 서주 일에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굳이 루이스가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임소미가 대답했다.“서주에 있어.”“네.”그는 여전히 서주에 있었다.서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더 묻지 않았고 사실 그녀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집에 남자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 덕분에 여자는 그만큼 신경 써야 할 일이 줄어들었으니까.예전에는 모든 책임이 그녀에게만 쏠린 듯한 무게감이 짓눌려 정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여진우가 돌아온 이후로 이유영은 훨씬 편안해졌다....아이는 이유영과 함께 있을 때 언제나 행복해 보였고 그녀는 아이의 밝은 미소를 보며 위로를 얻곤 했다.“월이야, 엄마랑 같이 유치원 가는 거 어때?”강이한이 일을 벌이면서 정씨 가문은 경계를 강화했지만 결국 이유영은 강이한에게 끌려갔고 그 일이 있고 난 후, 임소미는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집에만 두고 싶어 했다.그렇다고 아이를 언제까지고 집 안에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밖이 위험하다고 해서 평생을 감춰 키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어차피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했다.“좋아요!”아이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유영은 살짝 미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79화

    진영숙은 울먹이며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강이한의 숙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도와준다니 믿기지 않았다.“정말, 도와줄 거야?”정말 도와줄까?예전에 강이한과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그녀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박연준이 정말 도와줄 수 있을까?박연준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왜 날 도와주는 건데?”진영숙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처럼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다.강이한이 서주에서 모든 것을 박연준에게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서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강이한이 실종되기 전 서주가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각 가문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도무지 상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고 그 혼란의 중심에는 강이한이 있었다.하지만 서주를 장악하려던 강이한이 갑자기 사라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리고 모든 것이 어떻게 박연준에게 넘어간 걸까?“그냥 기다리세요. 곧 소식이 올 겁니다.”박연준은 진영숙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남겼다.진영숙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기다려본 사람만이 안다.기약 없이 떠나버린 사람을 찾고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소식을 기다리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일이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보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그 기다림의 끝에 남은 것은 늘 절망뿐이었다.하지만 지금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칠 동안 미친 듯이 강이한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끊임없이 실패했다.그렇다면 이제 박연준을 믿어야 할까?그를, 정말 믿을 수 있을까?청하시에 있을 때, 박연준은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자신을 돕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이유영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한 뒤, 바로 백산 별장으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78화

    결국, 그들의 싸움에서 박연준이 이겼다.그렇게 해서 그는 이유영 곁에 남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박연준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과연 이기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사랑에는 승패가 존재하지 않는다.“네 마음속에서 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야?”“그래.”박연준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이유영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다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특히 진영숙에 대한 그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박연준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박연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그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그런 그를 두고 이유영이 다시 돌아서려던 순간 박연준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유영아, 네가 오랫동안 쌓여온 게 많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렇게까지 함부로 대하면 안 돼.”그녀는 강이한의 어머니다. 그리고 강이한은 이유영을 위해 어떤 일까지 했던가?진영숙의 말처럼 지금 진영숙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흥!”이해할 수 없는 강이한의 말에 이유영은 실소를 터뜨렸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박연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그럼, 그 사람들은 날 함부로 대해도 됐다는 거야?”“하지만 모든 걸 잃은 사람이야.”“그건 당연한 결과야.”“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박연준의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울렸고 이유영은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는 말, 오늘만 몇 번째인가? 하지만 박연준이 몇 번을 강조하던 이유영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이미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쌓인 원한이었다. 결혼생활 3년 동안 진영숙 곁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삼켜야 했는지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러나 그 억울함 속에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이미 갈대로 간 지금 이 상황에서 다시 감정을 억누르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이유영이 과거에 참고 견딘 만큼 그녀는 지금 냉정하고 차갑기만 했다.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77화

    진영숙은 이렇게까지 일이 꼬일 줄은 몰랐다. 강이한이 실종되기 전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다.강이한은 대체 무엇을 견뎌낸 걸까?이미 평생 겪을 고통은 다 겪었다고 생각한 진영숙은 자신의 아들도 그런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녀는 참 비참한 인생을 살았다.남편은 오래전에 그녀의 세상에서 사라졌고 이제 아들마저 실종되었다.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하지만 그들에서 그녀는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왜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그녀만 몰랐을까?아무도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는 애초에 그들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였던 걸까?“아무도 없는 게 당연하죠.”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로질렀다.진영숙이 고개를 들었을 때, 이유영은 이미 등을 돌리고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문 앞에 다다른 순간, 이유영의 마지막 한마디가 허공을 가르며 날카롭게 꽂혔다.“저도 어딨는지 몰라요.”그 말을 들은 진영숙은 모든 힘이 빠져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았고 눈동자는 텅 빈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당연하다고?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당연하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그저 자신의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랐을 뿐인데, 왜 모든 것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그리고 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의 행방을 모르는 걸까?이유영조차 강이한의 행방을 모른다고 하자 진영숙의 세상은 산산조각이 났다.진영숙은 온몸이 떨렸기 시작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절망이 그녀를 한없이 깊은 심연으로 끌어당겼다.과거, 그녀가 이유영에게 얼마나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던가. 지금 그 절망이 똑같이 되돌아와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심지어 남편을 잃었을 때보다도 더 고통스러웠다.지금 눈앞의 이유영을 마주 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가슴이 너무 아팠다.“왜... 왜?”진영숙은 힘없이 중얼거렸다.눈동자는 생기를 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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