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가 반응 하자마자 기모진이 그녀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그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생각하니 소만리는 의아했다.그가 그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소만영은 잠시 후 손님방에서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를 들었다.그녀가 베란다 밖을 내다보니, 기모진이 천미랍을 데리고 가는 것이 보였다.소만영은 욕설을 퍼부으며 가방을 들고, 차를 불러 소씨의 집으로 가서 대책을 논의했다.소만영으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은 전예와 소구 부부는 각자 입에서 천미랍의 욕설을 내뱉다가, 근심이 생겼다.“이년이 분명히 또 너를 때리고, 방에 들어와서 너에게서 모진을 빼앗으니, 정말 소만리보다 더 나쁜 년이다! 내가 그녀를 갈기갈기 찢는지 봐!”전예는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악랄하게 쥐었다.“만영, 그 여자가 정말 모진의 아이를 가졌다면,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너는 당장 그 애를 죽여버려야 해!”“이건 당연히 나도 알지!” 소만영은 일찍이 이 방명의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모진이 마치 병이라도 걸린 듯이 저 천한 년의 말을 다 들어!”“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소구는 의아한 표정이었다.소만영은 이를 악 물고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소만리 그 나쁜 년은 죽었어, 모진은 소만리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모두 천미랍에게 다 걸고 있어!”“모진은 분명히 나를 가장 아껴왔는데, 그 천한 년이 죽자 모진은 오히려 내게 나를 사랑 한 적이 없다고 말했고,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호감이었다고 말했어. 흥, 호감? 그 호감 마저도 내가 아니라 소만리 때문이야!” 라고 말했다.소만영은 화가 나서 벌벌 떨고 있자, 전예가 곧바로 아이디어를 냈다.“만영, 일단 화내지 마, 너 카드가 하나 더 있지 않아?”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기란군 저놈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카드야.” 라고 말했다.“그 천한 종자?” 소만영은 “애초에 내가 목 졸라 죽였어야 했어. 이제는 보는 것도 거슬려.” 라고 말했다.“거추장스러우면, 사라지게 해!
기모진이 소만리와 함께 돌아온 것을 본 그녀의 미소가 굳어지며, 다시한번 풀이 죽었다.“모진......”“난 미랍과 이미 저녁을 먹었으니, 당신이나 먹어.” 기모진이 소만리를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우린 방으로 돌아갈 거야.”“모진!” 소만영이 급하게 쫓아가며 기모진을 막아섰다.“모진, 당신이 지금 저에 대해 깊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지금껏 만리를 해치는 일을 많이 했다고 저를 의심하는 오해 까지도요. 그런데 전 양심에 한 점 부끄러울 게 없어요.”“미스 소, 당신의 양심은 이미 잃었어요. 어떻게 아무런 거리낌이 없을 수가 있죠.” 소만리가 조용히 말했다.소만영은 화가 나서 인상을 찌푸렸지만, 계획을 위해 참을 수 밖에 없었다.“모진, 이번주 토요일 군군이네 유치원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활동이 있어요.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해야 해요. 당신이 나에게 어떤 오해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군군이는 우리의 유일한 혈육이니 그날, 당신은 저와 군군이와 함께 활동에 참여 해 주길 바래요.”“당신 혼자 가도 충분해.” 기모진은 단숨에 거절했다.소만영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기모진에게 다시 승낙을 구하려다 소만리가 이를 듣고 입을 열었다.“모진, 당신 함께 가요. 그날 저는 염염이와 함께 참여 할 거예요. 그때 우린 또 함께 있을 수 있어요. 그때 당신이 저를 데리고 함께 가는게 어때요?”소만리의 말이 끝나자, 기모진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당신만 좋으면, 나는 다 할게.”“모진, 당신 정말 친절해요.”소만리는 달콤하게 웃으며 그의 팔짱을 꼈다.이 장면을 보고, 소만영이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소만리의 눈에서 퍼져 나오는 웃음을 받아들인 소만영의 눈에는 살기가 더 거세졌다.......토요일 이날, 소만리는 편안한 복장으로 입고, 염염을 데리고 유치원에 갔다.원래 기목비는 모녀를 데리고 꼭 함께 가려고 했는데, 어제 저녁 중요한 전화를 받은 그는 곧장 프랑스로 날아갔다.이
