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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5화

Author: 차라
“알겠습니다.”

이미 정체가 드러난 이상 더 이상 위장할 필요가 없으니, 전연우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울고 있는 별이를 전연우 곁으로 데려왔다. 별이는 얼굴 분장을 지웠지만, 분홍색 드레스는 여전히 입고 있었다.

“네가 여자아이였다면, 엄마가 떠나는 게 더 어려웠을까?”

별이는 순수한 눈빛으로 전연우를 빤히 바라보며 옹알이를 했다.

“엄... 엄마...”

전연우는 보기 드문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의 말에 답했다.

“걱정하지 마. 엄마는 언젠가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야.”

별이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전연우의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강용은 주변 길에 꽤 익숙했던지라 어렵지 않게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무인 구역에 도착했다. 액셀을 끝까지 밟고 미친 듯이 내달렸지만, 뒷좌석에 앉은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강용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하지 않았다. 돌아가면 다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현아는 가슴을 움켜쥐고 토할 것 같은 충동을 참았다.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장소월이 말했다.

“현아야, 힘들면 나한테 기대서 좀 자.”

“괜찮아. 하나도 안 힘들어.”

“흐어엉... 소월아, 나 강지훈한테 잡혀가기 싫어.”

장소월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괜찮아. 우리 이제 안전해.”

강지훈에게 이 지역의 경찰을 움직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총기와 탄약을 합법적으로 휴대할 수 있는 곳에는 강지훈만의 인맥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하여 소현아가 어느 도시에 있는지 알기만 하면 즉시 도시 전체를 포위하여 그녀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봉쇄 직전, 강용이 모는 차가 딱 30초, 간발의 차이로 그곳을 빠져나왔던 것이다.

강지훈은 소현아가 묵었던 호텔을 찾아갔다. 스위트룸 안, 침대에 던져진 임부복 드레스와 머리맡에 놓인 소현아의 사진이 보였다.

“멍청한 년, 그깟 사람 하나 못 잡고, 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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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전화를 걸기도 전에 장 선생으로부터 메시지가 먼저 도착했다.[마지막 밸런타인데이 맘껏 즐기세요. 후회 남기지 말고.]서철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렇게 할 일이 없어?]상대방은 답장하지 않았다.배은란은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서철용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붉어진 눈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서민용 재주도 좋네.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널 이렇게 울리다니.”그는 서민용에 대한 불만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배은란이 입술을 질근 깨물며 말했다.“그 사람 때문 아니야.”서철용은 코웃음을 쳤다. “그놈이 아니면 누구겠어? 배은란, 너 말고 누가 그 말에 속겠어?”배은란은 입을 꾹 다물고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서철용이 입을 열었다.“배고프네. 뭐 좀 먹으러 가자.”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배은란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배은란이 담담하게 말했다. “혼자 가. 난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해.”서철용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내가 서민용 살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너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안 했잖아. 밥 한 끼 같이 먹어주는 것도 싫어?”배은란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결국 그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다가왔다.“주문하시겠습니까? 저희 가게에서 새로 출시한 커플 세트가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배은란이 거절하려 했지만, 서철용의 목소리가 먼저 울려 퍼졌다.“그걸로 주세요.”그는 눈앞에 있는 이 여자를 위해 죽음까지 결심했는데, 이 정도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또 무슨 꿍꿍이야?” 배은란의 눈동자는 경계심으로 가득했다.서철용의 얼굴에 비웃음 섞인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여기까지 왔는데 뭘 먹든 무슨 의미가 있어? 나한테 다른 뜻이 있다고 해도 넌 앉아서 함께 밥을 먹어줄 수밖에 없잖아. 그렇지 않아?”배은란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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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서민용의 눈동자에도 고통과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가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히자 그는 다시 그녀의 손바닥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사랑해.]배은란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너무 울어서 이제 더 이상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알고 있었다고, 줄곧 알고 있었다고 표현할 뿐이었다.그녀는 서민용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서민용의 손가락이 멈추었다.현재 그의 몸 상태로는 손가락을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피로를 느꼈다.배은란의 호흡이 안정되자 그는 다시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배은란은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그의 손가락 앞쪽에 계속 손을 내밀고 있었다.하지만 서민용은 한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서민용의 눈빛에서 더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짙은 그 감정에 압도되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민용 씨...” 배은란의 마음에 극심한 불안감이 엄습했다.서민용은 다시 기운을 차리고 그녀의 손바닥에 다시 글자를 써 내려갔다.[나 보내줘.]배은란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연신 고개를 저었다.“당신 나을 수 있어. 철용 씨가 분명 말했단 말이야, 심장 수술까지 마치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고.”서민용은 잔잔하고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의 결심을 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배은란은 더 이상 그를 마주하고 있을 수 없어 입을 가리고 복도로 뛰어나가 목 놓아 울었다.안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병인이 서민용의 소변 주머니를 갈아주는 소리였다.배은란은 유리창을 통해 고통스럽게 눈을 감는 서민용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마음도 함께 저려왔다.예전에도 그랬었다.서민용이 전신 마비로 침대에 누워 지내며 자신의 몸을 엉망으로 만들었을 때, 배은란은 인내심을 갖고 지극정성으로 도와주었지만, 돌연 어느 날 그에게 쫓겨났었다.그 후로는 도우미들이 모든 일을 처리했다.서민용은 그녀에게 자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79화

