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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Author: 일설연우
아침 햇살이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봉 부인이 마차에서 내리자 유영의 얼굴에 즉시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서둘러 다가가 상냥하게 불렀다.

"언니."

봉 부인은 부드러운 걸음으로 다가가 유영과 함께 마차에 올랐다.

마차 안, 봉 부인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영아, 황후께서는 겉으로야 엄해 보이시지만, 속정이 깊은 분이야. 우리 모두 한 가족이니만큼, 너희 모녀를 잘 보살펴 주실 거란다."

유영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과연 황후가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시간 끌기에 불과한 걸까?

만약 후자라면, 황후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속내를 감춘 인물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유영은 봉 부인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에게는 모두 쓸데없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

참장부.

봉안진이 막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아내 주씨가 기쁜 얼굴로 그를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녀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환희가 서려 있었다.

"서방님, 어머님께서 조만간 장주에 가신다고 들었어요."

봉안진이 순간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네? 부인, 정말입니까? 이렇게 갑자기 떠나신다고요?"

주씨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후마마의 뜻이래요."

황후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이든, 참장부에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봉 부인이 떠나면, 자연스럽게 그 귀찮은 이모도 발길을 끊을 터였다.

주씨는 지아비가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도록 덧붙였다.

"서방님, 저야말로 어머님께서 오래 계셨으면 좋겠지만… 그 이모라는 분이 계속 찾아와서 집안일에 간섭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분과 마주칠 때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봉안진은 아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사실, 그 자신도 같은 생각이었다.

"부인, 우선 어머니를 좀 도와주세요. 먼 길을 가시려면, 필요한 짐들을 많을 겁니다."

주씨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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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건은 갑작스레 봉 대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단서라도 잡으셨습니까?”봉 대인은 옷깃을 한 번 여미더니,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며칠 전부터 실종자 명단을 정리하라는 명을 받았어.”“근데 그 일은 다른 동료들이 거의 다 끝내버렸더라고. 그래서 난 좀 색다른 방법을 생각해봤지.”맹건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다그쳤다.“요점만 말씀해 주십시오. 뭘 찾으신 겁니까?”봉 대인은 그의 다급한 말투에 살짝 통쾌함을 느꼈다.하지만 지금은 공과 사를 구분해야 될 때였다. 감정에 휘말려 일을 그르칠 수는 없을 노릇이었다.특히 맹건의 아들 맹성주는 훌륭한 장군이었다. 그런 식으로 목숨을 잃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그는 곧 말을 이었다.“외지인 명단을 전부 뒤져봤지. 대조를 거듭해서, 수상한 인물들을 걸러냈어. 강주의 실종 사건은 바로 그 사람들이 오간 이후부터 부쩍 많아졌거든. 그들 중에 분명 뭔가 수상한 놈이 있어.”맹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하지만 곧 의문을 품은 듯 봉 대인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중대한 일인데, 어째서 폐하께 보고하지 않으셨습니까?”봉 대인의 이마가 일그러졌다.“그걸 자네가 왜 캐묻는 거야?”사실 그는 오늘 황제 폐하께 생신 예물을 드리며 이 이야기를 꺼내 큰 공을 세우고자 했다.하지만 그 꼴을 당하고 나니, 더는 얼굴을 들고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차라리 이 늙은 맹건에게 전부 넘겨주고, 알아서 하게 시키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황제와 황후 앞에서 또 체면 깎을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내 품속에서 장부 한 권을 꺼내 맹건에게 건넸다.맹건은 몇 장을 넘겨보더니 감탄한 듯 봉 대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형님 정말 잘하셨습니다.”수년 많게는 십수 년간의 외지인 유입 기록을 추려낸 이 장부는 보통 정성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작업이었다.기억력이 나쁘거나 끈기가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이 사람… 제법인데? 역시 명문가 출신은 다르군.’맹건은 그 길로 장부를 들고 황제와 황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1화

