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77화

작가: 진헤이
진영숙은 이렇게까지 일이 꼬일 줄은 몰랐다. 강이한이 실종되기 전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웠다.

강이한은 대체 무엇을 견뎌낸 걸까?

이미 평생 겪을 고통은 다 겪었다고 생각한 진영숙은 자신의 아들도 그런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그녀는 참 비참한 인생을 살았다.

남편은 오래전에 그녀의 세상에서 사라졌고 이제 아들마저 실종되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에서 그녀는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왜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그녀만 몰랐을까?

아무도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는 애초에 그들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였던 걸까?

“아무도 없는 게 당연하죠.”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진영숙이 고개를 들었을 때, 이유영은 이미 등을 돌리고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문 앞에 다다른 순간, 이유영의 마지막 한마디가 허공을 가르며 날카롭게 꽂혔다.

“저도 어딨는지 몰라요.”

그 말을 들은 진영숙은 모든 힘이 빠져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았고 눈동자는 텅 빈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당연하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그저 자신의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랐을 뿐인데, 왜 모든 것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리고 이유영은 정말 강이한의 행방을 모르는 걸까?

이유영조차 강이한의 행방을 모른다고 하자 진영숙의 세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진영숙은 온몸이 떨렸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절망이 그녀를 한없이 깊은 심연으로 끌어당겼다.

과거, 그녀가 이유영에게 얼마나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던가. 지금 그 절망이 똑같이 되돌아와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심지어 남편을 잃었을 때보다도 더 고통스러웠다.

지금 눈앞의 이유영을 마주 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왜... 왜?”

진영숙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눈동자는 생기를 잃었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78화

    결국, 그들의 싸움에서 박연준이 이겼다.그렇게 해서 그는 이유영 곁에 남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박연준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과연 이기는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 사랑에는 승패가 존재하지 않는다.“네 마음속에서 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야?”“그래.”박연준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이유영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다만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특히 진영숙에 대한 그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박연준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박연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그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그런 그를 두고 이유영이 다시 돌아서려던 순간 박연준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유영아, 네가 오랫동안 쌓여온 게 많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렇게까지 함부로 대하면 안 돼.”그녀는 강이한의 어머니다. 그리고 강이한은 이유영을 위해 어떤 일까지 했던가?진영숙의 말처럼 지금 진영숙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흥!”이해할 수 없는 강이한의 말에 이유영은 실소를 터뜨렸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박연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그럼, 그 사람들은 날 함부로 대해도 됐다는 거야?”“하지만 모든 걸 잃은 사람이야.”“그건 당연한 결과야.”“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박연준의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울렸고 이유영은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는 말, 오늘만 몇 번째인가? 하지만 박연준이 몇 번을 강조하던 이유영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이미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쌓인 원한이었다. 결혼생활 3년 동안 진영숙 곁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삼켜야 했는지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러나 그 억울함 속에서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이미 갈대로 간 지금 이 상황에서 다시 감정을 억누르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이유영이 과거에 참고 견딘 만큼 그녀는 지금 냉정하고 차갑기만 했다.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79화

    진영숙은 울먹이며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강이한의 숙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도와준다니 믿기지 않았다.“정말, 도와줄 거야?”정말 도와줄까?예전에 강이한과 가까웠던 사람들조차 그녀를 도와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박연준이 정말 도와줄 수 있을까?박연준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왜 날 도와주는 건데?”진영숙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처럼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다.강이한이 서주에서 모든 것을 박연준에게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도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서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강이한이 실종되기 전 서주가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각 가문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도무지 상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고 그 혼란의 중심에는 강이한이 있었다.하지만 서주를 장악하려던 강이한이 갑자기 사라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리고 모든 것이 어떻게 박연준에게 넘어간 걸까?“그냥 기다리세요. 곧 소식이 올 겁니다.”박연준은 진영숙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남겼다.진영숙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기다려본 사람만이 안다.기약 없이 떠나버린 사람을 찾고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소식을 기다리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일이란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보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그 기다림의 끝에 남은 것은 늘 절망뿐이었다.하지만 지금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칠 동안 미친 듯이 강이한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끊임없이 실패했다.그렇다면 이제 박연준을 믿어야 할까?그를, 정말 믿을 수 있을까?청하시에 있을 때, 박연준은 이유영과 강이한 사이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자신을 돕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이유영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한 뒤, 바로 백산 별장으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0화

