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황급히 각티슈에서 휴지를 뽑아 피를 닦았다. 그녀는 피가 나올줄 몰라 당황해 했다. 하지만 그녀는 기모진이 자신의 피를 보는걸 꺼려했다.“소만리, 너가 먹기 싫으면 안먹으면 되지. 왜 내가 힘들게 한 요리들을 망쳐!”어머님은 소만리가 토한 국에서 피가 섞여 있는걸 눈치 못채고 그저 분노에 차서 소만리를 욕하고 있었다.“다음에 올때 미리 연락하고 와.너 오면 난 나가 있을게.다시는 너의 얼굴 보고 싶지 않아.”“어머님, 화내지 마세요.” 소만영은 급하게 뛰어가 어머니를 진정시키고 소만리를 향해 비웃는걸 잊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소만리가 피를 토한걸 똑똑히 보았다.그녀는 소만리의 몸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소만리의 종양은 이미 수술로 제거가 불가능한 상태로 심각해졌다.이 상황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다는건 그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라고 볼수 있다.소만리가 죽는다면 그녀가 신분 상승할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었다.“꼭 이런 수단으로 나를 역겹게 해야되냐.” 기모진의 분노가 찬 말투가 귀옆에 맴돌았다.소만리가 타들어가듯이 따가운 위를 잡으며 입에서 퍼져나올려고 하는 피의 비린내를 손으로 가리며 행여 기모진이 맡을가봐 두려웠다.”모진아, 일단 화내지 마. 만리도 일부러 그런건 아니잖아.”기묵비는 차분한 말투로 말을 했다. 기묵비는 소만리가 걱정되어 물었다.”너 괜찮아?”소만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터질려고 하는 눈물을 꾹 참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괜찮아요..” 그녀를 어렵게 몇 글자를 뱉었다.그녀의 답을 듣자 기모진은 더욱 화가 났다. “내가 너랑 말하면 죽은 척 하고 기묵비가 너한테 말을 걸면 답하려고 하고. 소만리 너 진짜 …”그는 화가 나서 그녀를 확 끌어오자 윗층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리 시끄러운거야.”할아버지는 방금 일어나서 눈을 흐릿하게 뜨고 내려왔다.“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얼른 돌아가.”할아버지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있는 기모진을 보며 “빨
진짜 너무 추웠다.그녀의 마음을 다 얼릴 정도로 추웠다.하지만 그녀는 옴 몸의 신경이 마비될 정도로 추웠으면 좋겠다.그래야 아프지 않으니까…몸이든, 마음이든.기모진은 아무런 타격도 없는 소만리를 보고 동작을 멈추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끌어잡았다.그는 눈보다 더 창백하고 핏기가 일도 없는 그녀의 얼굴과 말라 빠진 인형 처럼 겁데기만 남은 그녀의 몸을 잡고 있었다.기모진은 순간이 마음이 철컹 내려 앉아다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만리, 소만리..”그는 계속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소만리 죽은 척하지 마. 말하라고!!”” 기모진은 다급해지며 겪어보지 못한 공포와 압박감을 느꼈다.소만리가 여전히 반응이 없자 기모진은 그녀를 안고 침대위에 놓았다.그가 황급히 깨끗한 옷으로 챙겨 갈아 입히려고 챙기고 나오자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있었다.기모진은 당한 거 같아 옷을 던지고 분노에 차서 그녀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였다.“소만리, 역시 죽은 척하고 있었던거 였어.”그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기모진은 힘이 빠진 그녀의 몸을 꽉 잡았다. 몸의 통증이 너무 아파 그녀를 잠 못 들게 한게 아니라면 그녀는 진짜 못 일어날수도 있다.“말해 봐. 너 기묵비랑 무슨 사이야. 그의 성격상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없어.”그녀는 기모진의 취조하고 있는 듯한 말투가 너무 웃겼다.“왜 웃고만 있어? 나의 질문에 대답해. 넌 기묵비가 좋아?”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계속 물었다. 술을 마신 그의 눈에서는 취기도 보였다.소만리는 몽롱한 눈빛으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맞아. 난 기묵비가 좋아. 그는 너보다 따뜻하고 너보다 성숙하고 무엇보다 나를 걱정할 줄 아는데. 이런 좋은 남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너가 나를 사랑하지 않다면 난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남자를 찾아 떠나야지.”“소만리!!”기모진은 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났다.소만리의 희미해진 의식이 그의 소리 덕분에
