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홀로 소만영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 병원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위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소만리 역시 위를 살펴보니 흰옷을 입은 누군가가 난간 위에 앉아있는 게 보였고 그건 소만영이 확실했다.소만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향했다. 그녀는 기모진이 이미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기모진의 모습은 그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때 심각한 얼굴을 해 보이더니 소만영을 걱정한 게 아니었나? 그렇다면 그는 급하게 어디로 간 거지? 그런 의문들이 이어질 때쯤 그녀의 앞에서 사화정이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만영아, 이러지 마. 엄마가 부탁할게. 일단 거기서 내려와!”사화정은 우느라 목소리가 쉬어있었다. 진짜 소만영을 걱정하는 것 같아 보였다. 소만리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쥐면서 앞을 바라보았고, 거기에는 자신의 친부인 모현도 있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게 대성통곡하는 사화정을 붙잡고 한편으로는 소만영을 설득하고 있었다. 말끝마다 우리 아가라고 부르면서 소만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와 사화정 모두 소만영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이 소중히 생각하는, 친딸이라고 여기는 그녀를.“모진이, 모진이는 아직 안 왔어요?”그때 소만영이 입을 열었다. 작은 목소리, 연약한 모습으로. 그러나 소만리는 그것이 연기임을 알 수 있었다.“모진이 금방 올 거야! 만영아, 꼭 모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절대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사화정은 울면서 그녀를 설득했다. 당장이라도 소만영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내리고 싶은데 혹시 그녀를 자극하게 될까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소만리는 소만영이 차라리 누군가 그녀를 끌어내려 줬으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연기일 뿐이니까.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전예는 더 과장스레 울부짖었다.“만영아, 만영아! 너 왜 이리 바보 같아! 왜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에 자신을 벌하는 거야. 그때 너랑 모진이가 결혼하지 못한 건 소만리 때문인데,
소만리가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주변의 공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오로지 옥상에 부는 가을바람이 얼굴 위를 스쳐 갈 뿐이었다. 사화정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뭐, 뭐라고? 방금 뭐라고 했어!”모현 역시 큰 걸음으로 사화정의 옆에 걸어가서 똑같이 추궁하는 눈빛으로 소만리를 노려보고 있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딸은 여기 잘 살아있는데 3년 전에 죽었다고 저주를 하다니!”소만리는 냉소를 흘리며 사화정의 손을 놓아줬다.“당신 딸 저주한 거 아니에요. 사실을 얘기한 것뿐이지.”그녀는 차분히 말하면서 전예를 가리켰다.“저 여자가 얘기하는 걸 제가 직접 들은 거거든요. 당신들 친딸은 이미 3년 전에 죽었다고.”“뭐라고?”사화정과 모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전예를 바라보았다.“헛소리예요!”전예는 얼른 부인했다. 솔직히 당황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모현 씨, 사화정 씨. 절대 저 여자 말에 속아 넘어가지 마세요. 전 그런 얘기 한 적 없어요.”“천미랍,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길래 날 키워주신 엄마를 모함하는 거야? 너 설마 내가 우리 엄마 아빠 친딸이 아니란 얘길 하고 싶어서 그래? 그래서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단 거지?”소만영은 격분해서 말했고, 전예는 초조한 듯 말하면서 그녀의 연기에 어울려주었다.“만영아, 일단 화내지 말고, 거기서 내려와. 너한테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너희 엄마 아빠가 얼마나 속상하겠니.”사화정과 모현은 그 말에 다시 걱정스러운 듯 시선을 소만영에게로 옮겼다. 그러나 소만영은 실망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아빠. 저 여자가 한 말 믿는 거야? 내가 정말 엄마, 아빠 친딸이 아니란 말을? 그럼 이젠 내가 죽든 살든 상관없겠네. 그래, 그래…”그녀는 미련 없다는 듯이 쓰게 웃어 보였다.“모진이도 나한테 관심 없고 엄마, 아빠도 이젠 나 신경 안 쓰는데, 내가 더 살아서 뭐 해…”소만영은