    “그 여자가 파리에 있는 동안은 조심해. 지혁이를 네 곁에 두는 게 좋겠어.”지혁은 정씨 가문의 정예 경호원 중 한 명이자 실력도 출중한 사람이었다. 그가 곁에 있다면 적어도 해치려는 사람이 함부로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이유영은 짧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신경 써야 할 때는 신경 써야 해. 진영숙은 착한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기엔 그래.”“알겠어요.”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다면 이유영은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관없었다.이유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임소미도 조금은 안도한 듯했다.“루이스는 어디 있어요?”이유영은 생각에 잠긴 채 물었다.지난번에 루이스가 서주로 갔다고 들었는데, 서주에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서주에 머무르고 있는 걸까?더군다나 아버지조차 서주 일에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 굳이 루이스가 남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임소미가 대답했다.“서주에 있어.”“네.”그는 여전히 서주에 있었다.서주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더 묻지 않았고 사실 그녀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집에 남자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 덕분에 여자는 그만큼 신경 써야 할 일이 줄어들었으니까.예전에는 모든 책임이 그녀에게만 쏠린 듯한 무게감이 짓눌려 정말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여진우가 돌아온 이후로 이유영은 훨씬 편안해졌다....아이는 이유영과 함께 있을 때 언제나 행복해 보였고 그녀는 아이의 밝은 미소를 보며 위로를 얻곤 했다.“월이야, 엄마랑 같이 유치원 가는 거 어때?”강이한이 일을 벌이면서 정씨 가문은 경계를 강화했지만 결국 이유영은 강이한에게 끌려갔고 그 일이 있고 난 후, 임소미는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집에만 두고 싶어 했다.그렇다고 아이를 언제까지고 집 안에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밖이 위험하다고 해서 평생을 감춰 키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어차피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했다.“좋아요!”아이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유영은 살짝 미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1화

    이유영도 가볍게 웃었다.이런 분위기의 모임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해 주었다.그녀는 문득 이곳이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이 아니라 엄마들의 산후 우울증을 해소해 주는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가요?”“그렇다니까요. 첫째 하나 키울 때는 정말 수월했는데, 둘째를 낳고 같이 놀아보니까... 결국 아이가 나를 가지고 놀더라고요.”“하하하! 맞아요.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기들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돼요. 그 아이들은 어른들 자포자기할 때까지 괴롭힌다고요.”자포자기할 때까지? 둘째를 키우는 게 정말 그렇게까지 힘든 일일까?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많은 둘째 엄마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다니는 것을 알아차렸다.첫째만 키울 때도 이미 충분히 바빴을 텐데 둘째까지 생기면 더욱 정신없어지겠지.외출할 때도 분명 급하게 나서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말씀 듣고 보니 저는 둘째는 절대 안 낳을 것 같아요.”이유영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몇몇 엄마들은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친근하게 대화를 이어갔다.겉으로는 웃고 떠들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무게가 자리 잡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이유영도 마찬가지였다.사실 그녀는 둘째를 낳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둘째를 낳을 기회조차 없었다.솔직히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월이는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수업이 끝난 후, 차 안에서 아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내일은 일찍 데려다주세요. 오늘은 10분이나 늦었어요.”이유영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요즘 아이들은 시간 개념이 이렇게 빨리 발달하는 걸까?그녀는 월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그녀의 목소리에는 흐뭇함과 애정이 묻어 있었다.처음에는 혹시 아이가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아이들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났을 때만 적극적으로 참여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2화

