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30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2-06-30 11:55:58
안 그래도 요즘 소만영은 폭발하기 일보직전인데 기모진의 집에 천미랍이 있는 꼴을 볼 줄이야!

그건 그렇다고 치고.

테이블 위의 이 화려한 만찬과 기모진이 잔뜩 놀라서는 천미랍의 손을 잡고 상처를 보고 있는 꼴이라니!

“그냥 스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소만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움츠렸다.

“작은 상처라고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감염됩니다. 알코올을 가져올게요.”

기모진이 다정하게 말을 하며 일어섰다. 소만영이 따라 들어온 것을 봤지만 흘끗 보더니 그대로 구급상자를 가지러 가버렸다.

“고마워요.”

소만리가 인사를 하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고개를 들다가 그제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온 몸이 젖은 소만영을 본 듯 말했다.

“어머나 또 만나네요.”

소만영은 열불이 뻗쳤지만 억지로 웃음을 띠며 걸어갔다.

“천미랍씨, 내 약혼자 집에서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더니 소만리가 웃었다.

“약혼자라니요? 기모진씨는 당신하고 파혼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게, 야, 너 지금 그거 무슨 뜻이야?”

소만영의 얼굴에서 가식적인 웃음이 싹 사라지더니 두 눈을 부릅뜨고 소만리를 노려봤다.

“천미랍, 내가 다 알아. 너 네 그 상판으로 우리 모진 씨를 꼬드기려는 거지?”

“그러면 또 어때서요?”

소만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 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기모진 씨 같은 남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하죠.”

“이게……”

소만리의 말을 들은 소만영이 폭발했다. 화가 나서 손찌검을 하려고 소만리의 얼굴을 향해서 손바닥을 휘둘렀다.

“이 년이!”

소만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손을 뻗어 소만영의 손을 잡았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소만영의 뺨을 후려쳤다.

“짝!”

뺨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만영은 졸지에 당한 일에 놀라서 눈이 커졌다.

“이, 이게 감히 날 때려? 천미랍, 나한테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나한테 맞선 것들은 좋게는 못 끝나. 소만리도 그랬지만, 너도 마찬가지야!”

그녀의 악랄한 경고가 끝날 때쯤 기모진이 돌아왔다. 그걸 보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1장

    “모진아, 뭐라고?”소만영은 냉엄한 얼굴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나가라고.”그는 소만영에게 조금이지만 정이 남아있는지 누그러진 말투로 대답했다.소만영은 기모진의 등 뒤에서 씩 웃고 있는 소만리를 발견하자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았다.그러나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았던 소만영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기모진의 앞에 서서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모진아.”소만영의 두 눈은 빨갛게 변해 있었고 서글픈 표정으로 냉담해진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너한테 실망을 안겨줬어. 그런데 난 모두 란군이와 너를 위해 벌인 짓이었어. 난 단 한 번도 무고한 사람을 해친 적이 없어.”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모습은 몹시도 처량해 보였다.“모진아, 이제 와서 이러는 거 아무 소용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결백해. 네가 날 믿을 때까지 난 계속 기다릴 거야.”기모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소만영은 몸을 돌려 쓸쓸히 집을 나섰다.소만리가 창문 밖을 내다보자 비를 맞아 온몸이 흠뻑 젖어 있는 소만영을 보았고, 그녀의 얼굴엔 집념이 가득했다. 상황은 늘 이렇게 놀랍도록 비슷했다.소만리는 소만영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나온 뒤, 기모진에게 버림받아 임신한 채로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그의 신뢰를 애타게 구걸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녀의 가슴 아픈 결말뿐이었던 기억을 되짚었다.소만리는 싸늘한 눈초리로 소만영을 흘긋 보고는 곁눈질로 기모진이 창밖의 소만영을 바라보는 무거운 표정을 보았다.기모진, 그래도 가슴이 아프구나? 네가 몇 년 동안 목숨 걸고 애지중지 한 사람이니까.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은 시선을 소만리에게로 돌렸고, 그녀의 유리 조각이 박힌 손을 잡고는 그것을 알코올 솜으로 닦아낸 뒤 반창고를 세심하게 붙여 주었다.“마저 밥 먹죠.”그는 입꼬리를 올려 보였지만 진짜 웃는 얼굴이 아니라 근육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소만영을 걱정하는 것이 분명했다.“그냥 관둬요.”소만리가 웃으며 거절했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2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같이 술잔을 들었다.“이 한 잔으로 아까 그 사람이 당신을 때린 거에 용서를 구하죠.”기모진은 이 말을 하며 술잔에 든 와인을 마시고 다시 한 잔을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이 잔은 이렇게 아름다운 미랍 씨를 친구로 사귄 걸 축하하며.”그는 말을 하며 몇 잔을 계속해서 들이켰다.밤이 점점 깊어져 가자 비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기모진도 와인 한 병을 다 마신 뒤였다.백옥 같던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날카롭던 눈도 술이 들어가니 풀려있었다.“미래의 숙모님, 제가 데려다 드리죠.”기모진은 일어나려 했지만 이미 그는 만취 상태였다.“모진 씨는 아무래도 쉬는 게 좋겠네요, 저는 묵비 씨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면 돼요.”“그 사람이요?”기모진의 낮은 목소리로 웃는 소리는 사람을 미혹되게 만들었다.그가 웃으며 소만리를 바라보았고, 등불의 빛이 그의 시선을 흐리게 만들자 그의 눈앞에는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얼굴이 있었다.“그래도 내가 바래다줄게요.”기모진이 고집을 부리며 몸을 일으켜 소만리 쪽으로 향했다.그러나 그는 술에 취해 몸을 휘청거리며 그녀에게 채 다가가기도 전에 쓰러질 위기였다.소만리는 받아 줄 마음이 없었지만 창밖에 있는 소만영을 의식하자 손을 뻗어 기모진을 부축했다.그는 몸을 완전히 그녀에게 맡겼고 그녀는 그가 완전히 취했다고 확신했다.“모진 씨, 여기 잠시 앉아 있어요.”소만리가 힘겹게 그를 소파로 부축해왔다.그녀는 방 안의 불빛이 더 환하면 소만영이 밖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소만영이 화가 나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표정이 눈에 선했다.“모진 씨, 너무 취했어요. 레몬 차를 좀 끓여줄 테니까 술 좀 깨요.”소만리가 손을 빼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가지 마요.”그가 속삭이며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만리는 고개를 돌려 소파에 반쯤 누워있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술에 취해 빨개진 몽롱한 얼굴로 주절거렸다.“리야……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3장

