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부인이 나오는 것을 본 후, 완부옥이 곧바로 다가가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사모님, 그 천한… 아니, 그 폐하께서 소환을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몇 번이나 맹 부인이 그녀를 타일렀지만, 여전히 ‘사모님’이라 부르는 것을 고집했다.맹 부인은 황제가 밤새지 못하고 지친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래.”완부옥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그럼 폐하께서 소환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았나요?”맹 부인은 그녀를 곁눈질하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완전히 불가능한 게 아니라 어려운 것뿐이다.”완부옥은 마치 구실을 찾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사모님 말씀 맞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는 그 사실을 아시나요?”맹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황제에게 소환이 이 사실을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황실은 자손을 중시한다. 황후가 아이를 갖기 어렵다면 이는 큰 문제였다.완부옥은 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럼 내가 황제에게 알려야겠군! 황제만 없어지면 소환은 내 것이 될 거야…’다음 날 아침.소욱은 아침 일찍 세수를 마치고 곧장 본진으로 향해 장군들과 함께 적을 맞설 전략을 논의했다.“폐하, 지난 밤에 북연군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됩니다. 이미 정찰병을 보냈습니다.”“폐하, 맹 소장군의 몸 상태는 어떠하십니까?”모두 이미 맹 소장군이 여인이고, 앞으로 황후가 될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폐하, 지난번 맹 소장군이 경량 기병대를 이끌고 적진을 급습하지 않았다면 시간을 벌 수 없었을 겁니다…”소욱은 그 말을 듣고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전투에 나섰단 말인가?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구나!소욱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봉구안이 있는 장막으로 돌아갔다.그런데 완부옥이 안에 앉아 그녀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약을 직접 먹이겠다고 고집하고 있었다.“제가 직접 먹여줄 테니 입 벌리십시오! 어서 마시란 말입니다!”봉구안은 손을 쓸
소욱은 품 안에 있는 사람을 껴안고 자신의 통제되지 않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젠장!”남자는 눈물을 쉽게 흘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기가 이렇게 울고 있다니! 정말 체면이 없었다. 하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봉구안이 드디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니까 말이다.소욱의 마음은 수없이 흔들리며 설레었고, 그는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뭐라 했느냐? 듣지 못했다.”봉구안은 진지하게 말했다.“안 들리셨다면, 그냥 넘어가시지요.”소욱은 즉시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말했다.“구안아, 일부러 그러는 것이냐? 난 그저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건데, 그것도 안 되겠느냐?”봉구안은 그의 손을 떼어내고는 고개를 들고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예, 제가 폐하를 좋아합니다...”소욱의 머릿속에서는 불꽃놀이 터지듯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났다. 그는 봉구안을 꼭 껴안고 마치 꿀을 들이킨 듯 달달한 마음에 젖었다.“구안아, 정말 기쁘구나. 네가 이렇게 말해 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그녀가 겪은 이야기를 들으니 그의 마음은 아프고도 놀라웠다.눈사태가 닥쳤을 때, 상식적으로라면 측면으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당시 눈사태는 너무 빠르고, 그녀는 부상당해 경공을 펼치기 어려웠다. 눈사태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 곳에는 봉구안을 죽이기 위해 달려온 살수들도 있었다.그녀는 달아나는 척하며 결사적으로 싸웠다. 실상은 눈사태가 발 밑에 닥치기 직전, 한 산돌을 찾아 몸을 숨겼다. 그녀는 몸에 있던 채찍으로 몸을 돌과 묶어 눈사태의 충격을 피했다.그 돌은 그녀가 눈사태에 휩쓸리지 않고 묻히지 않도록 막아줬다.눈사태가 중반부에 이르렀을 때 속도가 느려졌고, 그녀는 최대한 수영하듯 몸을 떠올려 눈 위로 나오려 애썼다. 머리를 밖으로 내밀어 구조대가 그녀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녀는 체력을 모두 소진하여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눈을 떴을 때는 늙은 의원이 그녀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봉구안은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 소욱은 그녀를 보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너한테 상처부터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던 거 기억 못 하느냐.”봉구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제 상처는 별일 아닙니다. 계속 여기 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몸이 더 불편합니다.”“적군을 몰아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게다가 양연삭도 그들 편에 있으니, 그들을 빨리 처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소욱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가로막았다. 그의 눈빛은 결연했다.“안 된다. 네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또 다치게 할 수는 없다.”봉구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제 몸을 잘 지킬 수 있습니다.”“구안아, 너…”소욱은 그녀를 더 설득하려 했지만, 그 순간 밖에서 보고가 들어왔다.“폐하, 적군이 소환을 내놓지 않으면 당장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동부 변경조유관 성벽 바깥. 