기모진의 자기소개를 들은 소만영은 눈을 들어 기모진이 어린 염염을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멍해졌다. 그녀는 화난 기색이 가득한 눈동자로 성큼성큼 달려오는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아빠! 이 사람이에요! 이 사람이 저를 괴롭혔어요!” 그 장난꾸러기는 당황한듯 남자 뒤에 숨어 기모진을 가리키며 일러바쳤다.남자는 원래 팔을 걷어 붙이고 손을 쓰려다가 눈 앞에 있는 이 얼굴을 보자마자 순간 시들어졌다.“기, 기 사장님, 당신이시군요.” 라고 외쳤다.기모진은 그 남자에게 아무런 느낌도, 조금의 인상도 없었지만, 그 남자는 이미 유쾌한 미소로 자신을 소개했다.“기 사장님, 저, 저는 기식컴퍼니 16층 엔지니어링 부서의 직원입니다. 당연히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사장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인연이 있는 줄 몰랐어요!”“아, 이 꼬마가 당신의 따님 이었군요, 어쩐지 너무 예쁘게 생겼어요. 우수한 유전자를 완전히 물려 받았네요. 이 코와 작은 입 좀 보세요. 사장님과 완전히 똑같아요...” 이 말을 듣고, 소만리가 말을 끊었다.“이렇게 말주변이 없으시네요. 차라리 아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예절을 먼저 가르쳐 주시지 않겠어요?” 그 남자는 소만리에게 한 마디 혼쭐나서 원망 하며 막 돌아서려는데, 소만리가 염염을 안고 기모진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이분은 기 사장님의 사모님이시군요. 정말 고상하고 관대하십니다. 기 부인은 저에게 교훈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 개구장이를 잘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남자는 개구쟁이의 머리를 툭툭 치며 얼굴을 들었다. “개구쟁이야, 어서 이 친구에게 사과해라, 그리고 또 다시 이 친구를 괴롭히면 내가 너의 엉덩이를 두들겨 줄 거야!”개구쟁이는 방금 날뛰던 기세가 이미 없어지고, 지금은 안절부절한 두 눈으로, 벌벌 떨며 말했다.“미, 미안해, 다시는 안 괴롭힐게........” “기 사장님, 마음에 드셨어요?” 남자는 아첨하는 듯 미소를 지었다.기모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
그의 대답에 소만리는 약간 놀랐지만 ,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농담이 아니라고 말했다.“당신이 행복하기만 하면 나는 당신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어.”“모진, 모진!”기모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만영이 그들의 시선에 들이닥쳤다.소만리는 매우 불안하고 당황하는 기색이었다.소만리는 의식적으로 소만영의 뒤를 한번 살펴보았지만, 기란군은 없었다.“모진, 군군이 또 안 보여요!”소만영이 눈시울을 붉히며 기모진의 앞으로 달려갔다.“내가 군군을 잘 돌보지 않은 내 잘못이에요. 모진, 나를 욕해요. 내가 당신만 쳐다보느라 소홀히 해서. 흑흑.......”손만리는 소만영의 연기하는 모습이 정말 혐오스러워서, “미스 소, 울어 봤자 소용없어요, 당신은 정말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면, 다시는 당신의 눈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게 될 거예요.” 라고 하며 능청을 떨었다. “천미랍, 너의 자식이 아닌데, 넌 당연히 비아냥거릴 수 있지, 군군이는 나와 기모진이 낳은 아이야, 이런 감정을 니가 알기나 해?”“그만해,” 기모진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으며 말했다. “사람을 찾는게 더 급해.”소만영은 의기소침 한 채, 더이상 말하지 못했다.“저도 가서 찾아 볼게요.”소만리가 기모진을 바라보고, 빠른 걸음으로 염염에게 갔다.그녀는 상황을 설명하며, 담임선생님께 염염을 맡기고, 곧바로 기란군을 찾으러 갔다.그러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기란군의 흔적은 아무도 찾아볼 수 없었다.가을 하늘은 원래 높고 선선한데, 오후가 되면서 하늘이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기란군의 담임선생님 이외에, 다른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모두 아이들을 데리고 차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시간이 지날수록 소만리의 마음이 불안해졌다.그녀는 기란군을 찾지 못할까 봐, 또 광야 어딘가에서 기란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웠
