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여전히 가식적으로 부드럽게 웃었다."미랍씨, 미안해요. 제가 제 약혼자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제가 한 말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만영씨가 기모진씨를 많이 사랑하는 게 눈에 보여요. 저도 제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가까이 지내면 질투해서 만영씨 감정 이해해요.” 소만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만리의 말이 끝나자 그녀를 바라보는 기모진과 소만영의 눈빛이 한순간에 묘하게 달라졌다.“미랍씨 남자친구 있어요?” 소만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네." 소만리는 우아하게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자 기모진과 눈이 마주쳤다.“미랍씨 남자친구 있었구나, 그럼 남자친구분 불러서 소개 좀 시켜줘요.” 기모진이 여전히 소만리를 쳐다보자 소만영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지금 경도에 없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소개해드릴게요.” 소만리가 웃으며 말했다.소만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을 훔치며 온화한 얼굴로 웃음을 지었다. "모진아, 손님들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나가자.”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만영의 팔짱을 빼고 걸음을 옮겼다."모진아, 방에서 청혼해주겠다고 한 약속 변치 않는 거지?소만리는 소만영이 비굴하게 부탁하는 것을 멀리서 들었다.소만리도 이 3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모진이 소만영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인지 궁금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소만영의 뜻을 따르고, 소만영을 좋아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소만영이 계속 기모진의 곁에 맴돌 수 있을까.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느꼈다. 비록 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기모진의 표정을 보고 그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확신했다.이것은 복수의 첫걸음이었다.소만리가 발걸음을 옮겨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몰래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소만리가 집을 나서자 담 뒤에 숨어있던 사람이 나와
"모진아 가지 마, 어디 가? 우리 결혼은..." 소만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기모진을 붙잡았다."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야." 기모진은 담담하게 소만영의 손을 뿌리쳤다."모진아!" 소만영이 계속 소리쳤지만 기모진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사화정과 모헌 부부, 그리고 손님들도 기모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청혼은커녕 소만영이 귀찮아 보였다. 사람들은 기모진이 소문처럼 소만영을 그리 사랑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의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결혼을 계속 미루고, 심지어 이런 자리에서 소만영을 버리고 간 것은 분명 기모진이 소만영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소만영이 기모진을 쫓아가자 앞에 있는 소만리가 보였다. 기모진이 그녀 앞에 차를 세워 젠틀하게 문을 얼어주고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가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소만영은 치맛자락을 꽉 쥐며 분노를 터뜨렸다.“천! 미! 랍!” 소만영은 이를 갈며 이 세 글자를 내뱉으며 화가 나서 입술까지 떨고 있었다.......소만리도 사실 기모진이 그녀를 따라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모진은 소만영을 내팽개치고 나와 소만리를 차에 태웠다. 그의 차가 돌고 돌아 사월산의 그 해안에서 멈추었다.소만리는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그날 기모진과 소만영이 해안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이 해안에 거부감이 들었다.기모진이 차 문을 열어주자 소만리가 차에서 내렸다.소만리는 늦여름의 바닷바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갑자기 담뱃불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만리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기모진의 손가락 사이로 담배연기가 새어 나왔다. 기모진은 나른한 자태로 스포츠카 옆에 기대어 섹시한 입술로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하얀 담배연기가 그의 멋있는 얼굴을 가리자 그의 표정이 변했다."기모진씨, 약혼녀를 놔두고 저를 왜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소만리는 난처한 표정으로 기모진을 쳐다봤다. “저 약속 있어서 빨리 가봐야 돼요.”“미랍씨 남자친구랑 약속 있어요?” 기모진이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소만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기모진씨, 굳이 전처와 똑같이 생긴 여자와 친구 할 필요 있어요? 내 얼굴 보면 역겹지 않아요?"미랍씨 얼굴은 아름다워요.” 기모진은 고개를 돌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봤다.그렇다. 천미랍은 아름답다.소만리처럼 아름답다. 아니, 소만리가 더 아름답다.소만리의 얼굴에 순수함이 마치 처녀처럼 아름다웠다.기모진은 눈앞에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허전한 마음을 조용히 달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에 기모진이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 화면을 보고 거부감을 느낀 얼굴이었지만 기모진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소만리는 바닷바람 소리가 너무 거세 전화기 너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모진이 내키지 않는 듯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곧 갈게."소만리는 돌아가는 길에 기모진이 길가에 내려줄 거라 생각했지만 기모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 갔다. 소만리는 가면 갈수록 익숙한 길 같았다. 