    소만리는 한평생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기모진을 매우 사랑했던 그 느낌들을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그 물건을 그녀는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었다.그녀는 넋이 나간 채로 손을 뻗어 바닥에 놓인 물건을 집어 들었다.이 물건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바닷바람의 짠 내음이 풍겨져 옴과 동시에 남자아이의 온화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리야, 내가 크면 널 내 신부로 만들 거야...”하지만 이 약속은 결국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바다 저 깊은 곳까지 침몰했다. 이번 생에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리야...”소만리는 회상을 멈추고, 잠꼬대하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아직도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부르는 리는 그녀가 아닌 소만영이었다.그는 줄곧 원칙도, 제한도 없이 그 악독한 여자를 사랑했다.소만리는 손에 든 조개껍질을 쳐다보며 냉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상황에서 기모진의 몸에서 어릴 적 그녀가 그에게 준 조개껍질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기모진, 네 마음속엔 소만영밖에 없는데, 아직도 이걸 가지고 있다고? 널 십몇 년 동안이나 기다려온 리는 이미 죽었어.”그녀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술에 취해 몽롱한 얼굴을 한 그를 흘긋 보고는 조개껍질을 들고 휴지통에 던지려는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중얼거렸다.“리야, 가지 마. 제발 떠나지 마...”소만리는 잠꼬대를 하는 그를 바라보며 가소로운 듯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기모진, 네가 사랑하는 천리는 밖에서 연기하고 있잖아. 그렇게 그 사람이 보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찾아!”소만리는 차갑게 말을 한 뒤, 기모진을 소파에 밀치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그녀가 문을 열자, 비를 맞고 서 있는 소만영의 얼굴에 환희의 웃음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이 소만리인 것을 발견하자 그녀는 순간 정색하며 소만리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소만리는 그녀를 한 번 흘겨보고는 우산을 쓰고 우아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4화