    방 안.봉 대인은 몸을 돌려 맹건에게 등을 보인 채 옆으로 누웠다.더는 이 늙은 영감과 말 섞기 싫었다.지금 그는 고집불통 아이 같았다.무슨 말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맹건은 애써 인내심을 눌렀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형님, 이 나이에 싸우고 삐칠 일이 뭐가 있습니까.”“두 딸 일로 사이가 틀어진 거 저도 잘 압니다.”“인정할 건 합니다. 구안인 저랑 아내가 십수 년을 키웠습니다.”“친딸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여겨왔지요. 그때 형님께선 그 애를…”“우린 버린 게 아니야!”봉 대인이 벌떡 소리쳤다.그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맹건이 되물었다.“그렇다 해도 구안이를 저희 맹가에 맡긴 건 사실 아닙니까.”“저희가 키웠고, 저흴 부모라 불렀습니다. 그 아인 그렇게 저희 딸이 된 거죠.”봉 대인은 말이 막혔다.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맹건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이젠 우리 곁에 남은 건, 구안이 하나뿐입니다.”“장미는 어쩔 수 없이 저희 성을 따랐지만, 마음은 여전히 친부인 형님께 있죠.”“하지만 구안은 달라요. 성주가 죽고, 그 애가 아니었으면… 제 아내도 아들을 따라갔을 겁니다.”“그러니 형님이 불편하다고 해서, 저희가 구안이와 정을 끊을 순 없습니다.”“우리 마음속에서, 구안이는 진짜 딸이나 마찬가지입니다.”“이 일은 형님이 잘못하셨습니다.”“지금 형님께서는 저희 아이를 뺏으려 하시는 겁니다.”봉 대인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곧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그건 불만의 표시였고, 동시에 나가라는 뜻이었다.맹건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형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형님이 부럽습니다.”“딸 둘에 아들 하나.”“누굴 더 아끼고 덜 아끼고를 떠나,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이지요.”“성주를 다시 살릴 수 있다면, 그 아이가 누구를 아버지라 부르든 기꺼이 받아들였을 겁니다.”남자라면 통하는 감정이었다.맹건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봉 대인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0화

    봉 대인은 오늘 봉구안의 탄신일을 맞아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비록 궁에 몸을 두진 못하지만, 아비 된 도리로 성의는 보이고 싶었다.며칠을 두고 장터를 돌며 고르고 또 골라, 마침내 고운 비취 하나를 준비했다.객잔에 도착하자, 마당에서 강림이 그를 맞이했다.“폐하와 황후마마께선 지금 배 타고 나가셨습니다. 금세 돌아오진 않을 듯하니, 대인께서 맡겨주신다면 선물을 대신 전달해드리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 대인은 품 안의 비단 상자를 바짝 끌어안았다.눈빛에는 노골적인 경계심이 배어 있었다.강림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내 꼴이 무슨 도둑이라도 된단 말인가?’“나중에 직접 다시 오지.”봉 대인은 짧게 대꾸한 뒤 등을 돌렸다.그의 눈에 강림 같은 자들은 그저 싸돌아다니는 무림객일 뿐이었다.딸의 성정이 저리도 제멋대로가 된 이유 중 절반은 맹건 같은 무사놈 때문이고, 나머지 절반은 저런 하류들과 어울려서라고 여겼다.그는 강림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직접 찾는 편이 빠르리라 생각하였다.황제와 황후가 함께 나갔다면, 배를 띄운 곳은 정해져 있었다.강주에 그런 호수는 딱 하나뿐이었다.강주, 천자호.호숫가에 도착한 봉 대인의 발걸음이 멈췄다.그가 마주한 광경은, 생각보다 훨씬 쓰라렸다.화려한 화선이 고요히 물가에 정박해 있었고, 그 위에서 몇몇 인물들이 막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그중 한 명, 황제를 그는 단박에 알아보았다.봉구안이 강주에 내려온 사실을 감추고자 했고, 출입 시엔 분장을 하거나 신분을 감췄다는 것도 알고 있던 터라, 그녀를 곧장 알아보지 못한 건 납득할 만했다.그러나,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을 보게 되었다.맹건.그 자가, 여기에 있다니.쾅.봉 대인의 가슴이 요동쳤다.심장을 그대로 움켜쥐는 듯한 통증이 번졌다.그가 이 자리에 있다는 건, 황제가 부른 것이겠지.황제가 그 무사 하나를 위해 이토록 정성을 들인 건, 결국 봉구안 때문이지 않겠는가.황제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99화