적군이 검은 물결처럼 밀려들었다. 붉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전장을 압도했다.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북연군의 진 장군은 기세등등했다.그의 뒤에는 ‘화룡’과 새롭게 개발된 죽화총이 줄지어 있었다.남제에 있는 것은 북연에도 있었고, 남제에 없는 것조차 북연은 가지고 있었다.전력 차는 명확했다.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공격하는 데 이유가 필요 없었다. 그러나 큰 나라끼리의 전쟁이라면 명분이 필요했다.북연군은 소환이라는 대마두를 내놓지 않으면 ‘화룡’을 발사해 강공하겠다고 협박했다.오랜 기다림에도 남제 측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점차 북연군은 참을성이 바닥났다.많은 병사가 소리쳤다.“공격하라!”“공격하라!”그들에게는 장거리용 화룡과 근접전을 위한 죽화총이 있었다.남제 따위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반면, 남제군은 화룡을 보자 심장이 내려앉았다.그 위력을 익히 들어온 터였다.그러나 소환은 맹 소장군이란 신분이자 미래에 황후가 될 자였다.그런 그녀를 적군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장군들은 성벽 위에 서서 북연의 대군을
남제에서 내놓은 화룡은 북북연군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북연군은 그동안 남제의 죽화총을 모방해 제작한 무기를 통해 천하무적이라 자부했건만, 남제가 이를 역으로 배워 화룡까지 만들어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북연군의 주군인 진 장군은 이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남제군이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그는 화룡을 가까이에서 확인하고는 기가 찼다. 남제군의 화룡은 북연의 것과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남제군은 소규모 병력을 내보내 화룡을 북연군 쪽으로 밀어 보이며 여유롭게 시위를 벌였다. 두 나라의 화룡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광경은 보는 이들을 적잖이 당황하게 했다.그러자 남제군 쪽에서 도발을 이어갔다.“우리 폐하께서 말씀하셨소! 북연이 선물한 화룡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진 장군은 그 말을 듣자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다.그 화룡탄은 그가 천룡회 반역자들에게 넘겨줘 혼란을 일으키고 군왕을 죽이는 데 사용하라 한 것이었다.그런데 그 화룡탄이 여기 나타나다니!만약 남제군이 화룡을 진짜로 가지고 있다면 그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된다.북연군뿐만 아니라 조유관에 있는 남제군 병사들까지도 그 광경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관 장군 역시 멍하니 입을 벌린 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옆에 있던 부장이 기쁨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참 통쾌하군요!”이 느낌은 마치 거지였던 자신이 갑자기 재산을 상속받아 거리에서 어깨를 펴고 다니게 된 듯했다.남제군 병사들은 하나같이 당당한 자세로 북연군을 향해 외쳤다.“와보시지! 누가 겁내는지 보자고!”북연군은 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즉각 철수를 명령하며 화룡을 회수하기 시작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럴수록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진 장군이 소리를 질렀다.“뭣들 하는 게냐! 빨리 움직이지 못하고!”한편, 후방.양연삭은 찻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남제가 화룡을 만들어냈다고? 이건 분명히 거짓말이다!”…남제군 내부에서도 화룡의 진위에
새해가 밝자마자, 남제 대군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이번 반격은 본격적인 전투가 아니라 도발 수준에 그쳤다.겉보기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듯했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도발은 북연군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겼다.그렇게 보름 정도가 지난 어느 밤, 북연군 대영에서 치명적인 사건이 터졌다.“장군! 장군! 영내 폭동이 일어났습니다!”영내 폭동은 군영 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소요 사태를 말한다.이것은 극히 드문 일이지만, 군대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진 장군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어서 장군을 호위하라!”이 폭동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한 병사가 무심코 “적이다!”라고 외친 것이 발단이 되어 전군이 서로를 적으로 착각하며 싸우는 대참사로 번진 것이다.북연군 대영은 한순간에 혼돈에 휩싸였다.병사들은 허둥지둥 일어나 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는 무작정 외쳤다.캄캄한 밤중이라 서로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적이 이미 진영 안으로 침입했다고 믿은 병사들은 무기를 휘둘렀다.그들 모두는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으로 싸웠고,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진영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다.특히 전쟁에 처음 나서는 신병들은 상황을 이해할 새도 없이 무조건 무기를 휘두르며 서로를 공격했다.순식간에 피비린내가 진동했고, 군영 안에는 시신이 가득했다.조유관 내, 남제 대군 본영.남제 대군 본영의 장막 안, 한 병사가 황급히 달려와 기쁜 얼굴로 외쳤다.“폐하! 북연군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관 장군은 주먹을 꽉 쥐며 외쳤다.“잘됐다!”그는 곧장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맹 소장군, 과연 그대의 예상대로 되었습니다!”다른 장군들 역시 봉구안에게 경의를 표하는 눈길을 보냈다.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단순한 계략으로 북연군 내부를 서로 물고 뜯게 만들다니,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상이었다.영내 폭동은 양군이 정면으로 맞붙는 전투보다 훨씬 참혹하다.병사들은 히스테릭 상태에 빠져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서로 죽였다.
