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는 만영씨 어머니 말한 거예요.” 소만리가 찬물을 끼얹었다."네? 제 생일하고 우리 엄마랑 무슨 상관이죠?” 소만영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어제 만영씨 어머니께서 특별히 저희 가게에 오셔서 액세서리를 두 세트나 사갔어요." 소만리는 여유롭게 말했다.소만영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웃음기가 사라졌다.이 광경을 본 사화정과 모현이 서로 마주봤다. "만영아, 그 여자 소만리, 그… 뭐지 천씨…?모현도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소만리가 소만영과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사화정과 모현은 소만리가 소만영에게 무슨 짓을 할까 봐 황급히 달려갔다. 그들이 막 달려와 기모진이 소만리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이왕 오셨으니, 들어와서 뭐 좀 드세요.”"안 돼! 어떻게 이 여자를 우리 집으로 들여보내!" 모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봤다.소만리의 친아버지와 어머니는 3년 전보다 더 적대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소만리는 자신이 전생에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 이런 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두 분은 모 사모님과 모 대표님이시죠? 저는 천미랍이라고 합니다." 소만리는 웃으며 명함을 건넸다. 사화정과 모현은 명함을 건네받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소만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소만리 아냐?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 있어?" 사화정이 중얼거렸다.“그쪽 이름이 천미랍이에요? 모현도 의심했다."네, 이번에 경도에 처음 왔어요."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 없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닮은 사람이 있을 수 있어" 사화정은 부정하며 소만리를 노려봤다."원래 세상에 별일이 다 있잖아요. 두 분도 20여 년 동안 딸과 헤어졌다 다시 만난 것도 신기하지 않아요?” 소만리가 웃으며 되물었다."소만리, 장난 치지마! 너는 원래 죽지 않았어! 사실은 네가 당시 모진이랑 만영이 결혼식 망치려고 연기하다가 죽은 척한 거였어, 오늘 네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분명 만영이 생일파티 망치려고 온 거야, 소만리,
”고마워요.”소만영은 소만리의 선물을 받기 싫었다. 하지만 상냥한 호감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소만리가 건넨 선물을 웃으며 받았다. "모진아, 손님들 기다리시니까 어서 들어가자." 소만영이 기모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래, 너희는 어서 들어가, 오늘같이 좋은 날 결혼 날짜도 잡아라.” 사화정과 모현은 활짝 웃으며 기모진을 재촉했다. “모진아, 이제 드디어 너의 신부가 될 수 있네.” 소만영은 수줍게 미소 지으며 기모진을 바라봤다.소만리는 소만영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사람들이 마당으로 돌아오자 많은 시선이 소만리에게 집중됐다. 사람들은 그녀의 정체에 대해 수군거렸다.소만영은 사람들이 소만리에게 주목하자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기모진이 청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소만영은 자신이 없어졌다. 만약 기모진이 오늘 그녀에게 청혼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할 것이다. "엄마, 아빠 저 몸이 좀 안 좋아서 방에 들어가서 좀 쉴게요.” 소만영은 잠시 생각하다 사화정과 모현에게 말했다."어디 아프니? 괜찮아?" 사화정과 모현이 걱정하며 소만영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엄마, 아빠 손님들 좀 부탁할게요"모진아, 나 방에 좀 데려다줄 수 있어?" 소만영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모진은 소만영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소만리를 쳐다봤다."미랍씨 먼저 편하게 둘러보고 계세요, 제가 이따 찾으러 갈게요.”소만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만영은 이 모습을 눈여겨보고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도 발걸음을 옮겼다.생일파티에서 아무도 소만리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의 친부모님 또한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소만리는 화려한 정원의 돌담길을 걸으며 별장의 풍경을 감상했다. 성대하지는 않지만 화려했다. 만약 20여 년 전에 가족들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녀가 어릴 적부터 자랐던 정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기모진을
여자의 옷차림을 보니 모가 집안 하인 같지는 않고, 손님은 더더욱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도대체 누구일까? 소만리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자가 눈물을 닦으며 돌아서려 했다. 소만리는 한 걸음 더 빨리 계단을 올라갔다.소만리는 그 여자의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소만영의 목소리를 들었다.소만리는 방 입구의 벽 쪽으로 붙어 귀를 기울였다. 소만영이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그저 소만영이 기뻐하는 목소리만 들렸다. "모진아, 너랑 결혼하게 돼서 너무 행복해,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이야!"기모진은 역시 소만영에게 청혼을 하고 곧 결혼하기로 한 것 같았다."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 기모진의 목소리가 가깝게 들려왔다. 마치 그가 소만영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기모진, 나랑 한 약속도 지켰다고 말할 수 있어? 너를 기다렸던 10년이란 시간을 모두 짓밟고, 결국 내 목숨까지 앗아간 주제에 소만영이랑 결혼을 해? 내가 너 다시는 웃을 수 없게 해줄 거야.주먹을 불끈 쥔 소만리는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자 황급히 피했다."나 먼저 내려갈게, 울지 말고 세수하고 화장 좀 고쳐." 기모진이 방에서 나왔다.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서야 소만리는 제자리로 돌아갔다.소만리가 방안을 살짝 쳐다봤다. 소만영은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소만영은 웃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소만리가 준 선물을 뜯어봤다.선물을 본 소만영의 얼굴색이 어두웠다."거울?" 소만영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거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흥! 천미랍 어디서 나타난 년인지 모르겠지만, 네가 예쁘면 모진이를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 너 참 예뻐, 근데 안타깝게도 너랑 소만리 그 악랄한 년이랑 똑같이 생겨서 모진이가 네 얼굴 보면 역겨워할걸! 소만영은 매섭게 이를 갈았다."네가 모진이 뺏을 자격이나 돼? 모진이는 평생 나랑만 결혼할 수 있어! 나에게 그 누구도 맞설 수 없는