    “북방으로 가겠다고?”소욱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곧장 봉구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 말이 진심인지, 그녀의 눈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그는 여러 가능성을 떠올려봤지만, 봉구안이 아이를 위해 북방으로 간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다.그렇게 되면, 두 사람은 당분간 떨어져 있어야 한다.황제와 황후… 부부가 멀리 떨어져 지내는 일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맹 부인 또한 그 점이 걱정스러웠다.봉구안의 지아비는 그저 그런 사내가 아니었다.한 나라의 군주였고, 궁궐엔 이미 수많은 후궁이 있었다.그가 과연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세상일은 알 수 없고, 사람의 마음은 더더욱 그렇다.지금은 아무리 다정해도, 시간이 지나고 자리가 비면 변할 수도 있는 일.그녀는 봉구안이 훗날 후회하는 상황만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남자의 마음은 바람에 날리는 연 같아서, 한 번 놓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지 않은가.맹 부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마께서 북방으로 태교를 가신다면, 저희 부부가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기꺼이 도와드릴 일이긴 하나… 결국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한 번쯤 폐하와 다시 상의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녀는 느꼈다.황제의 반응만 봐도 이건 미리 상의된 결정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그러자 봉구안은 잔잔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오해십니다.”“실제로 북방에 갈 생각은 없습니다.”그녀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안에는 단단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굳이 떨어져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녀도 외로웠고, 두려웠다.봉구안은 또렷하게 덧붙였다.“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게 하려는 것입니다.”“서여국이든 남제든, 지금은 그 어느 쪽도 방심할 수 없는 때입니다.”“그래서 양쪽 모두를 잠시 속이는 수밖에요. 지금은 그게 가장 안전합니다.”“속인다는… 말씀입니까?”맹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뇌었다.하지만 소욱은 가장 먼저 그 뜻을 깨달았다.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98화

    화선 안에는 이미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소욱은 별다른 예를 갖추지 않았다.그저 조용한 집안 연회처럼, 봉구안과 소욱, 그리고 맹건 부부 네 사람은 하나의 상에 둘러앉았다.화선 한 척 통째로 소욱이 빌린 터였다.외부인의 발길은 끊긴 채, 오직 이 순간을 위한 자리였다.봉구안은 잔을 들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사모님. 멀고도 고단한 길 오시느라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한 잔, 두 분께 올립니다.”어린 시절부터 그들 곁에서 자란 봉구안이었다.그러나 세상 속으로 나간 후론, 정작 곁에서 효도 한 번 하지 못했다.그 죄스러움이 술잔 속에 고이 담겨 있었다.근래엔 약쟁이 사건이며 조정 일로 하루하루를 쫓기듯 보냈다.편지 한 장 못 띄운 자신이 더없이 부끄러웠다.그녀가 잔을 들고 입술에 가져가려는 찰나… 소욱이 조용히 그녀의 손목을 눌렀다.그리고 말없이 잔을 건네받은 뒤, 한 번에 들이켰다.“이 술은 내가 너대신 마시도록 하마.”맹건과 맹 부인은 동시에 눈이 커졌다.의아한 시선이 오가고, 곧 맹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마마… 혹, 몸이 불편하신 겁니까?”맹건 역시 얼굴이 굳어지며 덧붙였다.“설마, 약쟁이 사건을 쫓다 다친 것입니까?”그는 예전부터 봉구안이 이 사건에 발을 담그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무림에서든 조정에서든, 위험한 일에 몸을 담가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당부했던 터였다.하지만 소욱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다친 것은 아니다. 염려 말거라.”그는 봉구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 눈빛은 전과 달리 유순하고 부드러웠으며, 그녀의 손을 살며시 감싸 쥐었다.“구안이가… 아이를 가졌다.”“아이를요?!”맹건 부부의 얼굴에 일순 기쁨이 번졌다.맹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가를 훔쳤다.“하늘이 도우셨구나… 정말로…!”맹 부인은 봉구안 옆으로 바짝 다가와, 조심스레 그녀의 맥을 짚었다.잠시 후, 그녀의 눈에도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정말입니다.”“태기가 단단히 자리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97화