북연군이 철수하려 하자, 양연석은 곧장 진 장군을 찾아갔다.“장군, 이것은 남제의 간계일 뿐입니다...”대군이 이미 진영을 떠나고 있었기에, 진 장군은 그의 헛소리를 들을 마음이 없었다.“양연석, 원래 네가 확신을 준 덕분에 황제께서 출병을 결심하신 것이다! 우리 북연은 남제와 제대로 싸울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어찌된 것이냐? 네 일이 실패로 끝나 우리 군대가 반이나 손실되고 말았다.“나는 지금 너와 소욱이 한통속이 되어 우리 북연을 멸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비켜라! 감히 누구를 위해 싸우라고 하는 것이냐?”양연석의 얼굴이 싸늘해졌다.그는 손을 휘저으며 곧바로 진 장군의 목을 움켜쥐었다.진 장군은 놀라움과 분노로 크게 외쳤다.“양연석... 네가...”순간, 진 장군은 자신의 체내 진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양연석은 그의 내력을 흡수하면서 섬뜩한 목소리로 물었다.“장군께선 '만간성법'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진 장군은 눈을 크게 뜨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으나 양연석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잠시 후, 양연석은 그의 내력을 모두 흡수한 뒤, 그의 목을 꺾어버렸다.북연의 명장이었던 진 장군은 그렇게 양연석의 손에 생을 마감했다.곁에 있던 부장은 이 광경을 보고 공포에 질려 식은땀을 흘렸다.그는 양연석이 보지 못하고 오직 귀로만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입과 코를 손으로 막고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그러나 그는 움직여 천막 입구에 이르러 막 도망치려던 순간, 앞에서 한 팔이 가로막았다.부장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는 양연석의 사술을 이미 목격했기에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제발 저를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양연석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주군이 죽었으니, 네가 이제부터 주군이다. 곧바로 명령을 내려 조유관을 공격하고 남제의 황제를 죽이도록 해라!”부장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안 됩니다!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그는 죽는 것이 두려
“양연삭,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상방산 위에 동방세가 강호의 벗들과 함께 진을 치고 있었다.봉구안은 이미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이 감주에서의 매복은 단순히 북연군을 막기 위함만이 아니라 양연삭을 체포하려는 목적도 있었다.익히 알고 있듯이, 양연삭이 듣는 감각으로 싸움을 이어가려면 시간을 들여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감주는 그에게 낯선 곳이었다.양연삭은 헝클어진 머리칼과 검은 천으로 가린 눈을 한 채, 귀를 곤두세워 소리를 가늠했다.“소욱! 소환! 너희 둘, 당장 나와라!”그의 분노는 깊었다. 복국과 복수를 위해, 반드시 이 둘을 죽여야 했다.아들마저 죽음에 이르게 한 두 사람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봉구안은 높은 곳에서 이를 싸늘히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곁에는 소욱이 자리하고 있었다.그 외 장수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북연군과 싸우고 있었고, 이 상방산에는 오천의 정예병력만 배치되어 있었다.