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무방비 상태로 남자의 탄탄한 가슴에 코끝이 부딪치고 말았다. 소만리는 눈을 크게 뜨고 이 남자의 아름다운 맨몸을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코끝에 미지근한 그의 온기가 느껴졌다.머리 위에서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져서 점점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그녀는 손을 들어 속눈썹에 방울방울 맺혀 있는 물기를 닦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기모진이 갑자기 밧줄이 묶인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머리 뒤에 갖다 대더니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소만리는 깜짝 놀라 온몸이 흠뻑 젖을 때까지 그를 밀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입술이 닿자마자 그녀는 손끝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남자가 이성을 잃고 포악해질까 봐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손목을 꺾으려고 했다.그러나 그녀가 저항하면 할수록 정복하려는 그의 욕구는 더욱더 거세어졌다. 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기모진은 인상을 찌푸리고 키스를 멈추었다. 그는 눈을 뜨고 물방울로 붉게 물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는 조금 화가 난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 예전엔 이러지 않았잖아. 예전에 당신의 눈, 당신의 마음속엔 오직 나밖에 없었어. 내가 키스할 때마다 처음엔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중엔 따뜻하게 받아줬잖아.”기모진이 말을 이어갔다.“소만리, 내가 당신 마음속에 그렇게 오랫동안 살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흔적 하나 없이 지워버릴 수 있는 거야?”그의 매혹적인 낮은 목소리가 소만리의 귓가에 미끄러져 들어갔고 물에 젖은 그의 두 손이 그녀의 젖은 얼굴을 들어 올려 시선을 맞추었다. “소만리, 아직 날 사랑한다 말해 줘. 아직 당신 마음속에 내가 있다고.”그의 붉게 물든 두 눈에 강렬한 기대가 반짝이고 있었다.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기모진, 날 놔 줘요. 당신은 경도로 돌아가세요.”기모진이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이 차가워졌고 그녀를 유리벽에 밀치고 다시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남자가 더욱 미쳐
그녀는 더 이상 뿌리치지 않고 그를 바라보며 그의 손을 잡고 눈을 내렸다.“기모진...”소만리가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으나 채 다 말하기도 전에 기모진은 주체할 수 없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소만리는 순간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하얗게 되어 물소리만 귓가에 들렸다. 오직 기모진의 타오르는 정열이 그녀 안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남자와 침대 위에 얽히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기모진의 입술이 가볍게 그녀의 입술에 닿았고 그가 그녀의 옷을 벗길 때 그녀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그녀에게 준 일곱 빛깔 조개 모양의 펜던트가 있는 목걸이였다. 이를 보자 기모진의 심장 박동은 더 크게 요동쳤고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그 팬던트에 입을 맞추었다.펜던트를 살짝 입으로 깨물며 그녀를 더욱더 꽉 안았다. 비록 좋은 침대와 베개는 없고 보잘것없는 좁고 초라한 방이었지만 기모진에게는 지금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튿날 기모진의 품 속에서 잠이 깬 소만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젯밤의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당황스러웠다. 어젯밤 어떻게 된 거지? 마치 그의 달콤함에 홀린 듯 그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져보았고 석 달이나 되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소만리는 배가 약간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모진은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보니 소만리가 보이지 않자 걱정되기 시작했다. 일어나 다시 잘 싸매진 자신의 상처를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름을 읊조리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니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그는 얼른 일어나 주저 않고 걱정스러운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소만리, 괜찮아?”“저 조금 불편해요.”소만리는 자신의 배를 만졌다. “저 잠시 병원에 좀 다녀올게요.
비록 기모진이 의사는 아니었지만 글자를 알고 데이터를 볼 줄은 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모든 진단서를 찍어 남사택에게 보냈다. 그는 곧 진단서를 들고 황급히 진찰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진단서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부인이 예전에 이 위치에 종양이 있었습니까? 만약 그랬다면 다시 재발한 것처럼 보이는데요.”기모진은 정신이 아득해졌고 예전에 소만리가 병에 걸렸다고 전해 들었던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거의 죽을 뻔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아이를 낳다가 엄마가 잘못될 수도 있어요. 얼른 수술을 받으셔야 됩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부인의 몸이 좋아진 다음에 아이를 또 가져도 늦지 않아요.”기모진은 정신없이 진찰실을 나왔다. 그는 이 아이가 기묵비의 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실을 듣고 왜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아픈지 알 수 없었다. 소만리 때문에도 마음이 아팠지만 뱃속의 그 아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그 아이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이때 남사택으로부터 답장이 왔다.[아무래도 종양이 재발한 것 같아요. 얼른 그녀를 설득해서 아이를 포기하고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게 좋겠습니다. 요즘은 수술 후 경과도 좋아서 회복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까워요. 미루면 더 곤란해져요. 더군다나 당신들은 이미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그녀의 건강이 회복된 후에 또 가져도 늦지 않습니다.]남사택에게서 정확한 얘기를 들으니 기모진의 손아귀가 서늘해졌다. 분명히 전에도 그녀에게 말했었다. 더 이상 아이를 갖지 말라고 말렸던 것이다.그러나 이런 순간이 정말로 현실이 되자 그의 가슴은 미어지듯 아파왔다.눈을 들어 소만리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기모진은 진단서를 접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진단서 나왔나요?”소만리가 물었다. 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미 의사 선생님한테 갔다 왔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내일 한 번 더 와서 재검사를 받아야 한대.”