말이 끝나자 주위의 공기마저 멈춰진거 같았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봐.”“우리 이혼하자고.”소만리는 고민도 하지 않고 이혼 두 글자를 꺼내었다.다시 한번 정적이 흘렀다. 몇초가 지나자 소만리는 기모진의 “피식 ”소리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악마 사탄마냥 어둠에 잡혀 먹힐거 같았다.“이혼? 꿈도 꾸지 마.”그의 섹시한 입술에서 차가운 말이 나왔다.“넌 나의 여자가 되고 싶어 온 갖 수단과 방법을 다 썼잖아. 내가 이뤄 줄게.”그의 차가운 웃음을 보고 소만리의 감정은 점점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네가 이뤄줄 필요가 없어! 기모진, 너랑 이혼할거야!”“꿈도 꾸지 마.”기모진은 사정없이 그녀를 거절하고 그녀의 턱을 잡으며 “다른 남자가 생기니까 나랑 이혼하려는 거야? 양심이 있긴 하니?.”소만리, 넌 정말 양심이 없어.그는 그녀를 욕하는 말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눈빛은 아까 보다 더 매서워졌다.“ 3년 전에 나의 아이를 품고 있다고 하고 아이의 죽음을 내 탓으로 돌리고 .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너가 품고 있던 아이도 잡종이지! 하긴 넌 나 말고도 소군연, 육정이 있는데 그 아이의 아빠가 꼭 나라는 법은 없잖아.”그녀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그녀의 가슴엔 비수가 날아와 꽂힌듯 아팠다.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빨개진 두 눈으로 그녀를 깔보고 있는 기모진을 바라봤다.“허” 기모진은 차갑게 웃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내 앞에서 불쌍한 척하지 마. 너 같은 여자는 감옥에서 맞아 죽어도 받아들여. 그럴 운명이야.”소만리는 그가 한 말들을 듣고 목에서 올라오는 피를 참지 못하고 토했다.위는 아직도 불타오르고 있었고 종양의 위치도 아파와 그녀는 몸을 쭈그린 채 침대 시트를 잡아당겼다.베게 에는 아직도 그의 향기가 남아 있었고 그 향기는 치명적인 독처럼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그녀는 기모진을 만나면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사랑으로 남을줄 알았다.하지만 그가 준건 평
”너 안색이 안좋은거 같은데.”소만리는 기묵비의 말을 듣고 황급히 얼굴을 만졌다.그녀의 안색이 좋을 일이 없다. 그녀의 모든 수치는 전부 정상범위에 있지 않고 더 나빠졌다. 몸이 안좋은데 안색이 좋을 일은 없다.“괜찮아?”그는 친절하게 물었다.“대표님,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저 괜찮습니다.”그녀가 답하였다.소만리는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일어나 나가려고 하였다.그날 밤 기모진을 약오르게 하기 위해 기묵비를 끌어들인게 너무 죄송했다.“사람이 없을 때는 대표님 이라고 안 불러도 돼”소만리는 잠시 멍하더니 “그럼 먼저 갈게요, 삼촌 ”이라고 말했다.“나 모진이보다 3살밖에 안 많아. 삼촌이라는 호칭은 별로인데…그냥 나의 이름을 불러.”소만리는 멈칫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저는 일하러 가겠습니다. 대표님”기묵비는 소만리를 향해 웃으면서 “그래.”라고 하였다.…….소만리는 일에 집중하였다. 이렇게 라도 해야 잠시나마 그녀를 괴롭히는 일과 사람에서 벗어 날수 있다.한달동안 유지중인 프로젝트의 기간이 반이 지났다. 소만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파트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그녀는 설계도를 마친 뒤 회사 메일로 출장중인 이설만한테 보냈다. 일을 끝낸후 그녀는 사원증을 챙겨 직원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하였다.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기묵비를 만났다. 사원증을 들고 있는 그녀를 보자 그는 웃으면서 “나도 밥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갈래?” 라고 초대하였다.엘리베이터에는 다른 직원들도 있어 다들 신기하게 소만리를 쳐다보자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조카 며느리가 삼촌의 초청을 거절하지는 않겠지?” 기묵비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분위기를 풀어주었다.소만리는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대표님 ”그녀는 기묵비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나왔다. 뒤에서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았다.소만리는 태어나서 5성급호텔보다 더 고급진 식당에서 밥을 먹은적이