    소탁은 죽산진에 머무르며, 붉은 연초초의 유통 경로를 샅샅이 추적하고 있었다.소욱은 그가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용한 조력자 몇을 붙여주었고, 마침내 중요한 실마리를 쥐게 되었다.처음부터 그는 붉은 연초초가 일반 약재처럼 거래되지는 않았을 거라 의심하고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을 리 없었다.결국 그는 연초초를 사료 삼아 기른 닭을 추적하게 되었고, 그 닭들이 매달 일정 수량씩 인근 고을로 팔려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런데 그 닭 장수들은 모두 행적은 불분명하고, 입도 무거워 매우 수상했다.“폐하, 폐태자께서 닭 장수들을 붙잡았다 하나, 그 자들이 입을 다물고 아무것도 토해내지 않았답니다.”소욱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입을 열든 말든, 진실은 이미 떠올랐다”오늘은 봉구안의 생일이었다.심문 따위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그는 봉구안의 손을 가만히 잡아 이끌며 부드럽게 말했다.“가자. 오늘은 네 탄신일이지 않느냐.”“오늘만은 그 시름을 잊게 해주고 싶다.”봉구안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곁에 나란히 마차에 올랐다.객잔 안.강림과 동방세는 객잔 마당 한켠에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이야… 사람 둘이 저리 정답게 나가는 걸 보니, 괜히 속이 허해지는구려.”“자넨 언제 혼인할 작정이오?”동방세는 입꼬리조차 들지 않고 술만 넘겼다.강림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 여인은 이미 떠났소.”“죽은 사람에 갇혀 사는 삶이란, 결국 스스로를 묶는 것이오.”잠시 침묵을 삼키던 동방세는 되레 반문했다.“나야 한 번은 혼례도 올린 몸이오.”“자네는 어찌 아직도 총각이오?”강림은 턱을 괴며, 익살스럽게 웃었다.“나 같은 미남자와 어울릴 자가 천하에 몇이나 되겠소?”“그만한 인물이 아니면 난 혼자 살리이다.”동방세는 말없이 술잔을 비우며 중얼거렸다.“허, 입만 살아선…”교외, 호숫가.소욱은 오래 전부터 봉구안의 탄신일을 위해 비밀리에 준비를 마쳐두고 있었다.이날 햇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96화