    “서민용 씨.”장 선생이 안으로 들어서자 서민용은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엔 극도의 불안감이 일렁이고 있었다.“그냥 일상적인 검사를 하러 왔습니다. 긴장하실 필요 없으세요.”그는 진찰 기구를 꺼내 검사를 시작했다.서민용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마치 억지로 힘을 주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또...장 선생은 수년간 의사 생활을 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민용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반복해 굽혔다 폈다 하는 오른손 검지에 시선을 멈추었다.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장 선생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메모장을 열고 그의 손가락이 닿을 수 있는 곳에 가져갔다.서민용은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에 몇 글자를 끄적였다.[죽여주세요.]장 선생은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건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서민용 씨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요.”서민용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서철용.]장 선생은 고개를 저었다. “서 선생님도 결정할 수 없으세요.”그는 친절히 서민용에게 말해주었다. “서민용 씨, 현재 당신의 생사를 좌우하는 사람은 문 앞에 있는 저 여자분입니다. 저분이 환자분을 보내주지 않는 한, 그 누가 와도 소용없을 겁니다.”배은란의 한마디면 서철용은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서민용의 목숨과 맞바꿀 것이다.서민용의 손가락은 허공에서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거뭇하게 메마른 눈동자로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장 선생은 그의 귓가에 나지막이 말했다. “환자분 마음 이해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건 죽는 것보다도 못하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서민용이 예전처럼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배은란의 눈에는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서민용이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자 배은란은 그를 위해 간병인을 고용하고 자신은 그저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며칠 후, 간병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찾아왔다.“저기요. 환자분과 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78화

    두 꼬마는 앞으로 걸어가면서도 아쉬운 듯 계속 뒤돌아 서철용을 바라보았다.서철용은 그들을 붙잡지 않았다.사무실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서철용은 책상으로 걸어가 서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한편.배은란은 아이들을 데리고 서민용에게 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무슨 일 있으면 아줌마에게 말해서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해. 그럼 엄마가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그녀는 몇 마디 당부한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서민용은 두 눈을 뜬 채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배은란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아주었다.“아이들은 찾아서 집에 데려다줬어. 너무 신경 쓰지 마. 그저 너무 오랫동안 못 본 탓에 낯설게 느껴서 그런 것뿐이야. 당신 수술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질 거고.”서민용은 눈을 감고 그녀에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배은란이 상처 입은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의 손을 놓았다.“미안해. 내가 깜빡 잊어버렸어...”그는 그녀를 더럽다며 싫어했었다.“내가 만지는 게 싫으면 간병인 구해줄게. 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배은란은 조심스럽게 그의 의견을 물었다.서민용은 여전히 눈을 감고 그녀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었다.배은란은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난 이만 나가 있을게. 당신은... 푹 쉬어.”그녀가 떠나자 서민용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에는 고통스러움이 가득 서려 있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장 선생은 서철용의 사무실로 불려갔다. 서철용은 그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서류 내용을 훑어본 장 선생은 충격에 휩싸여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서민용의 현재 몸 상태로는 수술 못 해. 한시라도 빨리 회복시켜. 수술에 어떤 변수도 생겨선 안 돼.”서철용이 무표정한 얼굴로 지시했다.장 선생이 복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 선생님, 정말 이 정도까지 하셔야 합니까? 이거 배은란 씨도 알고 있습니까?”서철용은 못마땅한 듯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77화

