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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작가: 진헤이
이유영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그 이름이 나오자 현우의 눈빛에는 더욱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소은지는 그런 현우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

그렇다면 송연미는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우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소은지에게 말했다.

“이유영 씨는 어떤 충격도 견딜 수 없어요. 지금 박연준과 강이한이 이유영 씨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유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마도 유영 씨의 두 눈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유영이 정말로 암흑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소은지의 가슴을 짓눌렀다.

2년 동안, 엔데스 명우의 학대로 인해 소은지는 일주일 동안 완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소은지는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

그 일주일 동안 소은지가 겪었던 무력감과 절망은 평생 따라다닐 상처가 되었다. 소은지는 자신의 삶에서 빛을 볼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때부터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둠은 공포스럽고 숨 막혔다.

“그럴 리가요.”

이유영의 두 눈이 시력을 잃어간다는 말을 들은 소은지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박연준과 강이한 사이도 이번 한판이 마지막이겠지.”

현우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소은지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만약 이유영의 두 눈이 정말로 회복되지 못한다면, 이유영은 박연준과 강이한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소은지는 암흑 속에서의 무력함이 얼마나 참혹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해친 원수조차 볼 수 없다는 그 사실은 숨 막히는 고통이었다.

...

엔데스 가문은 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장례식 당일, 엔데스 가문의 모든 사람이 참석했지만, 오직 소은지만은 그 자리에 없었다.

반산월에 머물던 소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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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지는 그저 얼어붙은 듯한 눈빛으로 송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송연미는 그런 눈빛에도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는 듯, 담담히 말했다.“네가 진심으로 현우를 사랑한다면, 지금 무엇이 그를 위하는 것인지 알아야 할 텐데.”“처음 너를 봤을 때, 꽤 침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소은지가 갑자기 말했다.“...”침착?그때는 위화영이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사실 그때는 반박할 방법을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았다. 막상 반박할 기회를 잡기만 한다면, 송연미의 말은 그 누구보다도 날카로울 것이었다.송연미는 그저 차갑게 소은지를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널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날 너무 몰아붙이지 마, 알겠어?”몰아붙인다니!소은지는 차가운 시선으로 송연미를 바라보았다.송연미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넌 파리의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이 파리의 이면에 어떤 흐름이 있는지도 전혀 모르잖아.”“...”“여기서 헛되이 상처받을 필요 없잖아.”강경하게 나왔더니 소용이 없다고 여겨 이제는 부드럽게 나오는 건가?하지만 아마도 송연미는 소은지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가장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설령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가 그런 관계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도발당하면 마음속에 약간의 불쾌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너 착각하지 마.”결국 소은지는 송연미에게 그렇게 답했다.어떤 것들은 변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은 더 쉽게 변한다.하지만 송연미는 이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고 오히려 집요하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고 있었다.“서명하지 않겠다는 거야?”송연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왜? 더 강한 수를 쓸 생각이야?”소은지는 태연히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런 소은지의 태연함은 분명 송연미를 더욱 격분하게 했다.“소은지, 난 네가 파리의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렇게 곱게 설득하려는 거야. 그런데 너는 정말로 고마운 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3화

    이유영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그 이름이 나오자 현우의 눈빛에는 더욱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소은지는 그런 현우를 묵묵히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송연미는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우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소은지에게 말했다.“이유영 씨는 어떤 충격도 견딜 수 없어요. 지금 박연준과 강이한이 이유영 씨의 곁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유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아마도 유영 씨의 두 눈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소은지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이유영이 정말로 암흑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소은지의 가슴을 짓눌렀다.2년 동안, 엔데스 명우의 학대로 인해 소은지는 일주일 동안 완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소은지는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생생히 떠올렸다.그 일주일 동안 소은지가 겪었던 무력감과 절망은 평생 따라다닐 상처가 되었다. 소은지는 자신의 삶에서 빛을 볼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때부터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증오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둠은 공포스럽고 숨 막혔다.“그럴 리가요.”이유영의 두 눈이 시력을 잃어간다는 말을 들은 소은지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박연준과 강이한 사이도 이번 한판이 마지막이겠지.”현우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소은지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만약 이유영의 두 눈이 정말로 회복되지 못한다면, 이유영은 박연준과 강이한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소은지는 암흑 속에서의 무력함이 얼마나 참혹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해친 원수조차 볼 수 없다는 그 사실은 숨 막히는 고통이었다....엔데스 가문은 완전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장례식 당일, 엔데스 가문의 모든 사람이 참석했지만, 오직 소은지만은 그 자리에 없었다.반산월에 머물던 소은지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2화