“소만리가 악독한 년이면, 그럼 당신 딸 소만영은 뭐죠?”소만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사람들 시켜서 자기 아들 납치시키고 소만리한테 덮어씌운 건 잊었나 봐요? 기모진이 소만리를 싫어하기를 바라며 다른 사람 팔찌 훔쳐서 소만리한테 덮어씌운 거는요? 사화정 씨, 잘 생각해보세요. 누가 진짜 악독한 년인지.”“너…”사화정은 순간 반박하지 못했다.“내가 안 그랬어요. 난 그런 적 없어…”소만영은 울면서 부정했고 억울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동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천미랍, 도대체 왜 날 모함하는 거야? 나랑 모진이 사이 이간질하고, 내 얼굴 망가뜨리고, 정말 내가 죽어야 만족하겠어? 그래, 네가 바라는 거 내가 해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뛰어내린다고!”“안돼, 만영아!”“만영아!”사화정과 모현은 조급했지만 소만리는 우습다는 듯이 냉소를 흘렸다.“그래, 얼른 뛰어.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하고.”소만리는 미묘하게 변한 소만영의 안색을 보고 웃었다.“소만영, 뛰라니까. 왜 아직 안 뛰어?”“너…”“내가 저 사람들처럼 멍청해 보였나 봐? 네가 연기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네가 네 자신을 다치게 할 리가 없지. 너 이러는 거 기모진이 나타나면 네가 원하는 거 얘기하려고 그러는 거잖아.”“…”소만리가 자신의 속내를 전부 파악하고 있자 소만영은 안색이 휙휙 바뀌면서 입꼬리가 떨렸다. 사화정과 모현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소만리를 옆으로 밀쳤다.“천미랍, 너 감히 만영이를 자극해? 너 정말 인성이 바닥이구나!”모현은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손을 들어 소만리를 때리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소만리는 소만영과 전예가 눈빛을 주고받는 걸 보았고, 소만영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아빠, 엄마. 불효녀라 미안해요. 다음 생에 다시 만나요.”“만영아!”바로 다음 순간, 하늘을 찢을 듯이 날카로운 전예의 목소리가 울렸다. 모현의 손이 내려가기도 전에 그는 사화정과 동시
“만영아! 만영아! 내 소중한 아가!”사화정은 히스테릭하게 울부짖다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모현의 품 안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 모습에 소만리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미어졌다. 사화정이 자신의 친모였으니까 말이다. 비록 그녀가 자신을 살갑게 대해 준 적이 없더라도 소만리는 사화정과 모현이 잘 지냈으면 했다. 하지만 그 둘은 지금 소만영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그에 소만리는 쓰게 웃었고 이내 생각을 정리했다. 소만리는 기모진이 조금 전 소만영이 뛰어내린 곳에 다다른 것을 발견했다. 기모진은 심각한 얼굴로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곧 몸을 돌려 다시 걸어왔다.“아래층에 있는 베란다 쪽에 떨어졌던데, 크게 다친 것 같진 않네요.”기모진은 덤덤한 어투로 말했지만 소만리는 그의 눈에서 그가 한숨 돌렸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역시나 그는 소만영을 걱정하고 있었다. 혹시나 그녀가 죽을까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소만리의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소만영은 미리 다 계획해 놓은 거였다. 먼저 지형을 파악하고 뛰어도 안전하겠다 싶으니까 대담하게 “투신”한 거다. 그런데도 소만영은 응급실로 실려 갔고, 사화정도 그때쯤에 깨어나 소만영이 이십여 층에서 떨어진 게 아니란 걸 전해 듣고는 다행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기모진이 뒤늦게 도착한 걸 보고 사화정은 분노한 얼굴로 그의 앞에 가서 그를 원망했다. “기모진, 너 도대체 우리 딸 언제까지 괴롭힐 작정이니? 걔가 널 위해서 자기 청춘까지 다 받쳤는데, 저런 악독한 년 때문에 우리 만영이를 다치게 해? 소만리 하나로는 부족해서 이제는 천미랍이야? 만영이가 진짜 목숨을 잃기라도 했으면 평생 발 뻗고 잠이나 잘 수 있겠어?”기모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사화정의 질책을 받아내고 있었다. 발 뻗고 잠을 잔다고? 소만리가 떠난 그 날부터 그는 한 번도 편히 잠에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잠시 후 기모진은 의미심장하게 얘기했다.“이제 더는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으니까 따님하고 결혼 취소하겠습니다.”“뭐라고? 정말 만