    “삼촌도 아빠고, 그분도 아빠예요.”옆에서 줄곧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던 소원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 작은 얼굴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서철용은 꼬마 녀석의 말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이 말을 배은란이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그는 속으로 상상해 보고는 혼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엄마 앞에선 그런 말 하면 안 돼. 엄마가 너희 엉덩이를 때릴지도 몰라.”소원이는 의아한 듯 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요?”소원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병상에 누워 있는 남자를 아빠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눈앞의 이 사람을 진정한 아빠로 여기고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그들의 곁에서 사라졌었다. 하지만 소망이가 아팠을 때 달려온 사람은 엄마도, 병상에 누워 있던 아빠도 아닌, 바로 그였다.서철용은 어린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는 두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는 배은란의 마음은 얻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서민용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서철용의 가슴에 흐뭇함이 깃들었다.그들이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는데, 그가 잠시 이기적으로 행동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그는 이미 두 사람의 삶에서 빠져주기로 결심했다.하지만 두 아이는 여전히 천진난만하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서철용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잠시 후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돌아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가자. 아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에 아이 한 명씩을 잡았다.두 아이는 바로 배시시 웃으며 순순히 그를 따라갔다.서철용은 아이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았다. 반나절 동안 그들을 데리고 주변 맛집들을 섭렵하고 장난감도 많이 사주었다.날이 점점 어두워져서야 그는 병원으로 돌아왔다.사무실에 들어서고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서철용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서철용, 제발 한 번만 더 도와줘...”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76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배은란은 감히 장 선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그 누구의 헌신도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장 선생은 말을 마치고 한숨을 내쉬었다.“스스로 잘 생각해 보세요. 정말로 그분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다면, 두 분은 단순한 의사와 보호자 관계여야 합니다. 서민용 환자분의 주치의는 저이니, 앞으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저와 소통하시면 됩니다. 더 이상 그분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장 선생의 그 말 때문에 배은란은 한동안 서철용을 찾아가지 않았다.그저 서민용의 수술이 끝날 때마다,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서철용과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서철용 또한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처럼 서로를 대했다.몇 번의 수술 끝에 서민용은 드디어 깨어났고,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온 지 벌써 다섯 달이나 지나 있었다.배은란은 두 아이를 데려와 서민용을 만나게 해주었다.그동안 그녀는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했다. 아이들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서민용의 건강 상태가 걱정된다며 캐물었다.너무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인지 아이들은 조금 어색해하는 듯했다.너무나 핼쑥해진 서민용의 모습에 소망이는 덜컥 겁을 먹고 말았다.“소망아, 소원아, 아빠라고 불러야지.”배은란은 아이들의 어깨를 감싸 안고 서민용과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소원이는 한참 동안 그를 빤히 쳐다보더니 간신히 아빠라는 말을 내뱉었다.하지만 소망이는 온몸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아니에요. 저 사람은 우리 아빠 아니에요...”배은란은 안절부절못하며 서민용의 반응을 살폈다.서민용은 눈을 감고 있었다. 하여 그의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없었다.“소망아!” 배은란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라듯 말했다.소망이는 엄마의 말투에 겁을 먹고 계속 절레절레 고개만 저었다.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배은란은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설명했다.“소망아, 아빠는 지금 아프셔서 그래. 네가 그러면 아빠가 슬퍼하실 거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75화

