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 공항.소만리는 기란군의 손을 잡고 VIP 대기실로 들어갔다.사화정과 모현도 함께 따라 들어갔다.직원들이 푸짐한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었지만 소만리는 입맛이 별로 없었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며 불안했다.사화정은 일어나서 소만리 옆에 앉아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천리"그녀가 한번 부르자, 눈가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천리, 몸조심하고, 틈 날 때마다 경도에 많이 와..."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모현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보러 와."소만리는 티슈를 집어 들고 사화정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럴게요.”사화정은 코끝이 시큰거려 괴로워하며 소만리를 살짝 감싸 안았다. "천리, 엄마가 정말 미안해......나는 네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이상의 고난이 없기를 바래."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사화정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가 곁눈질로 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현의 모습을 보고, 또 마음이 아팠다.지난 날의 기억은 잃어버렸지만 마음속의 느낌을 여전히 진실이었다.기묵비는 수속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사화정이 소만리를 안고 울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어머니, 천리를 자주 데리고 올게요. 두분 이렇게 슬퍼할 필요 없어요."사화정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또 슬퍼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들 부부는 20여 년을 찾아 헤맨 끝에 비로소 가족이 한 집에 모였고, 소만리가 엄마, 아빠를 불러주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었다.그러나 그 가족의 정이 아직 마음을 따듯하게 데우기도 전에, 또 이별을 마주하게 되었다."탑승까지 20분 남았어요, 천리, 당신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으니 먼저 식사를 해요." 기묵비는 살짝 미소 지으며 상기시켜주었고, 그의 눈가는 부드러움으로 물들었다. "군군, 너도 먹으렴."기란군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어젯밤 그가 막 맞춰놓은 한정판 미니 철갑인간을 만지작거리며 돌아서서 소만리에게 가
기묵비는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며 "천리, 우리 비행기 탑승하러 가요."라고 말했다."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란군의 작은 손을 잡았다. "군군, 엄마랑 비행기 타러 가자.""그런데 아빠는 아직 안 오셨잖아요." 기란군은 벚꽃 같은 작은 입을 오므리며, 차마 떠나기 아쉬운 듯 말했다. "엄마, 우리 조금만 더 아빠를 기다리면 안 돼요?"소만리는 기묵비의 품에서 나와 미소를 지으며 참을성 있게 달랬다. "군군, 우리는 아빠를 기다리지 않을 거야. 아빠는 일이 너무 바빠서 올 수가 없어.”"모진이는 일이 바쁜 게 아니라 병원에서 할아버지를 간호하고 있었어!”기종영이 진상을 털어놓았다.기묵비의 눈빛 속에 어둠이 점점 더 짙어졌지만, 소만리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기종영의 말을 들었다."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의사가 우리에게 아버지는 아마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어,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막 깨어나셔서, 계속 너의 이름을 불렀어. 모진이는 내가 너를 방해하지 못하게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찾아올 수밖에 없었어."소만리는 약간 의아해했다. "할아버지가 제 이름을 불렀다고 하셨나요?"기종영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눈빛속에는 걱정과 부탁이 비쳤다, "아버지께서 깨어나셔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만리라는 두 글자만 말했어. 그가 정말 너를 보고 싶어하셨어."소만리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기묵비는 소만리가 조금 망설이는 것을 알아차리고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 소만리의 손을 꼭 붙잡았다. "천리,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까 뒤돌아보지 말아요.”소만리는 기묵비의 눈 속에 단호함을 보고,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기종영이 진지하게 말 하는 것을 들었다. "만리, 네가 우리 기 씨 가족의 모든 사람들을 미워하는 건 알지만, 네가 기씨의 집 대문에 들어온 지난 몇 년 동안, 할아버지는 가장 좋은 분이었어. 지금까지 그는 무조건 너를 믿고 지지해 주셨어. 나는 네가
소만리는 먼저 돌아서 나갔다.기모진은 어리둥절하고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너 아직도 멍하니 있어?" 기종영이 깨우쳐 주었다. “네가 정말 미련이 남았다면 절대 놓지 말아야지."이 말은 예전에 한번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가 절대 놓지 않겠다고, 언제 또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손을 놓는 것 말고는 자신이 소만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초여름의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가고, 차들이 오고 가는 길가에, 기모진은 조용히 소만리의 뒤를 따라, 다정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의 윤곽을 묵묵히 그려주었다.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는데, 소만리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기모진은 뒤를 따라 멈추었다. 그는 그녀가 돌아서는 것을 보며, 그녀의 섬세하고 온화한 얼굴에 희미한 후광과 함께 태양이 내리쬐는 것을 보았다."천리, 당신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나 잠시 가지 않기로 했어요." 소만리의 말투는 깔끔했고 눈빛은 더욱 당당했다. "할아버지의 상태가 안정되면 그때 다시 갈 거예요." 기모진은 너무 뜻밖이라, 자신이 당연히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왠지 모르게 마음의 상실감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픔을 참고 일부러 너그럽게 웃는 척, "할아버지는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우리 일로 인해 당신의 계획에 시간을 지체하지 마."기모진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소만리는 갑자기 웃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늘 고상하고, 인정 없는 기모진이, 이외로 이럴 때도 있었다."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난 그저 스스로 후회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소만리는 소탈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를 놓을 수 없다고 느꼈다.경도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오히려 그녀가 원하는 결과였다.......소만리가 기 노인 때문에 또 비행기에 오르지 않아, 기묵비는 별장으로 돌아가서, 노발대발하며 책상 위에 있는 모든 물건을 쓸어버렸다.그는 미간을 잔