이 오천이 바로 오늘, 양연삭의 무덤을 파낼 병력이었다.…북연군은 진영이 어지럽혀지면서 전투력이 급감했다.관 장군은 먼저 기습으로 혼란을 일으킨 뒤 포위 공격으로 말머리를 돌렸다.기병들은 북연군 주위를 돌며 기세를 꺾었고, 말발굽 소리와 흙먼지, 그리고 치열한 함성은 북연군을 더욱 당황하게 했다.그들은 마치 산적에게 길을 막힌 규중 여인들처럼 갈팡질팡했다.부장은 목청껏 외쳤다.“흩어지지 마라! 반격하라! 우리가 북연군의 실력을 보여주자!”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진을 짜기 시작했다. 이는 기병의 돌격을 막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었다.동시에 북연군의 기병들은 다른 쪽에서 포위를 뚫으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부장은 속으로 양연삭이 빨리 소욱을 죽이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렇다면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것이며, 그는 대공을 세운 영웅으로 남을 것이었다.양연삭은 비록 눈이 멀었지만 그의 마공은 전성기 못지않게 강력했다.완부옥이 몸에 지니고 있던 독물조차 그의 ‘만간성법’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고, 그녀는 내력을 상당히 잃은 채 동
“너희들이 날 또 속이려 드는구나! 소환, 네 놈은 죽어야 마땅하다!”양연삭은 더 이상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동방세의 내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봉구은 즉시 검을 뽑아 몸을 솟구치며, 마치 날렵한 제비처럼 양연삭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양연삭은 귀를 살짝 움직이며 날카로운 검기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더니 몸을 비틀며 공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덕분에 동방세는 바닥에 떨어져 거친 돌 위에 등을 세게 부딪혔고, 머리카락은 흩날렸다.양연삭은 즉각 대응하며 봉구안을 향해 반격을 개시했다.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올랐고, 반드시 봉구안을 죽여야겠다는 살의를 품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정면으로 치지 않고, 순간이동하듯 그녀의 등 뒤로 이동했다.그리고 갑작스러운 손바닥 공격으로 그녀의 등을 내리쳤다.“소환! 조심하시오!”동방세가 경고하자, 봉구안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늦었다.퍽!소욱이 그녀의 뒤를 막아 서서 그 공격을 대신 받아냈다!봉구안은 즉시 눈이 커지며 소욱을 부축했다.“폐하!”진한길이 즉시 달려와 호위하려 했으나, 양연삭의 옷자락 휘두름 한 번에 허공으로 튕겨나갔다.뒤에서 다가오던 오백이 간신히 진한길을 받아냈다.동시에, 봉구안은 소욱을 보호하며 후퇴했다.범진과 다른 호위병들이 연달아 도착하여 도움을 주려 했지만, 양연삭의 마공은 너무 강력했다.그는 혼자서도 열 명이 넘는 병사들의 공격을 막아냈으며, 마치 거대한 저항의 벽처럼 그들을 튕겨내며 봉구안을 향해 다가갔다.봉구안은 그의 살기를 읽어내며, 소욱을 안전한 곳으로 밀어냈다.“구안아!”소욱은 즉시 그녀를 향해 달려가 그녀를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양연삭의 손바닥 공격과 맞닥뜨렸다.손바닥과 손바닥이 맞붙는 순간, 소욱은 강렬한 흡수력을 느꼈다.마치 그의 몸속 깊이 갈고리가 박혀 내력을 강제로 끌어내는 듯했다.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양연삭의 얼굴은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는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강력한 내력이군!”