    임소미는 이제 정말 그런 일들에 더 이상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배은망덕한 것은 아니었다.단지 그런 일들을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누군가의 고통과 절망을 온전히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용서’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임소미는 조용히 생각했다.만약 이유영이 그 일을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는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더 깊은 고통이 될 것이고 용서니 화해니 하는 문제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이유영은 바보가 아니었다.그녀는 이미 뭔가를 감지하고 있었다.서주에서 벌어진 일이 얼마나 거대한 사건이었는데 그걸 전혀 의심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의혹을 품고 의심해도 그녀의 생각이 그쪽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점심 식사 후, 이유영은 곧장 스튜디오로 향했다.로열 글로벌 산하의 회사라 할지라도, 그리고 그 사업이 아버지와 오빠의 것이라 해도 그녀는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 엄격하고 철저했다.스튜디오에는 여진우가 직접 선별한 직원들이 몇 명 있었는데 모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이제 그녀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작업 환경, 그리고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윙윙.”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문자 메시지 알림에 이유영이 화면을 확인하자 친구 추가 요청이었다.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다른 사람이 친구 추가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대로 승인했다.승낙하는 순간, 상대방이 몇 장의 영수증을 보내왔다.영수증을 보고서야 예전에 부딪혔던 사람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차 수리가 끝난 모양이었다.“계좌 번호 알려주세요.”이유영은 간단하게 몇 글자를 입력해 보냈고 곧바로 답장이 왔다.“더블루 리버스로 보내주세요.”더블루 리버스?이유영은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요즘 시대에 계좌 이체가 훨씬 편하지 않은가? 굳이 배송으로 돈을 보내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계좌 이체로 하는 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3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서재욱의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에 이유영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그러면 기다리세요!”서재욱은 짧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전화를 끊고 이유영은 책상 위의 도면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뒤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차 키를 집어 들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손목시계를 보니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공항까지 차로 40분은 걸릴 텐데 서재욱을 마중 나갔다가는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함께하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는 운전석에 앉기 전, 임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은 기다리지 마세요.”“일이 너무 바쁜 거 아니야? 이제 겨우 회복했는데 눈을 너무 피곤하게 하면 안 돼.”이유영이 저녁을 먹으러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하자 임소미는 당연히 그녀가 야근하는 줄로만 알았다.본인 회사에서 왜 저렇게까지 바쁘게 일하는 걸까?이유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야근하는 게 아니에요. 친구가 청하시에 왔어요. 저녁에 같이 식사할 것 같아요.”“그래. 일찍 돌아오고 술은 마시지 마.”임소미는 당부하듯 덧붙였다.솔직히 임소미는 여전히 이유영이 걱정되었다. 아마도 예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며 불안감이 커진 탓에 이제는 거의 트라우마처럼 그녀를 걱정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알겠어요.”전화를 끊고 나서야 이유영은 운전에 집중했다.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40분 후, 공항에 도착했다.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서재욱은 회색 코트에 감청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고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이미 이유영을 발견했는지 캐리어를 끌며 자연스럽게 다가왔다.이유영은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캐리어를 받으려 하자 서재욱은 부드러운 몸짓으로 자연스럽게 피하며 말했다.“어떻게 여성분께 그런 일을 시킬 수 있겠습니까?”그는 언제 어디서든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사람이었고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녀가 먼저 짐을 드는 일은 절대 없었다.이유영은 미소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4화