위영설이 노인을 학대한 사실이 들통난 후, 기종영은 이미 위청재에게 위영설과 더 이상 왕래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그녀는 남편 몰래 계속 위영설과 왕래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더러운 일을 저질러 소만리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기종영에게 추악하다고 느끼게 했다.이때 위청재는 방 문 앞에 서서 기모진과 기종영이 누워있는 노인을 보살피고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올라가 말을 걸었다."모진, 종영, 요 며칠동안 바빠서 피곤했을 텐데 이제 제가 어르신들을 돌볼게요."그녀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죄를 속죄하려는 듯 비위를 맞추며 용기를 냈다.기모진은 위청재를 무시하고 돌아서 나가는데, 위청재가 급히 그를 불렀다. "모진, 모진, 내가 어쨌든 네 엄마니까, 너는….""당신이 진짜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다면,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거지, 조카딸과 짜고 며느리를 모함하려 하다니!" 기종영이 분개하며 꾸짖었다.위청재는 이에 불복해 답답해하며 말했다. 기모진이 외출하자 그녀는 욕설을 퍼부었다. "무슨 며느리? 이제 당신은 그녀를 며느리로 봐요? 집에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긴 것도 그녀 때문에 아닌가요? 영설이 한순간에 어리석게 그런 일을 한 것도 역시 그 여자 때문이었어요. 나와 영설이야말로 이런 여자를 만나 몇 대째 재수 없었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야.” 기종영은 위청재와 더 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당신 보살핌이 필요 없어. 돌봐 줄 사람이 있을 테니, 당신 심심하거든 조카딸이나 찾아가!”"흥!" 기종영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위청재도 화를 냈다. "이건 당신이 말한 거니까, 난 지금 영설에게 갈 거예요!""당신…." 기종영이 난감한 얼굴로 돌아서서, 옆에 있는 간병인에게 지시했다. "저 외출 좀 할 테니 할아버지 좀 잘 봐주세요."“알겠습니다. 선생님.” 간병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인의 일에 간섭하기 싫은 듯, 황급히 방으로 들어갔다.기모진과 기종영이 모두 가버린 것을 보고, 위청재가 더욱 화
소만리는 문에 들어오자마자 위청재에게 욕을 먹었다.그녀는 냉정하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또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소만리, 너 아직도 시치미 떼는구나!” 위청재는 이마를 막고도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방금 네가 날 때렸잖아!"소만리는 위청재 이마를 힐끗 쳐다보았고,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그녀는 눈썹을 가볍게 찡그리며 한마디 말에 두가지 의미를 담아 말했다. "만약 당신이 머리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 당장 치료하러 가세요, 함부로 입을 벌려 남을 헐뜯지 말고요.”그녀는 위청재가 꼭 잡은 손을 뿌리치고, 방에서 나오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너..." 위청재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소만리를 잡으려 했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고모, 저 왔어요!" 위영설은 이때 막 도착한 척하며 달려들어와 위청재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녀는 일부러 걱정하는 척 위청재를 부축해 주었다. "고모, 머리가 왜 그래요?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세요?”"무슨 피라고? 아...피가 많아!" 위청재는 그제야 자신의 상처를 깨닫는 듯했고, 유수처럼 피가 흐르자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무슨 일이야?" 기종영이 밖에서 돌아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위청재의 머리가 피로 뭉개져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서둘러 위청재를 안았다.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 빨리 병원에 가요!”"소만리예요! 날 이렇게 때렸어요, 이 독한 년!" 위청재의 말투는 좀 허약해 보였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만리를 가리키는 그 모습은 여전히 매서웠다.공교롭게도 기모진이 이때 들어왔고, 위청재가 소만리에게 이렇게 지적하는 것을 듣고 불쾌해하며 부정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천리가 그런 짓을 할리 없어요."소만리는 말소리가 매서운 기모진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가 지금 그녀를 감싸고 있는 걸까?위청재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나고 억울했다. "모진아, 내가 너의 친 엄마야! 너는 어떻게 내 말을 믿지 않고 우리를 거의 망칠 뻔한 이
