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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장소월의 머리는 아무렇게나 머리핀으로 틀어 올려져 있고, 귓가에는 머리카락이 나른하게 흩어져있었다. 몸에는 흰색 캐시미어 잠옷 원피스를 입었고 후드에는 두 개의 긴 토끼 귀가 드리워져 있었다.

장소월을 바라보는 전연우의 눈빛은 그윽하면서도 깊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든 블랙홀 같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장소월은 물을 연거푸 마시고는 컵을 내려놓고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돌아서자마자 전연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소월은 그가 또 미친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

전연우는 장소월을 바라보면서 귓가에는 강만옥의 말이 맴돌았다.

“장해진은 강설을 이렇게 대했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야. 네 손에 달린 목숨이 몇 개인 줄 알아? 너도 장해진 손에 죽고 싶은 거야? 대체 뭘 망설여? 설마 장소월 때문이야? 너 소월이를 좋아하지?”

‘장소월을 좋아해? 말도 안 돼. 소월이는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도구일 뿐이야.’

장소월은 침을 삼키고 그의 곁을 지나 빠르게 뛰다가 갑자기 손목이 잡혔다.

장소월은 자신을 보는 전연우의 눈빛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 전연우의 눈빛에는 욕망, 화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악이 있었다.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싶은지, 그는 전혀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전연우의 눈빛은 장소월을 두렵게 만들었다.

“뭐... 뭐 하려는 거야?”

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끌고 순간 1층 화장실로 갔다.

장소월은 아버지에게 들킬까 봐 감히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전연우는 그녀를 벽에 밀쳤다.

“전연우, 그만해. 나 배 아프단 말이야!”

만약 전연우만 괜찮다면 그의 몸에 실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이런 더럽고 저속한 말을 그녀는 직접 내뱉을 수 없었다.

전연우가 무슨 행동을 하기도 전에 장소월은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조금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빨리 나가! 나 화장실 급해!”

그녀는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전연우는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눈빛에는 경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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