기모진은 말을 하면서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소만영은 일부러 보란듯이 기모진을 잡았다.“모진아, 우리 이러면 안되지 않아? 만리가 많이 불편해하겠다.”소만리는 당장이라도 쥬스를 소만영의 얼굴에 뿌리고 싶어 안달이 났다.그녀에게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자기가 불편해 하는걸 봤는지 따지고 싶었다.“소만리가 불편해할 자격이 어디 있다고.”허허(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그래...무슨 자격이 있다고.그의 눈에 소만리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다.소만리는 침묵을 유지했다. 말 하는게 조심스러워진 그녀의 모습을 본 소만영은 아주 통쾌해했었다.소만영은 가방을 내려 놓고 소만리의 옆자리에 앉으려고 하였으나 기모진이 몸을 돌리더니 소만리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소만영은 기모진의 예상외의 행동에 민망해졌고 소만리도 놀라버렸다.하지만 신분만 논하자면 기모진이 소만리의 옆자리에 앉는게 전혀 문제 되지는 않았다.소만영은 비록 불만으로 가득 찼지만 뭐라하기 어려운 관계로 어쩔수 없이 기묵비의 옆자리에 앉았다.자리에 앉은 뒤 소만영은 그래도 자리 선택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야 기목비는 기모진 못지 않게 외적인 부분에서 뛰어 났고 인품도 좋았다.기모진이 주문한 요리들이 하나 둘씩 나왔는데 전부 소만영이 즐겨 먹는 요리들이었다. 소만리는 그게 눈에 보이자 요리들을 보고 입맛이 뚝 떨어졌다.그녀는 자신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수없이 신신당부하였으나 그녀의 연약한 마음은 그렇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되었다.이때 기모진은 매운 요리 하나를 소만리의 앞에 놓았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난처해 하게 만들며 말했다. “너를 위해 특별히 시킨 거야.”“……”소만리는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들었다.기모진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넌 매운거 좋아 하잖아.”라고 말했다.“……”소만리는 이 상황이 그저 웃겼다.그녀가 소군연이랑 길가에서 마라탕을 먹는 모습을 목격한 뒤로 부터 쭉 그녀를 비꼬거나 놀릴때 꼭 그 레페토리를 꺼내들었다. “만리야, 이건 기모진이 너를 위해 특별히
”데려다 줄게.”“……”소만리는 의아하게 여겼다.소만영의 얼굴은 더욱더 의아했다. 그녀는 덩달아 애교를 부리며 “모진아, 나랑 쇼핑하기로 했잖아~”라고 말했다.“여기서 먼저 기다려.”기모진은 소만영을 보지도 않고 소만리에게 걸어가 “가자” 라고 말했다.“아니요. 괜찮습니다. 저 혼자 들어 갈수 있습니다.” 소만리는 곧 바로 거절하였다. 그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별로 안 좋아 했다.“남편이 데려다 주는게 싫으면 누가 데려다 줬으면 좋겠어? 다른 기씨인가?” 기모진의 날카로운 시선이 날라와 말에 씨가 있는거 같았다.싸우기 싫어 그녀는 더이상 거절하지 않고 데려 달라고 하였다.뒤를 돌자 그녀가 화를 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의 기분은 풀었다.데려다준다기 보다 기모진은 그저 기회를 찾아 그녀를 경고하러 온것이다.“ 기묵비랑 가까이 지내는거 다시는 보게 하지마.” 그는 온도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왜?” 그녀는 눈을 일부러 끔뻑 끔뻑거리고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는 다른 여자랑 팔짱 끼고 길거리에서 안아도 되는데 왜 나는 다른 남자랑 밥 먹는게 안돼?”기모진은 소만리의 태도가 의아스러워 그런지 잠시 멈칫하였다.그는 그녀의 작은 얼굴에 연한 화장, 렌즈를 낀 눈은 한층 밝아 보이며 순수함과 장난꾸러기의 모습이 바라 보았다.잠시 정신을 잃자 기모진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는 심지어 그녀의 턱을 쥐어 잡아 “이런 식으로 기묵비를 꼬신거야? “하고 화가 나서 물어볼 뻔했다.소만리는 아픔을 참고 웃으며 “ 기모진씨가 맞다고 생각되면 맞은거에요.”“소만리!” 기모진은 폭우가 내리기 직전에 먹구름보다 더 표정이 더 어두워졌고 화가 나서 이글이글해진 그의 눈빛은 타들어가는거 같았다.소만리는 기모진이 그를 훈육하려고 하는거 같았지만 그는 갑자기 허리를 숙여 그녀의 목에 쎄게 한 입 베어 물었다.쓰읍.소만리는 너무 아파 그를 밀치고 싶었지