신방 안.한 노파와 하녀 채월이 침대 곁에 서서 새신랑 송려를 바라보고 있었다.송려는 신부 봉장미를 직시하고 있었다.봉장미는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두 손을 무릎 위에 겹쳐 놓은 채 등까지 꼿꼿이 세운 자세였다. 긴장한 그녀의 모습이 역력했다.송려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는 채월이 건넨 저울을 받아 들었지만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혹여 잘못해서 봉장미의 얼굴을 건드리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송려는 조심스럽게 천을 걷어 올렸다.그 아래, 정성껏 화장을 한 아름다운 얼굴이 서서히 드러났다.봉장미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깔았다. 작은 얼굴이 입술 색보다도 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신방 안은 조용했다. 바늘 하나 떨어져도 들릴 만큼의 고요함이었다.송려의 가슴이 떨렸다.“부인, 정말 아름답소.”그는 봉장미에게 처음에는 의원의 마음으로 다가갔었다. 환자를 책임지고 돌보아야 한다는 사명감, 그리고 친구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그는 그녀를 극진히 간호하고 치료했다.그러다 차츰 그녀를 가엾이 여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삶이 너무나도 처참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에 감동했다.그녀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와중에도 비 오는 날, 다친 참새를 품에 안아 보호해 주던 그런 사람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송려가 사랑하게 된 것은 그녀의 내면이었다.그는 그녀와 함께하며, 그녀가 건강을 되찾고 웃음꽃을 피우기를 바랐다.송려의 칭찬에 봉장미는 더욱 부끄러워졌다.고개를 한층 더 숙이며 수줍어했다.그러자 노파가 시기적절하게 웃으며 말했다.“새신랑, 그냥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빨리 자리에 앉아야지. 이제 합근주를 마실 시간이야!”송려는 봉장미 옆에 앉았다.두 사람은 가까이 마주한 채로 온몸이 뜨거워지고 힘이 풀리는 기분이었다.채월이 합근주를 가져와 두 사람에게 건넸다.합근주는 두 개의 반쪽 과실 모양의 잔에 담겨 있었다.자신의 잔을 마신 뒤, 상대방의 잔에 담긴 술을
신부가 출가할 때는 반드시 친정 오라버니가 업어 꽃가마에 태워야 한다.봉구안은 남장을 하고 친정 오라버니 신분으로 변장하여 봉장미를 업었다.그녀의 걸음은 한없이 안정적이었다.장미는 그녀의 등에 기대어 안도감에 젖었다.“언니, 우리 둘 다 행복해야 해.”한 방울의 눈물이 봉구안의 목덜미로 떨어졌다.봉구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 될 것이다.”모든 고생 끝에 행복이 찾아온다 하지 않는가. 장미가 그간 겪은 고난을 생각하면, 이후 그녀의 인생길은 분명 순탄할 것이다....기쁜 나팔 소리와 함께 꽃가마는 송가에 도착했다.신부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가마에서 내려왔다.송려는 혼례복을 입고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그는 서둘러 신부를 부축하려 했지만, 희포가 막아서며 말했다.“신랑님, 너무 급하면 안 됩니다. 먼저 의식을 치러야지요!”주위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송려는 얼굴이 빨개졌다.그는 너무 오랫동안 장미를 보지 못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만약 소환의 사고가 없었다면, 그들은 이미 부부가 되었을 것이다.오늘 온 하객들 중에는 송려의 강호 친구들도 있었는데, 강림 또한 그를 찾아왔다.그는 봉구안을 보자마자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소환! 역시 자네 목숨은 정말 질기군! 몇 달 전 자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자네를 찾느라 적지 않은 돈을 썼다네!”봉구안은 강림을 흘겨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오늘은 송려의 혼인식이네. 자네가 붉은 옷을 입고 온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강림은 평소 붉은색을 좋아했기에 이런 점을 생각지 못했었다.그가 문을 들어설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그는 스스로를 더욱 멋있어졌다고 착각했던 것이다.강림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 남자를 붙잡았다.“어서 옷을 벗게.”그 남자는 황당해하며 말했다.“이보시오, 지금 제정신이오?”하지만, 장면이 바뀌자 그 남자는 속옷만 남기고 벗은 채 금덩이를 손에 들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형님, 형님은 정
봉구안의 표정이 단호해졌다.“스승님, 사모님, 저에게 대체 무엇을 숨기고 계셨던 겁니까?”맹 부인은 깊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구안이 스스로와 인연을 끊겠다며 약쟁이의 일을 추적하려고 하는 상황이니, 이제 더는 막을 힘이 없었다.이내 그녀는 비통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성주는 예전에 약쟁이에 대해 알게된 후 신분을 숨긴 채 조사를 계속했단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왔었지. 약쟁이들의 소굴을 발견했다며, 직접 조사하러 가겠다고 했어. 그리고 그 후에…”“사형께서 그들에게 살해당했습니까?” 봉구안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그동안 스승님과 사모님의 아픈 과거를 들추는 것이 두려워 사형의 죽음에 대해 자세히 묻지 않았다.그렇게나 자애로웠던 사형. 그녀는 스승님이 말한 대로, 누군가를 구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믿고 있었다.평소 침착하고 강인했던 맹 부인.하지만 아들의 일을 떠올리자 몇 번이고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이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맹 장군은 멍한 얼굴로 남은 이야기를 전했다.“부인이 직접 성주의 시신을 검시했는데, 성주의 무릎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눈은 부서졌으며, 오장육부는 산 채로 도려내졌었다. 그놈들이 놈을 고문했던 게야.”“이 모든 세월 동안 나는 계속 이 일을 비밀리에 조사해왔다.”“그런데 천룡회는 약쟁이의 뿌리가 아니야.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은 어둠 속에서 활 쏘는 것과 같단다.”“구안아, 죽은 자는 돌아오지 못한다. 성주는 더는 이 세상에 없고, 이제 우리에겐 너 하나뿐이다. 그저 네가 평안하고 순조로운 삶을 살아주길 바랄 뿐이다. 이번엔 내 말을 듣거라. 약쟁이의 일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말거라.”그가 그때 명확히 말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구안이 집요하게 파고들다 성주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을까 두려워서였다.하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그녀는 끝내 약쟁이에 대해 알아버린 것이다…사형의 진짜 죽음의 이유를 알게 된 후, 봉구안의 마음은 격랑처럼 요동쳤다.
