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문에 들어오자마자 위청재에게 욕을 먹었다.그녀는 냉정하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또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소만리, 너 아직도 시치미 떼는구나!” 위청재는 이마를 막고도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방금 네가 날 때렸잖아!"소만리는 위청재 이마를 힐끗 쳐다보았고,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그녀는 눈썹을 가볍게 찡그리며 한마디 말에 두가지 의미를 담아 말했다. "만약 당신이 머리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 당장 치료하러 가세요, 함부로 입을 벌려 남을 헐뜯지 말고요.”그녀는 위청재가 꼭 잡은 손을 뿌리치고, 방에서 나오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너..." 위청재는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소만리를 잡으려 했지만 머리가 어지러웠다."고모, 저 왔어요!" 위영설은 이때 막 도착한 척하며 달려들어와 위청재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녀는 일부러 걱정하는 척 위청재를 부축해 주었다. "고모, 머리가 왜 그래요?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세요?”"무슨 피라고? 아...피가 많아!" 위청재는 그제야 자신의 상처를 깨닫는 듯했고, 유수처럼 피가 흐르자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무슨 일이야?" 기종영이 밖에서 돌아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위청재의 머리가 피로 뭉개져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서둘러 위청재를 안았다. “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려? 빨리 병원에 가요!”"소만리예요! 날 이렇게 때렸어요, 이 독한 년!" 위청재의 말투는 좀 허약해 보였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만리를 가리키는 그 모습은 여전히 매서웠다.공교롭게도 기모진이 이때 들어왔고, 위청재가 소만리에게 이렇게 지적하는 것을 듣고 불쾌해하며 부정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천리가 그런 짓을 할리 없어요."소만리는 말소리가 매서운 기모진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그가 지금 그녀를 감싸고 있는 걸까?위청재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나고 억울했다. "모진아, 내가 너의 친 엄마야! 너는 어떻게 내 말을 믿지 않고 우리를 거의 망칠 뻔한 이
"만...리..."소만리는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신다면 예전처럼 만리라고 불러도 돼요."노인은 듣자마자, 눈매가 더욱 부드러워지고, 늙고 수척한 얼굴에 기꺼이 만족하는 미소가 떠올랐다.기모진은 그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다만 지금 이 순간 소만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픔으로 가득 찼다.안 돼, 만리.나는 당신이 예전의 소만리로 다시 돌아오기를 조금도 바라지 않아.당신은 모천리이고, 모 씨 집안의 제일가는 귀중한 보배이며, 소씨 집안에게 이용당했던 소만리가 아니야.그는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리더니, 눈빛에 점점 미소가 떠올랐다.......두 시간이 지난 후, 위청재는 부상을 다 치료하고 돌아왔고, 위영설은 다정하게 옆에 있었다.이때 방에 들어서니, 소만리가 없는 것을 보고, 그녀는 먼저 옷을 갈아입으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런데 방에 들어서자 위청재가 자기의 지갑과 화장대 위에 놓인 액세서리, 액세서리 케이스까지 모두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좋아 이 소만리!" 위청재는 너무 화가 치밀어 문을 박차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위영설은 뻔히 알면서 어리둥절한 척, 바로 위청재의 뒤를 따랐다. "고모, 무슨 일이세요? 고모!"소만리가 할아버지께 이불을 덮어드리고 잠이 들자마자 방 밖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아무래도 할아버지께 폐를 끼치게 될 것 같아 그녀는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위청재는 지금 화가 나서 소만리를 찾으려 하는데, 지금 보니 소만리가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진했다.“고모, 고모!”. 위영설이 거짓으로 막는 척했지만, 실제로 소만리가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소만리!"소만리는 위청재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것을 듣고, 고개를 돌리자 위청재가 흉악한 모습으로 맹렬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위청재는 손바닥을 들어 소만리의 뺨을 향해 휘둘렀다.위청재의 행동은 갑작스러웠지만 소만리의 반응이 아주 빨랐다.그녀