    서민용은 여러 차례 대수술을 거쳐 신체 기관들을 하나하나 교체했다.하지만 적합한 심장을 구하는 일만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오늘도 서민용은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배은란은 방금 수술을 집도하고 나온 서철용을 찾아갔다.“철용 씨, 나...”그녀는 서민용의 병실에 들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서철용에게 부탁하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창백해진 입술과 눈 밑에 뚜렷하게 드리운 피로감을 보니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수술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웠는지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서철용이 얼마나 큰 부담감과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지 또한 알고 있었다.“무슨 일인데?”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 서철용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배은란은 말을 바꾸었다.“아이들 보러 집에 다녀오고 싶어. 아이들한테 밥도 좀 해주고...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만들어서 가져다줄게.”서철용이 그녀의 건강과 서민용의 목숨을 묶어 놓은 덕분에 배은란은 몸에 다시 살이 붙었고 전체적으로 훨씬 건강해 보였다.서철용은 한동안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날카로운 그의 시선이 단번에 그녀의 속마음을 간파했다.“서민용 병실에 들어가는 건 아직 불가능해. 그러니까 나한테 굳이 잘 보이려 할 필요 없어.”배은란의 눈에 실망감이 스쳤다. 하지만 그래도 서철용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민용 씨가 괜찮다는 거 알았으면 됐어.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몰라서...”“모르겠으면 안 해도 돼.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거야. 그래야 나중에 서민용이 깨어나서 속상해하지 않지.”서철용은 조롱 섞인 그 말을 내뱉고 난 뒤 배은란의 옆을 지나쳐 걸어갔다.배은란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의 말을 곱씹었다. 한참이 지났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때 뒤에서 장 선생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서 선생님!”배은란은 반사적으로 뒤돌아보았다. 서철용이 걷다가 갑자기 휘청거리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74화

    배은란은 희미하게 의식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정신을 잃기 전 일들을 떠올리며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고마워. 근데 나 배 안 고파.”그녀는 정말로 조금의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더는 서철용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서철용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미 장 선생에게 장기 기증자를 알아봐 달라고 했어. 서민용 안 죽어. 오히려 지금은 네가 문제야. 이러다가는 그놈보다 먼저 저세상에 가게 될 수도 있어.”“그놈이 죽으면 넌 죽도록 슬퍼하겠지. 하지만 네가 먼저 죽으면, 그놈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아?”배은란은 여전히 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눈빛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내가 알아서 먹을게.”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밥그릇을 잡으려 팔을 뻗었다.하지만 손가락 끝이 그릇에 닿은 순간, 너무 뜨거워 화들짝 놀랐다.다행히 서철용이 재빨리 그릇을 잡아채 죽이 침대 시트에 쏟아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입 벌려.” 서철용이 명령했다.배은란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입술을 움직였다.천천히 죽을 한 숟가락씩 삼키자 억눌렸던 허기가 밀려왔다.그제야 배은란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깨달았다.“네가 이렇게 네 몸을 엉망으로 망치면, 서민용이 네가 안쓰러워서라도 깨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서철용이 조롱 섞인 목소리로 비꼬며 말했다.배은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변명하듯 중얼거렸다.“그런 거 아니야. 그저 며칠 동안 너무 바빠서 깜빡했을 뿐이야...”서철용은 밥그릇을 내려놓았다.“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정신으로 대체 무슨 수로 서민용을 돌보겠다는 거야?”배은란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전에도 잘해왔어. 다만 요즘은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그래...”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자신도 모르게 깨끗이 비워진 그릇을 쳐다보았다. 배가 너무 고파 조금 더 먹고 싶었다.서철용은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조금 있다가 다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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