단정은 병약한 모습으로 여전히 기운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남을 욕할 힘은 남아 있었다.“꺼져… 시중드는 사람 따위는 필요 없어! 날 만지지 마. 멀리 꺼지란 말이야!”곁에서 시중드는 하녀는 온순한 성격이었다. 단정이 아무리 모욕하고 욕을 해도 그녀는 묵묵히 약을 먹이려 애썼다.그때 단정이 봉구안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화를 억누르며 태도를 바꿨다. 마치 이전에 자신이 욕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는 듯, 큰 억울함을 담아 말했다.“형수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봉구안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다리가 나무판으로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단정은 눈을 붉히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토로했다.“염추가 제 다리를 묶었습니다. 그 아이는 형님의 유골을 원했어요.”“하지만 전 끝까지 그 아이에게 형님이 어디에 계신지 말해 주지 않았어요.”“그러자 그 아이가 제 내공을 다 빨아먹었어요.”“참, 형수님께서는 아직 모르시겠군요! 그 아이는 만간성법을 익혔습니다!”“겨우 탈출해 나왔는데, 다리를 다치고 말았어요. 이 모든 건 다 그 아이 때문이입니다!”“형수님, 절 대신해서 꼭 그 아이를 죽여주세요! 그 아이가 정말 증오스럽습니다!”단정은 사람들에게 구출된 후, 자신을 북방 장군부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맹 장군의 도움으로 그는 자유각에서 요양하게 되었다.의원은 그가 평생 다시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단정은 염추를 증오했다. 그녀의 가죽을 벗겨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다!봉구안은 하녀가 손에 든 약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약부터 먹어라.”단정은 고개를 돌리며 체념한 듯 말했다.“먹기 싫습니다! 어차피 다시 나아질 수도 없는 몸인데! 이 약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전 그저 염추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수님, 저를 잘 보살펴 주겠다고 형님에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형수님께서 제 복수를 해주세요…”“염추는 이미 죽었다.” 봉구안은 차갑게 말했다.“뭐라고요?” 단정이 그녀를 돌아보며 눈빛
“거짓말입니다.”봉구안은 소욱이 서왕과 관련된 일을 말하자마자 단호히 말했다.“완부옥의 주량을 제가 모를 리 없지요. 술에 취해 실수했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다.“아니면, 완부옥이 일부러 그런 척했겠지요. 하지만 완부옥은 여인을 좋아하니, 서왕과 무슨 일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소욱 역시 완부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그 아이가 굳이 그런 일을 벌인 이유는 단순하지. 황성에 남아서 네 곁에 있고 싶었던 게다.”그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았지만, 문제는 서왕의 태도였다.‘서왕이 정말 완부옥에게 마음이 생긴 거라면, 이건 좀 골치 아파지겠군.’소욱이 머릿속에서 상황을 정리하려던 찰나, 봉구안이 말했다.“폐하, 잠시 북방에 가야 할 듯합니다. 내일 떠날 것입니다.”소욱은 문득 생각에서 깨어나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혼례를 앞두고 있는데, 북방에 가겠다는 게냐?”그는 이미 여러 번 버림받은 경험이 있어 불안함을 느꼈다.봉구안은 차분한 눈빛으로 진지하게 답했다.“장미가 곧 혼례를 치릅니다.”장미의 혼례는 원래 작년 11월 말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봉구안이 천지설산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연기된 상태였다.소욱은 머릿속으로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만약 지난번 사건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혼례는 3월 초닷새에 치러질 터였겠지.’하지만 천룡회의 잔당을 궁에서 철저히 소탕하느라 만사가 미뤄졌고, 혼례복 역시 제작이 지연되어 지금까지도 완성되지 않았다.이제 와서 소욱은 길일 같은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준비만 끝나면 바로 혼례를 치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혼례복이 5월은 되어야 완성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호위병을 데리고 가거라.”봉구안은 그제야 은육을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소욱은 그녀가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듯 당부했다.“빨리 돌아와야 한다. 알겠느냐?”그는 천지설산에서의 일이 떠올라 여전히 가슴이 철렁했다.…다음