    남제 전역이 술렁였다.황성에서 내려온 어명이 번개처럼 각지로 퍼지며, 온 나라가 약쟁이 사건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무림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전진파가 앞장서고, 각 문파가 연대하여 ‘약쟁이’ 소탕을 모의하자 강호 역시 깊은 물결이 이는 듯 긴장감이 팽팽해졌다.겉은 평온해 보였지만 물밑에선 이미 암류가 소용돌이쳤다.조정에서 내건 포고문은 거리마다, 골목마다 붙었다.그 앞엔 구경꾼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세상에, 약쟁이이라니, 도대체 뭡니까?”“듣자하니 사람을 납치해선 독약을 먹이고,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괴물로 만든다더이다.”“관아에서 외진 데는 피하고, 외출할 땐 여럿이 함께 다니라 하지 않소. 허나, 도둑놈 마음 먹으면 우린 당해낼 재간이 없지요…”“에이, 이젠 집 밖이 제일 위험한 거 아니오.”“근데 이거 봐요. 제보만 잘하면 상금도 나온다 하오!”조정은 단호했다.약쟁이를 뿌리째 뽑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백성들 또한 생존이 걸린 일이라면 앞장서 도울 각오였다.이건 단순히 나라의 체면이나 명예의 문제가 아니었다.바로 그들 자신의 가족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었으니 말이다.가족을 잃은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관아로 찾아와 울부짖었다.“대감, 제 딸은… 대체 언제 돌아옵니까?”“대감, 저희 상인은 두 해 전 떠난 뒤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혹 약쟁이방에 끌려간 건 아닌지… 부디 찾아주십시오.”“대감! 저희 아버지도 실종된 지 두 해가 넘었사옵니다… 제발요…”강주 관아.황제는 친히 어전에 앉아, 각지에서 모여든 보고를 듣고 있었다.그 얼굴엔 사사로운 감정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물론, 봉구안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그 마음을 뺏고도 남았지만… 지금 이 자리만큼은 남제의 군주로서 천하 만백성의 안위를 짊어진 사람이었다.그 역시 한 아내의 지아비이자, 곧 아이를 맞이할 아버지였으나, 그 누구보다 냉정하게 나라를 바라보는 눈이 되어야 했다.소욱의 시선은 차갑고도 날카로웠다.“즉시 조사하라.”“실종자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095화

    소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봉구안을 바라보았다.그녀와 자신 사이에 아이가 생기다니.그녀의 난임을 치료하겠다고 무애산까지 다녀왔고, 스승이 내려준 약도 꾸준히 복용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이미 단념했던 터였다.그런데 지금… 그녀가, 그의 구안이가… 아이를 품었다.의원은 단호하게 말했다.“경사입니다. 태동은 아직 없으나 맥을 보건대, 한 달 남짓 된 태아의 맥이 맞습니다.”소욱의 눈빛이 반짝이며 환하게 빛났다.“좋다! 상을 주마! 여봐라, 어서 포상 준비를 해라!”진한길이 황제의 손짓에 따라 금화를 꺼내 의원 손에 쥐어주자, 의원은 그 자리에서 그만 다리가 풀릴 뻔했다.맥 하나 짚었을 뿐인데, 황금이 쏟아졌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린 횡재였다.의원이 물러간 뒤, 소욱은 참지 못하고 봉구안을 덥석 안아 올렸다.“구안아,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 우리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겼어!”봉구안은 미소 지으며 그의 입술 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조용히 하십시오. 아이가 놀랍니다.”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하지만 태는 3개월이 지나야 자리를 잡는다고 했다.괜한 기대에 들떠 방심했다간,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었다.그래서일까. 봉구안은 들뜬 감정을 애써 누르며 담담히 반응했다.소욱은 그녀를 침상에 조심스레 눕히고, 이불을 배 위로 덮었다.작은 한기라도 스며들까, 손끝까지 세심했다.그녀의 손을 가만히 감싸쥐고, 입꼬리를 간신히 누르며 중얼거렸다.“이 아이는 강할거야. 우리를 닮아서 말이다.”한 달 전, 함께한 밤이 떠올랐다.그때 이미 그녀의 몸이 반응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소욱은 자책하듯 고개를 떨궜다.“내가 좀 더 일찍 의원을 불렀어야 했는데… 미안하구나.”무애산의 스승은 치료에 시간이 걸릴 거라 했고, 그는 그 말대로 될 거라 믿었다. 아니, 사실상 기대를 내려놓았던 게 더 가까웠다.하지만 오늘, 모든 걸 뒤엎는 기적이 일어났다.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배에 손을 얹었다.이 감정은 황위에 올랐을 때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벅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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