기모진은 인기척을 듣고 숲으로 뛰어가 소만영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소만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갑자기 심장 박동이 매우 무질서 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핸드폰에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눈앞에 펼쳐진 안개가 자욱한 숲을 바라보니, 기모진의 생각이 점점 더 불안해졌다......소만영은 기란군을 죽이고 다시 천미랍에게 뒤집어 씌우려 했으나, 그녀는 생각을 바꿔서, 둘 다 죽이기로 했다!이게 더 간단하니까.소만영은 계획을 떠올리며 웃었다.그녀는 애초부터 기모진이 이곳에 오면 반드시 천미랍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아니나 다를까, 기모진은 천미랍을 찾으러 갔다. 그 틈을 타 기란군에게 수면제가 든 물을 마시게 한 뒤, 일찌감치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남자를 부모인 척 기란군을 데리고 가게 한 후, 기란군을 질식 시켜 죽인다음 야외로 내던졌다.이건 정말 쥐도 새도 모를 것이다.이곳은 야외인데다가 감시카메라도 없고, 방금 그렇게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많은데, 누가 기란군을 데려간 남자를 신경 쓰겠어.지금 그녀가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기란군은 이미 죽었다는 것이다!그런데 천미랍이 이렇게 떨어졌는데, 그녀가 순간 이렇게 죽을 수 있을지는 확신 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죽지 않더라도, 그녀는 올라오지 못할 것이고, 이 숲에는 신호가 없어서 아무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 할 것이고, 그녀는 다치거나 배가 고파서 굶어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소만영은 눈엣가시 두개를 한번에 처리 했다는 것에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이제는 근심걱정이 없을 것이다.만족해 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모진의 큰 그림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당신 조금 전 숲속에서 무슨 짓 했어?”기모진이 차가운 목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쏟아졌다.소만영은 순간 당황하여 마음이 혼란 스러웠다.방금 모진이 나와 천미랍이 함께 있는 것을 봤단 말인가?소만영은 눈알을 굴리더
그녀는 지금 자신의 결단력에 감탄했다.천미랍의 죽음이 최고의 결말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가 하루를 살더라도 기모진은 영원히 그녀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기모진은 급경사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았지만, 소만리가 어디에서 떨어졌는지 확인 할 수 없었다.그는 미칠 것 같아서 생각하고 추론하는 것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이 억센 비가 그의 마음오로 쏟아지는 것 같았고, 그의 모든 생각들이 혼란스러웠다.1초가 지날수록, 그는 그녀가 더 위험해 질 것 같다고 느꼈다.기모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자, 소만영의 비에 젖은 얼굴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소만영이 차에서 내렸고, 사화정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부리나케 내려와 소만영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소만영이 기모진의 앞으로 달려가 물었다.“모진, 군군의 시체는 찾았어요?”기모진의 눈은 가라 앉았고, 그의 눈꼬리와 눈썹은 심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시체? 당신은 무슨 근거로 기란군이 이미 죽었다고 확신 하는 거야?”“네, 천미랍이 직접 인정했어요! 나와 군군이를 떨어뜨릴 거라고 그녀가 직접 나에게 말했어요. 그러면, 그녀가 당신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죠!”소만영은 확인한다는 말투로, “전 그녀가 그렇게 잔인한지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결과가 따른다고, 그녀가 미끄러 떨어지다니.” “기모진, 이제 만족하니! 그런 비양심적인 여우 같은 년을 위해, 내 아들을 죽게 하다니!” 사화정은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기모진을 향해 질책하며 말했다.“불쌍한 내 외손자, 이제 겨우 다섯살인데 죽다니......”살벌한 눈빛으로 사화정을 훑어보던 기모진의 눈빛은 비통함으로 가득 찬 소만영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지금까지 내가 당신의 말을 믿을 것 같아?”“......”소만영의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깜짝 놀란 두 눈을 치켜 떴다.사화정은 울분을 터뜨리며, “기모진! 너는 정말 너무 심하지 않니? 네가 아직도 만영이에게