    현우는 망설이다가 말했다.“엔데스 가문은 심연과 같아요. 그 심연의 문턱에 서서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 게 좋아요.”소은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심연... 자신의 가문을 심연이라 부르다니. 현우가 생각하는 엔데스 가문은 도대체 얼마나 깊고 어두운 곳일까?소은지는 생각에 잠겼다. 그 순간, 어두운 방 안에서 현우의 손에 들린 담배의 불꽃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불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그것은 현우의 고독을 의미하고 있었다. 많은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우가 느낀 것은 오직 고독뿐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현우는 과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엔데스 가문을 떠나 황가 국제 그룹에서 단순한 보좌관으로 숨어들었겠는가?그 당시, 현우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엔데스 가문의 일곱 번째 아들이 평범한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현우는 자신의 정체를 완벽하게 숨기며 세상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태생은 결국 운명을 결정짓고 말았다.“심연이라니...”소은지는 그 단어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며 중얼거렸다.현우야말로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두려운 존재처럼 보였다.소은지는 한때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가족도 없고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모든 것을 망쳐버렸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현우를 보며 소은지는 깨달았다. 가짐으로 인해 더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현우에게는 거대한 가문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배경 속에서 더 큰 고통과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심지어 엔데스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현우의 얼굴에는 단 한 점의 슬픔도 찾아볼 수 없었다.“앞으로는 대저택의 사람들과의 만남은 피하세요.”현우가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말했다.“최근 자주 찾아오더라고요.”소은지가 언급한 사람은 바로 송연미였다.현우가 엔데스 가문으로 돌아온 이후, 송연미는 더 이상 자신의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송연미를 이야기할 때, 현우의 눈빛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1화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의 관계는 철저히 계약으로 엮여 있었다. 그래서 중요한 자리에서도 소은지가 굳이 현우와 동행할 이유는 없었다.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선을 그어 외부의 불필요한 관심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엔데스 현우는 소은지를 미묘하게 찌푸린 얼굴로 바라보았다.현우는 소은지가 예상외로 순순히 나오는 모습에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왜 그래요?”“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이 모든 일이 언제 끝나는지 알고 싶어요.”소은지는 엔데스 가문의 내부 사정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엔데스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금, 곧 새로운 후계자가 결정될 것이라 생각했다. 소은지는 그 결과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만약 엔데스 명우가 이긴다면요?”현우는 소은지의 손을 잡았다.현우는 소은지의 손바닥에 맺힌 차가운 땀을 확연히 느꼈다.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의 승리를 절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졌다.소은지와 현우의 관계는 사실상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 사이의 대결로 비쳤다. 현우의 말을 듣고 소은지는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출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이렇게까지 와서도 어쩔 수 없는 건가요?”소은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물었다.소은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무거움이 담겨 있었다. 소은지는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현우는 미소를 지었다.특히 소은지의 눈빛에 담긴 불만을 보며 현우는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었다.“그게 그렇게 쉽겠어요?”현우는 활짝 웃으며 소은지를 안고 안쪽으로 데려갔다.소은지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엔데스 명우를 파리에서 떠나게 만드는 건 쉽지 않지만, 이기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그래서 지금 대체 어떤 상황인가요?”소은지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눈앞의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어떤 상황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소은지는 엔데스 회장이 떠난 뒤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재 남겨진 것은 문서라는 단어뿐이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0화

    이유영은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보기에 너희 둘은 똑같은 부류야. 다 좋은 사람이 아니야.”이유영의 비웃음은 강이한의 가슴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았다.이유영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연서의 존재를 알게 된 뒤로 이유영은 두 사람 중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강이한의 가슴은 미어지듯 아팠다.이유영이 무슨 말을 해도 그 말 하나하나가 강이한의 가슴에 상처를 새겼다.“전기봉의 소식이라니, 하하!”그 유혹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유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유영은 조용히 기다렸다. 이번에는 강이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사실, 이유영은 이미 강이한의 선택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행동이 과거 이온유 사건 때처럼 반복될지 확인하고 싶었다.그의 행동이 과거 이온유 때와 같을지 알고 싶었다.이온유가 위급했던 그때, 강이한은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이유영을 떠났다.“서주의 모든 것은 네가 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아, 유영아. 나를 성급히 판단하지 마.”이유영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 강이한은 신중히 말을 꺼냈다.이유영이 서주의 복잡한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특히 지금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알 길이 없었다.강이한은 자신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이유영이 극단적인 결론을 내릴까 봐 걱정했다.예전 이온유의 사건처럼.“흥!”이유영이 코웃음 쳤다.강이한의 말을 듣기 전에, 이유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전기봉의 소식을 듣고 나서 강이한이 어떻게 행동할지.이유영은 전기봉이 강이한의 손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강이한의 진심을 확인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그러지 않아도 돼.”이유영은 차갑게 대답했다.사실, 강이한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유영의 차가운 말투는 강이한을 더욱 아프게 했다.너무 쓰리고 아렸다.병원에서 돌아온 후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9화