봉구안이 다시 한 번 검을 시험해 보니, 눈에 날카로운 빛이 서렸다.보검이 손에 쥐어지자, 그녀는 무언가를 베어 검의 예리함을 확인하고 싶어졌다.소욱은 그녀가 이 적연검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며, 눈가의 미소가 더욱 부드러워졌다.그러나 점차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검에 쏟는 관심이 자신보다 크다는 것이다.특히 그녀가 검을 바라보는 눈빛은, 자신을 바라볼 때보다 훨씬 더 깊고 진지해 보였다!“나는 그럼 바깥에서 상소를 좀 보겠다.”소욱은 이 말을 하며 그녀가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검을 만지작거릴 뿐,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간단히 대답했다.“네.”그 외엔 한마디도 없었다.“저 검이 그렇게 좋은 것이냐?”마음에 한가득 서린 불만을 품고, 그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 상소를 읽으러 갔다.그러다 마침 진 나라 태종 황제의 묘에 묻힌 부장품 목록을 보며, 그의 불만은 눈 녹듯 사라졌다.이런 아내를 얻었으니, 이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자신이 속이 좁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어찌 검 하나도 포용하지 못할 수 있겠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그렇게 소욱은 스스로를 달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궁 밖서왕부.서왕은 요즘 완부옥에게 시달리고 있었다.정말로 시달리는 중이었다.그의 팔에는 한 마리의 뱀이 감겨 있었고, 호위무사 유화는 대장부임에도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전하…”그녀는 대체 어디에서 온 요괴란 말입니까! 너무 심한 게 아닙니까!서왕은 훨씬 더 침착하게 눈을 감고 속으로 울분을 삼키며 말했다.“완 낭자, 마지막으로 충고하겠소. 이제 그만두시오.”“낭자가 나를 죽인다 해도, 나는 결코 낭자와 혼인하지 않을 것이오.”완부옥은 마치 이 서왕부의 안주인이라도 된 듯, 당당히 대청에 앉아 요염하게 웃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제가 마지막으로 충고하겠습니다. 술을 권할 때 마시지 않고 벌주를 받으려 하다니요! 제가 전하를 마음에 둔 것은 영광인 일입니다.”“지금 당장 저와 함께 입궁하여
소욱은 정말 어이가 없고 웃기기도 했다.어쩐지 며칠간 사라졌다 싶더니, 이렇게 엉망진창인 꼴로 돌아온 이유가 밝혀졌다.알고 보니 남의 선산을 파헤치러 간 것이었다!소욱은 봉구안 앞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그녀 얼굴에 묻은 흙을 직접 닦아주며 말했다."이리도 위험한 일을, 꼭 네가 직접 해야 했더냐? 그냥 편히 혼례 준비나 하면 안 되겠느냐?"지금 혼례복만 완성되면 바로 그녀를 궁으로 맞아들일 참이었다. 그래야 매일 그녀 걱정으로 속을 끓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하지만 이 순간, 그는 문득 자신이 어린 시절의 봉구안을 키웠던 맹건 부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어릴 적 그녀 역시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온종일 뛰어다니고 돌아다녔을 것이다.봉구안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묘 안에는 온갖 장치가 있더라고요. 꼭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그녀가 학문적으로 지식에 대한 갈망을 보이며 진지한 태도를 보이자, 소욱은 마음이 부드러워졌다.그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며, 입술에 두 번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그녀가 너무 좋아서,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였다.그러나 봉구안은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정신 차리세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 부장품들, 전부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소욱은 그녀의 뒤통수를 한 손으로 잡아 고정하며,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 말을 끊었다."넌 자꾸 정사만 이야기하자 하는구나. 나는 너와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 허리띠를 슬쩍 당기며, 의도를 암시하듯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날 밤 말이다. 네가 욕조에서 날 두고 혼자 도망친 일 말이야. 그때의 빚, 아직 내가 정산하지 못했어. 네가 어찌 갚아야겠느냐?"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대혼례 전까지는 몸을 아끼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소욱은 잠시 멍해졌다.큰일이다. 자신이 쏜 화살에 스스로 맞아버렸다.하지만 그는