그리고 차가 기가 집안 앞에 멈췄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아직도 자신의 신분을 의심해 집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만리도 이미 기씨 집안사람들과 맞설 준비가 돼 있었다.차소리를 듣고 기모진의 어머니가 나왔다. 그의 어머니는 조수석에서 내리는 소만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귀신이야! 귀신!”“모진씨, 제가 중간에 내려줘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럼 어머니가 이렇게 놀라지 않으셨죠.”"모진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소만리는 이미 죽은 거 아니야?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기모진의 어머니가 그의 뒤에서 소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은 천미랍이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F 나라에서 자랐고, 이번에 처음으로 경도에 왔어요.” 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천미랍이라고 합니다." 소만리가 기모진의 어머니에게 인사했다.기모진의 어머니는 반신반의하며 말했다.“이게 사실이냐? 방금 네 미래 사돈께 전화가 와서 소만리랑 똑같이 생
기모진은 소만리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이고 그녀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에게 갔다. 나이 들어 눈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는 기모진이 긴 머리를 날리는 여자를 데려오는 것을 봤다. 그러나 소만리가 앞에 다가오자 할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소파 옆에서 벌떡 일어섰다."너…너는…만리?"할아버지는 확신하지 못한 듯 소만리를 향해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눈앞에 있는 것이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소만리는 할아버지의 기대하는 눈빛을 보자 슬퍼졌다. 하지만 이 슬픔속에 달콤함이 있었다.경도에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손을 내밀어 할아버지의 떨리는 두 손을 잡았다."너 정말 만리니?" 할아버지가 감격하며 물었다. 이때 기모진의 어머니는 곁에서 지켜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할아버지, 당연히 만리죠.” 기모진이 소만리를 대신해 대답했다. "뭐? 정말 소만리야? 모진아 너 아까...” 기모진 어머니의 안색이 변했다. 기모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할아버지는 기모진 어머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차가운 두 손으로 소만리의 손을 꽉 잡고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애석함이 가득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눈에는 온화함이 배어 있으며 유달리 자상했다. "만리야, 정말 만리구나, 살았으면 됐다, 살았으면 됐다..." 할아버지가 속삭이는 걸 보니 정말 기뻐하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미소를 지었지만 심장이 출렁였다.이 세상에서 예선과 남자친구를 제외하면 기 씨 할아버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친가족으로 생각했다.기 씨 할아버지는 요즘 몸이 좋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늘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는데, 오늘 소만리를 보고 벌떡 일어나셨다.소만리는 할아버지 말씀에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기모진이 자신을 의심하는 행동을 결코 드러내지 않았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아직도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할아버지가 소만리와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눈으로 소만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듯했다. “미랍씨, 제 무리한 요구에 협조해서 고마워요.” 차 안에서 기모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리한 요구인 만큼 다음엔 이런 일 없길 바래요.” 소만리는 싸늘하게 말했다.“기모진씨 때문에 제시간이 많이 지체됐는데, 어서 데려다주고, 기모진씨도 빨리 가서 약혼녀 위로 해주세요.”기모진은 소만리의 냉담하고 짜증 섞인 표정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미랍씨, 남자친구와 데이트 시간 방해해서 미안해요, 제가 사과의 의미로 다음에 식사 대접하겠습니다.”“괜찮아요, 남자친구가 질투할 것 같아요.” 소만라는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기모진도 더 이상 말 하지 않고 소만리를 데려다주고 돌아갔다.소만리는 거리에 서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손안에 아직 따뜻한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할아버지.할아버지는 항상 저를 기억하고 계셨군요.그녀는 마음의 상처가 조금 어루만지는 것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그날 저녁, 소만리는 웨이보에서 소만영의 생일파티에 관한 게시물을 찾아봤다.생일파티에 참석한 손님 중 누군가 폭로한 글이 올라왔다. 기모진이 소만영 생일날 그녀에게 청혼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를 위해 소만영을 버리고 떠났다는 글이 올라왔다.댓글에서는 여자의 정체를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소만영이 기모진에게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이지 기모진은 소만영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만영은 3년 동안 기모진과 모 가 집안의 도움으로 떠오르는 뷰티 블로거가 되어 몇백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소만영에 대한 폭로 글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자 소만영에게 세뇌당한 팬들이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 몰려들었다.소만영의 팬들은 기모진과 소만영은 천생연분이고, 3년 전에 이미 약혼했고, 소만리라는 악랄한 여자가 아니라면, 소만영 여신님은 이미 기모진과 결혼했다며 소만영의 편을 들었다. 어찌된 일인지 화제가 뒤바뀌며 댓글에서 사람들이 모두