이 말이 나오자 모두가 그 여자 간병인에게 시선을 돌렸다.위영설은 그녀가 훔친 보석함과 엑세서리 케이스와 지갑을 안고 서둘러 계단을 뛰어내려가던 그때의 상황을 회상하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때 마침 1층 객실에서 누군가 기노인을 밀어서 나오고 있는 걸 보았고, 그녀와 노인이 한 번 눈을 마주치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당황해서 정말 기노인의 뒤에 있는 이 여자 간병인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위영설은 자기가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나고 움츠러들어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당신이 누가 나를 때리는 거 봤어요?" 위청재는 소만리를 가리키며 추궁했다. “이 여자가 날 때린 거 아닌가요?"기모진은 위청재의 이런 질문 방식에 불만을 품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그 여자 간병인이 소만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이 아가씨예요."이 대답을 듣고, 소만리와 기모진의 얼굴은 똑같이 의아한 표정이 역력했다.기종영은 깜짝 놀라 멍하니 있다가 소만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잘 보세요, 진짜 이 아가씨가 맞아요?”그 여자 간병인은 소만리의 얼굴을 살펴보며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녀가 맞아요. 이 아가씨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내 기억이 틀림없어요."여자 간병인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그때 제가 노인을 밀어서 마당으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위층에서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내가 노인을 밀면서 방 입구를 나가는데, 이 아가씨가 거기에 있었어요."그녀는 계단 근처를 가리켰다.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던 위영설은 멍하니 있다가 깜짝 놀랐다.맞다, 그녀가 도망가려고 할 때 마침 소만리가 집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았지만 소만리를 그녀의 희생양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이거 정말 너무 잘됐다!"다들 들었죠! 나는 그녀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지 않았어요!" 위청재는 이제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가 그때 내 방에 먼저 들어가 보석과 지갑을 훔쳐간 게 분명해요, 그녀는 들킬까 봐
"이 일은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거야, 난 당신을 믿어." 기종영은 소만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한마디 말하고는 돌아서서 그 여자 간병인을 바라보며 “당신 가서 일을 처리하세요, 경찰이 당신을 찾아 물어보면 가서 당신은 진실을 말하세요.”여간 간병인은 기모진과 소만리를 전전긍긍하며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갔다.이제 남은 사람은 소만리와 기모진 둘뿐이었다. 그는 그제서야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놓으며 부드럽고 믿음직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천리, 나도 당신을 믿어."소만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이렇게 '결정적인 증거'로 억울했던 일이 많았죠? 익숙해진 것 같아요."익숙.기모진은 이 두 글자가 매우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했다.억울한 누명을 쓰는 데 익숙했던 그녀는 억울한 누명과 비난을 너무 많이 당했다.기모진의 눈에 비친 괴로움과 죄책감을 포착한, 소만리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섰다.기모진은 더 이상 수만리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날 이후, 소만리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할아버지와 함께 있었다.기모진은 일을 마치고 서재를 나와 잠시나마 소만리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의 방에 들어서자 소만리가 책상 앞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여전히 손에 책을 들고 무방비 상태로 순진하고 무해한 아이처럼 평화롭게 잠들었다.분명히 피곤했다.기모진은 안타까운 마음에 방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때 담요를 손에 들고 천천히 소만리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그녀가 잠시 쉬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으려고, 담요만 덮어주고 가려고 했지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차가운 손끝을 그녀의 눈썹에 대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심장 박동의 리듬이 점점 즐거워지고, 그는 자신이 왜 갑자기 달콤한 마음을 느끼는지 알고 있었다.다만 소만리의 뺨에 손끝이 닿았을 때 그의 마음은 다시 한번 따끔거렸다.그 해