    “맞아요. 껍데기만 남기는 건 매우 위험하죠.”특히 서재욱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다.그와 얽힌 일들은 이미 너무 많았고 김연우는 그의 가장 가까운 특별 보좌관인 만큼 만약 그들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서재욱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그러니 상대가 스스로 떠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면 서로에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몰랐다.차에 오르려던 순간, 서재욱이 그녀가 운전석으로 가려는 걸 보고 조용히 말했다.“제가 운전할게요.”분명 그녀의 눈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였다.사실 공항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무리 회복이 잘 되었다고 해도 장시간 운전하는 건 여전히 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유영은 그의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었어요.”그녀는 자연스럽게 차에 올라탔고 서재욱은 그녀가 능숙하게 운전하는 모습을 보며 한 번 더 물었다.“정말 다 보이는 거 맞아요?”“당연하죠.”이유영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서재욱은 그제야 살짝 안심한 듯했다.운전하면서 이유영이 서재욱을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저녁은 뭐 먹고 싶어요?”“사주시려고요?”서재욱은 농담조로 되물었다.“이 시간에 만났는데, 당연히 같이 식사해야죠.”이유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재욱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파리 타워 레스토랑 음식이 괜찮다고 들었어요. 거기로 가죠.”“좋아요.”파리 타워 레스토랑이라면 그녀도 알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파리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했고 분위기가 낭만적이어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인증사진을 남기는 곳이기도 했다....한편, 박연준은 계속해서 이유영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진영숙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감정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심지어 그녀 자신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85화

    “끼익.”칼과 포크가 접시에서 미끄러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나며 순간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듯했다.이유영은 멍한 눈으로 서재욱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뭐라고요? 못 들었어요.”사실은 들렸지만 너무 충격적이었기에 다시 물어본 것이다.공항에서 김연우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할 때, 이유영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이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지금 서재욱의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서재욱은 앞에 놓인 와인잔을 들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아마, 그 이전이었을 겁니다.”“그 이전요?”이유영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설마 김연우가 임신한 걸 알게 된 시점이,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기 전이라는 건가?망했다.그렇다면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뻔했다.이유영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서 설명해야겠어요!”이건 반드시 설명해야 했다. 그녀는 서재욱과 김연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임신한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이제 와서 모두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만약 그때 제대로 알았더라면 어땠을지 생각하자 죄책감이 들었다.그러나 서재욱은 단호하게 말했다.“설명할 수 없어요.”“왜요?”“회사를 그만두고 사라졌어요.”“...”‘사라졌다고? 잠적했다고?’이건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이유영은 목이 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앞에 놓인 물을 몇 모금 마셨지만 가슴속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다시 물었다.“그때 김연우 씨가 임신한 걸 몰랐어요?”서재욱은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대답했다.“연우가 회사를 그만둔 지 일주일 뒤에 알았어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찾을 수가 없었어요.”이제 모든 게 이해되었다.김연우가 임신했을 때, 월이가 서재욱의 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그리고 그 일은 순식간에 커졌다.김연우는 청하시로 돌아간 후, 바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결국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5화

    이유영이 집으로 돌아온 뒤, 임소미는 사람을 시켜 조사를 시작했고 이유영이 강이한 곁에서 결코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며칠 동안 진영숙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목격한 뒤에야 그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왜 서주로 떠나서 죽음을 가장했는지를.모두 이 여자 때문이었다. 진영숙이 그토록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남편뿐만 아니라 지금 강이한의 행방조차 그녀는 알지 못했다. 여자로서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았다.임소미는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야 이유영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진영숙이 사실은 월이를 데려가려 했다는 것을.“며칠 동안 데려가겠다고 했다고요?”“그래서 내가 화가 났던 거야.”진영숙의 행동을 보면 며칠은 말뿐인 핑계였다.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임소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이제 아무것도 없고 오직 손녀만 남았다고? 과연 손녀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사람인가?’이유영은 말없이 얼굴을 굳혔다.진영숙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유영아, 이번 일은 그녀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 없어.”임소미의 목소리엔 단단한 결심과 냉기가 섞여 있었다.진영숙은 자신이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아이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상실에 대해 임소미는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엄마. 제가 처리할게요.”이유영은 어머니를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가웠다.“어떻게 처리할 거니?”‘어떻게 처리할까?’이유영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녀는 당연히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임소미를 진정시킨 뒤, 이유영은 백산 별장을 나섰고 밖에선 지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가씨.”“풍산 그룹으로 가요.”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웠다.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그곳은 과거가 덕지덕지 붙은 장소였고 이유영은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었다.“윙윙윙.”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박연준이었고 이유영은 망설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4화