    “......”소만영은 중심을 잡고 선 뒤 소만리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분개했다.그녀는 화가 난 채 소만리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천미랍 너 이 쌍년아! 내가 내 위력을 보여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소만영이 전력을 다해 소리치며 그녀에게 경고하자 창문으로 보았던 그 장면이 생각나서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니, 그녀는 화를 다스려야 한다며 자신에게 경고했다.소만리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고, 소만리와 똑같이 생긴 그 여자가 어떻게 또 자신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천미랍, 넌 곧 내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게 될 거야!”소만영은 독극물을 바른 듯한 매서운 눈빛을 하며 말했다.......소만리는 길 입구에서 기묵비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소만리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밤이 깊어지자 소만리는 창가에 서서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 조개껍질을 떠올렸다.왜 기모진은 그 조개껍질을 몸에 지니고 있던 거지?그는 일찍이 그날 해변에서 한 약속을 부인하지 않았나?소만리는 순간 이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려 침대에 곤히 자고 있는 염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빠빠.....”염염이 잠꼬대를 하며 ‘빠빠’라고 말했다, 아빠를 부르는 것이었다.그녀의 마음속에 가장 좋은 아빠는 기묵비였다.이것은 아마도 괜찮은 오해일 수도 있고 한평생 이어질 수 있는 오해였다...하늘이 뿌연 다음 날, 기모진은 긴 꿈에서 깨어났다.그는 일어나 앉자 머리가 무거운 느낌을 받으며 간밤에 있었던 일을 드문드문 떠올리며 눈가를 비볐다. 그는 어젯밤에 또 추태를 부린 것이 또렷이 생각났다. 그는 천미랍을 천리라고 부르면서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한 것까지 모두 기억했다.기모진은 생각을 마치고 귀찮은 듯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찾아 곧바로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걸리고, 휴대폰 너머로 소만리의 달콤하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모진 씨, 일어났어요? 어젯 밤에 술에 취하셔서 제가 해장할 거리를 좀 만들었어요. 이제 곧 모진 씨 집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5장

    소만리는 어리둥절해하는 기모진을 보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이 좀 흐른 뒤, 복잡한 눈을 한 채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소만영의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그는 웅크리고 앉아 의식을 잃은 것 같은 소만영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만영아, 만영아, 일어나 봐.”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소만영의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서 문 앞에서 그 장면을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바라보고 있었다.기모진,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너는 여전히 소만영을 이렇게 의식하고 있었어. 설령 이 여자가 그런 극악무도한 일을 했었더라도 아직 넌 그녀를 사랑하는구나?그때 기모진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소만영이 천천히 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눈가엔 눈물을 머금고 처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모진아,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제발 날 안 떠나면 안 돼?”“모진아, 잊었어? 네가 날 평생 보살펴주고, 잘해준다고 했잖아. 내 이번 생에 유일한 소원이 너와 결혼해서 영원히 네 곁에 있는 거였는데……”소만영의 말을 듣고 있던 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 있던 손가락을 구부렸다.기모진의 낯빛이 무거워 보였고 무엇을 읊조리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소만리가 보았다.“모진 오빠, 천리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이제부터 다 네 말 들을게.”소만영이 자신을 천리라고 칭하고 모진 오빠라고 부르며 기모진을 다정하게 쳐다보았다.그녀의 연기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듯했다. 소만리 마저도 가슴이 시큰거릴 정도니 말이다.“말 너무 많이 하지 마. 열이 좀 나는 것 같네. 병원에 데려다줄게.”기모진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소만영을 부축해 일으켰다.그러자 소만영이 느닷없이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모진아, 날 용서해 주지 않는 거야? 날 용서 안 해주면 난 그냥 죽는 게 나을 거야……”기모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런 말 하지 마.”그가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며 소만영을 일으켰다.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6장