기묵비의 이 행동은 매우 갑작스러웠고, 소만리는 놀람과 동시에 뒤 따라온 기모진이 아주 빨리 생각났다. 기묵비의 이 키스가 기모진에게 보여 준 것이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서 차에 올라탔다.기묵비는 매우 차가운 눈빛으로 기모진을 곁눈질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차에 탄 후 기묵비는 재빨리 엑셀을 밟았다.소만리는 조수석에 앉아 자기도 모르게 백미러 속의 점점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쳐다보았다.달빛 아래에서 그녀는 기모진의 얼굴이 먹물보다 진한 쓸쓸함과 괴로움이 가득한 것을 똑똑히 보았다.그는 분명 기분이 언짢아 보였지만 또 참고 있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기묵비가 그녀를 모씨의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차를 교외에 있는 그의 단독 별장에 주차 시켰다.기억에, 그녀는 여기서 밤을 보낸 적이 없는 것 같았다.기묵비는 미리 준비한 방으로 소만리를 데려갔고, 하녀는 그의 뜻에 따라 일용품과 잠옷을 가져다주었다."하루 종일 그 노인을 돌보느라 피곤할 텐데 먼저 샤워해요.” 기묵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소만리의 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있었다. "기모진이 당신에게 어떤 짓을 했어요?"소만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이 지금 나에게 감히 어떻게 대할 수 없을 것 같아요.”"그럼 다행이에요." 기묵비가 미소 지었다. "먼저 샤워해요."그는 돌아서서 나간 후 소만리를 위해 방문을 닫았다.그러나 문이 닫히자 그의 얼굴에 있던 따스한 미소가 조용히 사라졌다.그날 해안가에서, 기모진의 품에서 잠든 소만리를 끌어안고 데려갔고, 그녀가 그 후에 깨어났을 때부터 그는 사실 소만리가 좀 달라진 것 같이 느꼈다.그는 소만리와 기모진이 섬에 있던 그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기모진에 대한 만리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렸다.밤 경치가 고요했다.기모진은 잠도 오지 않고 앉아 소만리가 덮은 담요를 손에 들고 기노인의 방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놓고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방문을 여니, 기묵비의 잘생기고 훤칠한 몸이 눈앞에 나타났다.그는 또렷하고 섹시한 쇄골 두개가 보일 듯 말 듯한 흰색 헐렁한 잠옷을 입고 있었다.이런 기묵비를 보고 있으니, 소만리는 왠지 모르게 좀 거북했다.그러나 오히려 그날 기모진의 상처를 치료해 줄 때, 그녀는 기모진의 셔츠를 벗기고 그의 피부가 드러나는 것을 보았으나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묵비, 잘 자라고 말하려고 왔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멀리 간 자신의 마음을 되돌려 놓았다.기묵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 했고, 기묵비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았다.문 닫는 소리 들은 소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묵비, 나한테 할 말 있어요?” 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지만, 그녀는 문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기묵비는 돌아서서, 소만리의 흩날리는 아름다운 눈망울에 경계가 서려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미랍, 아니면 지금 천리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려요, 그게 당신의 본명이니까요." 기묵비의 말투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초여름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듯, 그의 뼈마디가 또렷한 손가락이 그녀의 귀 옆에 있는 잔머리를 밀어냈다."당신이 기모진과 소만영에 당해 수술대 위에서 죽을 뻔한 그 순간부터 다시는 당신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어요.”그러자 소만리는 그 말을 듣고는 경계가 서서히 풀리고 대신 감동과 감사의 말을 건넸다. “묵비, 정말 고마워요. 당신이 날 구해준 게 그때 한번이 아니에요. 그날은 해변에서 물속에 빠졌을 때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죽었을 거예요.""내가 당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 거예요." 기묵비는 애정 어린 눈빛이었다. "우리가 어릴 적 사월산 해변에서 만난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과