    이유영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그녀는 임소미의 품에 파고들며 가느다란 팔로 어머니의 허리를 꼭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오래전 소은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강이한은 연애 상대론 괜찮지만 결혼은 다르다고.그때 변호사였던 소은지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맞지 않는 결혼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강이한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소은지는 그녀를 말렸었다. 소은지는 그녀의 결혼을 말렸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결국 소은지의 말은 모두 옳았음이 증명됐다.끝났다고 믿었던 그 관계는 여전히 그녀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때, 등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앞으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뺨을 따라 끝없이 흘러내렸다.예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이렇게 품어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모두 혼자 견뎌야만 했다.임소미가 감싸안아 주자 이유영의 마음은 다시금 따뜻함으로 물들어갔다.그리고 이 감정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앞으로는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녀가 말한 '아무도'는 명백히 진영숙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사람에게서 다시 이런 고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엄마가 널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임소미는 그 말을 반복하듯 속삭였다.오늘 밤, 임소미의 마음속에 일어난 파장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진영숙이 막말을 퍼붓고 손까지 쓰는 모습을 보며 이유영이 강씨 가문에서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임소미는 문득 깨달았다.사모님의 우아한 모습은 진영숙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손부터 나가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과 살아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3화

    이유영이 돌아오고 그녀는 진영숙과 임소미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 명의 도우미가 진영숙을 붙잡아 끌어내고 있었다.임소미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솟구쳤다.임소미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재빨리 붙잡고 말했다.“너 먼저 위로 올라가.”“무슨 일이 있었어?”이유영이 물었다.정씨 가문에 돌아온 지 오래된 만큼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우아하고 온화한 사람인 만큼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임소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영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유영, 넌 누가 너한테 눈을 기증해 줬는지 모르지? 강이한이 네게 빚을 졌다고 하지만 사실은...”“입 다물어!”진영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소미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서 있었고 진영숙은 여전히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엔 전례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예전에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도 진영숙은 이유영을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한 번도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용성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증오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유영아, 너 먼저 위로 올라가.”“엄마.”“올라가!”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격하게 소리쳤다.임소미가 이런 식으로 이유영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임소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이유영은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뒤돌아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진영숙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우미들의 손을 뿌리치고 이유영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이유영, 강이한은 너에게 빚진 게 없어. 강이한은 오히려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너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이야. 네 눈조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2화

    임소미는 혈압이 치솟았고 화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내 말이 틀렸나요?”“틀렸냐고?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은 있고? 당신만 제대로 된 선택을 했더라면 유영이와 강이한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임소미는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격렬히 외쳤다.진영숙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임소미의 말이 맞았다. 진영숙은 두 사람 관계에서 많은 잘못을 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강이한은 사라졌고 강서희도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월이 뿐이었다.오늘 이곳에 와서 월이를 보게 된 순간, 월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다.“사람 불러!”임소미가 크게 외치자 집사들과 도우미들이 급히 달려왔다.“이 여자를 당장 내쫓아!”“당신이 감히 그럴 수 있을까?”“뭐라고?”임소미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이 여자는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걸까?’조금 전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아이에게 조금의 정이라도 남아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모든 것은 착각에 불과했다.결국 그녀는 후회라는 감정을 모르는 인간이었다.진영숙이 오늘 여기 온 것도, 월이에게 다정하게 굴었던 것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마지막 발악이었다.그녀의 말은 그저 그럴싸한 포장일 뿐 사실은 월이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리고 뻔뻔하게도 무례하기까지 했다.진영숙은 임소미의 눈을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매서운 날카로움뿐이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우리 아들이 왜 서주를 떠났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임소미, 당신들은 정말 단 한치의 양심 가책도 못 느꼈어?”왜 강이한이 서주를 떠났는지 시간대와 상황을 조합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특히 떠나기 전, 시윤이 건넨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유영이 용성시에서 수술을 받았던 그 시기에 강이한은 서주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1화