소만영이 기모진 앞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소리 지른 것은 처음이었다. “천미랍! 네가 나쁜 맘을 먹고 있다는 거 진작에 알았어, 선물은 무슨, 처음부터 모진이 꼬시려고 온 거였어! 소만리는 소만영의 시끄러운 소리가 짜증났다. 만약 그녀가 소만영을 화나게 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소만리는 그녀의 뺨을 때리지 않고 머리가 어지러운 듯 눈을 찌푸렸다. "만영씨, 오해예요.”“오해는 무슨, 내가 똑똑히 봤어, 이 악랄한 년!” 소만영은 노발대발하며 소만리의 뺨을 때리려 했다.“찰싹!”소만영이 소만리의 뺨을 때리기 전에 기모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냥 잡아준 것뿐인데 그렇게 욕까지 할 필요 있어?" 기모진은 그윽한 눈으로 차갑게 소만영을 바라봤다. 기모진의 말투가 냉담하자 소만영은 억울해서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모진아, 너 나한테 이렇게 말 한 적 없었잖아..." 소만영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기모진이 소만리의 손을 놓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했어,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지 마, 근데 방금 네 그 행동은 너무 지나쳤어, 미립씨에게 사과해.” "뭐? 사과 하라고?” 소만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너한테 절대 사과 안 해!” 소만영은 기모진의 옆에 서 있는 소만리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괜찮아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제가 똑바로 서있지 못한 탓이죠, 만영씨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요."소만리는 부드럽게 말하며 화가 잔뜩 난 소만영을 쳐다봤다."천미랍, 착한 척 그만해! 네가 모진에게 관심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까짓 게 나한테 사과받을 자격이 있어?”"무슨 말을 그렇게 해!" 기모진은 소만영의 말을 끊으며 차갑게 쳐다봤다. "오늘은 네 생일이고, 미랍씨는 손님인데 그런 태도로 손님을 대해? 어서 사과해.”“절대 사과 안 해! 저 여자 일부러 저러는 거야!” 소만영은 억울해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일부러? 소만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정
소만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여전히 가식적으로 부드럽게 웃었다."미랍씨, 미안해요. 제가 제 약혼자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제가 한 말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만영씨가 기모진씨를 많이 사랑하는 게 눈에 보여요. 저도 제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가까이 지내면 질투해서 만영씨 감정 이해해요.” 소만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만리의 말이 끝나자 그녀를 바라보는 기모진과 소만영의 눈빛이 한순간에 묘하게 달라졌다.“미랍씨 남자친구 있어요?” 소만영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네." 소만리는 우아하게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자 기모진과 눈이 마주쳤다.“미랍씨 남자친구 있었구나, 그럼 남자친구분 불러서 소개 좀 시켜줘요.” 기모진이 여전히 소만리를 쳐다보자 소만영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지금 경도에 없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소개해드릴게요.” 소만리가 웃으며 말했다.소만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을 훔치며 온화한 얼굴로 웃음을 지었다. "모진아, 손님들 기다리게 하지 말고 어서 나가자.”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소만영의 팔짱을 빼고 걸음을 옮겼다."모진아, 방에서 청혼해주겠다고 한 약속 변치 않는 거지?소만리는 소만영이 비굴하게 부탁하는 것을 멀리서 들었다.소만리도 이 3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모진이 소만영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인지 궁금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소만영의 뜻을 따르고, 소만영을 좋아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소만영이 계속 기모진의 곁에 맴돌 수 있을까.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느꼈다. 비록 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기모진의 표정을 보고 그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확신했다.이것은 복수의 첫걸음이었다.소만리가 발걸음을 옮겨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몰래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소만리가 집을 나서자 담 뒤에 숨어있던 사람이 나와
"모진아 가지 마, 어디 가? 우리 결혼은..." 소만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기모진을 붙잡았다."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야." 기모진은 담담하게 소만영의 손을 뿌리쳤다."모진아!" 소만영이 계속 소리쳤지만 기모진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사화정과 모헌 부부, 그리고 손님들도 기모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청혼은커녕 소만영이 귀찮아 보였다. 사람들은 기모진이 소문처럼 소만영을 그리 사랑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의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결혼을 계속 미루고, 심지어 이런 자리에서 소만영을 버리고 간 것은 분명 기모진이 소만영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소만영이 기모진을 쫓아가자 앞에 있는 소만리가 보였다. 기모진이 그녀 앞에 차를 세워 젠틀하게 문을 얼어주고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가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소만영은 치맛자락을 꽉 쥐며 분노를 터뜨렸다.