염염이는 겨우 세 살이지만 몸이 날렵해 소만영이 때리려 하자 얼른 피했다.소만영의 손이 공기를 스쳤다. 더욱 화가 난 소만영은 염염이의 얼굴을 꼬집으려 했다.염염이는 조용히 귀여운 입으로 소만영의 손등을 물었다."아!" 소만영이 소리를 질렀다. 염염이는 작은 입을 벌리고 예쁜 큰 눈을 껌벅거리며 말했다. “아줌마, 우리 엄마가 어린애 때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줌마는 나쁜 사람 이예요, 나쁜 사람은 소리지르면서 때려요.” "뭐…? 너 뭐라고 했어?" 소만영은 세 살짜리 여자아이에게 혼날 날이 올 거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소만영은 잔뜩 화가 났다. 그녀는 가게로 들어가는 염염이를 보고 뒤쫓아갔다. 이때, 소만영의 발 밑에 있던 유리구슬이 미끄러졌다. 하이힐을 신고 있던 그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며, 옆에 있던 동생까지 덩달아 넘어졌다. “씨!”염염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 돌아 소만영에게 혀를 내밀었다,"메롱메롱~ 나쁜 아줌마, 흥! 그러게 누가 저를 괴롭히래요." 염염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 가버렸다. “너 이 못된 계집애!”소만영은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하이힐을 벗어 염염이 뒤통수에 힘껏 던졌다.하이힐이 염염이의 뒤통수를 칠 찰나, 갑자기 멋진 그림자가 나타나며 한 남자가 염염이를 안아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하이힐은 가게 유리창으로 날아가 금이 갔다.소만영은 유리창이 깨질만큼 있는 힘껏 하이힐을 던졌었다. 이 하이힐이 염염이 뒤통수에 맞았다면 정말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소만영은 갑자기 누군가 튀어나와 못된 계집애를 구해줄지 생각도 못 했다. 소만영은 남자에게 화를 내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남자는 기모진이였다. 순간 소만영의 안색이 달라지며 부랴부랴 일어나 옆에 있던 동생에게 하이힐을 주워 오라고 했다."모진아, 네가 여기 웬일이야?" 소만영은 어색하지만 부드러운 웃음을 잃지 않으며 말했다.기모진은 염염이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소만
”오늘도 염염이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저희 엄마 오셨으니까 이제 내려줘도 되요.” 염염이는 유리 같은 눈을 깜박이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기모진은 품속의 귀여운 염염이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네 이름이 염염이야?”"네…근데, 엄마만 저를 염염이라고 부르고, 아빠는 그렇게 부르지 않아요." 염염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귀여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기모진은 아빠라는 두 글자가 이렇게 귀에 거슬린 적이 없었다.귀에 거슬리고 낯설다.기모진은 기란군이 생각났다. 3년 동안 기란군은 기모진에게 아빠라고 부른 적이 거의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었다.기모진이 염염이를 내려놓자 곧바로 소만리에게 뛰어갔다. “엄마, 방금 저 아줌마가 저 때리려고 하다가 혼자 넘어졌어요. 그리고 다행히 아저씨가 저를 구해줬어요." 염염이는 소만리에게 열심히 설명했다.소만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딸을 안았다. "기 대표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약혼녀가 저희 사이 의심하지 않도록 저 찾아오지 마세요. 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지만, 제 딸을 다치게 하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깨진 유리창은 금액 확인해서 모씨그룹으로 보낼 테니 잊지 말고 배상해주세요." 소만리는 소만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소만영은 눈을 부릅뜨고 소만리를 노려봤지만 소만리는 그대로 돌아서 가버렸다."천미랍 너…""아직도 분이 안 풀려?" 기모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소만영은 놀라 당황하며 기모진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가 냉랭하게 뒤돌아 가자 소만영이 재빨리 쫓아갔다."모진아, 모진아, 잠깐만, 네가 오해한 거야, 모진아, 내 말 좀 들어봐!"소만영이 기모진을 쫓아가며 소리쳤지만 기모진이 전혀 듣지 않자 초조해졌다.이때 소만영이 길에 있는 유리 부스러기를 보고 독한 마음으로 유리를 밟았다."아!" 소만영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모진아, 나 너무 아파….”기모진은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쓰러진 소만영을 힐끗 쳐다봤다. 소만영의
자리를 뜨던 소만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소만영을 쳐다봤다.소만리는 어떻게 소만영과 기모진의 과거가 소만리와 기모진의 첫만남과 같을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게다가 그들이 처음 만난 곳도 사월산?"모진아, 나 다 필요 없어, 하지만 나는 정말 너를 잃을 수 없어.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줘." 생각에 잠겼던 소만리는 가냘픈 소만영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소만리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기모진을 바라보고 있는 소만영을 보았다.기모진은 손수건을 꺼내 소만영의 상처를 감쌌다. 그는 여전히 소만영에게 관심이 있었다."모진아…""이제 그만해, 병원에 데려다줄게."소만영은 애틋하게 기모진을 바라봤다."모진아, 네가 내 옆에 있어 주면 난 아프지 않아. 네가 영원히 나를 지켜줄 거 알아.”거리가 가까워 소만리는 기모진과 소만영이 하는 말을 모두 들었다. 기모진이 소만영을 일으켜 세워 차에 오를 때 소만영은 소만리를 향해 승리의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은 마치 “천미랍, 넌 내 남자 뺏을 자격 없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소만리는 그녀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기모진, 오랫동안 사업하고 IQ도 높은 총명한 사람이 아직까지 소만영의 본질을 모르다니, 아니면 소만영의 그 악랄한 모습을 좋아하는 건가?소만리는 가게로 돌아왔다. 그녀가 붓을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려 화면을 힐끗 보니 뜻밖에도 기모진에게 온 전화였다. 소만리가 전화를 받지 않자 또 다시 전화가 왔다. 휴대폰을 든 소만리는 화면에 뜬 그의 이름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는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소만리는 과거에 기모진에게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기모진은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아니면 그녀를 차단했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랐다. 소만리는 어쩌다 그렇게 매몰차고 무정한 남자를 일편단심 사랑하게 되었을까.그녀가 기모진의 전화를 받지 않자 세번째 전화벨이 울렸다. 소만리는 휴대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