    처음엔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데려갔다니, 그는 무슨 권리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 그 아이가 그의 딸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아이는 이유영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생명이었다. 강이한에겐 그 아이에게 손댈 자격조차 없었다.그 며칠은 아이와 이유영 모두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다.이유영은 지금도 병원을 헤매며 미친 듯 아이를 찾았던 날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밤낮없이 걱정하며 엄마로서 견딜 수 있는 가장 처절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이유영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결국, 당신은 아이가 당신 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온유를 살리기 위해 그 아이를 이용하려고 했어.”어떤 이유를 들어도 강이한의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었다.결국, 마지막 순간에야 강이한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과 모든 진실을.하지만 그런데도 강이한은 끔찍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이유영은 강이한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이유영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그때, 그 아이가 울면서 밥도 먹지 않고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었을 때... 강이한, 정말 그 순간조차도 넌 아무런 동정심도 못 느꼈어?”“...”그 말은 강이한의 가슴을 깊숙이 찔러왔다.숨이 턱 막히며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동정심이 없었을까?사실 그도 동정심을 느꼈다.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강이한이 느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그 아이가 소중했고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미어졌다. 그러나 이온유의 위급한 상태는 강이한을 잔인한 선택의 기로로 몰아넣었다.“이유영, 나는...”강이한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술을 움직였으나 이유영의 앞에서는 어떤 말도 무의미했다.그 사건은 지금도 강이한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유영뿐만 아니라 강이한 역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이유영은 갑자기 화제를 돌려 물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8화

    두 사람은 전통 사옥으로 돌아왔다.빗물이 지붕을 타고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히 울렸다. 이유영은 그 소리를 들으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곳의 기후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빗소리는 이유영에게 잔잔한 평온을 안겨주었다.“아가씨, 점심으로 탕을 끓였습니다.”우지가 말했다. 병원에서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던 이유영에게 보양식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건강도 되찾았으니 이제 든든하게 먹어야 했다.“네.”우지가 조용히 이유영에게 속삭였다.“아가씨, 아까 강 선생님께서 통화 중이셨는데, 전기봉에 대해 언급하시는 것 같았습니다.”“...”이유영은 전기봉이 강이한의 손에 있을 거라 오랫동안 확신해 왔다.“네, 알겠어요.”어두운 방. 이유영은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이유영은 전기봉 문제를 끊임없이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강이한과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망가졌음에도 이유영은 여전히 강이한을 무너뜨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강이한은 이유영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했다.만약 이유영이 외부와 연결될 수 있었다면, 이미 세상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강이한은 이유영이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조용히 문이 열리며 강이한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우지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고 이제 방 안에는 이유영과 강이한만 남았다.“우지가 네게 모든 걸 말했나 보군.”강이한의 목소리는 깊고 무거웠다.“...”우지를 우연히 본 걸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소식을 전한 걸까? 하지만 이유영이 표정은 평온했다. 이유영은 그의 질문에 흔들림 없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외부와 연락할 수 있다면, 그 소식을 당장 퍼뜨릴 거야.”“...”“네 약점을 당장 적들에게 넘겨버릴 거야!”이유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는 그 말에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매우 아팠다.박연준의 말처럼 이유영은 강이한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이유영은 이제 대놓고 그를 배신하려 했다.그것도 강이한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7화

    연서.그 이름은 강이한과 박연준에게 오랫동안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려운 존재였다. 그 기억은 피처럼 생생하면서도 잔인했다.만약 이유영이 이번에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강이한과 박연준은 평생 서로를 외면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강이한은 박연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박연준, 참 가엾네.”연서… 박연준은 연서에게 흔들린 적이 있었던가? 그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연서를 데려가려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돌이킬 수 없었다.“가엾든 말든 상관없어. 그렇게 할 거야, 말 거야?”그가 말하는 것은 서주였다. 강이한은 그의 말을 듣고 조소를 터뜨렸다.“평생 계획하던 일을 이제 와서 포기하겠다고?”과거 박연준의 계획 중심에는 항상 서주가 있었다.처음엔 연서가 그 중심이었고 이후엔 이유영이 그 중심이었다. 박연준의 복잡한 속내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강이한조차 박연준의 속내를 완벽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런 박연준이 이제 와서 포기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그 말 뒤에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숨겨져 있을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박연준은 단호히 말했다.“나는 이유영만 있으면 돼.”다른 건 모두 필요 없었다.과거의 교훈은 피로 새겨진 기억처럼 그에게 깊게 남아 있었다. 이번만큼은 무의미하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이번에는 다시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강이한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웃기지 마,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놓고 이렇게 대립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강이한의 눈에 비친 박연준은 감정을 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었다.이유영만 원한다고?“이유영은 사람이야. 살아있는 사람!”이유영은 물건이 아니었다.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사람의 감정은 상호 존중이 기본이다. 과거에는 몰랐던 이 사실을 강이한은 이제야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박연준은 냉소적으로 되받아쳤다.“이유영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나 보군.”박연준은 강이한이 우천시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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