엉망이 된 심장 박동이 순식간에 평온 해졌다. 뜨거웠던 피도 차가워진 거 같았다.허.(어이없듯이 웃었다.)그녀는 순진하게 기모진이 질투를 하는 줄 알았지만 그냥 그의 남자 로서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연기였다.소만리는 처량하게 웃고 기모진이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면서 기묵비에게 말했다. “우리 여보 잘 부탁할 게요. 삼촌”기묵비는 신사적인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그럼”…….소만리는 목도리를 사는 대신에 데일밴드를 사서 그가 남긴 자국에 붙여 가렸다.그녀가 앉아서 일하고 있는데 익명의 번호로 각종 욕설이 날라왔다. 그녀가 기모진을 꼬시고 염치없다고 욕했다. 그녀는 생각도 할 필요 없이 문자가 누구한테 온 거인지 알고있었다. 소만영 말고는 이런 유치한 짓을 할 사람이 없었다.소만영은 기모진이 벽에서 소만리를 안고 키스마크까지 남긴 걸 보고 이리도 화가 난거 같았다.그녀는 문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일 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만리는 기가의 아주머니분들한테 온 전화를 받았다. 밤에 기가에서 밥을 먹자고 하였다기할아버지가 요새 몸이 너무 안 좋아지셔서 마침 그녀도 할아버지의 상태를 보러 갈려고 하였다.퇴근하고 그녀는 할아버지가 좋아하신 볼푸딩을 사며 차 타고 기가의 본가로 갈려고 하였다.소만리는 문을 열자 소만영이 여유를 부리며 소파에서 과일을 먹고 있고 기란군은 옆에서 자고 있었다.기란군을 보면 소만리는 마음이 아파왔다.강압적으로 출산을 당하고 다시는 혈육을 볼 수 없게 된 그날 밤의 고통이었다.“왔어?”소만리가 온걸 보자 소만영은 놀라지도 않았다.소만리는 상대하기 싫어 바로 올라가서 할아버지를 보려고 하였다. 계단 입구로 걸어오자 마자 소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늙은 불사조는 없다.”소만영의 예의없는 말을 듣고 소만리는 발 걸음을 멈췄다.“소만영, 그래도 기모진의 할아버지 되시는 분인데 그런 호칭으로 불러도 되냐? 가가의 사람들이 들릴가봐 안 무서워?”“흥” 소만영은 코웃음을 치고 소
소만영은 잘난 채를 하고 두 눈을 부릅뜨며 소만리를 봤다. 소만영은 점심에 기모진이 그녀에게 한 짓을 다 봤다.소만리는 가볍게 웃으면서 “기모진이 그냥 재밌어서 나 뽀뽀한 거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가? 굳이 돈을 써가며 그런 문자들 보내고.”“소만리 너…”소만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소만리는 모든걸 깨달었다. “그래서 아주머니가 건 전화도 너가 시킨 거구나. 나를 여기까지 불러서 뭐 하려고 하는거야.”“너 여기까지 부른건 당연히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렇지.”소만영은 갑자기 요상하게 웃고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독한 눈으로 말했다.” 소만리, 너 왜 내 주위에서 안 벗어나!! 몇번이나 경고했잖아, 모진이는 내 남자라고! 내 남자를 뺏은 대가를 잊은 거야??”“감옥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그새 잊었어?? 모진이가 나 편하라고 너 뱃속에 있는 잡종까지 죽인 이유도? 아니면 너의 병신같은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왜 죽었는지 잊은거야?”소만영의 미소는 악마의 얼굴처럼 그녀에게 다가왔다.소만리는 눈 앞에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머릿속에서 자신이 처참하게 당한 장면들이 떠올랐다.“소만영 너 구나…”소만리는 화가 치밀어 올라 “너가 외할아버지 죽인거구나…!!”“알면 안될 거를 알게 된 대가를 치른 거 뿐이야.” 소만영은 목소리를 낮추고 사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소만리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반격에 나서려고 하자 소만영이 갑자기 그녀를 밀쳤다.소만리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넘어지자 소만영이 찻상에 올려져 있는 과도를 들었다.소만리는 그녀는 자신을 향해 칼질을 하려고 하는 줄 알았지만 그녀는 소만영이 날카로운 칼날을 소파에서 자고 있는 기란군을 향해 갈줄은 몰랐다.소만리는 놀라서 소리 질렀다.” 소만영 무슨 짓이야!!” 그녀는 스스로도 왜 이렇게 놀란지 몰랐다.“흥. 소만리 이번에는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보자.” 소만영은 소만리를 보고 뒤 돌아 과도를 뽀얀 기란군의 피부위로 그었다.“그만해!!”“우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