다음 순간, 기모진이 압도적인 기세를 내뿜으며 차에서 내렸다. 차디찬 얼굴을 한 그는 양손이 붙잡혀있는 소만리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고, 소만리를 경찰들의 손에서 구출해내 자신의 옆에 세워두었다.“소만영이 건물에서 뛰어내린 건 사고였죠. 천미랍씨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제대로 조사하고 사람 잡으셔야죠.”냉랭한 말투와 압도적인 기세였다. 그는 소만리의 어깨를 끌어당기고는 조수석의 문을 열면서 얘기했다.“타요.”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모진의 차가 경찰차보다 나았다. 기모진은 곧 스포츠카를 몰아 그녀를 인적 드문 교외로 데려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만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쪽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저 때문에 건물에서 뛰어내렸는데, 왜 절 도와주는 거죠?”기모진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누군지 알아요?”“저만 아는 게 아니라 경도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아는 사실이죠. 그쪽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소만영이고 가장 미워하는 여자는 그쪽 전처라는 거.”소만리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기모진은 그녀의 대답에 미간을 구기더니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침묵에 소만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아까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그쪽도 이젠 사랑하는 여자 곁에 가야죠. 아마 평생 그쪽 없이는 살지 못할 텐데.”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손목이 끌어당겨 졌다. 차가운 체온이 피부를 통해 침투해왔고 그녀의 심장을 감쌌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목을 붙잡고 그녀의 뒤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그날 저한테 물었었죠? 그쪽이 제 전처랑 똑같게 생겼으니, 저랑 똑같이 생긴 남자랑 결혼해야 하는 거냐고. 지금 대답할게요, 네.”“…”소만리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그의 진지하면서도 알쏭달쏭한 눈빛과 마주쳤다.“하지만 이 세상에 저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 당신이랑 결
“풉.”소만리는 실소했다.“가장 사랑한다는 분이 전처인 소만리 씨라고요? 기모진 씨, 농담치고는 정말 하나도 안 웃긴데요.”소만리는 웃고 있었지만 가슴엔 익숙한 고통이 찾아왔다. 잊을 수 없는, 과거 피로 범벅이 된 상처가 다시 떠올랐고 그 모든 기억은 전부 피와 눈물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뭐라고? 사랑한다고? 사랑의 이면이 미움이라면 그는 정말 그녀를 사랑했었다. 그것도 죽을 만큼! 소만리의 얼굴에 비웃음 섞인 미소가 떠오르자 기모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맞는 말이에요. 농담 맞아요.”그는 자조했다. 그러나 심장을 도려낸 것처럼 아팠다. 그건 정말 우스운 얘기였다. 그 자신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웃긴 얘기. 그러나 그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럼 농담도 하셨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소만리는 차가운 어투로 말하면서 깔끔하게 기모진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그러나 그녀가 몸을 돌린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앞을 막아 나섰다.“저한테 뭐 더 할 얘기 있으세요?”소만리가 덤덤히 물었다.“제가 얘기했죠. 다시 만났을 때 제 이름 불러줬으면 좋겠다고.”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얘기했다.“아까 한 얘기,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세요.”그와 결혼하는 일 말이다. 소만리는 그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기모진 씨, 저랑 결혼해서 뭐하게요? 제 얼굴 보면 그렇게 미워하던 소만리 씨가 떠오르지 않겠어요? 그럼 싫거나 짜증 나야 하지 않을까요? 뭐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취미라도 있으세요?”기모진은 눈꼬리를 살짝 접으면서 얘기했다.“그럼 제가 자해하는 취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그는 말을 하면서 조수석 문을 열었다.“여긴 너무 한적하니까 제가 데려다줄게요.”소만리는 눈앞의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누구도 없는 아파트로 돌아온 소만리는 인터넷에서 6년 전 자신과 기모진이 결혼했을 때 찍었던 사진을 검색해봤다. 그때 찍었던 결혼사진을 바라보면서 생각
