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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전연우가 말을 하지 않자 강만옥은 멘탈이 무너졌다.

“네 손에 달린 목숨이 몇 개인 줄 알아? 너도 장해진 손에 죽고 싶은 거야? 대체 뭘 망설여? 설마 장소월 때문이야?”

강만옥은 쓸쓸하게 웃었다.

“하, 그럴 줄 알았어. 전연우, 너 장소월 좋아하지!”

전연우의 눈이 차가워졌다.

“당신 일 때문에 내 계획을 망칠 수는 없어. 지금은 장가뿐만이 아니야. 장해진이 죽기를 원한다면 먼저 당신 몸에 상처부터 치료한 다음 나랑 다시 얘기해.”

그는 돌아서 문을 박차고 떠났다.

전연우는 옆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문 앞에서 방 안의 작은 인기척을 들었다.

그가 손잡이를 누르고 들어가니 소리는 욕실에서 들려왔다.

전연우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욕실 쪽을 바라보았다.

몇 분 후, 샤워 소리가 멈추더니, 욕실 문이 열리고, 하얀 목욕 타월을 두른 백윤서가 나왔다. 긴 머리를 어깨 뒤로 늘어뜨리고 방금 샤워한 탓에 피부는 붉고, 촉촉히 젖은 눈은 방금 숲에서 걸어 나온 사슴처럼 매혹적이었다.

“여기서 뭐 해?”

백윤서는 두 손으로 가슴 부위를 감싸고 당황스럽지만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오빠가 아직 아래층에 있는 줄 알았어요. 내 방에 온수가 고장 났는지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서 오빠 욕실 좀 빌려 썼어요.”

“씻었으니 빨리 돌아가 쉬어.”

전연우가 뒤돌아서 나가려고 손을 문손잡이에 얹는 순간, 여자는 달려와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오빠, 가지 마요. 이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요?”

백윤서는 자존심을 버리고 혼자 남자의 방에 와서 적극적으로 어필했으니, 이건 남자와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는 뜻이었다.

“오빠를 좋아해요. 영원히 제 옆에 있어 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대학에 입학하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난 더이상 못 기다리겠어요. 더 기다리면 오빠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두려워요. 제발, 날 가져요. 네? 그래야 정말 오빠의 여자가 된 것 같단 말이에요.”

전연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 침대에 올라가는 거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거야? 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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