    강이한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절망의 고통을 몸소 겪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한때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무력했는지를 그는 이제서야 조금씩 체감하고 있었다....파리에서 진영숙은 다시 백산 별장을 찾았다. 여전히 강이한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시윤은 강이한이 이정과 신시욱을 데리고 떠났다고 말했다.그 두 사람의 능력을 생각하면 강이한이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은 어머니로서 절망에 가까운 마음으로 그를 수소문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그리고 알면 알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정말이지, 당신은...”백산 별정까지 찾아온 진영숙의 뻔뻔함에 임소미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응수했다.진영숙은 한때 유능한 여성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감히 저런 얼굴을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에겐 익숙하지 않은 대우였다.“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저 좀 봐주세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전에는 없던 고통이 서려 있었다.그렇다. 지금의 진영숙에겐 주변에 기댈 친척도 함께할 가족도 없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건 손녀인 월이 뿐이었다.오늘도 그녀는 월이를 위해 여러 장난감을 준비해 왔지만 임소미는 그 모든 행동이 불쾌하게만 느껴졌다.“당신도 어머니였잖아요. 제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잖아요.”임소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봐준다고? 당신이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이유영이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 진영숙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심지어 뱃속의 아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헌신적인 할머니 행세를 하니 임소미는 화가 났다.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으로밖에 안 보였다.진영숙의 눈엔 고통이 어렸다.“저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어요.”임소미의 말에 그녀는 도무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자존심 강한 진영숙이라 해도 진실을 알게 된 지금, 과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0화

    그녀는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강이한을 떠난 뒤 어둠 속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었다.신시욱과 이정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침묵에 잠겼다. 그 질문은 그들 사이에서도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이 그때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는지, 사실 그들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건 그녀가 깊은 괴로움 속에 잠겨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그리고 그녀가 괴로워할수록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의 고독이 얼마나 잔혹한 감정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그녀는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은 어쩌면 그때의 이유영보다 더한 심연 속에서 절망을 겪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벌하고 있었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겪기 위해 같은 어둠 속에 몸을 던졌다.“선생님. 각막 이식 수술 관련 소식이 들어왔습니다.”신시욱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천시에 머무는 동안, 신시욱과 이정은 한 번도 수술 신청을 멈춘 적이 없었다.그들은 강이한을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이유영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도 절대 강행하지 않았다.이유영이 시력을 잃었을 때, 그녀는 가족들이 몰래 준비했던 이식 수술조차 그녀는 단호히 거절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오랫동안 기다려 온 기회 앞에서 강이한은 조용히 거절했다.“필요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두 사람은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필요 없다고? 그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선생님.”신시욱의 목소리는 긴장감에 더욱 떨려왔다.그 어떤 강인한 남자라고 해도 이 순간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떨림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최근 며칠간 그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두 사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강이한은 자신을 벌하며 살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정말 이미 충분했다.‘받아야 할 벌은 다 받았는데 왜 여전히 자신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9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어둠 속에서 지낸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어둠 속에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새들의 지저귐이 더 또렷하게 들리고 사소한 바람 소리 하나에도 감각이 예민해졌다.강이한은 우천시에 있는 주택 마당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천시에 오늘같이 이렇게 따스한 햇살이 비추던 때가 언제였던가?이정이 조심스레 다가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햇살은 있어도 아직은 쌀쌀하네요.”말은 없었지만 강이한은 이정의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로 그가 신시욱이 아님을 알아차렸다.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그때의 이유영도 지금처럼 감각이 예민했을까?“이정.”“네.”“유영이는 이 마당이 어떤 모습인지 전혀 보지 못했겠지?”“네.” 이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이곳에서 몇 개월을 머물렀지만 실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 마당은 끝내 그녀에게 낯선 곳으로 남게 되었다.지금 그녀를 우천시로 다시 데려온다 한들 스스로 길을 찾아올 수도 없을 것이다.강이한은 낮게 중얼거렸다.“하지만 유영이는 이 마당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었어.”그렇다. 보지 못했어도 그녀는 감각으로 모든 것을 구분했다. 마치 지금의 강이한처럼.이정이 조심스레 물었다.“이럴 가치가 있었습니까?”그가 이곳에 온 이후, 누군가가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가치가 있었는지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그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유영에게 진 빚은 결코 눈 한 쌍으로는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이건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예전에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던 이유영의 손짓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 자신이 어둠 속에서 겪고 있는 공포는 당시 그녀가 느낀 감정에 닿을 수조차 없었다.점심 식사 시간.“쨍그랑.”강이한이 손을 뻗는 순간, 접시와 그릇이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공기는 순간 얼어붙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8화