    물고기가 낚시에 걸린 이상 실을 끊는 것은 시간문제이다.일요일.소만리와 기묵비는 오늘 염염을 데리고 어린이 공원에서 놀기로 했다.비록 염염은 기묵비의 친딸이 아니지만 기묵비는 염염을 매우 예뻐했다.소만리가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그는 항상 그녀 곁에서 그녀를 보살폈고, 염염이 세상에 나오자 그의 배려는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기묵비는 쉽게 쟁취할 수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그러나 소만리는 그녀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기묵비와 남녀 사이의 애정으로 얽히고설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빠빠, 저 토끼 가지고 싶어요.”염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소만리를 생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게 했다.그녀는 염염이 기묵비에게 안겨 애교를 부리며 작고 귀여운 손가락으로 토끼 풍선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빠빠, 사줄 거예요?”기묵비는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염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우리 여온이가 갖고 싶다는데 당연히 아빠가 사줘야지!”그는 농담 섞인 말투로 말하며 염염을 안아 들고 풍선 가게로 향했다.기묵비는 염염의 별명보다는 본명을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빠빠 최고, 염염이는 빠빠가 제일 좋아!”염염은 애교 섞인 목소리와 함께 기묵비의 볼에 뽀뽀했다.소만리가 웃으며 뒤를 따랐고, 기쁨으로 가득 찬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아이에게 지어 준 이름이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여온. 아이에게 무한한 따스함을 주고 싶었다.그녀는 아이가 자신처럼,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아 몸과 마음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한 평생 따스하게만 자라길 바랬다.기묵비는 염염에게 풍선을 쥐어주고 염염이와 놀이기구를 몇 개 더 탔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점심 먹을 때가 되었고, 염염은 기묵비의 손을 끌어당기며 눈앞에 보이는 만화 식당을 가리켰다.“빠빠, 염염이는 저거 먹고 싶어요, 저기 햄버거 엄청 커요!”“이렇게 잘 먹어서 나중에 살찌면 누가 좋아하겠어!”기묵비가 염염을 놀리며 말했다.염염이 순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7장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을 때 소만영은 자신을 감싸 안은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기모진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기란군과 같이 놀러 온 건가? 기란군, 그 아이가 있다고?기란군이 신경 쓰인 소만리는 곧장 균형을 잡고 기모진의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아저씨.”염염이 기모진을 향해 소리쳤고, 새하얗고 여린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염염은 기모진에게 좋은 감정이 있는 듯했다.기모진의 얼음장 같은 얼굴에도 웃음기가 보이며 염염을 한 번 쳐다보곤 다시 소만리에게 시선이 향했다.“오늘 내가 집을 나온 게 좋았네.”“왜 요 며칠 전화를 받지 않은 거죠?”소만리가 고개를 치켜들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죄송해요, 모진 씨. 요 근래 묵비 씨와 아이랑 같이 있느라 지루한 전화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어요.”“지루한 전화?”기모진의 눈썹이 찡그려지며 소만리가 염염의 손을 잡고 돌아서려는 것을 보자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그러자 소만리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모진 씨, 놔주실래요? 만영 씨가 또 보고 질투할까 봐 무섭네요. 전 다시 그 사람에게 맞을 생각이 없어요.”기모진은 소만리의 굳은 얼굴을 보았고, 눈부신 햇살이 그녀의 백옥 같은 얼굴을 비추자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그날을 떠올리자 기모진의 눈빛이 순간 온화하게 바뀌며 말했다.“그날 아침에 헛걸음하게 했네요. 날 위해 만든 도시락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잖아요.”그러자 소만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기모진, 넌 내가 애걸복걸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있었을 때 나를 잡아준 적이 있었니?너는 눈을 크게 뜨고 내가 고통받는 걸 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나한테 칼을 더 댔지.“천미랍 씨, 질투하는 건가요?”순간, 그가 이 말을 하는 것이 들려왔다.소만리는 가슴이 떨려왔고 이내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모진 씨, 못 봤어요?”그녀가 옆에 서 있는 염염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저와 묵비 씨 사이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 황제가 사랑한 여인   제238장

    “두 살, 알고 지낸 지 3년?”기모진이 눈썹을 찌푸린 채 소만리를 주시하며 말했다.“그럼 두 사람이 막 만났을 때, 사귀었단 거네요?”“저랑 묵비 씨 둘 다 첫눈에 반했다고 볼 수 있죠. 제가 그 사람 곁에 있으면서 아이를 낳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소만리의 대답은 어떠한 주저함 없이 매우 명쾌했다.기모진은 가슴이 뛰며 이미 흩어진 의심이 다시 솟구쳤다.“모진아!”순간, 소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눈을 돌려 소만영이 초조한 얼굴을 한 채 달려오는 걸 보았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을 때 소만영의 얼굴에는 불쾌함과 분노가 역력했다.비를 흠뻑 맞았던 그날에 비해 소만영의 얼굴은 훨씬 더 좋아 보였다. 그녀는 기모진의 옆으로 뛰어와 기모진이 소만리의 손을 붙잡고 있는 걸 보자 눈살을 찌푸리곤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모진을 보며 말했다.“모진아, 군이가 안 보여!”기란군이 사라졌다고?소만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극도로 불안해 하기 시작했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소만리는 알고 있었다. 소만영의 가식적인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제외하고 기모진 역시 매우 담담했다.마치 기란군과 기모진이 부자 사이가 아닌 것 마냥 말이다.“분명 이 부근에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기모진이 담담하게 말을 하며 그제야 소만리의 손을 놓아주었다.“모진 씨, 그래도 빨리 찾으러 나서는 게 좋겠어요, 여긴 사람이 많아서 인신매매 상인 같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란군은 모진 씨의 유일한 아이니까 정말로 잃어버리면 상심이 클 거예요.”“네가 말 안 해도 알아!”소만영은 퉁명스러운 얼굴을 하고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군이는 내가 모진이를 위해서 낳은 유일한 혈육이야. 모진이는 당연히 지금 엄청 걱정......”“그 아이는 내 유일한 혈육이 아니야.”“......”소만영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기모진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고, 그의 이 한마디는 소만리가 방금 한 말에 대답하는 듯했다.소만리와

    최신 업데이트 : 2022-06-30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