"만...리..."소만리는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신다면 예전처럼 만리라고 불러도 돼요."노인은 듣자마자, 눈매가 더욱 부드러워지고, 늙고 수척한 얼굴에 기꺼이 만족하는 미소가 떠올랐다.기모진은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다만 지금 이 순간 소만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픔으로 가득 찼다.안 돼, 만리.나는 당신이 예전의 소만리로 다시 돌아오기를 조금도 바라지 않아.당신은 모천리이고, 모 씨 집안의 제일가는 귀중한 보배이며, 소씨 집안에게 이용당했던 소만리가 아니야.그는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더니, 눈빛에 점점 미소가 떠올랐다.......두 시간이 지난 후, 위청재는 부상을 다 치료하고 돌아왔고, 위영설은 다정하게 옆에 있었다.이때 방에 들어서니, 소만리가 없는 것을 보고, 그녀는 먼저 옷을 갈아입으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런데 방에 들어서자 위청재가 자기의 지갑과 화장대 위에 놓인 액세서리, 액세서리 케이스까지 모두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좋아 이 소만리!" 위청재는 너무 화가 치밀어 문을 박차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위영설은 뻔히 알면서 어리둥절한 척, 바로 위청재의 뒤를 따랐다. "고모, 무슨 일이세요? 고모!"소만리가 할아버지께 이불을 덮어드리고 잠이 들자마자 방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아무래도 할아버지께 폐를 끼치게 될 것 같아 그녀는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위청재는 지금 화가 나서 소만리를 찾으려 하는데, 지금 보니 소만리가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진했다.“고모, 고모!”. 위영설이 거짓으로 막는 척했지만, 실제로 소만리가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소만리!"소만리는 위청재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것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위청재가 흉악한 모습으로 맹렬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위청재는 손바닥을 들어 소만리의 뺨을 향해 휘둘렀다.위청재의 행동은 갑작스러웠지만 소만리의 반응이 아주 빨랐다.그녀
이 말이 나오자 모두가 그 여자 간병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위영설은 그녀가 훔친 보석함과 엑세서리 케이스와 지갑을 안고 서둘러 계단을 뛰어내려가던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때 마침 1층 객실에서 누군가 기노인을 밀어서 나오고 있는 걸 보았고, 그녀와 노인이 한 번 눈을 마주치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당황해서 정말 기노인의 뒤에 있는 이 여자 간병인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위영설은 자기가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나고 움츠러들어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신이 누가 나를 때리는 거 봤어요?" 위청재는 소만리를 가리키며 추궁했다. “이 여자가 날 때린 거 아닌가요?"기모진은 위청재의 이런 질문 방식에 불만을 품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그 여자 간병인이 소만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이 아가씨예요."이 대답을 듣고, 소만리와 기모진의 얼굴은 똑같이 의아한 표정이 역력했다.기종영은 깜짝 놀라 멍하니 있다가 소만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잘 보세요, 진짜 이 아가씨가 맞아요?”그 여자 간병인은 소만리의 얼굴을 살펴보며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녀가 맞아요. 이 아가씨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내 기억이 틀림없어요."여자 간병인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그때 제가 노인을 밀어서 마당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위층에서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내가 노인을 밀면서 방 입구를 나가는데, 이 아가씨가 거기에 있었어요."그녀는 계단 근처를 가리켰다.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던 위영설은 멍하니 있다가 깜짝 놀랐다.맞다, 그녀가 도망가려고 할 때 마침 소만리가 집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았지만 소만리를 그녀의 희생양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이거 정말 너무 잘됐다!"다들 들었죠! 나는 그녀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지 않았어요!" 위청재는 이제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가 그때 내 방에 먼저 들어가 보석과 지갑을 훔쳐간 게 분명해요, 그녀는 들킬까 봐
"이 일은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거야, 난 당신을 믿어." 기종영은 소만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한마디 말하고는 돌아서서 그 여자 간병인을 바라보며 “당신 가서 일을 처리하세요, 경찰이 당신을 찾아 물어보면 가서 당신은 진실을 말하세요.”여간 간병인은 기모진과 소만리를 전전긍긍하며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갔다.이제 남은 사람은 소만리와 기모진 둘뿐이었다. 그는 그제서야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놓으며 부드럽고 믿음직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천리, 나도 당신을 믿어."소만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이렇게 '결정적인 증거'로 억울했던 일이 많았죠? 익숙해진 것 같아요."익숙.기모진은 이 두 글자가 매우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억울한 누명을 쓰는 데 익숙했던 그녀는 억울한 누명과 비난을 너무 많이 당했다.기모진의 눈에 비친 괴로움과 죄책감을 포착한, 소만리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섰다.기모진은 더 이상 수만리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날 이후, 소만리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있었다.기모진은 일을 마치고 서재를 나와 잠시나마 소만리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의 방에 들어서자 소만리가 책상 앞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여전히 손에 책을 들고 무방비 상태로 순진하고 무해한 아이처럼 평화롭게 잠들었다.분명히 피곤했다.기모진은 안타까운 마음에 방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담요를 손에 들고 천천히 소만리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그녀가 잠시 쉬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으려고, 담요만 덮어주고 가려고 했지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차가운 손끝을 그녀의 눈썹에 대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심장 박동의 리듬이 점점 즐거워지고, 그는 자신이 왜 갑자기 달콤한 마음을 느끼는지 알고 있었다.다만 소만리의 뺨에 손끝이 닿았을 때 그의 마음은 다시 한번 따끔거렸다.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