소만리의 뺨은 더 뜨거워졌고 그녀가 막 입을 열려고 했을 때 다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기모진도 주위를 경계하며 봉황 같은 눈을 치켜세우고 다시 소만리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급히 몸을 돌렸다.“여기 있다!”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소리쳤다.소만리는 있는 힘껏 기모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당신 먼저 가세요. 저들은 날 어쩌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붙잡히면 기묵비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난 절대로 당신을 기묵비에게 돌려보내지 않을 거야.”기모진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기모진! 사랑해요. 사랑해. 이제 됐죠! 그러니까 이제 빨리 경도로 돌아가요!”소만리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그러나 기모진은 이것이 그녀의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렁뚱땅 자기를 떼어 놓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고 더욱더 강하게 소만리의 손을 잡고 재빨리 도로에 있던 차에 올라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어젯밤 묵었던 그곳으로 돌아왔다.소만리는 차에서 내렸으나 줄곧 배가 조금 불편했고 계속 찜찜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예전에 느꼈던 그것과 같았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안색이 어둡게 변해가는 걸 알아차렸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눈치채지 않게 병원에 연락을 해서 내일로 수술 예약을 하고 난 후 짐을 정리하고 옮겼다. 이번에는 가장 번화한 시내로 옮길 생각이었다. 그는 기묵비의 세력이 대놓고 선을 넘는 짓은 차마 못 할 거라 믿었다. 만약 기묵비가 정말로 마음을 먹었다면 누구보다 재빨리 자신을 제거했을 일이었다.다음날 기모진은 재검사 핑계를 대고 소만리를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소만리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수술대 위에 올랐지만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그제야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의사에게 물었다.“그냥 검사만 하는 거 아니었나요? 왜 수술실에 온 거예요?”소만리가 묻자 여의사는 그녀가 일부러 머뭇거리는 줄 알고 말했다. “어서
소만리의 말을 듣는 순간 기모진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다.그러나 곧 그의 눈빛은 냉정을 찾았다.“당신 기묵비의 아이를 지키려고 이러는 거 알아. 그렇지만 소만리, 이 수술은 꼭 필요해.”“기모진! 자꾸 나한테 수술하라고 강요하면 정말 평생 당신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소만리는 감정이 점점 격해지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노려보며 말했다. “만약 내 뱃속의 아이를 해칠 거라면 나부터 죽여요.”소만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자신의 두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만약 방금 그녀가 묻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 아이는 지금 없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고 무서웠다.하지만 소만리는 채 멀리 가지도 못하고 기모진에게 붙잡혔다. “놔요!”그녀가 발버둥 쳤다.“이 아이 수술해야 해.”기모진이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소만리의 허리를 붙잡아 끌어안으며 수술실 안으로 걸어갔다. 소만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모진, 이거 놔. 당신은 이 아이를 해치면 안 돼! 기모진!”그녀는 그의 옷깃을 꽉 잡아당겼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기모진! 이 아이 당신 핏줄이에요! 당신 정말 이러면 후회할 거라구요!”“만약 정말 내 아이라 해도 어쩔 수 없어!”남자는 소리를 질렀고 갑자기 목이 막히고 숨이 막혀 오는 듯했다.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멍하니 눈시울을 붉혔다.“뭐라구요? 기모진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요?”남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이 아이는 살 수 없어.”그는 단호하게 같은 말을 또 했다. 날카로운 칼이 소만리의 심장을 관통해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는 수술대 위에 앉은 그녀를 안은 채 소만리가 어리둥절해하는 틈을 타 의사에게 말했다.“마취주사 놓으세요.”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고 반항했지만 마취주사는 이미 그녀의 팔에 박혀 있었고 잘생기고 훤칠한 그가 수술실을 나가는 것을 보았다. 소만리는 절망과 분노에 찬 눈으로 절규했다.“기모진! 당신 후회할
”소만리, 내 말 먼저 들어 봐.”“꺼져.”소만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도 계속 떨렸다. “나 지금 당신 보고 싶지 않아. 꺼져. 경도로 돌아가요.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그녀는 그를 노려보며 매몰차게 말하면서도 두 뺨에는 눈물이 흘러넘쳤다.그녀는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었지만 기모진은 그들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사람이었다.이건 예전에 그가 그녀에게 주었던 그 어떤 고통보다 더 아팠다.그녀가 이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기모진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당신 먼저 진정하고 좀 쉬어.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게.”기모진이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고 병실 문이 닫혔다. 작은 창 너머로 그는 그제야 한쪽으로 가서 앉아 있는 소만리를 보았다.그는 소만리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의 오해는 한편으로는 그럴 만도 한 것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점심을 사다 주려고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었고 특별히 간호사에게 소만리를 좀 봐 달라고 부탁했다. 