하지만 기란군과 함께 있었기에 사화정은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눌렀다.“미랍 누나.”기란군은 고개를 들어 소만리를 보았고, 그의 희고 깨끗한 앙증맞은 얼굴 위로 드물게 미소가 걸려있었다. 소만리도 기란군에게 미소로 대답했다..“란군아, 잘 지냈어?”“란군아, 너 방금 이 사람 뭐라고 불렀니? 이 사람 알아? 네가 어떻게 이런 나쁜 사람을 아는 거야?”“미랍 누나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기란군은 짙은 눈썹을 잔뜩 구겼다. 아이는 화를 내진 않았지만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다시 침울해졌다. “나쁜 사람이야! 이 여자 때문에 지금 너희 엄마 병원에 누워있다고!”사화정은 강경한 어투로 말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천미랍, 우리 가족한테서 떨어져. 네가 만영이한테 진 빚, 내가 꼭 갚게 해 줄 테니까.”“예쁜 할머니, 왜 저희 엄마 혼내세요?”염염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화정은 그제야 소만리의 옆에 두어 살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다는 걸 발견했다. 소만리를 계속 혼내려 했는데 염염이의 동그랗고 큰 눈을 보자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닮았다. 자신이 소만영을 낳았을 때, 그때 그 아이의 얼굴이랑 닮아있었다.“사화정씨, 뭐 보세요?”소만리가 싱긋 웃으며 얘기하자 사화정은 문득 정신이 들어 염염이를 가리키며 의뭉스레 물었다.“딸이야?”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는데요, 무슨 문제 있어요?”“…”사화정의 눈빛이 변하면서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소만리의 얼굴을 훑어보고는 냉소를 흘렸다.“흥, 천미랍. 너도 딸 있는 입장인데, 자기 딸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 당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생각은 해봤어? 진짜 내 딸이 엄마 없는 애인 줄 알아?”결국은 또 소만영이 소중하다는 소리였다. 소만리는 싱긋 웃었다.“전 다른 사람이 제 딸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런데 사화정씨, 정말 당신이 자기 딸을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무슨 뜻이야!”사화정은 불만스레 답했다.“또
소군연은 소만리가 지금 지내고 있는 곳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바로 그곳으로 가 소만리의 상황을 살펴보려 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앞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만리야!”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다른 건 신경 쓸 새도 없이 액셀을 밟아 소만리를 데려간 검은색 차량을 뒤쫓았다. 그러나 그 차량은 굉장히 험하게 운전을 했고 신호등을 전부 무시했다. 소군연은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도 신호를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갑자기 교복을 입은 학생 두 명이 앞에 나타나는 바람에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사고는 막았지만 차를 놓쳐버렸다. 소만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 그는 얼른 전화로 신고를 했고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보했다. 3년 전 이미 한 번 그녀를 잃었는데 또다시 그녀를 잃을 수는 없었다.만리야, 넌 괜찮을 거야. 내가 꼭 널 무사히 구해줄게.…병원.소만영은 두 다리를 고정한 채로 붕대를 두껍게 감고 있었지만 굉장히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전예는 병실 밖을 힐끔 보고는 바로 문을 닫았다.“만영아, 아까 그 사람 나한테 연락 왔었어. 네 지시대로 했대.”그녀는 목소리를 잔뜩 낮추면서 말했고, 일이 잘 풀린 건지 얼굴에 걸린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소만영은 도도하게 냉소를 흘리더니 여유롭게 침대에 몸을 기대면서 말했다.“천미랍,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결국엔 내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게 생겼네.”“그럼, 그딴 걸 어떻게 우리 딸하고 비교해!”전예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경계하듯 병실 밖을 힐끔거렸다. 혹시 누군가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만영아,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소만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눈꼬리를 접었다.“엄마는 여자한테 어떤 형벌이 가장 잔혹하다고 생각해?”“그거야 당연히…”전예는 말을 반쯤 하다 말고는 소만영과 똑같은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야지! 그 남자들 보고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괴롭히라고 해! 감히 널 못살게 굴다니!”“흥, 내가 그년 온갖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