뭐라고!소만영은 그렇게 말하는 기란군을 눈이 휘둥그레지게 바라보았다.이 쪼금한놈 안죽었으면 그만이지, 그런데 뭐라고? 뜻밖에도 그녀가 천미랍을 가파른 비탈 아래로 밀어서 떨어뜨리는 것을 그가 보았다고!눈앞에는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었지만, 기모진의 눈에 몰아치는 거센 비만큼 거칠지는 않았다.소만영은 기모진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서 그의 얼굴에 덮힌 서리가, 그녀를 꽁꽁 얼게 만들었다.“모진, 정말 아니에요, 군군이 오해 한 거예요!”소만영이 당황하여 우왕좌왕 변명을 늘어 놓았다.“그때, 천미랍이 나를 밀쳐내려다 자기 실수로 미끄러져 아래로 떨어졌어요. 난 정말 결백해요!”“만영아, 흥분하지 마, 엄마는 너를 믿어!”사화정은 괴로워 하는 그녀를 위로 하고 돌아서서 군군 앞으로 다가갔다.“군군, 네가 괜찮은 지 할머니를 봐봐, 그 천미랍은 정말 너무 비양심적이어서, 이렇게 작은 어린아이도 놔주지 않고, 그 여자가 어떻게 너를 괴롭혔는지 할머니한테 말해줘.”기란군은 짙은 눈썹을 두번 추스리며 말했다.“미랍 누나는 좋은 사람이에요.”그는 진지하게 말하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아빠, 빨리 가서 미랍 누나를 구해주세요.”기모진의 매서운 눈초리가 소만영을 쓸어내렸고, 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소만영을 다 태울 지경이었다.소만영은 기모진의 이런 눈빛을 처음 마주해,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기모진과 기란군은 그녀를 따라 함께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두 부자는 같은 표정으로 천미랍을 걱정했다.어떻게 된 일이지?기란군 이놈은 어떻게 아무일도 없지!소만영의 마음속은 이미 폭발한 냄비 같았지만, 어찌하여 사화정이 옆에 있어, 그녀는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녀는 지금 오로지 마음속으로 잔인하게 저주할 수 밖에 없었다. 저주는 천미랍이 이미 가파른 비탈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시간이 소리없이 흘러간지 오래 되었다. 기모진과 기란군은 소만리가 떨어진 위치를 찾아냈지만, 그러나 현재까지
“제가 미랍 누나에게 선물한 거예요.” 기란군이 가볍게 말했다.기모진은 깜짝놀라 눈앞의 어린 녀석을 바라보며 물었다.“팔찌에 위치추적 칩이 박혀 있다고?”그가 물었지만,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다.기란군은 일어서서 멍하니 빗물에 평온이 깨진 눈앞의 잔잔한 호수를 바라 보았다.이때 기모진은 외투를 벗고 망설임 없이 호수로 뛰어들었다.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다.비는 그쳤지만 구조작업은 계속 되었다.초가을 밤, 서늘한 바람이 불어 흠뻑 젖은 옷 사이로 쌀쌀한 기운이 밀려왔다.천미랍이 아래로 떨어진지 6시간이 지나고, 소만영은 이 파도가 이미 안정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현재 이렇게 많은 전문 구조 요원이 천미랍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분명 이미 절망적인 상황일 것이다.소만영은 은근히 기뻐하며 벌써부터 가려고 했지만, 계속 원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모진을 보고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그녀에게 돌아가자고 권하고 싶었으나, 기모진의 지금 모습에 그녀는 감히 다가갈수 없었다.순간 그의 차디찬 눈초리를 보면서 그녀는 마음에 한기를 느꼈다.소만영은 계속 생각하며 전전긍긍 걸음을 옮겼다.“모진, 당신 비에 젖었어요 온몸이 다 젖었으니 돌아가요. 이렇게 놔두면 병이 날 거예요.”그녀는 걱정하며 부드럽게 말했다.기모진은 잘생긴 얼굴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이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소만영은 “모진, 제발 믿어줘요. 난 정말 천밀랍을 밀지 않았어요. 그녀가 나를 다치게 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자업자득의 결과가 된 거라구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기모진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소만영은 갑자기 심장이 얼어붙어, 기모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이 눈빛은, 소만리가 응급실로 보내져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와 매우 흡사했다. 그때, 그의 눈빛 역시 이처럼 어둠속에 삼켜져 언제든 그녀를 능지처참 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무서웠다.“당신은 그녀가 무사하기를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