기모진의 준수하고 훤칠한 용모에 간호사는 단번에 응했다.소만리는 속이 텅텅 빈 것 같은 육신으로 창밖을 내다보고는 목에 걸린 조개 펜던트를 만지작거렸다.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기모진, 알고 있어요? 당신 스스로 당신 자식을 죽였다는 거. 하지만 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어도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어요?소만리는 더 이상 기모진 곁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의 몸에는 어둡고 차디찬 피가 흐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견딜 수 없었다.기모진이 점심을 사서 병실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보니 병상은 텅텅 비어 있었고 소만리는 온데 간데 없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병실을 뛰쳐나와 간호사를 불렀다. 방금 그 간호사는 기모진의 기세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전전긍긍하며 말했다.“방금 병실 입구에 가서 봤는데요. 아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예요...”기모진은 애타게 병실로 돌아와 소만리가 없
기묵비는 매우 놀랐다. 그는 기운 없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 그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뒤늦게 입을 열었다.“기모진이 당신을 풀어주던가?”소만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가 날 풀어줬어요. 그가 당신의 일을 절대로 누설하지 않겠다고 저에게 약속했어요. 그 대신 조건이 있어요. 당신은 꼭 그 사람을 경도로 무사히 돌려보내야 해요.”기묵비는 조용히 듣고 난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소만리, 이게 당신의 생각이야? 아니면 기모진의 생각이야?”“누구의 생각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도 이제 사람을 시켜 기모진을 뒤쫓는 일은 그만하세요.”소만리의 태도는 결연했고 그 의지는 눈빛에서 강렬하게 뿜어 나왔다. “만약 당신이 사람을 시켜 그 사람을 계속 쫓는다면 내 뱃속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것이란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거예요.”소만리의 말이 떨어지자 기묵비의 웃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기묵비에게 이 말을 하는 동안 소만리의 심장은 날카로운 칼로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몇 시간 전 그녀는 강제로 유산을 당했다. 아이는 이미 없어져 버렸다.그러나 그녀는 기묵비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이다. 임신한 아이가 기모진의 아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알려서는 안 된다.소만리의 이런 요구에 기묵비는 분명 내키지는 않았지만 응하기로 했다.“그래, 약속하지. 기모진을 경도로 보내주지.”기묵비가 소만리에게 다가서며 말했다.“소만리, 가서 좀 쉬어. 난 지금 가서 아랫사람들에게 기모진에 대한 수색을 중단하라고 일러 두지.”그는 옅은 웃음을 띠며 말하고는 핸드폰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그는 기분이 한껏 처져있는 소만리를 돌아보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지금 모두 국제공항으로 가. 기모진이 분명히 거기에 있을 거야. 그에게 동영상을 건네받기 전까진 살려 둬.”소만리는 기묵비가 아랫사람들에게 뭘 건네받으라는 것인지는 듣지 못했지만 지금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져 눈앞이 캄캄해져 오는 것을
”당신을 믿었고 당신을 믿으라고 한 그 말을 믿었는데. 뭐, 소만리, 잊었어? 직접 나한테 말했잖아. 뱃속의 아이가 기묵비의 아이라고!”“...”소만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문득 기모진이 한 말을 떠올렸다.“이 아이는 당신 뱃속에 있으면 안 돼.”“퍽.”소만리는 다시 기모진의 얼굴에 뺨을 한 대 때렸다.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던 경호원 두 명이 갑자기 요란한 소리를 듣고 지하실 쪽으로 다가왔다.“아래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설마?”“내려가서 보자고.”“같이 가요.”그 두 경호원은 지하실 문으로 가서 문을 밀어 가장자리에 있는 스위치를 켰다.힐끗 보니 지하실 안은 텅텅 비어 있었고, 사람은커녕 쥐 한 마리도 없었다.“잘못 들은 거야. 빨리 담배나 피우고 문 앞에 가서 지키고 있자고. 만약 사장님이 갑자기 돌아와서 우리가 없는 걸 보고 게으름 피우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우린 끝장이야.”두 경호원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지하실 불을 끄고 다시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고 나서야 문 뒤에서 있던 기모진은 저항하던 소만리의 입술에서 그의 얇은 입술을 떼었다.입술을 떼자마자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다시 뺨을 때렸다.그는 어둠 속에서 지금 그녀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었지만 자신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느낄 수 있었다.그는 얼굴을 옆으로 기울였다. 몇 대를 맞은 것인지 기억나지 않았다.평생 그의 뺨을 때린 여인은 오직 한 사람 소만리 뿐이다.“꺼져. 당장 꺼지라구.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구요!”소만리는 목소리를 낮추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나는 보고 싶지 않지만 기묵비는 보고 싶은가 봐?”남자는 비웃으며 질투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몸도 좋지 않으면서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여기로 왔고 말이야. 그를 찾아와서 위로라도 받고 싶었던 거야?”“그래요! 난 당신 보고 싶지 않아요.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오직 기묵비 뿐이라고요. 이제 됐어요? 그럼 꺼지세요!”“난 안 가.”그가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