“천! 미! 랍!” 소만영은 이를 갈며 이 세 글자를 내뱉으며 화가 나서 입술까지 떨고 있었다.......소만리도 사실 기모진이 그녀를 따라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모진은 소만영을 내팽개치고 나와 소만리를 차에 태웠다. 그의 차가 돌고 돌아 사월산의 그 해안에서 멈추었다.소만리는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그날 기모진과 소만영이 해안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이 해안에 거부감이 들었다.기모진이 차 문을 열어주자 소만리가 차에서 내렸다.소만리는 늦여름의 바닷바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갑자기 담뱃불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만리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기모진의 손가락 사이로 담배연기가 새어 나왔다. 기모진은 나른한 자태로 스포츠카 옆에 기대어 섹시한 입술로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하얀 담배연기가 그의 멋있는 얼굴을 가리자 그의 표정이 변했다."기모진씨, 약혼녀를 놔두고 저를 왜 여기로 데리고 왔어요?" 소만리는 난처한 표정으로 기모진을 쳐다봤다. “저 약속 있어서 빨리 가봐야 돼요.”“미랍씨 남자친구랑 약속 있어요?” 기모진이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소만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기모진씨, 굳이 전처와 똑같이 생긴 여자와 친구 할 필요 있어요? 내 얼굴 보면 역겹지 않아요?"미랍씨 얼굴은 아름다워요.” 기모진은 고개를 돌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봤다.그렇다. 천미랍은 아름답다.소만리처럼 아름답다. 아니, 소만리가 더 아름답다.소만리의 얼굴에 순수함이 마치 처녀처럼 아름다웠다.기모진은 눈앞에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허전한 마음을 조용히 달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에 기모진이 정신을 차렸다. 핸드폰 화면을 보고 거부감을 느낀 얼굴이었지만 기모진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소만리는 바닷바람 소리가 너무 거세 전화기 너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모진이 내키지 않는 듯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곧 갈게."소만리는 돌아가는 길에 기모진이 길가에 내려줄 거라 생각했지만 기모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 갔다. 소만리는 가면 갈수록 익숙한 길 같았다. 그리고 차가 기가 집안 앞에 멈췄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아직도 자신의 신분을 의심해 집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만리도 이미 기씨 집안사람들과 맞설 준비가 돼 있었다.차소리를 듣고 기모진의 어머니가 나왔다. 그의 어머니는 조수석에서 내리는 소만리를 보고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귀신이야! 귀신!”“모진씨, 제가 중간에 내려줘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럼 어머니가 이렇게 놀라지 않으셨죠.”"모진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소만리는 이미 죽은 거 아니야?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기모진의 어머니가 그의 뒤에서 소만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은 천미랍이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F 나라에서 자랐고, 이번에 처음으로 경도에 왔어요.” 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천미랍이라고 합니다." 소만리가 기모진의 어머니에게 인사했다.기모진의 어머니는 반신반의하며 말했다.“이게 사실이냐? 방금 네 미래 사돈께 전화가 와서 소만리랑 똑같이 생
기모진은 소만리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이고 그녀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에게 갔다. 나이 들어 눈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는 기모진이 긴 머리를 날리는 여자를 데려오는 것을 봤다. 그러나 소만리가 앞에 다가오자 할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소파 옆에서 벌떡 일어섰다."너…너는…만리?"할아버지는 확신하지 못한 듯 소만리를 향해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눈앞에 있는 것이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소만리는 할아버지의 기대하는 눈빛을 보자 슬퍼졌다. 하지만 이 슬픔속에 달콤함이 있었다.경도에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손을 내밀어 할아버지의 떨리는 두 손을 잡았다."너 정말 만리니?" 할아버지가 감격하며 물었다. 이때 기모진의 어머니는 곁에서 지켜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할아버지, 당연히 만리죠.” 기모진이 소만리를 대신해 대답했다. "뭐? 정말 소만리야? 모진아 너 아까...” 기모진 어머니의 안색이 변했다. 기모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할아버지는 기모진 어머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차가운 두 손으로 소만리의 손을 꽉 잡고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애석함이 가득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눈에는 온화함이 배어 있으며 유달리 자상했다. "만리야, 정말 만리구나, 살았으면 됐다, 살았으면 됐다..." 할아버지가 속삭이는 걸 보니 정말 기뻐하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미소를 지었지만 심장이 출렁였다.이 세상에서 예선과 남자친구를 제외하면 기 씨 할아버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친가족으로 생각했다.기 씨 할아버지는 요즘 몸이 좋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늘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는데, 오늘 소만리를 보고 벌떡 일어나셨다.소만리는 할아버지 말씀에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기모진이 자신을 의심하는 행동을 결코 드러내지 않았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아직도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할아버지가 소만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