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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눈은 예전 강영수가 그녀를 찾아 파리에 왔던 그 날처럼 펑펑 내리고 있었다. 그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그녀가 자주 지나가는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는 어깨에 쌓이는 눈송이를 툭툭 털어내며 그곳에서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렸다...

“어머, 아가씨, 왜 우세요?”

아까 방에 들어왔던 은경애는 바닥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돌연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급히 다가갔다.

“아이고. 왜 이러세요.”

은경애는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에야 정신을 차린 장소월은 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걱정 마세요. 전 괜찮아요.”

은경애의 시선이 장소월의 손에 쥐어져 있는 사진첩 속 사람에게 향했다.

“어머나, 누군데 이렇게 예뻐요?”

그녀는 급기야 사진첩을 손에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정말 예쁘네요. 선녀 같아요.”

장소월이 말했다.

“제 엄마예요.”

“어쩐지. 아가씨도 선녀처럼 아름다우시잖아요.”

이제 장씨 집안 예전 도우미들을 제외하고는 이 남원 별장의 안주인이었던 성예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장소월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엄마는 늘 부드러운 사람이셨어요...”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했고, 모란꽃을 좋아했어요...”

당시 연선우는 어머니를 위해 정원에 커다란 모란꽃밭을 만들었었다. 꽃 피는 계절 창밖을 내다보면 정원 가득 만연한 모란꽃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장소월은 은경애에게 자신의 많은 일을 털어놓았다.

남원 별장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

장소월은 퇴원한 뒤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장시간 억눌렀던 마음이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가씨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거였네요. 그것도 사모님 덕분이었어요. 아가씨... 그럼 사모님은 그 뒤에 어떻게 되셨어요?”

“엄마는... 절 낳고 나서 돌아가셨어요.”

“사모님... 대표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고 일러주었다.

은경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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