염추가 이미 죽었고, 천룡회와 금련파도 철저히 몰락했다. 양연삭은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백성들이 던진 돌더미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이로써, 강호에는 더 이상 천룡회가 없으며, 진국 황실의 후손도 완전히 끊어졌다.소욱의 생일 이튿날, 봉구안은 사람들을 이끌고 궁림에 도착했다. 진나라 태조 황제의 묘를 찾기 위해서였다.이를 위해 그녀는 감옥에서 몇몇 도굴꾼들을 끌어냈다.전문가를 대동한 이유는 일을 더욱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함이었다.도굴꾼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며칠 되지 않아 대략적인 묘 위치를 확정했다.계속해서 땅을 파내자, 한 관이 드러났다.기묘한 점은, 이 관이 세로로 세워져 있다는 것이었다.도굴꾼들은 흥분하며 말했다.“세로로 세워진 묘입니다! 관 속의 사람 신분이 지극히 고귀하다는 뜻이죠! 틀림없습니다! 이건 진 나라 태조 황제의 묘입니다!”한 호위가 흙이 느슨해진 것을 발견하고 외쳤다.“이상합니다! 흙이 헐거워졌습니다!”느슨한 흙을 파내자, 낮은 문 하나가 드러났다.봉구안은 그 낮은 문을 바라보다가 즉시 명령을 내렸다.“관은 옮겨 다른 곳에 다시 묻어라.”이어 다시 말했다.“문을 열어라. 문 뒤에 뭐가 있는지 보도록 하자.”잠시 후, 문이 열렸다.문 안쪽에는 극도로 좁은 통로가 있었고, 오직 작은 체격의 사람만 기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한 도굴꾼이 스스로 나섰다.“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저는 축골공을 익혔습니다!”그는 이 상황의 첫 목격자가 되어 역사의 이름을 남길 수 있다고 믿었다.봉구안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그에게 밧줄을 묶어라.”“예!”곧, 그 도굴꾼은 밧줄을 묶은 채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갔다.밧줄은 그의 움직임에 따라 계속해서 앞으로 뻗어나갔다.대략 열 장 정도 갔을 때, 밧줄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그 도굴꾼이 끝까지 도달한 듯했다.다른 도굴꾼들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나으리, 저희도 이제 들어갈 수 있습니다!”도굴 작
소욱의 말을 들은 봉구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시험을 해보라니?봉구안은 몸을 돌려, 알면서도 일부러 물었다.“어떻게 시험하면 될까요?”소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두었다. 동시에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고정되어 그녀의 표정 변화를 확인하려 했다.봉구안의 숨결이 약간 흐트러졌고, 그녀의 눈은 반쯤 내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 속 감정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소욱은 그녀의 귀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농담한 것이다.”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냉정하고 담담했으니,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기란 참으로 어려웠다.그렇게 말한 뒤, 소욱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는 다시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신혼 첫날밤은 지키고 싶구나.”대혼례 전까지 그는 성욕을 자제해야 했다.그가 물러나려던 찰나, 봉구안이 갑자기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그의 옷깃을 잡아채며 전장에서 적을 마주하는 것처럼 공격적인 눈빛을 보였다.“제가 꼭 원한다면요?”소욱은 한 걸음 물러섰다. 얼굴에는 믿기 힘든 당혹감이 스쳤다.“구안아, 진정하거라.”그도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완전한 혼례를 지키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했다.봉구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에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그 말의 내용은 다소 도발적이었다.“벗으시죠, 폐하.”소욱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너… 진심으로 원하느냐?”그는 여전히 고민하는 듯했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차갑고 결연해 보였다.“네, 주실 건가요?”소욱은 한숨을 내쉬었다.“어찌 여인으로서 이리 늑대처럼 구느냐.”결국 그는 포기했다.신혼 첫날밤이 뭐 대수겠는가. 그녀와 함께 있는 모든 밤이 신혼 첫날과 같을 터였다!잠시 후, 소욱은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갔다.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봉구안은 오지 않았다.뒤돌아보니,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내관 진한길이 들어와 병풍 밖에서 보고했다.“폐하, 마마께서 보내신 옷입니다. 또