겉옷이 풀리자 서늘한 느낌이 도사리고 있었다, 소만리의 의식은 또렷했다.그녀는 갑자기 다가온 기묵비의 손바닥을 움켜쥐며 단호하게 "미안해요 묵비,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소만리가 말을 마친 후, 그녀는 기묵비의 품에서 과감하게 도망쳤다.그와 거리를 두고 나서야 소만리는 비로소 기분이 많이 편안해졌다.기묵비는 모든 불쾌감을 조용히 거두고 일어서면서 앞에 있는 소만리에게 “미안해요, 천리. 내가 무례했어요"라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문제는 나예요, 저는 예전 일이 생각나지 않아서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그 느낌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괜찮아요." 기묵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 “너무 자신을 난처해하지 말아요. 언젠가는 생각날 거예요.""고마워요 묵비.""바보, 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어요. 우린 이미 결혼식을 올렸고, 아직 증명서는 못 받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미 당신이 제 아내예요."기묵비는 앞으로 나아가서 소만리를 껴안고 가볍게 쓰다듬었다. "아무 생각 말고 일찍 쉬어요.""당신도 일찍 쉬세요."기묵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자요.”그는 미소 지으며 돌아섰고, 소만리의 방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소만리의 거절은 그녀가 아직 기모진을 사랑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가 그에 대한 감정이 없다는 건 증명된 것이다..그의 눈 밑에는 한 줄기 세찬 암류가 번쩍였지만, 순식간에 그의 눈빛이 다시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뀌었다.천리.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거야.이것은 내가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바로 내린 결심이었어.......하룻밤이 지나갔다.기모진은 밤새 잠을 못 잤고, 마음속으로는 줄곧 소만리와 기묵비의 떠나기 전 키스를 잊지 못했다.그는 밤새도록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소만리가 다시 나타낼 때까지 기다렸다.그는
"여기가 우리 집인데! 내가 왜 당신을 피해야 해?" 위청재는 당당하고 기세가 드높았다."저는 똑바로 앉아 있는데 또 왜 당신을 피합니까?"소만리는 당당히 반격했다."너...""여기는 천리의 집이에요. 그녀가 오고 싶으면 오는 거예요. 더 이상 말썽을 일으키지 마세요." 기모진이 위청재에게 불쾌하게 알려주었다.위청재는 굴복하지 않고, "그녀는 이미 너와 이혼했으니, 너의 아내가 아니니까, 여기도 그녀이 집이 아니지!"기모진은 침착한 소만리를 힐끗 쳐다보며 "맞아요, 그녀는 제 합법적인 아내예요.""뭐라고?" 위청재는 위영설과 동시에 멍해졌고, 소만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의아해했다.여기가 바로 부상 사건 현장인가요?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경찰관은 의혹의 받고 있는 소만리를 가로막았다.위청재가 황급히 마중 나갔다, "맞아요, 경관님, 제가 피해자예요! 그리고 범죄 용의자는 제가 이 여자라고 의심하고 있어요!" 그녀는 소만리를 가리키며 "내 상처는 그녀에게 맞은 것이고, 지갑과 악세서리 모두 그녀가 훔쳐갔으니, 그녀를 잡아주세요."기모진의 눈빛은 삽시간에 분노로 물들었다.그 두 경찰관은 소만리를 한번 훑어보았다. "당신이 바로 소만리입니까?"소만리는 편안하게 대답했다. "제 본명은 모천리입니다. 소만리는 제 예전 이름이에요."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중에 경찰서에 가서 기록 좀 해 주세요.""알겠습니다.""흥." 위청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는지 내가 볼게."위영설은 위청재의 뒤에 서서 남몰래 비웃으며, 소만리가 빨리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소만리의 죄가 판결 나면 그녀는 법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경찰은 위청재를 따라 폭행현장으로 갔고, 위영설은 따라 올라가려고 계단 입구를 지날 때, 그녀는 여자 간병인이 기노인을 밀면서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만…리…." 기나리가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위영설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이 만리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