    이유영은 자신의 몸에 강이한과 관련된 어떤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남은 인생에서도 강이한과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얽히는 일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월이의 일로 인해 그녀는 너무도 깊은 상처를 입었고 강이한을 평생 용서할 수 없었다.그런 사람의 눈을 자신이 기증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리고 강이한 역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수술 전에 모든 철수 준비를 마친 것이고 이유영에게는 아무것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이미 많은 상처를 준 이후, 아무리 많은 것을 베푼다 해도 이유영의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자신과 이유영 사이에는 어떠한 선택지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그녀의 손을 놓은 것이다.‘이렇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빚진 것이 없게 되는 걸까?’하지만 단순히 눈을 기증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유영아, 왜 강이한에 관해 묻는 거야? 혹시...”소은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국 그녀는 언제나 이유영 편이었다.특히 수술 전, 마지막으로 강이한을 마주했을 때 그가 남긴 말을 들은 후로 그녀조차도 강이한을 용서할 수 없다고 느꼈다.“나랑 장난해?”소은지의 말에 이유영의 표정은 단숨에 싸늘해졌다.그 차가운 기색을 확인한 소은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래,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소은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나는 그냥 권력에 그토록 집착했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서주를 내려놓았는지 궁금했을 뿐이야.”“음모일지도 모르지.”소은지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화제를 서둘러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했다.“...”‘음모’라는 단어에 이유영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소은지는 그녀의 웃음을 보고 또 한 번 안도했다.“ 월이 보러 왔을 때,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뭐라고 했는데?”“일어날 일은 언제든지 다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7화

    강이한은 서주에서의 모든 일을 철수하고 사라졌다. 그와 함께하던 사람들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그저 강이한의 또 다른 속임수일 거라고 생각했다.강이한과 박연준, 두 사람은 누군가를 철저하게 속이는 데에 능숙한 사람들이었다.박연준은 진짜로 서주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고 진영숙은 파리에서 집요하게 강이한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 그걸 보며 이유영은 강이한이 정말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무슨 생각해?”반산월에서 소은지는 이유영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은지야.”“응?”“어떻게 된 거라고 생각해?”서주의 현 상황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이유영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졌다.강이한은 정말 그의 사람들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듯했다.권력을 중시하던 인물이었기에 은둔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강이한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조용히 지낼 성격이 아니었다.“뭐라고?”소은지는 이유영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이유영은 소은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강이한이... 정말 사라졌어.”“그래. 그 얘기 예전에도 했었잖아.”이유영이 이제서야 이 사실을 믿게 되었다는 것을 소은지는 알아챌 수 있었다.예전엔 믿지 않았던 이유영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강이한의 실종을 인정하고 있었다.강이한과 박연준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연서의 사건이 터진 이후, 그녀는 두 사람을 음모로 가득 찬 사람들로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 강이한이 사라졌다고 했을 때도 이유영은 그것을 단순한 음모의 연장이라 여겼다.두 사람은 늘 서로 무관한 척 행동했지만 그 뒤에는 누구도 상상 못 할 거대한 연관성이 있었던 것이다.신지수는 여러 번 전화를 걸어왔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난 후, 신씨 가문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았고 그녀는 그 일을 처리하면서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